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Mer)와 태양(Sault)의 결합체인 뫼르소를 생각해 봅니다. 사형수로서 난생 처음 세계의 부드러운 무관심(또는 무차이)에 마음을 열었다는, 카뮈 ‘이방인‘의 주인공....길고 거대한 타락에 바탕을 둔 모든 감각을 통해 선지자가 될 수는 없는 시간들을 통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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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도 면에서 최고의 역사 강사는 설민석이다. 물론 그는 충분한 실력도 갖추었다. 내가 여쭌 한 문화해설사는 설민석의 강의에 약간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누군가는 그의 강의 스타일이 연기(演技) 같다고도 말한다. 물론 연기를 닮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런 엇갈림은 너무 당연하다. 호평 일색이거나 악평 일색인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이력에 의하면 설민석은 연극영화과 졸업 후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강의는 제스추어와 리듬감 있는 언어 구사, 쉬운 스토리텔링 등으로 빛난다.

단언할 수 없지만 다이나믹함이나 리듬감이 없는 강의는 죽은 강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이나믹하면서 리듬감 있는 언어 구사, 참여를 유도하는 강의를 니체가 말한 비극에, 그렇지 않은 강의를 소크라테스적 미학에 대응시켜 볼 여지가 있다. 물론 두 항들이 아무 문제 없이 곧바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어떻든 그리스적 비극이 도취에 바탕한 참여, 감정 이입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스타일이라면 소크라테스적 미학은 이성 중심과 절제, 공감을 유도하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대화이다.

 

독서(讀書)와 간서(看書)의 차이도 중요한 단서다. 독서는 소리 내어 읽는 것(낭독朗讀)이고, 간서는 소리 없이 머리로 읽는 것(묵독黙讀)이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은 낭송(朗誦)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파동(波動)을 접하는 행위인 낭송은 텍스트와 자기의 세포가 섞여 에너지나 기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낭송(朗誦)은 글을 소리 내어 외우거나 읽는 것이고, 낭독(朗讀)은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뜻하니 약간의 차이가 있다.(誦은 외울 송이다. 암송은 글을 보지 않고 외우는 것이고, 낭송은 보고 소리내어 읽는 것이다.)

 

불교의 그 유명한 결집(結集)도 오늘날처럼, 쓰인 것들을 모으거나 정독(精讀)하여 교정하고 정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입으로 함께 암송하는 모임이었다.(미즈노 고겐 지음 ‘불교의 성립과 전개’ 71 페이지) 결집이란 불전(佛典) 편집을 위한 모임이다.

 

석가(釋迦) 입멸(入滅) 이후 더 이상 그의 살아있는 가르침을 들을 수 없기에 말씀을 정리해 문서로 만들어야 할 필요를 반영하는 모임인 결집은 (석가모니께) 이렇게 들었다는 의미의 여시아문(如是我聞)이란 유명한 말을 낳았다.

 

보르헤스는 말에 비해 항구적(恒久的)이며 죽어 있는 글의 속성을, 글은 남고 말은 흐른다는 말로 설명했다. 플라톤은 말은 빠르고 신성한 것이라 설명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함께 하는 해설을 할 수 있을까, 란 궁리가 설민석을 말하게 한 것이다. 말을 진정 살아 있는 것이 되게 하려면 유도하고 변화를 주고 역동적이게 해야 한다.

 

이서영 아나운서는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적인 실체에 동적이고 생생한 서사 구조를 삽입함으로써 그 실체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그로 인해 그 실체를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떠올리기 쉽도록 하며 자신과 연관 짓기 쉽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7일 만에 끝내는 스피치’ 220 페이지)

 

지난 12월 22일 서울역사박물관 중촌 & 남촌 시연은 내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시간들이었다. 적당한 간격과 완급조절이 없었던 내 모습은 변화구 없이 강속구 일변도의 투구를 하다 난타당한 정통파 투수를 닮았다고나 할까?(더구나 긴장 때문에 듣는 분들과 눈을 맞추지도 못했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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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시와 그림으로 쓴 산문 ‘활자에 잠긴시’

그 첫 번째 이야기 쇼팽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박시하

 

▶ 책소개

 

첫 선을 보이는 ‘활자에잠긴시’

시로 쓴 산문.

