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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즐거움
어니 젤린스키 지음, 문신원 옮김 / 물푸레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앞만 보고 내달리듯 하던 삶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던 것은 환갑이 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하긴 그 뒤에도 뭔가에 홀린 듯 바쁘게 사는 날들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사는 나날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2인분의 업무를 시작했는데, 지난 주에는 맡은 일이 3인분에 달하였고, 이번 주부터는 충원이 되어서 1인분을 덜어냈지만, 2인분의 업무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쉴 틈이 별로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은 아마도 요즈음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어니 J. 젤린스키는 잘 나가는 작가이자 전문 상담역입니다. 작가 소개에 따르면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5,6,7,8월과 같이 달의 영어 이름에 r이 들어가지 않는 달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Don’t Hurry, Be Happy!>입니다만, ‘Smart Ways to Slow Down and Enjoy Life’라는 부제의 의미를 담아 우리말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Don’t Worry, Be Happy!>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의 미친 듯한 질주에 당혹스러워 긴장을 풀고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을 담았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혔습니다.
저자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대하여 제1장 서두르지 않고 즐겁게 사는 방법, 제2장 돈과 행복, 제3장 일터, 그리고 제4장 일상생활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그것도 긴 문장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몇 줄로 압축한 글들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이 이런 형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짧은 문장이기 때문에 울림이 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어가다가 처음 표시를 해둔 대목을 옮겨보겠습니다. “뭔가 색다르고 편안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공원으로 가서 앉거나 눕기 좋은 편안한 자리를 물색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주위에서 들여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최대한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53쪽)”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밑에 누워 한두 시간 정도 소설책을 읽을 수 있을 만한 나무를 찾아보라.(61쪽)”
정말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서울 근교에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오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껴보려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편안하게 앉아 쉴만한 곳을 찾아서 잠시 책을 펼쳐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 호텔에 머물며 관광을 하는 대신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 체류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해보는 것도 대단히 귀중한 체험이다. 홈스테이를 알선해주는 도우미들을 찾아가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 줄 것이다.(64쪽)”
책읽기를 즐겨하는 저로서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만일 과중한 정보량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신청해놓은 잡지 몇 종을 과감히 취소하라.(69쪽)”는 조언은 받아들이기도, 버리기도 쉽지 않은 것입니다.
두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의 속내를 담은 글도 있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부모님을 등한시해선 안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얼마나 바쁘든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드려라.(81쪽)” 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언젠가부터 전화를 챙기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들은 아직 어린 탓인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글쓰기에 인용하면 좋을 듯한 대목도 있습니다. “친근한 거리를 느긋하게 거닐되 이번에는 최대한 주의 깊게 관찰을 해라. 전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었는지 감탄하게 될 것이다.(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