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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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현시대 부모들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평범한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평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또한 편견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그럼에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왔는지 알게 해주었다. 장애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예전에는 특히나 심했지만 그 처우나 행동에 대해서는 지금도 크게 발전한 바가 없다. 

  1911년에는 시카고에서 질병에 걸렸거나 장애가 있거나 불구인 사람은, 또는 대중적으로 그 밖에도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어떤 식으로든 눈에 거슬리거나 혐오감을 유발할 정도로 불쾌한 외모를 가진 사람은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시킬 수 없다. 는 법령이 통과되었다. - 62p

 더불어 히틀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열성 유전자의 수치로 여기고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지금은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없지만 정신적인 면으로는 크게 성장했다고 할 수 없어 아직도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은 그저 일반사람들이 다양하게 다른 것처럼 자신들도 일반사람의 다양성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람일뿐 다른 일반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런 평범함을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반 사람들과의 평범한 일상과 관계를 맺을 수 없는 현실을 다루는 이 책의 내용은 두께가 무척이나 두꺼운 데에 반해 술술 잘 읽혀지는 가독성이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마다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구분하여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 들어보는 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장애를 가진 자녀들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자녀들은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거나 상처를 받게 되고 절망하게 하게 되기도 한다. 수평적 관계란 부모나 자녀를 낳았을때 자신을 빼닮은 2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저버리고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처럼 부모와는 다른 존재의 자녀가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떳떳하게 자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에 일반 사람보다 더 많은 혼란을 겪고 이는 환경의 영향을 지극히 더더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까지 불우한 장애인들은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더 힘든 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이 방대한 내용을 읽기 쉽도록 잘 정리한 작가는 놀랍게도 자신이 게이인 것을 밝힌다. 게다가 난독증이었던 그는 자신의 경험과 일화, 성장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의 불가피한 생활이 사회적 통념에서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마다 그들마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로이 알 수 있었는데 각 장애마다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와 더불어 그들의 삶이 어쩌면 자신이 가진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더 고달프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끼리도 서로 견해가 다르기 마련이고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과 게이들은 서로 같은 범주에 넣길 원하지 않듯, 자폐증을 가진 사람은 정신분열증을 가진 사람과 다른 부류라고 그들 스스로 선을 긋는다.

 그런 내용들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는데 아마도 그들마다도 각각 선을 그어 어쩌면 자신이 그래도 다른 장애를 가진 부류보다 그나마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고 어쩌면 무심하고 무관심한 문제를 보다 솔직하고 진실되게 드러내어 세상에 내놓은 이전엔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관점의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몸이 불편함으로써 해서 외면당하고 소외되고 또한 각종 범죄로부터 취약해 많은 끔찍한 일들을 당한 일화들을 보면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도움만을 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씁쓸했다.

 또한 일반적인 부모라고 했을때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었을때의 마음가짐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는데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할 것이며 사회적인 관심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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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빚으로 지은 집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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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목에서 책 전체에서 주장하는 바를 다 나타내고 있다. 빚으로 지은 집. 경제 대공황으로 이어진 거품경제가 왜 나타났고 그 원인을 따지면서 지금까지 생각해낸 가장 적합한 방법을 모색한다. 경제분야 서적이라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생길 수 있지만 막상 읽어나가다보면 생각보다 이 책의 개요는 간단하게 정리된다.

 지금의 경제적 부채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상황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문제점이기에 한국의 상황에도 잘 대입해볼 수 있는 문제가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었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 즉 데이터를 이해하고 처리하고 거기에서 가치를 뽑아내고 시각화하고 상호 작용하는 능력이 앞으로 몇십년 동안 엄청나게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72p


 몇몇 학자들이 이에 대해 예론한바가 있듯이 아마도 미래에는 통계관련 직업이 큰 주목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도 현재 통계활용분야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세계 곳곳에서도 이 같은 행로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 같다.

