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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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치매환자 웬디 미첼이 아나 와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치매병력을 기록했던 <내가 알던 그 사람;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55335038>의 뒷이야기를 정리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냈습니다. 원제목은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입니다. ‘사람들이 치매에 대하여 알았으면 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제목을 들여다보니 알다(know)’의 과거형 알고 있다(knew)’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치매라는 끔찍한 질환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치매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처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역시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웬디는 20147월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썼습니다. 그리고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2021년에 썼는데, 치매 진단을 받고 8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삶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영국의 경우는 치매환자도 정상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웬디는 치매진단을 받고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두려운 질병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치매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고서 겪은 일들을 정리했다고 하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는 치매라는 질병을 이해하기 위하여 배운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치매환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더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논문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책의 얼개를 보면 편집자의 뜻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 나는 예전처럼 편하게 대화하기 못한다. 특히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더 어렵다(130)”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누리사랑방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매환자는 감각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부터 새로 맞게 되는 관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치매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환경, 치매환자가 느끼게 되는 감정과 유지해야 할 태도 등을 주제로 하여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로 진단된 환자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투병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표현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기억을 앗아가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냄비의 물이 끓을 때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들처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14)”


하지만 말기 치매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웬디는 다양한 주제로 치매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가능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겠습니다만, 다음 책에서는 치매가 더 진행된 환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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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파일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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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알바니아를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돌의 연대기><잘못된 만찬> 등을 통하여 많이 친숙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금년에 새로 고쳐 나온 <H 파일>을 읽게 된 것도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만,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 있었습니다.


<H 파일>은 뉴욕에 거주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민속연구가 두 사람이 알바니아의 N시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알바니아 당국에 입국사증의 발급을 요청하였을 때, 알바니아 당국은 두 사람이 모종의 사명을 띤 첩자로 오인하게 되었습니다. 당국에서는 N시의 시장에게 두 사람의 동정을 감시하도록 지시를 내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N시에서도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물소뼈 여인숙에서 지낼 예정이라 해서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시장은 N시에 도착한 두 사람을 브리지게임에 초대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사람을 보내 두 사람의 짐을 조사하도록 시킨 것입니다. 그들의 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두 사람이 알바니아를 방문한 목적을 알 수 있습니다.


발칸반도, 정확하게 말하면 알바니아 북부 지역을 포함해서 몬테네그로의 일부 그리고 보스니아의 몇몇 고장을 아우르는 지역에서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와 유사한 시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윌리 노튼과 맥스 로스는 알바니아 북부의 음유시인들이 전하는 무훈시들이 생성되는 기전을 밝히려고 이곳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특히 한 음유시인이 시차를 두고 같은 노래를 부르도록 하여 차이를 비교해보려고 했습니다.


물소뼈 여인숙은 고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음유시인들이 여행 중에 들러 쉬는 곳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여인숙에 투숙하고서 바로 한 음유시인의 노래를 반복해서 녹음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놀랍게도 음유시인이 시차를 두고 노래한 천여행의 가사 가운데 두 행만이 빠져 있었고, 한 행의 일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음유시인의 망각 때문이었을까요? 음유시인은 수천 행에 달하는 노래의 가사를 깡그리 외워서 노래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정한 이야기의 틀 안에서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들어 부르는 것일까요? 한 사람의 음유시인이 시간 차이를 두고 같은 노래를 부르도록 하여 비고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이유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세웠던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일은 알바니아에 전해오는 무이의 서사시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닮은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무이와 아내 아이쿠나에 관한 서사시에서도 다양한 판본이 있다는 것입니다. 윌리와 맥스는 호메로스 이전에 전해오던 일리아스 역시 다양한 판본이 있었을 것이고, 호메로스는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후세에 전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생각해보니 금년에 고전독서회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을 때 헬레네의 처신에 관하여 따로 토론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화가 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라면서 던지고 간 황금사과를 헤라, 아테네 그리고 아프로디테 가운데 주인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헤라는 아시아의 군주를, 아테네는 전투에서의 승리를 약속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아프로디테가 고른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였습니다. 파리스는 스파르타로 가 헬레네와 함께 트로이로 달아났습니다. 그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고 트로이가 멸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헬레네는 스스로 파리스를 따라나섰던 것일까요? 아니면 강제로 납치되었던 것일까요? 그런데 트로이가 멸망하고서는 다시 메넬레오스에게 돌아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하여 호메로스는 전혀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헬레네의 행적과 비슷한 무이의 아내 아이쿠나의 행적에 관하여도 다양한 판본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호메로스 이전에도 헬레네의 행적에 관한 다양한 판본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H 파일>은 발칸반도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서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고 두 사람이 연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나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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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즐거움
어니 젤린스키 지음, 문신원 옮김 / 물푸레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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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내달리듯 하던 삶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던 것은 환갑이 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하긴 그 뒤에도 뭔가에 홀린 듯 바쁘게 사는 날들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사는 나날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2인분의 업무를 시작했는데, 지난 주에는 맡은 일이 3인분에 달하였고, 이번 주부터는 충원이 되어서 1인분을 덜어냈지만, 2인분의 업무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쉴 틈이 별로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은 아마도 요즈음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어니 J. 젤린스키는 잘 나가는 작가이자 전문 상담역입니다. 작가 소개에 따르면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5,6,7,8월과 같이 달의 영어 이름에 r이 들어가지 않는 달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Don’t Hurry, Be Happy!>입니다만, ‘Smart Ways to Slow Down and Enjoy Life’라는 부제의 의미를 담아 우리말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Don’t Worry, Be Happy!>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의 미친 듯한 질주에 당혹스러워 긴장을 풀고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을 담았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혔습니다.


