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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 테오의 13일
로렌차 젠틸레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테오의 13일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을 과연 어른이 잡아내기가 쉬울까..
이 책은 정말 아이의 시선을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철저히 아이가 되어서 쓰지 않고서는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 ^^
테오라는 멋진 이름을 지닌 소년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이자 주관적인 시점의 1인칭 관찰자시점이기도 하다. 테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테오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말, 행동들을 통해서 우리는 사건들의 중심내용을 파악하게 된다.
중산층의 일반적인 가정으로 보이는 테오의 집은 테오의 시선으로 보자면 사실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아버지는 늘 바쁘고 일에 찌들어있으며 집안에서는 가정적이지 못하다보니 늘상 아내와 불화가 생기고 점점 멀어지면서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로 인해 멍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늘 걱정에 잠겨있다.
그런 부모님의 밑에서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외모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누나와 터울이 많은 테오는 조마조마해하며 눈치를 본다. 재밌는 건 테오가 누나를 원숭이에 비유한 것이었는데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는 부분은 바로 누나를 원숭이로 그려서 위로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희극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상황을 해소하여 승화시킨 부분이다.
나폴레옹을 우상으로 여기며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테오의 바람은 이 책에서 집안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한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사실 집안에 대한 고민은 테오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 부모님의 일은 테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린 테오의 눈에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쩌면 영향을 끼쳐서 부모님이 변할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독특하게도 테오에게 자살이라는 꼬리로 연결이 된다.
나폴레옹은 죽었고 나폴레옹과 꼭 만나고싶고 자신이 천국에 가면 자식을 잃은 슬픔에 부모님의 사이가 어쩌면 더욱더 돈독해질지도 모르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꼬리로 이어지는 건 테오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테오의 13일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어쩌면 테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지니며 독자는 책을 읽어나가게 되는데.. 마지막의 장면은 사실 큰 반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뭔가 모르게 배움이 있는 소설,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엮어놓은 청소부 밥이라던가 마시멜로이야기라던가 같은 느낌도 살짝 든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눈물이 펑펑 쏟는 격정적인 슬픔과 감동은 없지만 테오의 13일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어린아이들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겠는가.. 단지 나이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게 알고 있는 것일뿐 결코 무시하지 못할 상대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어린시절엔 어떤 생각을 했었지.. 하고 떠올리게 되는 테오의 13일.
가독성도 좋고 위트도 있는 책이다.
[함께 보면 좋을 책]
[ 함께 보면 좋을 영화~]
테오의 13일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왠지 밀리언즈 영화처럼 유쾌한 시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