 
 <자료를 보기 전에 이론부터 세우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사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만드는 대신 부지불식간에 이론에 부합하도록 사실을 비틀기 때문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의 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 -17p


 이 책의 저자들은 셜록 홈즈의 대사처럼 이론부터 세우기 전에 다양한 통계를 통해 분석하여 이론을 도출하고 있는데 그래서 설득력과 신뢰감이 더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실업이 늘어난 이유는 숙련도 불일치, 즉
 
 - 목수가 한순간에 간호사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모기지 브로커가 쉽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컴퓨터 전문가가 될 수 없다. - 103p


 시대가 바뀌면서 사라지는 직업과 새로 생겨나는 직업이 수없이 많은 현시대에 노인들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고 반면 젊은 층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인구 형태의 변화 또한 실업에 대한 설명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는 어떤 이유로 레버드 로스의 함정에 빠져들게 되는가? 다시 말해 무슨 연유로 빚은 그토록 크게, 그리고 결국에는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쌓이게 되는가?
 

빚은 단순히 파국의 악영향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빚은 거품을 키우며 이는 불가피하게 파국으로 이어진다. 레버드 로스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빚은 거품이 터질때뿐만 아니라 경기가 호황일 때도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107p


 거품이 일어나는 이유
 - 은행이 대출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수준과 전혀 관계없이 갑자기 대출 규모도 늘려주고 대출 이자율도 낮춰 준다고 해보자. 즉 동일한 소득 수준에서 신용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 어떤 경우는 원래 사려던 집보다 더 큰 집을 사려고 할 수도 있다. 만약에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신용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주택 수요가 확대되고 집값은 올라가게 된다. 대출받는 사람들의 신용도는 그대로이지만 은행들이 신용 공급을 늘리게 되면,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 157p


 킨들버거는 자산 가격의 거품은 신용의 증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들을 모아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실험을 했는데 빚을 내서 자산을 살 수 있게 하자 거품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결국 이는 도박에 빠질때의 심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사지만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자 내 시중에 돈이 없다면 빌려서라도 나중에 한번에 다 메꿀 수 있다는 한방심리가 생기기 때문에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관론자보다 낙관론자가 더 위험하다는 말은 이런 심리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전체적인 통계와 이론과 결론을 통해 저자들은 현시대에 가장 적합해보이는 정책을 건의한다.


 -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은 채무자와 채권자 간 보다 공평한 손실 분담을 강조한다. 보다 공평한 손실 분담이 무고한 사람으로부터 돈을 걷어서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략.. 가계 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재조정한다면 주택 소유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형편 이상의 집을 보다 쉽게 팔도록 할 수 있다. - 219p


 책임 분담 모기지.
 자본 이득 공유 조항으로 집값이 오를 경우 채무자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득의 5퍼센트를 채권자에게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또한 부작용이 얼마나 생길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그럴 듯한 건의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완벽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현재 한국 경제 또한 부동산을 살리자는 명목으로 거품경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는 것은 한국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지나간 부동산경제의 영광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지나친 가격의 부동산을 떠안고 허덕이고 있는건 아닌지 스스로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쉽게 대출을 해주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더 문제인 것은 비리의 온상으로 무분별하게 기업 살리기대출이나 여러 연계된 조직단체에게 거액의 대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한 스톱장치가 없다는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한 부채를 떠안게 된 저축은행 파산은 수많은 서민들의 부채로 떠안게 된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려보면 은행과 정부의 꼼꼼한 제도 재정비가 몹시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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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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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을때!
 위험에 빠졌을때 꼭 도와달라고 빌때!
 또한 우리는 살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하느님아버지를 찾으며 도와달라며 빈다.
 특이하게도 종교가 없는 사람도 때때로 불가항력의 운명에 맞섰을때는 꼭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을 찾으며 도와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곤한다.
 
 하느님이 꼭 같이 자기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시되...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인간의 마음도 어쩌면 계속해서 인간을 닮은 존재를 창조하며 반복하는 세상의 모습이 하느님의 습성과 닮았기 때문일까. 지금은 로봇을 최대한 인간과 닮게 만들려고 고군분투하는 세상을 보면 또다시 증명된다. 하느님의 습성이.
 
 사실 천국주식회사의 모습은 내가 한번쯤 생각해본 모습이기도 했다. 다만 미생 같은 회사처럼, 기업안에서 인간의 세상을 다룬다는 설정까진 가진 않았지만 동그란 공모양의 지구를 가진 거대한 신들 각자가 지구를 운영한다~ 뭐 이런 상상을 해보았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나보다. 천국주식회사는 말 그대로 주식을 나눠가진 최대주주가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사실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딴판의 모습으로 자신을 칭송하는 인간을 좋아하고 때때로는 인간세상에 무심하기 짝이 없으며 게으르고 나태하며 골프를 치러 다니는 작은 인간지구를 운영하는 큰 인간과 다름없다.