저자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대하여 제1장 서두르지 않고 즐겁게 사는 방법, 2장 돈과 행복, 3장 일터, 그리고 제4장 일상생활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그것도 긴 문장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몇 줄로 압축한 글들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이 이런 형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짧은 문장이기 때문에 울림이 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어가다가 처음 표시를 해둔 대목을 옮겨보겠습니다. “뭔가 색다르고 편안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공원으로 가서 앉거나 눕기 좋은 편안한 자리를 물색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주위에서 들여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최대한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53)”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밑에 누워 한두 시간 정도 소설책을 읽을 수 있을 만한 나무를 찾아보라.(61)”


정말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서울 근교에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오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껴보려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편안하게 앉아 쉴만한 곳을 찾아서 잠시 책을 펼쳐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 호텔에 머물며 관광을 하는 대신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 체류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해보는 것도 대단히 귀중한 체험이다. 홈스테이를 알선해주는 도우미들을 찾아가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 줄 것이다.(64)”


책읽기를 즐겨하는 저로서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만일 과중한 정보량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신청해놓은 잡지 몇 종을 과감히 취소하라.(69)”는 조언은 받아들이기도, 버리기도 쉽지 않은 것입니다.


두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의 속내를 담은 글도 있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부모님을 등한시해선 안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얼마나 바쁘든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드려라.(81)” 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언젠가부터 전화를 챙기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들은 아직 어린 탓인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글쓰기에 인용하면 좋을 듯한 대목도 있습니다. “친근한 거리를 느긋하게 거닐되 이번에는 최대한 주의 깊게 관찰을 해라. 전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었는지 감탄하게 될 것이다.(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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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 판미동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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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길지 않은 삶을 돌아보아도 젊었을 때와 비교하여 지금은 삶 자체가 복잡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엮어낸 인간관계도 복잡해진 탓도 있겠지만, 하는 일 자체도 여러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루지기 때문입니다.


삶의 복잡도는 물질적 욕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고도 합니다. 특히 가진 것이 많을수록 욕구도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떤 욕구들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지만, 어떤 욕구들은 기생충처럼 들러붙어 우리를 착취하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욕구의 얽매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 해결방안이 떠오를 것입니다.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되돌리면 되지 않을까요? 최근에 최소주의(minimalism)이라는 사회철학, 문화예술적 사조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미를 추구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삶 자체에서도 다양한 영역을 단순화하는 최소주의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진보주의 목사 샤를 와그너는 <단순한 삶>에서 욕구를 줄임으로서 삶 자체를 단순하게 가져가자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쓸모없이 거추장스러운 일들이 우리 마음에 온기와 생기를 다시 불어넣어 주어야 할 이상적인 진실과 정의와 선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우리의 복잡한 삶을 살펴보고, 이어서 단순함의 본질을 정리한 다음에는 생각, , 의무, 욕구, 기쁨, 정신, 명성, 가정생활 및 사교생활, 아름다움 그리고 사회관계 등에서 추구할 단순함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순함을 위한 교육에 대하여 말합니다.


저자는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상태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존재방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일 때, 다시 말해서 아주 솔직하게 그저 한 인간이고 싶을 때 가장 단순하다.(31)”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삶이란 우리의 바람과 행동을 우리 존재의 법칙과 일치시켜 애초에 신이 의도했던 모습 그래도 인간답게 살면 된다.(31)”는 것입니다. 내면이 단순해지면 삶도 단순해지기 마련입니다.