한 번쯤 시로 쓰고 싶은 산문.

쇼팽, 켄 로치, 올리버 색스!

시인이 평소 동경하는 예술가와 만납니다.

당신의 ‘활자에잠긴시’를 들려주세요.

 

올겨울, 첫 선을 보이는 알마 ‘활자에잠긴시’는 시와 그림으로 쓴 에세이로 알마 출판사가 오랜 준비 끝에 선보이는 산문 시리즈다. 저자인 시인이 평소 동경하고, 많은 영향을 주는 예술가와 일대일로 만나서 서로 경계를 두지 않고 소통한다. 때로는 편지를 주고받고, 서로의 관심을 나누고, 무심한 듯 응시하기도 하며 각자의 가슴 속에 담긴 이야기를 시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자유롭게 풀어간다.

 

박시하,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활자에잠긴시’의 첫 번째 이야기는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이자 최근 쇼팽 스페셜 리스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임동혁을 통해서 더욱 유명해진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다. 감각적인 문체로 삶의 소소한 기적을 발견하는 시인 박시하가 쇼팽을 만났다.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은 시와 그림으로 쓴 산문인 ‘활자에잠긴시’ 시리즈의 첫 문을 여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에서 시인 박시하는 평소 쇼팽과 그의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각각 ‘만남’, ‘사랑’, ‘이별’, ‘대화’라는 테마 아래서 ‘발견’, ‘불일치’, ‘망각’ 등의 다양한 사유로 기록한다. 저자는 평소 쇼팽을 만나는 삶을 통해서 독자에게 쇼팽의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쇼팽이라는 우주가 가진 빛나는 감정들, 쇼팽과 저자 사이에 오가는 비밀들을 독자에게만 은밀히 보여준다.  

 

이벤트 참여하기 

1. 기간 : 2016년 12월 18일 ~2016년 12월 25일

2. 당첨자 발표 : 2016년 12월 26일 

3. 모집인원 : 20

4. 참여방법

필수) 이벤트 페이지를 SNS(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스크랩하세요.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5. 당첨되신 분은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네이버도서'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이벤트 기간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인간의 영역 밖, 쇼팽

쇼팽은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음악으로서만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이야기한 사람이다. 그는 15세 때 처녀작 ≪론도 작품 1≫을 내놓았고, 18세 때 베를린을 방문해 유럽 음악계를 견문했다. 특히 유럽 음악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주회를 열었을 때 슈만은 그를 이르러 “여기 천재가 나타났다”며 청중들에게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라고 말한 바 있다. 쇼팽은 음악에 몸과 영혼을 다 바쳤다. 그의 삶은 아픔으로 얼룩졌지만, 그의 음악은 완벽하다. 완벽. 하지만 그것은 얼마나 불가능한 단어인가! 저자는 불가능함에 이른 쇼팽의 음악을 가리켜 “노래가 되었고, 시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쇼팽이 살았던 삶, 슬픔과 고통, 환희와 기쁨을 통해서 저자는 그의 음악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으며 음악을 통해서 쇼팽 특유의 우유부단하고 서글펐던 몇 번의 사랑을 천천히 추적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만남, 사랑, 이별, 대화

저자는 음악이 곧 만남이고 대화이며 동시에 사랑과 이별을 동반한다고 담담하게 읊조린다. ‘만남’, ‘사랑’, ‘이별’, ‘대화’로 이루어진 이 길지 않은 이야기는 분명 쇼팽에 관한 산문이라는 점에서 다른 에세이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마치 책 속의 책처럼, 산문이라는 형태 안에서 ‘쇼팽’과 ‘박시하’라는 예술가가 더욱 밀접하게 교류하는 이야기다. 그것이 여느 산문집과 다른 신선함으로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때론 쇼팽과 무관해서 쇼팽이 한 번쯤 “나를 기다리냐”고 되물으며 책 밖으로 차가운 손을 내밀기도 한다. 경계 너머, 시와 그림으로 쓴 산문 ‘활자에잠긴시’ 그 첫 번째 이야기 손님 쇼팽.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손님 박시하. 이 둘의 활동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책이라는 테이블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 만나고, 응시하고, 사랑하며 때로는 이별하는 먹먹함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피아노의 시인과 기적의 시인이 만나다

