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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사회 -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개인적인 성찰의 결과물이자, 내가 지상에서 가장 덜 종교적인 지역에 살면서 발견하고 경험하고 새로이 배운 것들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이다. -15p 라고 저자는 밝힌다. 게다가 '표본의 가장 큰 단점은 편의성 위주로 구성되었으므로 임의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말했듯이 책 속의 내용은 개인이 자신의 나라가 아닌 전혀 다른 문화의 나라에 가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조사하면서 느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어떤 연구도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결과를 낼 수 없고 일부 사람들을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로써 일반적인 결론을 낸다. 여행가들도 외국을 여행한 뒤 그 감상과 느낌을 저술할 때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에 대한 체험의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들이 그 나라의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이 개인적인 성찰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스칸디나비아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문화는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나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담은 책은 아니다. '신 없는 사회'라고 명명했을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도서에 대한 주목 효과를 위한 것이라 보인다. 신 없는 사회가 아니라 종교적 특색이 그 나라 사람의 합리적이고 문화적 요소와 맞물려 일반적인 종교인의 모습과 다른 사회의 모습에 대한 고찰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대표적으로 예를 들며 그 나라 사람들이 종교와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화로 나눈 부분을 책의 상당가량 할애해 놓았고 이를 정리하며 저자의 생각을 틈틈히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복지가 잘 갖추어진 나라들이 종교의 힘이 약하다는 것과 미국이 극도적으로 종교적이라는 것을 비교하고 유대인과 덴마크인 스웨덴인을 비교하기도 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눈여겨볼 점은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자신이 종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미국에서 자신이 종교인이며 성경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미국에 살던 저자는 미국의 비이성적인 종교에 대한 맹신에 갑갑하고 억눌린 감정이 쌓였던 것 같다. 미국인들처럼 신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살면서 동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하기도 한다.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종교를 믿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국에서 무신론자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은행에서 빚이 많아 대출을 하러 온 사람에게 은행직원이 한다는 말이 빚이 쌓인 서류를 모아 지역 목사님께 찾아가 그것을 주며 기도해달라고 하고 헌금을 바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과 부시 대통령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라크 침공을 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신의 말을 전해듣고 이라크 전쟁을 한 것과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테러를 감행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부분을 역자가 언급했듯이 한국인의 정서에도 미국의 종교에 관한 맹신은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다. 물론 모든 기독교 종교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기독교 종교인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면이 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일부 기독교인들에 대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나도 교회와 성당 모두 가본 경험이 있고 이때에는 반 아이들의 절반이 넘는 수가 교회나 성당에 가본 경험이 있었다. 교회에 가면 학용품도 주고 과자도 주고 출석하면 주는 쿠폰으로 음식이나 문구류를 바꿀 수 있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교회도 한 교회가 아닌 여러 교회에 왔다갔다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교회나 성당과 멀어졌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교회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널목에서 한 남자가 입에는 엑스자로 표시된 마스크를 끼고서'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라는 빨간 문구가 적힌 커다랗고 네모난 간판을 메고서 사람들에게 소리 치는 것을 보고는 종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다. 또 어딘가에서 유명한 사람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에 대해 비난하는 기독교인을 보고 유독 기독교는 특별하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을 느끼며 불쾌감이 들었다.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 이야기로는 선교사로 교회에서 명망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데도 나이가 들은 노모에게 돈을 받아 옷이나 물건을 사는데 문제는 이미 물건들이 차고 넘치는 데도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마구 사는 낭비벽이 있었다. 때때로 노모에게 폭력을 휘둘리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독교에 귀의하라고 설득을 하는 선교사였던 것이다. 이런 일례의 사례로 기독교인을 싸잡아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듣고 보고 주위 사람으로 인해 직접 겪은 경험은 불쾌하기 짝이 없어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절로 생겨났다. 내 생각에 선교사란 자신부터 모범적으로 갖추어져야 남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기독교인은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지게 하려는 면이 있었다.
기독교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될 때에는 언제나 나와 직접적이지 않은 먼 매체를 통했을 때가 많았다. 가령, 멋지게 만든 영화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기아 문제를 구호해주는 단체들이 기독교단체와 연결되어 있을 때에는 좋은 이미지로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직접 만나거나 경험하는 기독교 관련 사람들은 별로 호감이 들지 않았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종교마다 좋은 모습과 좋지 않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종교가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한국의 문화적 종교는 불교에 가깝지만 요즘은 많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고 종교인이 많긴 하지만 한국도 종교의 힘이 그리 강한 나라는 아니다. 물론 미신적인 면은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직원이 빚이 있는 사람에게 목사에게 가면 해결된다고 말하거나 대통령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종교의 힘이 약한 나라라도 자의로 도덕적이고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 스웨덴이나 덴마크이다. 한국은 종교가 약하지만 미래가 불안정하고 복지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종교가 약한 나라인데도 모범적인 나라의 선례로 들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런 면을 보면 스웨덴 사람이나 덴마크 사람이니까 종교의 힘이 약해도 안정적이고 풍족한 나라를 만든 것이 아닐까란 의문을 꺼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신앙이 선천적인 특징이 아니고 종교가 건강하고 부유하고 속속들이 선한 사회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스웨덴이나 덴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종교의 힘이 약한 나라에서는 이런 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러니까 스웨덴이나 덴마크 사람들의 집단적 특성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것이 아닐까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종교의 힘이 강한 나라 또한 건강하고 부유하지 않고 속속들이 선한 사회가 아니라는 점은 현실 사회에서 줄기차게 보는 것이니 종교의 힘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됐든 확인되는 셈이다.
어떤 사회든 문제점을 안지 않은 나라야 없을테고 스웨덴과 덴마크 또한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들이 가진 복지정책은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상쇄시켜준다. 의료시설이 모두 무료이고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걱정할 필요도 없고 공교육과 정신과치료에 대한 시설, 노후 생활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척 모범적이고 부럽기 그지 없다. 독특한 것이 누진세를 많이 내야 하는데 부자들이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불만이 없다는 것이 놀랍고 평등이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부자들의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야 한다고 하면 미국이나 한국 같은 경우는 그러면 경쟁력이 없어져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핑계를 매일 같이 들며 극구 반대하고 있는데 스칸디나비아 같은 나라들을 보면 물질적 보상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성취감을 높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느님을 강하게 믿는 미국은 매일 같이 치안이 불안정하고 누구나 돈만 있으면 총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변호사나 사업가도 오늘 짤리면 내일 당장 굶을 것을 걱정해야 하고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룬다. 하지만 신을 믿더라도 미국이 믿는 것과 차원이 틀린 스웨덴과 덴마크는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고통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미국의 기독교인의 말에 대한 심한 아이러니인 듯 보인다.
문제는 신을 들먹이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 곧이곧대로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종교를 믿지 않아도 내 가치관이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중요해요."라고 말한 덴마크인처럼 종교에서 말하는 선한 것들을 취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인간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 공감, 사랑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간다면 굳이 신이 없어도 세상은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의미에서 부처를 내 안에서 찾으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