 자칫 종교인들에게 이 책은 하느님을 가볍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핍박당할지도 모르니 조심하시라.

 유머를 이해할 줄 알고 그 안에 들어있는 휴머니즘을 알아볼 수 있다면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과도 너무 닮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왕국, 즉 천국주식회사에 취업하여 머리에 비듬이 잔뜩 끼어 제대로 위생을 돌보지도 못할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원이 있는가하면, 빈둥빈둥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떼우는 상사, 오래 일하다보니 대충대충 일하게 되는 수많은 직원들과 패기 넘치는 신입생.

 수많은 인류의 위기와 기적은 이들의 손에 맡겨져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불러온다는 이론처럼 세심한 거미실타래같은 연계성 있는 구성구성을 불러내지만 결국 중요한 사건은 인간 그 자신의 행동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는 점. 이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이들의 큰 구성 안에서 인간의 삶에 영향을 살짝 끼칠수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적인 결단은 인간 그들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것이 이 책의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의 러브스토리는 특히 이 점을 중심적으로 보여주며 하느님을 설득하는 일개 사원 두명의 기적이 시작된다. 기적의 스위치를 누르는 건 인간들의 손에 맡겨진 채. 과연 그럴듯한 설득력을 가진 이 소설은 인간들에게 정말로 세상을 사는 법은 스스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때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나는 오늘 하루 천국주식회사에서 보내는 기적의 신호를 얼마나 잘 캐치하고 잘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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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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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한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주목을 끄는 이 책은 파트별로 나뉘어 젊은이의 개요에서부터 역사, 통계, 정의, 현황, 현실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딱딱하다거나 유연성이 없는 학문에 의존한 내용이 아니라 매끄럽게 서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책이다.

 

 불행한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행복한 젊은이들. 저자는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에 반면 현실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여러가지 상황이 한국과도 닮은 점이 많기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쓸 당시 저자의 나이는 26세 가량이었던 것 같은데 저자 역시도 젊은이의 범주에 속하고 있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중년이라고 생각했다. 중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젊은이들의 군상. 사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을 비판하고 부러워하며 시기하여 공격한다라는 느낌이 많이 든 몇 부문의 글들을 보면서 자신 또한 기성세대지만 객관적으로 봤을때 이렇다. 뭐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막판에 가서 반전의 나이를 보면서 아. 저자 역시 젊은이였구나. 라는 것을 확인하니 이 책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전반적으로 이 책 속에는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비판하고 어떻게 희생양으로 사용하는지 갖가지 예들을 통해 젊은이들보다는 기성세대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젊은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통계와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설득력 있는 결과를 근거로 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의 정치권이 왜 그렇게 열을 내면서 역사를 조작하는지를 알 것 같다.)


- 자신이 젊었을때 만든 파격적인 작품 '태양의 계절'로 태양족이라는 젊은층을 부르는 단어를 만들만큼 사회에 충격을 줬던 이시하라 신타로는 78세가 되어서는 "젊은이에게 자위대, 경찰, 소방관, 청년 해외 협력단처럼 타인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직업을 갖게 해, 일년 동안 구속해야 한다. 공공을 위한 봉사를 통해 심신을 긴장시킴으로써, 감정을 관장하는 뇌관을 단련시킬 수 있다." 라고 당당히 말한다.

 

 일본에 원자력폭발로 인해 큰 재난을 입었을때 소노 아야코(79세)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를 처리하는 데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노인 부대'를 조직해 투입해야한다고 말해놓고서 정작 자신은 항상 헬맷을 휴대하고 다녔으며 물도 400리터나 비축해 두었다고 한다. 과연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고, 노인에게 '객사할 각오'를 하라고 한 [나이듦의 지혜] 의 저자다운 행보다.. 라고 꼬집으며

 이시하라 신타로는 젊은이들에게 재해 지역으로 달려가라고 훈계했다.  -


  시대가 바뀌면 젊은 층이 살아가는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살아왔던 세상의 잣대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층을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저렇다. 쯧쯧. 이라는 말은 곧 옛날 시대가 태평천하의 시대를 말해주는 시대였다고 볼 수는 없다. 옛날이 더 행복했느냐. 에 관한 말도 기성세대에 속하는 의미이지 현시대의 젊은층은 완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식의 토론은 끝이 없는 토론이 될 것이다. 기성세대와 현세대로 나뉘어 그들은 이렇다, 저들은 저렇다 식의 논쟁은 네편, 내편 갈라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결과 없는 싸움이니까.