작가는 ‘음악성 그 자체로 이미 시’인 쇼팽의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쇼팽, 그의 음악은 단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 매우 조심스럽고 예민해서 마치 이 세계가 은밀히 품고 있는 비밀 같다. 작가는 시라는 것이 세계의 비밀을 누설한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피아노 앞에서 이 세계가 품은 비밀을 연주하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때론 쇼팽을 바라보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때론 쇼팽의 음악을 만나 삶을 확장시키는 주체로서 작가의 따뜻한 응시가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지금 쇼팽을 기다리는 또 한 명의 독자와 만나려 하고 있다.  

지은이 박시하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편집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았고 2012년 첫 시집 《눈사람의 사회》(문예중앙)와 2016년 두 번째 시집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문학동네)를 냈다. 산문집 《지하철 독서 여행자》(인물과사상사)를 냈으며 독립잡지 《더 멀리》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시와 산문을 계속 쓰고 있으며, 소설 읽기와 음악 듣기, 산책하기를 사랑한다. 성차, 성 정체성, 나이와 사회적 지위, 신체적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위계와 폭력을 반대한다.

 

그린이 김현정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덕성여자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평면조형을 전공했다. 2008년 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신진예술가 부문에 선정되었고, 기억 속의 장면이 현재와 만나는 지점을 포착하여 회화의 감각에 집중하는 그림을 그린다. 2009년 《always somewhere》, 2012년 《열망Desire》 등 지금까지 6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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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사정과 동기는 각인각색일 것이다.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는 말을 한 베케트가 이런 말을 했다. "잘 하는 게 글쓰기 밖에 없어서"... 자신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다는 다산과, 감추는 방법을 잘 활용한 글을 썼다는 연암 가운데 내 글쓰기 스타일은 어디에 가깝냐고 물은 적이 있다.(물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어제였다.)

 

연암쪽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소 의외인 답을 듣고 잠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다. 그분의 취지는 내 글을 구성하는 높은 인용 빈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베케트의 말에 빗댄다면 내게 '체험에 근거한 깨달음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내가 셀프분석을 잘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몇 분 있다. 그분들 중 한 분이 바로 내가 다산과 연암 운운하며 질문을 던진 분이다.

 

바울이 베드로에 대해 말한 것은 베드로보다 바울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말이 있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한스 요하임 마즈가 한 말이다. 내가 인용하거나 근거하는 주장이 나를 알리는 실마리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내가 인용하는 글들은 나를 드러내는 만큼 한계도 갖는다. 남의 것이기에 나를 속속들이 드러낼 수는 없으리라.

 

하기야 온전한 나의 체험이란 것이 있을까? 그런 것이 설령 있다고 해도 표현은 늘 의도를 배반하고 핵심 밖을 맴돈다. 앞 부분으로 돌아가 말하자면 곡진하다는 점에서 다산에 가까운 성향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연암에 가까운 글(수준이 아니라 성향)을 쓴다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물론 나는 두 유형이 필요한 경우가 각기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생엔 미지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나는 커다랗게 열려진 황혼의 괄호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꿈꾸는 기분에 잠겨 있었다."란 시(*)가 생각난다.

