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위니콧(Donald Winnicott: 1896 - 1971)은 대상 관계이론분야의 전문가인 영국의 정신분석가이다. 진정한 자아와 거짓 자아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페북에서 다음과 같은 그의 글을 읽었다. ˝It is a joy to be hidden, but disaster not to be found.˝ 인간 심리의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면모를 잘 설명한 글이란 생각이 든다.

국내에 나온 책으로 ‘한 어린 소녀의 정신분석적 놀이 치료사례‘라는 부제가 붙은 ‘피글‘이란 작품이 있다.(이 책은 내게 잘 맞을 것 같다. 놀이, 정신분석, 어린 감수성 등이 키워드란 점에서.)

백의에서 나온 장 다비드 나지오의 ‘위대한 7인의 정신분석가‘에 7인의 한 사람으로 소개되어 있다.(도널드 위니코트로 명명)

나지오는 눈(NUN)에서 나온 ‘카우치에 누운 정신분석가‘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밖에 눈에서 나온 안젤라 조이스의 ‘리딩 위니코트‘가 있다.

다시 위니콧의 말을 이야기하면 나는 언급된 그 글을 보고 나희덕 시인의 ‘푸른 밤‘을 생각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길이었다....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지름길이었다˝(직관적이지만...)

출처(出處)란 말이 있다. 출(出)은 출사(出師) 즉 현실 정치에 참여해 배운 바를 실천하는 행위이고 처(處)는 은일함 곧 초야에 묻혀 도를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숨음(hidden)이든 발견(found)이든, 출이든 처이든 모두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 내게 유난히 어필되는 것은 내 마음의 갈팡질팡 때문.

정중동(靜中動)이나 동중정(動中靜)은 있지만 출중처(出中處)나 처중출(處中出), 은중현(隱中顯)이나 현중은(顯中隱)은 없는 세상. 그 둘 사이에서 매혹되는 것은 나의 신경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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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분이 대학때 낙제를 받은 적이 있다는 글(2017년 1월 10일 경향신문 기사 ‘결국 문제는 정치다‘)을 중요 참고점으로 삼아도 될까? 신뢰하는 분이란 서강대 정치학과 손호철 교수이다.

그분은 대학때 데모를 밥먹듯 하다가 정치란 무엇인가란 시험 문제에 상식에 기대어 만백성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란 답을 냈다가 낙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 분이 지금 제시하는 답은 정치란 갈등 조정의 제도화이다. 내가 손 교수의 글에서 취한 요지는 준비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 6곡을 대중 앞에서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13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했다. 심지어 그는 아흔 살에도 하루 네 다섯 시간씩 연습을 했다.

왜 그렇게 열심이시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자신은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답한 그는 삶을 마치기 직전까지 첼로 연습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시험 준비를 게을리한 탓에 점수가 나쁘게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읽느라 머리가 아팠던 까닭도 있지만 이는 내 잘못이다.

시험 준비만 했다면 머리도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것이고 시간도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나를 돌아본다. 나는 과연 문화해설을 사랑하는가.

시연으로 만회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행히 내가 할 완성된 시연 시나리오에 좋은 평이 답지하고 있다. 이제 쉬고 외울 일만 남았다.

내가 생각해도 시나리오가 만족스럽다. 미션, 질문, 쉬운 내용, 흥미, 직접성(전시 유물을 설명하는) 등에서 그렇다.

지금까지 두 차례 치른 시연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아 내 스타일을 고수했다. 일부러 어렵게 한 것은 아니고 결과적으로 어렵고 관념적이었다. 순응이 최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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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 플라스(mise - en - places) vs 데뻬이즈망( de‘paysement)... 모든 것이 반드시 제 자리에 있는 것 vs 어울리지 않는 낯선 곳에 있는 것. 두 가지 모두 어려움.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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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누군가의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황동규 시인의 시 ‘즐거운 편지‘ 중 일부)이겠지만 나도 한때(2007년 1월 ~ 2009년 7월)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삶을 살았다.