 

 단지 좀더 기성세대가 살아온 연륜이 있는 만큼 너그러움과 지혜를 가지고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을련만 기성세대 또한 현세대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회에 물들었기 때문에 갈수록 시각이 편협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젊은층은 기성세대의 거울과 다름없다. 아이가 태어나서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교육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른들이 참 잘 살아야겠구나. 그래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본보기가 되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결국 아이가 부모의 거울인것처럼 젊은층은 노인들의 거울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젊은층을 욕하는 것은 자신을 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끝없는 불황과 비좁은 취업문, 부조리한 사회제도.. 이 모든 불행한 상황에서도 행복한 젊은이들. 왠지 무척 안쓰럽고 위로해주고 싶은. 무언가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세상 속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왠지 젊은이를 위한 응원을 아낌없이 날리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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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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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알았던 대로,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은 서울을 보면서 서울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압축시켜놓은, 그래서 뚜껑을 열면 펑하고 부풀어지는 이불팩같다.

 

 지방에서도 서울에서 느끼는만큼이나 몸소 실감하지 못하는 것들이 없는 바도 아니나 서울에서 느끼는 노골적인 것만큼이나 드러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서울은 지방에서 미세하게 드러나는 것들이 대놓고 다차원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같다.

 

 김중혁의 단편집으로 묶인 '1F/B1 일층, 지하 일층'"c1+y = :[8]:" 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단편 곳곳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미로처럼 모든 것이 얽히고 섥혀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온 추억을 가지고 있는 화자는 서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의 긍정성을 말했다면,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는 서울이라는 복잡하고 대한민국의 장단점을 모두 아우르는 것들이 어쩌면 서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 초중반까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는 않는다. 철저한 분석과 서울의 이모저모를 경제적, 역사적, 사회적, 어쩌면 통계적인 부분까지 곁들였다. 이런 주제를 딱딱한 방식이 아닌 에세이형식처럼 경험과 더불어 풀어가는 이 책은 사회에 대해 통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체적 시각을 보여준다.

 

 시장의 자유화에 따른 심화된 경쟁사회와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는 경제적 딜레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화두에 던지며 여러가지 사건들과 예들을 거론하는데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식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지 않고 독자에게 생각해볼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절로 떠오르는 것이 몇일전에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장그래에게 오차장이 하는 말 중  "여기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는줄 알아?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중략."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공부를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적은 시간만 해도 뛰어난 수완을 내는 몇몇 사람말고는 일반적으로 그만큼 시간과 물질적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그보다 일찍 시작하는 가정도 있고.)장장 6-9년동안 초중고라는 학교에 얽매여 자유를 느껴볼 틈도 없이 취업을 위해 대학4년, 연수에다 유학에다 학위증을 따기 위해 다시 몇년을 더 공부에 공부를 하고 그렇게 어렵게 해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환경 안에서 점점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으려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젊은 층이 줄어들면 경제가 침체되므로 정부는 대책 없는 정책만 일시적으로 내놓았다가 없애기를 반복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한다.

 

 결국 마지막장 즈음엔 저자 또한 현시국의 한국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코노미는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행태로 흐른다. 그런 이코노미를 그대로 흡수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감성과 인정없는 사회는 갈수록 내리막의 시대를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인정없는 것들에 빨간 불이 켜진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들을 당장 생각하고 바른 방향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는 타인지옥이라는 사르트르가 했던 말을 늘 떠올리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할 열쇠가 아닐까. 지금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중요한지 알지만은 골치 아프니까 나중에.. 하며 미루다가는 영영 펼쳐지지 못하게 되는 세상의 곪은 상처들이 되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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