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공지영. 그녀가 지난 25년 동안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써내려갔던 많은 작품들 속에서 스스로 뽑은 치유와 위무의 언어들로 구성된 앤솔로지...  깨알 같은 글이 담겨져 있지 않았는데도  한 페이지.. 또 한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한시간 이상을 머뭇거리며 진행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도 보이고 새로운 글도 많았기에 ' 아~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괜찮네~. 조만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과 메모를 끄적여봤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과 <상처 없는 영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머뭇거리며 생각을 했고 전체를 모두 읽어봤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가을이 넘어가기 전에 두 권의 책을 담아본다.

 

몇 일동안 느리게 느리게 읽어가며 유난히 내 눈에 많이 띄는 단어가 상처다.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때론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가라앉아 애써 꺼내어 놓거나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솟구치는 생채기들... 너무 아파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그 생채기들을 직시하면서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살아 있는 모든 곳은 상처를 받고, 생명이 가득 찰수록 상처는 깊고 선명하다. 새싹과 낙엽에 손톱자국을 내본다면 누가 더 상처를 받을까. 아기의 볼을 꼬집어보고 노인의 볼을 꼬집어보면 누구의 볼에 상처가 더 깊이 남을까? 생명이라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위해 몸을 바꾸어야 하는 본질을 가졌기에 자신을 굳혀버리지 않고 불완전하게 놓아둔다. 이 틈으로 상처는 파고든다.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이 긔만큼 살아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상처를 버리기 위해 집착도 버리고 나면 상처가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들어서는 자유를 맛보기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신의 특별한 축복이 아닐까도 싶다. -18p-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듯하다. 그저 아팠으니까. 그저 내 잘못이 아니었기에 화가 났으니까. 그러나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데 오래도록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랬구나.. 기분 좋은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것에 집착하고 놓아주지 못하면서 나 혼자 괴롭고 힘들어했을까... 그런 생각으로 오래도록 이 글을 곱씹었다...

 

 

상처라는 것. 그것은 사랑 때문에 생겨난 상처일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상처일수도 있고, 친밀한 가족 관계 속에서 생겨난 상처일수도 있으며 자기가 자기에게 낸 생채기일수도 있다. 어떤 모양새를 하고 생겨난 상처이든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고 아파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하든 치유를 경험하기도 한다. 상처라는 검은 덩어리 속에 갇혀 자기에게 내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그것은 누구도 아닌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삶일테니까..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공지영 앤솔로지를 읽어가며 가끔 이전에 읽었던 책 속의 글귀들이 보일때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느낌과 지난 일들이 마법처럼 되살아나기도 했다.  마음에 담아둔 글귀가 선집에도 보였기에 반가웠고 어떤 마음으로 그 글귀들을 노트에 옮겨적었는지도 생각났는데 이것은 묘한 경험이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어본것은 아니기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꼽아본다. 이 책을 자신에게 주고 싶었다는 공지영 작가..그리고 세상의 모든 자신을 자신이게 해주고 자기의 책을 자기 책으로 오래 지속되게 해준 독자들에게 주고 싶다는 그녀... 25년 동안 써내려갔던 작품들 속에서 치유와 위무의 언어들을 뽑아서 만들어낸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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