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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평점 :
영국의 치매환자 웬디 미첼이 아나 와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치매병력을 기록했던 <내가 알던 그 사람;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55335038>의 뒷이야기를 정리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냈습니다. 원제목은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입니다. ‘사람들이 치매에 대하여 알았으면 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제목을 들여다보니 ‘알다(know)’의 과거형 ‘알고 있다(knew)’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치매라는 끔찍한 질환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치매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처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역시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웬디는 2014년 7월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썼습니다. 그리고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2021년에 썼는데, 치매 진단을 받고 8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삶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영국의 경우는 치매환자도 정상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웬디는 치매진단을 받고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두려운 질병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치매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고서 겪은 일들을 정리했다고 하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는 치매라는 질병을 이해하기 위하여 배운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치매환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더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논문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책의 얼개를 보면 편집자의 뜻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 나는 예전처럼 편하게 대화하기 못한다. 특히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더 어렵다(130쪽)”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누리사랑방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매환자는 감각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부터 새로 맞게 되는 관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치매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환경, 치매환자가 느끼게 되는 감정과 유지해야 할 태도 등을 주제로 하여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로 진단된 환자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투병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표현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기억을 앗아가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냄비의 물이 끓을 때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들처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14쪽)”
하지만 말기 치매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웬디는 다양한 주제로 치매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가능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겠습니다만, 다음 책에서는 치매가 더 진행된 환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