물론 채식주의에도 등급이 있어 내가 취했던 식습관(vegetarianism)은 완전 채식주의주의(veganism)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세프 출신의 현대미술 컬럼니스트 최지영의 ‘그림의 맛‘을 읽고 있다. 예술과 요리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저자가 언급하는 여러 낯설고 생소한 미술 유형들 중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운동이 내 관심을 끈다.

저자는 아르테 포베라 운동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과 생필품을 해결하는 자발적 가난뱅이인 프리건(freegan)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잘 알다시피 프리건은 자유를 의미하는 free와 완전채식주의자를 뜻하는 vegan의 합성어이다.(아르테 포베라는 art poor 즉 가난한 예술을 뜻한다.)

공감할 바이지만 나는 아르테 포베라 또는 프리건을 보며 초기 불교의 승복인 납의(衲衣)를 연상한다.(衲; 기울 납) 납의란 조각 조각 깁고 꿰맨 회색빛 옷 정도의 의미를 갖는 말이다.

깁고 꿰맨 옷을 입고 청정 수행을 하던 초기불교의 수행자들은 연꽃이 진흙탕 속에서도 청정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닮았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옷이 누덕누덕(해지거나 터지고 찢어진 곳을 여기저기 매우 지저분하게 기운 모양)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누덕누덕한 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물론 요즘 누덕누덕한 옷을 입는 사람이 없으니 이는 허름한 옷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어떻든 생각에도 퀄리티의 차이가 있다.

수행자가 아니어서 삼의일발(三衣一鉢; 세 벌의 옷과 하나의 밥그릇)의 원칙이 얼마나 유효하고 또 지켜지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게 수행자가 아닌 이상 옷과 생각이 모두 말끔하고 단정한 것이 좋을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모든 편향(偏向)은 바람직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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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차 시험을 너무 못 봐 멘붕 상태에 빠져 다음 주 2차 시연 장소인 고궁박물관을 찾아 테마는 찾지 않고 한 동안 멍하게 있었다.

오늘 어지럽고 위가 아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힘이 드는 독서 대신 누운 채 스마트폰 검색을 했다. 정조와 문효세자, 창덕궁의 동궁과 후원 영역을 테마로 설정했는데 문제는 미션 (제시)이다.

해설은 관념적이거나 어려워서는 안 되지만 처음에는 궁여지책으로 임금이 농사를 장려하기 위해 친히 농사를 짓던 밭인 적전(籍田)과 임금이 농사짓는 친경(親耕)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적(籍)이란 글자는 문서, 장부, 기록, 사물의 모양 등등 외에 경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임금 특히 후원을 중심으로 한 임금의 활동을 표현하는 글자로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창덕궁의 동궁 및 후원과 직접 관계가 있지는 않고 어렵고 관념적일 수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다시 눈물을 머금고 다른 것을 찾느라 시간을 썼다. 정조가 가진 최초 기록들 중 전시 유물들과 관계 있는 것을 극적으로 찾았다.

피드백을 해주신 선생님께서는 먼저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골프에서 힘빼는데 삼년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만일 컨디션이 좋았다면 책에서 어려운 것들을 찾느라 아니 짜내느라 애썼을 것이다. 오래 전 몸이 아파서 좋은 것이란 글을 블로그에 썼다.

호흡을 조절하고 욕심을 내려놓고 겸허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떻든 그런 내 글에 누군가 내가 조선 선비 같다는 말을 했다. 한 시름 놓았다.
오늘 아침 선생님께 시험을 잘 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오늘 다시 설정한 미션이 훨씬 좋다는 말씀을 들으니 어설프고 못난 모습을 만회한 듯 해 기쁘다. 감사드린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첫 번째 미션에 대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서 해설의 퀄리티가 다르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당연히 쉽고 메시지 있는 미션 설정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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