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잉팩토리 Sewing Factory 2012.가을.겨울
소잉팩토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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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재봉틀이 있건만 하도 오래 전의 것이라 사용하기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손재주가 없는 건 아니었던지 고대로 따라 만드는 건 이냥 저냥 비슷하게 흉내내는 편이라 가방이나 긴 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든다거나 하는 건 몇 번 해보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복잡하고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제본이 없으니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초보자도 책을 보고 제본 고대로 천을 오려 만들 수 있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은 안 보고도 츄리닝 바지 같은 건 잘 만들기도 하더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바느질 방법에도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Q&A장이 있어서 정말 유용하고 반가웠다!!

 

 

 

 

 울 집에 있는 재봉기는 가정용이긴 하나 초보자용이 아니라 내가 감히 만질 수 없기에 재봉기를 사용하고 만지는 법을 잘 모르는 나 또한 궁금했던 질문들이 있어 너무너무 도움이 되었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학생은 아니지만 가끔 옷감은 좋은 데 스타일이 후줄근해 입지 못하고 버리는 옷이 아까워 다른 것으로 리폼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또는 천을 직접 사와서 따라 만들면 훨씬 금전적으로 적게 들고 개성적인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방법을 모르니 안타까울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이 그런 만들고자 하는 내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

 

 좋아하는 책이나 다이어리 같은 경우 커버를 직접 만들면 원하는 대로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진쨔 >0< 심플하게 만들어놓은 본문 속의 사진을 보고 완전 기대감이 대폭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나만의 소품을 몇 번의 시도와 노력으로 익숙해지면 아래의 사진처럼 더 없이 럭셔리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아도는 청바지가 많은데 몇 가지 천을 합쳐서 쓸모 있고 예쁘게 재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저런 가방이나 다용도 함, 나아가 실내화도 만들 수 있을듯. 안그래도 실내화 제본이 안에 부록으로 들어 있어 그것을 밑바탕으로 잘라 재봉기를 이용하면 될듯.

 

 

 

 요것도 탐나는 아이템! 고전 영화나 약간 엔티크한 느낌이 나는 가죽 필기구함. 요건 인조가죽자켓이 있는데 .. 이걸 사용해볼까 고민중이다.

 

 

 그 외에도 돈을 아끼는 아이템들이 주르르르...

  트레이닝팬츠의 경우 엣지가 좀 있거나 패션너블하면 가격이 우뚝 솟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좋은 천만 있으면 트레이닝팬츠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요~!가 될 것 같은 것이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만드는 방법이다. p96에 나와 있다.

 

 

 

 그 외에도 몇 가지의 옷을 만드는 방법과 원피스 제작 방법도 나와있다. 아래 예쁜 소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를 사려면 가격이 비쌀테지만 직접 만들면 천에만 가격을 좀 투자하면 명품 못지 않게 예쁜 옷을 저렴하게 입을 수도 있다. 다만 완벽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싼 천으로 몇 번의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증정된 패브릭 천! 증정된 건 별로 크지 않아 만일 쿠션을 만든다면 작은 쿠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요런 천들을 모아 짜면 커튼을 만들 수도 있는데 요즘 유행하는 리폼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도전하고픈 종목 - 트레이닝팬츠, 반바지, 원피스, 북커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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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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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이나 암호처럼 추리소설의 고전적인 소도구를 좋아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또한 이 장치를 잠깐 사용한다.
 
   10월 4일, 45.761871, 143. 803944
   10월 10일, 45.648055, 149.850829
   10월 18일, 45.678738, 157.788585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이 암호는 큰 소재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야기 전체가 완성되기 위한 부분적 요소일 뿐이다. 암호를 푸는 것조차 보통 추리물에서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처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경위 '닛타'라는 주인공에 의해 이미 풀어진 상태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암호가 풀어진 형식은 생각보다 복잡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참신한 방법도 아니다. 암호가 풀어진 방식에 비하면 작품 속에 일어난 사건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코르테시아 호텔이 다음 살인 목표 지점으로 잡힌 이래 경찰들은 유래없는 방식을 택하기로 결정한다.

 

 바로 호텔 안에 잠입하여 다음 목표지가 된 이 곳에서 정확한 날짜를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범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들이 호텔에 비치되어 있다면 당연히 범죄자는 호텔에 오지 않을 것이고 누가 범죄자인지도 모르기에 불특정 손님들 중 누군가가 그 대상이라면 경찰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호텔 직원으로 변장하지만 워낙에 우락부락한 외모의 소유자라 그들이 풍기는 포스에서 손쉽게 탈로나고 말 것이라 정말로 호텔 직원처럼 보이기 위해 호텔 교육까지 받는다.

