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이
김정현 지음 / 학고재 / 2012년 6월
평점 :
<누이>
김정현 작가는, 작가가 되기 전에 서울 시경 강력계 형사로 13년간 재직하다 1994년 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96년 가정과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초상을 그린 소설 <아버지>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버지>를 제외하면 다른 작품은 읽어본적 없는데 대표작으로 <아버지>,<어머니>,< 아들아 아들아>,<맏이>가 있고 <누이>는 2012년 6월에 학고재에서 출간된 가족소설의 완결판이라고 한다.
누이 영순은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일찌감치 서울로 상경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월급은 최소한의 돈을 떼어놓고 시골 집으로 송금하고, 똑똑한 남동생을 가르치기 위해 서울로 불러들여 학비를 대며 그렇게 살았다. 똑똑한 남동생은 공순이라는 신분의 누이가 창피했지만 누이의 도움을 거절할 수 없었기에 대학을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강우는 술집에서 싸움을 했고 큰 돈의 합의금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한푼 두푼 모아서 동생을 가르치고, 자신의 앞날도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동생을 전과자로 만들 수 었었기에 공장을 그만두고 술집으로, 요정으로 출근하기에 이르렀다. 강우는 그녀에게 희망이자 배움의 상징이었고, 또다른 그녀 자신이었기에 강우의 추락을 막아야만 했다. 한시적이 아닌 평생의 굴레가 그녀에게 덧씌워진 것은 시대가 준 아픔이기도 하고, 큰딸은 살림밑천이라는 세간의 인식이기도 했으며, 그녀 자신의 배움이기도 했다.
새파랗게 어린 누이가 ,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누이가 큰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술집이 최선이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평생에 굴레로 남는다. 남편을 만났지만 그녀가 더럽다 여기고, 자식 앞에서 못할 말도 서슴치 않던 그는 결국 길거리에서 죽었지만 자식은 이미 엄마에게서 멀어졌을 뿐... 그래도 엄마였기에 자식을 놓을 수 없었던 그녀의 피맺힌 삶을 읽어가며 많이도 울었다. 동생이 누이에게 느끼는 채무 의식도 한편으로는 이해를 하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 그래도 그만큼 가르치고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던 누이의 행색이 아무리 초라하다 한들,, 그렇게 외면하고 자신의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을까? 사업에 성공해 60평 아파트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누이를 도와줄 생각은 왜 안해봤단말인가? 조금 더 성공하면? 조금 더 돈이 모아지면? 누이를 돕고 싶었을까?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면 동생 강우는 정말 이기적인 존재다. 결국 누이가 간경화 판정을 받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때까지도 자신만을 위해서 살았던 그녀석이.. 밉다..
-" 아니야! 당신도 몰라. 나란 놈은 애초부터 짐승만도 못한 새끼였어. 어쩌면 내 마음속에 그런 누이가 창피하다는 쓰리게 같은 생각이 내내 들어 있었는지도 몰라. 맞아, 그랬을 거야. 돈은 받아 쓰면서도. 그 돈을 주는 누이는 부끄러워했던 거라고! 그래서 투명인간처럼 여기며 아예 의식에서 지우려 했던 거야! 평생을, 불과 세 살 많은 , 다르지 않은 청춘의 누이인데! 열일곱 그 설레는 가슴에 보이지않는 그물을 뒤집어씌워서, 희망의 골수를 야금야금 도둑처럼 빨아먹고! 내가 누이의 인생을 거덜 낸 거야! 처음 부터 망치고, 도중에 아예 수렁으로 밀어 넣고, 결혼부터 한답시고 마지막 못까지 박아서 아예 벗어나지도 못하게 한 거야! 그러니 차마 돌아보지도 못한 거지. 인간의 양심이 남아서 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예 양심이 바닥나서 뻔뻔하게 외면했던 거야! 오히려 귀찮아하면서!" 125p-
누이.. 남자 형제들이 부르는 호칭인 누이.. 내게도 남동생이 있지만 나는 소설 속의 영순 처럼은 못할것 같다. 누이 영순씨가 살았던 시대와 내가 살아왔던 시대가 달라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녀의 희망이었던 남동생 강우를 향한 사랑은 어떻게 표현 할 방법이 없을듯했고 시대가, 가족이 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다시피 해야했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나는 멈췄을 것같다. 내 가족을 일구었으면, 내 자식을 낳았으면 내 가족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누이의 희생으로 온 가족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면 그녀의 과거가 어떻든간에 누이를, 딸자식의 생채기 난 가슴을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를 읽었을 때도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누이>를 읽어가면서도 많이 울었다. 울고 싶지 않은데, 그녀가 선택한 삶이 답답해서 울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간경화로 몸이 그렇게 망가졌는데도 남의 때를 밀어 번 돈을 동생에게 건네주던 그녀가 참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간절함이 손에 잡혀 또 울음이 터지고.. 답답함과 짜증, 폭발하는 감정과 서려운 눈물이 번갈아가며 찾아왔던 <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