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Queen - Absolute Greatest
퀸 (Queen) 노래 / 이엠아이(EMI)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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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때 많이 들었던 퀸의 앨범~ 이제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는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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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Edward The Great - The Greatest Hits
이엠아이(EMI)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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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팝에 심취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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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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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중고매장에서 2400원에 데려왔는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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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산문집
유안진 지음, 김수강 사진 / 문예중앙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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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처를 꽃으로>

요즘 에세이와 시집이 왜그리 좋은지 모르겠다. 그나마 에세이는 사람 사는 세상을 또다른 눈으로 볼 수 있기에 가끔 찾아 읽지만 , 시는 함축된 언어의 몸짓이기에 어려움이 먼저였고, 어려운 것을 피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자주 읽지 못해왔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보았던 시 마저도 뜻을 오롯이 내 안에 간직하지 못하고 내맘대로 , 내 뜻대로 해석하고 읽어왔는데 유안진 시인의 에세이집을 읽어가며 간간히 포함된 시의 향연을 맛있게 마셔봤다.

 

이 책을 읽기 전, 주말에 아이들과 중고 서점엘 다녀왔다. 예전에는 그렇게 많던 서점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졌고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는 대형 서점만 두 곳 남아있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지만 기억나는 헌책방이 두 곳 있고, 아이들과 나들이 삼아, 아이들 표현대로 하자면  득템하러  가끔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넷 모 서점에서 헌책방을 곳곳에 오픈했는데 동네에 원래 있던 오래된 헌책방 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책 정리도 잘 되어있어 새책방 못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오래된 헌책방만의 특별한 무질서함 ,책냄새가 없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새로 생긴 헌책방의  넓디 넓은 공간을 두어바퀴 눈으로 훑으며 둘러보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시집이 모여있는 코너였는데 생각보다 시집이 많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곳에서 평소에 좋아하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2,400원에 데려와 행복했는데 , 본문 중간중간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는다는 유안진 시인의 귀여운 투덜거림이 보여 한참을 미소지었다. 슬러퍼를 끌고 동네를 산책하다가 , 보기는 많이 봤지만 한번도 들러본적 없는 커피 전문점에 들어갔는데 왜 한번도 찾아주지 않았느냐는 주인의 인사에 대한 유안진 시인의 속마음을 잠깐 옮겨보면~~

 

- 커피는 가짓수가 많아 성가시다. 미식가도 아니고 고상하지도 못해 골라내기도 힘이 든다. 얼굴은 익은데 왜 이제야 들러주느냐고 한마디하는 주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다가도 , 별투정 다 듣네. 동네에 새 가게가 생길 때마다 들러야 하는 의무까지 져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고, 안 마셔도 좋으니 지나다니지만 말고 자주 들러달라는 말에 또 웃어주고 만다. 안 팔리는 게 커피만인가? 시집은 더 안 팔리는데...  책방에 가봐요! 시집 코너는 아예 눈 씻고도 못 찾지. 골목마다 생기는 커피집을 생길 때마다 어떻게 다 들러주느냔 말이다. 한잔에 자꾸 말을 걸어 후루룩 마시고, 그렇게 답답하던 집에 와서 벌렁 누워 책을 펼치니, 내 세상이 따로 없다 - 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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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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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은 내 학창시절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였던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기억된다. 코팅된 책갈피, 책받침도 생각나고 , 친구들과 우정을 다짐하며 주고 받았던 시절이기에 신문에서 처음 접한 에세이 출간 소식을 몹시도 기대했었다.  지금까지 저자님의 책을  몇 권은 읽었을테지만 기억 저편으로 모두 날아가버렸는데 <상처를 꽃으로>에서 그분을 많이 알아버린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 속에 표현된 내용들이  그분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왠지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느낌이기도 하여 더 좋아진다. 포근함 속에 숨겨진 까칠함도 간간히 보이고,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드러났던 그분의 짧막한 시 한편, 생활 한편이 마냥 좋아진다. 이런 맛에 에세이를 찾아 읽는 것이겠지만,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해 준 유안진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었다

국보 제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빠알간 구리동전

꺽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을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 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본문 15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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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는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 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 곳 한 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산이 되었을 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 자리에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는 항상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위 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 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 주는 불빛이 되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나며,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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