 

 그 중 그나마 프런트에 어울리는 외모를 지닌 닛타 경위는 자신을 교육해줄 베테랑 호텔 직원 나오미와 함께 직접 호텔 업무에까지 관여하게 되지만 처음부터 너그럽게 풀리지는 않는다. 직업상의 버릇 때문에 호텔에 오는 손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판단하는가 하면 어울리지 않는 뻣뻣한 태도 때문에 나오미와 갈등을 일으키게 되지만 호텔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요구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나오미의 프로다운 행동들이 점점 닛타의 마음을 열게 한다. 

 

 나오미는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호텔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불운한 일에 대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지만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녀 나름대로 사건의 개요나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어하지만 닛타는 경찰들의 방침 상 외부인에게 정보를 결코 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을 닫는다. 만일 그나마 얻게된 미량의 정보가 혹여 일반인에게 새어나가 퍼지게 되면 언론에 발표하지 않은 책임은 물론이고 다음 목표지인 이 호텔로 범죄자를 오게 하여 확실히 검거할 기회마저도 놓칠 수 있는 엄청난 실수가 될 수 있었다.

 

 나오미는 포기하지 않고 홀로서라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찾아 퍼즐을 끼워 맞춰보며 사건의 그림을 그리고 이를 보던 닛타는 부질없는 짓이라는 듯이 나오미를 바라본다. 그러나 얼떨결에 나오미의 이야기에서 단서가 될 수 있는 실마리를 깨닫고 지금까지 찾은 얼마 되지 않는 사건 개요의 줄거리를 가상으로 만들어본다.

 

 한편, 이런 닛타를 찾아온 무능해보이는 파트너 노세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닛타에게 살갑게 굴며 이미 팀이 해체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닛타에게 아직 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자신도 밖에서 열심히 뛰고 있노라고 귀뜸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종종 진위를 알 수 없는 행동과 생각과는 달리 유능한 형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반전을 일으키는 인물이라 이외의 주목을 끄는 캐릭터이다.


 매일 같이 호텔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두 다른 목적과 다른 뜻을 품고 평소와는 다른 얼굴로 들어온다. 한 손님 한 손님마다 이전보다 더욱 유심하게 관찰하고 세세히 분석하며 보다 보니 그들의 프라이버시에까지 간섭하게 되는 호텔리어와 형사들의 옥신각신한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가장 마지막의 사건의 복선 형태가 되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사실 기존의 추리물들처럼 아주 자극적이고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지만은 않아 어쩌면 일부 독자들에게는 조급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어찌 보면 사건이 메인이라기보다는 호텔에 오는 손님들을 메인으로 세운 이 작품은 다양하고 생생한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더 쏠쏠한 소설이다. 공포와 미스테리 형식보다는 사건에 대한 원인과 결과의 큐브를 하나씩 하나씩 끼워 맞추는 형식으로 인해 일반적인 소설에 가깝다.

 

 그나저나 가장 힘든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미움을 지닌 당사자라고 했던가. 범죄자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하는 철두철미함이 너무 피곤해보인다. 생각해보면 복수의 잣대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남자, 또는 어리석게도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남자에게 기댄 자신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제대로 진실을 알지도 못했던 호텔리어에게 간 것이 그 호텔리어에게는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치면 이 세상에서 남에게 억한 심정을 가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물론 범죄자에게 일어났었던 불행은 같은 인간으로써 동정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 일로 인해 말도 안되는 이유로 희생된 사람들을 보노라면 확실히 범죄자에게 꽂힐 냉정한 법의 심판에 대해서는 이변의 사태가 없어보인다.

 

 사실 이 범죄자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이고 이런 범죄를 일으키기 위해 계획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고와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일인데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했을 때 고작 그까짓 이유(따지고보면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큰 게 아닐까. 굳이 임심한 몸으로 거기서 그렇게 버티고 있을 것이 뭐란 말인가.)로 이런 짓을 저지르는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인물이라 소설의 완성도를 조금 떨어뜨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개연성 또한 약간 미흡해서 끝에 가서야 힘이 빠진 독자도 많을 듯 싶다.

 

 아예 범죄자를 정신이상자로 만들어버려 정신이상자로써의 특징을 복선 형태로 곳곳에 깔아두었다면 이 사건의 범죄자에 대해 좀 더 설득력이 강했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정말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원한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원인이 있었다면?  

