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서문중에서 발췌
쿠체(쿳시)의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를 언급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쿳시의 작품이 더 소설적인 요소가 더 많다.
다른 느낌이다. 픽션보다는 팩트에 가깝다는 느낌이다.일기를 바탕으로 구성했으므로.
현재의 치프킨의 여행과 잘 짜여져서 흥미롭다.

바로 이 사실성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주인공으로 한 뛰어난 소설인 쿠체의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와 이 소설이 다른 점이다.

비록 치프킨이 모든 것을 ‘정확‘ 하게 기록하려는 강박이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그의 아들에 따르면 그는 매사에 대단히 꼼꼼한 사람이었다.) 이것은 다큐 소설이 아니다. 만일『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을 출판한다면, 치프킨은 자기가 찍사진들을 함께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그의 소설은 작가 시볼드의 작품을 앞선 것이 된다. 시볼드는 사진을 책에 함께 실음으로써, 핍진성(眞性)이라는 단순한 요소가 수수께끼 및 파토스와 공존할 수 있도록 했다.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은 어떤 종류의 책인가? 시작부터이 책은 이중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하나는 12월 말의 겨울로, 날짜는 명기되어 있지 않지만 ‘현재‘의 시간이다.화자는 레닌그라드(한때의 그리고 미래의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 안에 앉아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867년 4월중순을 배경으로 한다. 재혼한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페쟈)와 그의 젊은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드레스덴으로 향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부부의여행 —소설 속에서는 대부분 바덴바덴을 포함한 해외가 배경이다. — 에 대한 서술은 아주 세심하게 재현되어 있다. 치프킨 자신이 화자로 나와 자신의 궤적을 묘사하는부분들은 자전적이다. 때문에 상상력과 사실성이 대비된다.  - P19

치프킨이 재창조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에서 가장 강렬한 것은 도박도 글쓰기도 신앙도 아니다. 그것은 저 괴롭고도 절대적인 부부애였다. 바다를 헤엄치는 것에 비유된이 부부의 섹스 장면은 잊기 어렵다.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안나의 저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위엄 있는 사랑은, 문학적 후예로서 치프킨이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바치는 사랑과 겹쳐진다.
창작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또 모든 것이창작된 것이다. 이 짧은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행위는, 화자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소설이 이루어진 장소를 찾아가면서, 바로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를 천천히 실감하게 된다.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은 다른 시대를 살았던 뛰어난 실존 인물의 생애를 복원함으로써, 희귀하고 뛰어난, 그리고 야심적인 소설 하위 장르의 작품들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 실존인물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실패한 소설가의 이야기와씨줄 날줄로 엮인다. 그는 역사적이면서 기념비적인 존재가 된 그 인물의 운명과 내면적 삶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한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사례로, 20세기 이리아 문학에서 빛나는 성취를 이룬 안나 반티의 『아르테미시아를 들 수 있다.) - P21

만일 당신이 러시아 문학의 깊이와 매혹을 경험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택하려 한다면, 바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만일 당신이 영혼을 단련하고 당신의 감각과 호흡에 더넓은 지평을 제공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2001년 7월수전 손택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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