세상사 생각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걷는 데 필요한 건 이미 다 갖추고 있으니 그냥 앞으로 가라!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분별력 있게 힘을 사용하라고 말입니다. 최근에 우리사회의 커다란 병폐로 지목되고 있는 가짜소식에 관한 대목도 있습니다. ‘사회관계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루어지고, 이 믿음은 각자의 진실함으로 유지된다. 진실함이 줄어드는 순간부터 믿음은 변질되고 관계는 손상되며 불안감이 번진다. 이는 물질적인 이해관계나 정신적인 이해관계의 영역에서도 모두 사실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들과는 장사나 사업을 하기도 힘들고, 과학적 진실을 찾거나 종교적 합의를 도모하거나 정의를 실현하기도 역시 못지않게 힘들다.(59-60)’ 언론의 복잡한 말은 사람들을 서로 불신하게 만들기 때문에 과장되고 극단적인 말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병폐를 시사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행복, 독립, 도덕적 섬세한, 연대감 등이 줄어드는 것, 이는 욕구에 지배당한 결과다. 그 밖에도 부정적인 측면은 많지만, 그중 공공복지의 위기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사회의 욕수가 너무 크면 현재에 몰두해 과거의 승리를 희생시키고 미래를 제물로 바친다. ‘나중에 될대로 되라지.’하는 식이다! 이윤을 얻으려 숲을 깎고, 영글지도 않은 밀을 먹어치우고, 오랜 노동의 결실을 한나절 만에 파괴하고, 불을 지피려 가구를 태우고, 당장의 아늑함을 위해 미래를 빚으로 채워 궁여지책으로 살고, 내일을 위해 곤경, 질병, 파멸, 시기 원한 등을 심는다.(105)”


저자는 단순함의 정신은 매우 위대한 마법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정신은 우툴두툴한 부분들을 매끄럽게 가다듬고, 균열과 심연 위로 다리를 짓는다. 손과 마음을 가깝게 놓는다.(238)라고 했습니다.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 서로 이해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유대이고, 민족은 바로 그 유대와 함께 세워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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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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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동물은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우주의 시원이 135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진 것은 45억 년 전이고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38억 년 전입니다. 현생인류의 뿌리가 되는 호모 속이 등장한 것은 250만 년 전인데 현생인류가 등장한 것은 불과 20만 년 전입니다.


20만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현생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는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흔히 현생인류의 운명을 바꾼 계기로 1만여 년 전에 시작한 농업혁명, 18세기에 시작한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에 시작한 정보혁명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신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교수는 <사피엔스>에서 현생인류의 운명의 흐름이 바뀌는 혁명적 사건으로 7만 년 전에 인지혁명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사이에 15세기의 과학혁명을 추가하였습니다.


하라리교수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사피엔스>를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현생인류는 현재 지구라는 행성의 경계를 넘어서려 하고 있고, 핵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며 생명체의 형태가 자연선택보다 지적설계에 의하여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지적설계가 생명의 기본 원리가 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초인에 의하여 대체될 것인가? 하는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라고 현생인류가 걸어온 길을 짚어보려 한 것 같습니다.


<사피엔스>는 제1부 인지혁명, 2부 인류의 통합, 3부 인류의 통합, 4부 과학혁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현생인류도 초기에는 그저 하루살이를 걱정하는 하찮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현생인류가 6종의 호모 속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인지혁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지혁명은 현생인류가 똑똑해진 시점이 있었다는 것인데, 인지혁명이 있었다는 증거는 분명치가 않다고 합니다저자가 <사피엔스>를 저술하게 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현생인류는 삶을 바꾸는 도구를 발명하였습니다. 도끼, 배 등 수렵과 어로에 도움이 되는 도구 등입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들을 이용하여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이야기한 대약진입니다. 하라리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인지혁명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인지혁명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현생인류의 뇌 안에서 일어난 배선의 변화로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새로운 유형의 언어가 만들어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서 협동의 긴밀도가 높아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인지혁명은 신, 국가, 돈 등 형태가 없는 존재들을 만들어냈는데, 이 또한 종교, 정치체계, 교역, 법적 제도 등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무형의 자산을 이루어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삶의 형태를 완전하게 바꾸어놓은 농업혁명에 대한 평가도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농업혁명으로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농부는 수렵채집인들 보다 더욱 열심히 일해야 했습니다. 반면 먹거리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건강도 더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잉여농산물에 대한 권리는 생산자가 아니라 지배계층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농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였다는 것입니다. 농업혁명은 교역망을 확대시키고 제국이 출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과학혁명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성장과 지구화를 불렀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로 인한 환경파괴를 불렀다고 주장합니다. 과학혁명은 산업혁명, 정보혁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현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명공학 혁명이 현생인류의 미래를 달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인류는 죽음마저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인류의 대약진을 설명하면서 아프리카 벗어난 현생인류가 호주대륙에 상륙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는 일은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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