 

 달리 생각해보면, 요즘 같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세상과 각박한 인심에 의해 점점 마음이 좁아지고 자기 안에 갇히다보니 조그만 일에도 크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확실히 불특정 대상을 향해 마구잡이로 해를 입히고 공격하는 사람들, 사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긴 하다.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왕따 문제와 자신이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 딱히 대상을 정해두지 않고 무분별하게 상해나 살해를 하는 범죄자들, 외톨이 은둔형 범죄, 성폭행범들.. 험한 세상이다. 방어가 상대방에게는 공격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없어 이해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매스커레이드의 뜻인 가면무도회, [마스커레이드 호텔]은 유명인의 불륜 현장이 되기도 하고 스키퍼들의 계획적인 시도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며 좋은 방을 얻으려고 방에 대해 문제 삼는 얌체 같은 사람들이 유일하게 변덕을 부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과거와의 조우가 뜻밖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곳이 되는 가 하면 소통할 수 없었던 한 인간의 내면이 폭발되는 장소로써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인간 관계의 의미도 담아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훈훈하게 끝나는 마무리는 오히려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형태에 대한 여운을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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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전에 민음사 퓨어 리뷰 이벤트에 당첨됐다..

 자사 출판사 계열 책 30권!!

 두둥!! 들었을 땐 기분이 좋았으나...

 한달이 지나고...

 그 다음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사소한 것도 아니고 밀리언셀러 30권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지라..

  알라딘에 문의를 하여

   알라딘님께서 출판사와 연락을 하여 담주 중으로 배송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주가 왔고... 또 배송이 오지 않았다.

  일단 기다려 보자 하고 10일 후에

  다시 알라딘에 문의했다..

  알라딘님께서 다시 출판사와 연락을 하였고.

  나는 출판사의 전화를 드디어 받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제세 공과금  68,420 을 내라는 게 아닌가...

  정가격을 기준으로 제세공과금이 나온다나..

  황당.....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책 30권에 당첨된 적이 있었으나

  자사 브랜드 책이라 제세공과금이 없다고 하였건만.

  민음사는 같은 계열의 회사이긴 하지만 다른 법인사업체의 도서라

  자신들도 구매해서 보내야 한다고 하는군..

   그리하여 5만원 미만이면 제세공과금이 없으니

    책 4권만 보내달라고 했다....

     완전 실망적이다......

    다음엔 민음사 관련 브랜드 이벤트엔 다시 참여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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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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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배에 탄 채 나흘 밤낮을 홀로 황새치와 싸운 늙은 어부와, 잡은 고기를 배 위로 끌어올릴 수가 없어서 뱃전에 묶어두자 결국 상어들이 그것을 먹어버린 이야기. 이건 쿠바 해안이 전해 준 멋진 이야기라네. 나는 모든 사실을 정확히 알기 위해 카를로스와 함께 그의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려고 해. (...) 내가 제대로 해낸다면 이건 훌륭한 이야깃감이야. 책 한 권이 될 이야기 말이네.”
 
 1939년 2월, 헤밍웨이는 스크리브너 출판사의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심장이 둘인 큰 강'은 이 작품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한때 그는 낚시 하는 것을 즐기느라 글쓰기를 제쳐둘만큼 빠져있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작품 속에 언제나 자신을 투영시켰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그저 소설인 것만이 아닌 실질적인 정신적 사유가 담겨있다. 또 그래서 쉬이 해석되지 않는 모호하면서도 표현하긴 어렵지만 내면의 진리가 있다. 그 진리는 말로 설명되지 않고 보여지는 형태를 받아들임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감상을 적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유난히 사냥에 대한 것과 죽음, 공허, 허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그의 작품을 보다보면 그 우울적인 요소가 감염되는 느낌이다. 행복해지고 싶어도 행복해지지 않는 한 인간의 고질적인 우울증은 변덕의 주범이 되고 까닭 모르게 문득 찾아오는 허무함은 공허의 공간을 맴돌다 심연의 한 부분을 건드린다. 이렇게 쓰여진 작품이 이 책 속의 단편들이다.

 

 "우리가 모든 걸 가질 수도 있었다고요. 우리는 지금도 모든 걸 가질 수 있어. 아니 가질 수 없어요. 우리는 온 세상을 가질 수 있어. 아닐 가질 수 없어요. ... 중략.. 우리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요. 한번 빼앗기면 다시는 돌려받지 못해요. 하지만 빼앗기지 않았잖아. 두고 봐요." -143p '하얀 코끼리 같은 산'에서는 남여의 대화가 그렇다. 의미 없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의지는 마치 삶에 대한 의미를 억지로라도 새기고 행복하지 못한 영혼이 기분 좋은 한 인간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아무 문제 없어요. 기분 좋아요."라는 마지막 문장은 그럼에 의미심장하다.

 

 '프란시스 머콤버의 짧고 행복한 삶'은 사자 사냥에 나간 머콤버가 막상 총 맞은 사자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리는 모습이 나온다. 죽어가는 사자는 오히려 마지막 힘을 다해서 저항하려 하지만 결국 윌슨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머콤버의 아내는 사내 답지 못한 자신의 남편을 대놓고 무시하고 윌슨을 유혹한다. 가진 것이라곤 돈 밖에 없던 머콤버는 다시 사냥을 나가자고 제안하고 물소를 총으로 쏜다. 쓰러진 물소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숲으로 뛰어가고...

