타히티 여성의 몸은 백인 남성으로서, 그리고 화가로서 고갱의욕망을 나타내기 위해 도용된다. 주체로서의 타히티 여성 테하아마나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고갱에 의해 지워진다. 역사적으로 구성되고 문화적으로 특정적인 여성 주체로서의 테하아마나는 없다. 백인의 시각이라는 거울 속에 비춰진 자기 자신을 보았던 파농의 경험처럼 테하아마나는 고갱의 인종적 편견, 환상, 그리고 ‘성‘ 에 대한 그의 역사적인 작업으로 얼룩진 타히티 여인의몸이라는 대상으로서 다시 제시된(re presented) 것이다.
- P120

< 테하아마나>가 제작된 순간, 즉 이 작품을 탄생하도록 한 조건은 서구의 근대성이었다. 이는 유럽 남성의 시각이다. 그러한응시와 그 응시가 침대에서 화가에게 봉사하도록 구매된 타히티여성의 몸에 각인한 욕망 하에서, 타히티는 단지 고갱이 혼란스럽게 만든 죽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 씻을 수 없는 하나의 알리바이 인 것이다. 근대적인 것의 중심에는 전근대나 비근대가 보존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남태평양의 여행에 대한 관광객의 환상이다. 실상은 유럽인들의 손이 닿는 것마다 그들의 돈으로 오염되고, 그들의 시선에 의해 길들여지고 그들의 권력으로 인해흔적이 남고 그들의 욕망대로 모양을 갖춘다. 관광주의가 식민주의와 영합하고 예술이 식민주의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는 바로이 시점에서, 우리는 문화적이고 성적인 차이의 과도한 결합과그들 사이의 상호 교차를 보게 된다. 즉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과정에서 그 심장부에 자리잡은 성과 인종을 말이다.
이러한 위대한 거장들을 비판적 시각 없이 계속해서 치하하고, 고갱이 스스로 기획·제작한 전략이라는 의미에서 그의 아방가르드의 전략을 확고히 뒷받침해 주는 미술사는 미술사의 젠더(성)뿐 아니라 색채(인종)도 노출시키는 유럽 중심적 프로젝트와 연합하는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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