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동네에 새로 생긴 헌책방에 다녀왔다. 지상층이 아닌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서자마자 쾌적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느낌은 새책방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훌륭하다. 실내 인테리어도 신경을 꽤나 쓴듯하고, 공간활용을 위해 사이드쪽으로 간단한 2층까지 마련해 놓았으며, 서적을 종류별로 분류해 놓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좁디 좁은 골목길을 연상시키는 다른 헌책방과는 사뭇 달랐기에 헌책방이 아닌 새 책방에 온듯한 산뜻한 느낌이 들어 좋았지만 , 헌책방 만의 특별한 무질서함, 오래된 책냄새가 나지 않아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아이들과 산책 삼아 오며가며 들렀던 우리 동네 헌책방은  좁은 통로 마다 무더기로 쌓아놓은 책들 위에 걸터앉아 책을 고르고, 읽었는데,,, 새로 생긴 이 중고 책방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산뜻해서 좋지만 어색함까지 동시에 갖춘 새 헌책방의 나들이에서 아이들은 음악 씨디를 두어장 골랐고,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한 권 데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시집을 들고 시 한편 읽노라니 이 시집의 본래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 굳이 헌책을 왜 샀을까 싶기도 하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예나 지금이나 읽으면 읽을수록 맑은 느낌이다. 시인들만의 독특한 시어도 별로 없이, 일상에서 느끼듯 , 늘 보고 ,듣고, 만지는 사물과 ,삶, 자연을 시로 옮겨놓은 수녀님의 시집...<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는 76편의 시가 담겨져 있다.

 

나를 키우는 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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