 

 무언가 달라진 듯한 눈빛의 머콤버는 물소를 향해 쫓아간다. 머콤버의 짧고 행복한 삶은 어찌보면 비극적인 그의 삶에 대한 조롱이자 이 작품에서도 역시 찾아볼 수 있는 삶에 대한 허무이다. 인간과 인간이 맞닿아 사는 세상에서 절로 생겨나는 서로 간의 감정, 자존심, 일반적 관습 같은 것들은 사실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그런 것들에 집착하고 신경 쓰며 사내가 되고자, 겁쟁이가 아닌 강한 어른이 되려 했던 머콤버는 그래도 마지막 몇 분간은 자신이 원하는 인간상의 형태로 있었으니 만족했을 것이다. 비록 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 칭할 테라도.

 

 머콤버의 모습 또한 헤밍웨이의 다른 일면이라고 볼만한 일화가 있다.

 

 한 번은 어느 친구가 그의 팔에 난 긁힌 상처를 보며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헤밍웨이는 “사자 발톱에 긁힌 상처”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사자와 일대일 승부를 하는 파파의 모습을 상상했을지 모르지만, 문제의 사자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뉴욕의 한 서커스단에 있는 길들여진 사자였다. 파파가 용기를 과시하기 위해 굳이 조련사에게 부탁해서 우리 안으로 들어갔고, 순해빠진 사자와 장난을 치다가 긁힌 것뿐이었다.


 사실 헤밍웨이는 무척이나 소심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성격이었으며, 이런 약점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남성미를 과장하는 버릇이 있었다. 주위에도 그의 표리부동한 성격을 간파한 사람이 종종 있었다. 가령 스콧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는 헤밍웨이를 가리켜 “가슴에 털 난 계집아이”라고 빈정거렸다

 

  헤밍웨이가 이런 인물이어서 실망적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그만의 일은 아니다. 이 작품은 모든 사람의 삶을 압축시켜 빙 둘러 머콤버의 삶에 비유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처럼 바보 같은 집착과 어리석은 이유로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삶을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제 내 몸을 뉘며'는 전장에 대한 경험도 경험이지만 해밍웨이의 결혼관과 여자에 대한 생각과도 관계가 있다. 헤밍웨이는 여자와의 관계가 결코 원만하지 않았다.

 

 '킬리만자로의 눈'과 '어떤 일의 끝'에서도 주인공과 여자와의 대화를 통해 여자는 그에게 없으면 괴롭고 있어도 질리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얼핏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몇 번의 결혼과 이혼 경력이 있었고 성불구자이기도 했다.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주인공 제이크가 성불구자인 것은 헤밍웨이가 작품 전반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밑바탕에 깔아놓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사실 헤밍웨이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부풀리기도 하며 작품에 드러냈다. 그럼에 작품은 더욱더 빛을 발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명성을 망친 사건이 있었다. 1944년에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하자, 헤밍웨이 부부는 종군 특파원이 되어서 나란히 유럽으로 떠난다. 종군기자는 본래 비전투원이었지만, 헤밍웨이는 평소의 버릇대로 자체 의용대를 조직해서 총기를 휴대하고 마치 지휘관인 척했다. 심지어 파리 해방 당시에는 최고급 호텔인 리츠를 장악하고 마치 전쟁 영웅처럼 행세하다가, 급기야 연합군 사령부에 의해 계급 사칭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비록 실형이 선고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이 헤밍웨이의 명성에 적잖은 먹칠을 했다. 

 

 이후로 그가 쓴 작품은 독자들에게 외면 당하지만 말년에 완성한 '노인과 바다'로 다시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이 인기가 되려 헤밍웨이에겐 독이 되었는지 그의 우울증과 과대망상증은 심해진다. 그보다 훨씬 일찍 쓴 '킬리만자로의 눈'과 '살인자들'은 그가 늘 말하던 죽음에 대한 암시였을까..

 

 헤밍웨이라는 한 작가의 행동들은 종종 미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을지 모르겠지만 '헤밍웨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책을 덮은 지금도 뭔가 아른하게 스며오는 감정이 내 마음 속의 배경을 덮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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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hod=post name=EventComment action=/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20516_munhak>

 예전에 노인과 바다를 오디오문학으로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를 통해 책에 대해 관심이 생겨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근데 도무지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쉽게 적을 수가 없더라구요. 고기를 잡는 노인의 치열한 모습이 삶을 대하는 작가의 눈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고기가 불쌍하다는... 또 거기에 집착하는 노인도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는.. 그때 제 개인적인 느낌은 그랬어요. 그것이 삶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그려냈다는 건 요번에 킬리만자로의 눈을 통해 느낍니다.

 정리하자면, 이는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기 힘들어도 그 문장이 지닌 압축적인 힘이 건네는 메시지가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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