 

* 김승희 시인의 '낯선 고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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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닐 타이슨과 떠나는 우주여행 헤르메스 1
캡 소시어 지음, 이충호 옮김 / 다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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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논픽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캡 소시어(Cap Saucier)의 ‘우주 여행’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닐 디그래스 타이슨 전기(傳記)‘ 플러스 ’처음에서 마지막까지 쉽게 일별(一瞥)한 천문학‘ 책이다. 미항공우주국(NASA)가 발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8년에 태어난 타이슨은 과학에 재능이 있고 별과 천문학을 사랑했지만 인종 차별 때문에 우주 비행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아예 도전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흑인 및 여성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NASA는 각각 흑인(1967년)과 여성(1978년)에 대한 정책을 폐기했다. 타이슨은 성격이 좋은 닐 세이건을 멘토로 삼았다. 세이건은 과학 대중화에 공을 세운 사람이다. 과학자인 타이슨은 유머 감각까지 겸비한 만능 저술가이다. 타이슨은 만일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되면 무엇을 가지고 가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가 답한 것은 와인 한 상자, 글 쓸 때 필요한 양초, 음악, 책 두 권(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와 뉴턴의 ‘프린키피아’), 망원경 등이다. 우리도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무엇을 이야기할까?


천문학 책이기에 별 이야기에 연결된 빛, 스펙트럼, 원소 주기율표 등 이야기가 쉼없이 나오는데 저자는 독자를 고려해 “천체물리학자가 되려면 과학과 수학을 잘해야 해요. 닐은 수학이 우주의 언어이므로 정확한 방정식들을 알면 우주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해요.”(57 페이지) 같은 친절한 말로 상세한 안내를 한다. 그런데 천체물리학자는 의사소통 능력도 좋아야 한다. 소통이란 강연, 글 등으로 지식을 전하는 것을 말한다.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블랙홀을 지나 저자는 우주 화석을 이야기한다. 화석 인류의 뼈 화석과 발자국 화석이 고인류학자에게 진화를 알아내는 단서이듯 천체물리학자에게 화석은 오래된 은하에서 나온 가스와 빛이다. 암흑물질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우주화석이 될지도 모른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암흑 물질 때문에 우리 은하의 별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별들의 질량에서 나오는 중력만으로는 회전하는 은하에서 나오는 별들이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96 페이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 7000km(초속 약 30km)이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를 우리가 못 느끼는 것은 자전이 일정 속도로 일어날 뿐 아니라 공기도 우리와 함께 돌기 때문이다.(115 페이지) 지구는 1월에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고 7월에 가장 멀어진다. 물론 계절 변화는 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달이 없다면 지구는 불안하게 뒤뚱거리며 자전할 것이고 농부들은 농작물 파종 시기를 아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동물의 생활 주기는 혼란스러울 것이다.(117 페이지)


모든 행성들은 둥글다. 아니 둥글어야 행성으로 인정받는다. 중력은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물체를 똑같은 힘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모든 물질을 중심에 최대한 가까이 배열하려면 구(球)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124 페이지) 태양계가 끝나는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분명히 구분하는 경계선은 없다.(153 페이지) “교양 있는 시민이라면 과학자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도 기본적인 과학 개념을 알아야 해요. 모든 사람은 우리 앞에 닥친 과학의 쟁점을 알 필요가 있어요.”(158 페이지) “아직 과학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기초 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요.”(159 페이지)


1972년 이후 달을 밟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타이슨은 달의 뒷면은 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고 믿는다. 달에는 공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우주의 모습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훌륭한 과학자는 마음이 아직 어린 사람이다. 결코 호기심을 잃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솔직하고 우주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동기가 강하다. 천체물리학자, 저자, 강연자, 교사. 관장, 과학 전문가, 시민, 아버지 등.. 이 모든 것이 타이슨이 수행하는 항목들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우주생물학자이다. 이들은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 생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학자이다. 우주생물학자는 천체물리학자와 긴밀히 협력해 다른 행성과 위성의 대기와 표면을 연구한다. 다른 곳의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체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탄소 대신 규소 같은 원소를 분자의 기본 구조로 사용하는 것, 액체 상태의 물 대신에 메탄이나 암모니아 같은 액체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199 페이지)


전편을 통틀어 가장 가슴 뛰는 구절은 우리가 아는 생명은 모두 우리와 마찬가지로 DNA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과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206 페이지)이다. 또한 이제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와 화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는 말도 그렇다. ‘우주여행’은 분량이 짧지만 인상적인 여운을 주는 책이다. 과학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주를 꿈꾸는 것, 상상력을 갖는 것이리라. 이것이 캡 소시어의 ‘우주여행’이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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