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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 판미동 / 2016년 5월
평점 :
저의 길지 않은 삶을 돌아보아도 젊었을 때와 비교하여 지금은 삶 자체가 복잡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엮어낸 인간관계도 복잡해진 탓도 있겠지만, 하는 일 자체도 여러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루지기 때문입니다.
삶의 복잡도는 물질적 욕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고도 합니다. 특히 가진 것이 많을수록 욕구도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떤 욕구들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지만, 어떤 욕구들은 기생충처럼 들러붙어 우리를 착취하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욕구의 얽매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 해결방안이 떠오를 것입니다.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되돌리면 되지 않을까요? 최근에 최소주의(minimalism)이라는 사회철학, 문화․예술적 사조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미를 추구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삶 자체에서도 다양한 영역을 단순화하는 최소주의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진보주의 목사 샤를 와그너는 <단순한 삶>에서 욕구를 줄임으로서 삶 자체를 단순하게 가져가자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쓸모없이 거추장스러운 일들이 우리 마음에 온기와 생기를 다시 불어넣어 주어야 할 이상적인 진실과 정의와 선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우리의 복잡한 삶을 살펴보고, 이어서 단순함의 본질을 정리한 다음에는 생각, 말, 의무, 욕구, 기쁨, 정신, 명성, 가정생활 및 사교생활, 아름다움 그리고 사회관계 등에서 추구할 단순함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순함을 위한 교육에 대하여 말합니다.
저자는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상태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존재방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일 때, 다시 말해서 아주 솔직하게 그저 한 인간이고 싶을 때 가장 단순하다.(31쪽)”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삶이란 “우리의 바람과 행동을 우리 존재의 법칙과 일치시켜 애초에 신이 의도했던 모습 그래도 인간답게 살면 된다.(31쪽)”는 것입니다. 내면이 단순해지면 삶도 단순해지기 마련입니다.
세상사 생각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걷는 데 필요한 건 이미 다 갖추고 있으니 그냥 앞으로 가라!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분별력 있게 힘을 사용하라’고 말입니다. 최근에 우리사회의 커다란 병폐로 지목되고 있는 가짜소식에 관한 대목도 있습니다. ‘사회관계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루어지고, 이 믿음은 각자의 진실함으로 유지된다. 진실함이 줄어드는 순간부터 믿음은 변질되고 관계는 손상되며 불안감이 번진다. 이는 물질적인 이해관계나 정신적인 이해관계의 영역에서도 모두 사실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들과는 장사나 사업을 하기도 힘들고, 과학적 진실을 찾거나 종교적 합의를 도모하거나 정의를 실현하기도 역시 못지않게 힘들다.(59-60쪽)’ 언론의 복잡한 말은 사람들을 서로 불신하게 만들기 때문에 과장되고 극단적인 말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병폐를 시사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행복, 독립, 도덕적 섬세한, 연대감 등이 줄어드는 것, 이는 욕구에 지배당한 결과다. 그 밖에도 부정적인 측면은 많지만, 그중 공공복지의 위기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사회의 욕수가 너무 크면 현재에 몰두해 과거의 승리를 희생시키고 미래를 제물로 바친다. ‘나중에 될대로 되라지.’하는 식이다! 이윤을 얻으려 숲을 깎고, 영글지도 않은 밀을 먹어치우고, 오랜 노동의 결실을 한나절 만에 파괴하고, 불을 지피려 가구를 태우고, 당장의 아늑함을 위해 미래를 빚으로 채워 궁여지책으로 살고, 내일을 위해 곤경, 질병, 파멸, 시기 원한 등을 심는다.(105쪽)”
저자는 ‘단순함의 정신은 매우 위대한 마법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정신은 우툴두툴한 부분들을 매끄럽게 가다듬고, 균열과 심연 위로 다리를 짓는다. 손과 마음을 가깝게 놓는다.(238쪽)라고 했습니다.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 서로 이해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유대이고, 민족은 바로 그 유대와 함께 세워진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