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고, 그 거짓말을 들으며 사는 사람은 진리를 더 이상 분별하지 못하고, 자신도 남도 존중할 수 없게된다"라는 말이 나온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면 결국 어떤것이 진실인지 깨달을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가까운 누군가와 다퉜을 때, 혹은 일하다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겉으로는 남 탓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 잘못도 조금있지 않을까?‘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그러다가 "아냐, 나는잘못 없어"라고 그 생각을 외면해 버리기도 한다. 남의 행동에는 온갖 이유를 들어 엄격하게 따지면서, 내 행동에는온갖 핑계를 들어 관대하게 합리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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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죄종 일곱 가지 구원
황인수 지음 / 성바오로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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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해 말하자면, 밤낮이 고독 속에서 무엇을 행하고있는지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나는 도시의 일들과 엄청난죄악의 기회들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나 자신을 포기할 수는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깊은곳의 순결을 첫번째 덕으로 규정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죄를 쉽게 짓는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의사들이 건강이 나쁜 사람들을 도와주고구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돌보시는 영혼의 의사이신 그분은 죄에 가장 잘 기울어지는 곳인 우리들의 그 부분에 더 철저히 주의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은 시간, 기회, 노고, 도움, 적당한 환경이 필요하지만 생각의 움직임은어떤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노고 없이 완수되며 어려움 없이행해집니다. 생각에는 모든 순간이 다 기회입니다."

대 바실리우스가 신명기 15장 9절을 가지고 한 강론의 한대목입니다. "그대 자신을 주의하라."라는 강론인데, 우리가 어떤 죄를 지을 때 그것은 제일 먼저 생각에서 시작된다. 이런 관점입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생각은 상황이나 장소, 시간에 구애받는 법이 없으니까요. 우리 자신을 살펴봐도 실제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어떤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교부들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죄의 메커니즘을 제안, 대화, 동의, 죄에 빠짐, 이렇게 네 단계로 설명합니다. 어떤 자극이오면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지 같은 것, 생각 같은 것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제안입니다.

밤늦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맛있게 라면을 먹는 광고가나오면(자극-쾌락) 마음속으로 라면을 먹고 싶은 유혹과 ‘내일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부을 텐데 하는 생각이 싸움을 벌이고(대화),
결국 주방으로 가서 냄비에 물을 부어 가스 불에 올려놓는 한편으로 날달걀을 찾게 되는(동의) 과정이라고 할까요? 그런 다음에는 입맛을 다시며 국물까지 다 마시고(죄에 빠짐) 다음 날 아침 후회하는 일은 ‘아마 다들 경험해 보셨을 거예요. 에바그리우스는이런 생각이 우리 안에 떠오르느냐, 떠오르지 않느냐는 우리가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떠오른 생각에 머물러 그것과대화를 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그 생각에 머물러 있는다는 건 대화를 하는 일이고 그렇게 되면십중팔구 거기 넘어가게 된다고 보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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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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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견은 열대 비숲이 지구온난화에 반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모델을 바꾸었다. 아마존의 비숲이 1년 내내 초록빛잃지 않고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할 수 있는 까닭은 건기에광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이파리, 더 튼튼한 이파리로 무장해서가 아니라, 힘든 시기가 오면 늙은 이파리를 떨궈내고 그 자리에 신록의 이파리들을 틔우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놀랄 일이 또 있다. "아닙니다. 2등성입니다?? 북반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인도양을 건너던 모험가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였던 북극성은 당연히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어야 하는데 1등성이 아니라 2등성이란다. 실망의 연속이다.

별의 밝기는 0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처럼 등급을 매긴다. 숫자가 작을수록 밝은 별이고 각 등급 사이의 밝기 차이는 약 2.5배다. 그러니까 0등성과 5등성은 밝기 차이가 대략 100배가 난다. 0등성과 1등성은 합해서 21개뿐이다. 가장쉽게 찾을 수 있는 북극성이 속한 2등성은 50개 정도다. 3등성도 150개뿐이다. 그러니 0~3등성은 우리가 맨눈으로 볼수 있는 별 가운데 밝기가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극성이 2등성이라는 사실에 만족하자.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0등성이니 5등성이니 하는 것은모두 우리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밝기와는 아무런상관이 없다. 아무리 밝은 별이라도 멀리 있으면 어둡게 보이고 아무리 어두운 별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밝게 보이는 것이다.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리겔과 네 번째 밝은별인 민타카는 모두 흰색 별이다. 표면 온도가 같은 별이라고 보면 된다

가까운게 밝게 보인다. 당장 밤하늘을 보시라. 가장 밝은천체는 달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금성과 화성 같은행성이 훨씬 밝게 보인다. 아무리 밝은 별도 멀리 있으면 흐리게 보인다. 별도 아닌, 행성도 아닌 달도 가까이 있어서 밝게 보인다.
혹시 삶의 지표가 되는 북극성 같은 인물이 있는가? 사실별 볼 일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저 나와 가깝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시대가 바뀌면 북극을 가리키는북극성도 바뀐다. 플라톤 시절에는 코카브가 북극성이었고2,000년 후에는 투반이 북극성이 된다. 우리는 별자리로 방향을 찾아야 하는 양치기나 항해자가 아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오늘 내 북극성은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손을 씻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왜 안 씻느냐고 물으면 "내 손에 안 묻었잖아"라고 대답한다. 화장실에서 볼일 본 후 손을 씻는 까닭은 뭐가 묻어서가아니라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손을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을 씻겠다고 일하다가 화장실에 갈 수 없으니, 이왕 화장실에 간 김에 손을 씻자는 것이다. 손을 씻을 때 30초는 씻어야 한다. 손을 씻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나 동요 <비행기>를두 번 부르면 된다.

의사들은 자신만을 위해 손을 씻는 게 아니다. 우리가 손을 씻는 것 역시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우리의 반려동물을 위해서다. 우리는 손을 씻어야 한다. 왜?
호모 사피엔스니까. 큰 뇌와 깨끗한 손은 동전의 양면이다.
무릇 만물의 영장이라면 손을 씻자. 항상 기뻐하면서, 쉬지말고, 범사에 기도하듯이 손을 씻자. 아예 더 나가서 1년 중어떤 주를 ‘세계 손 씻기 특별 주간‘으로 정하면 어떨까?

자기 선생님의 칭찬을 들은 심플리치오는 살비아티에대한 호감지수가 높아졌다. 이때 살짝 상처를 준다. "그런데말입니다. 제가 망원경으로 달을 봤어요. 그런데 그림자가있더라고요. 그림자가 있다는 뜻은 뭡니까? 높낮이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저도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처럼 천체들은매끈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달만큼은 쟁반처럼 매끄러운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의견을 피력한 다음에는 다시 칭찬으로 마무리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에게 배울 게 많아요.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이다.

‘정리-칭찬-공격-칭찬‘은 이후 과학자들의 대화법이 되었다. 정리는 상대방의 뜻을 오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칭찬은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할 요소가 있었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당신은 훌륭하니 같이 잘해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굳이 과학자의 대화법으로만 그쳐야 할까? 길거리에 널려 있는 플래카드에서 그리고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격조 있는 표현과 대화를 보고 싶다. 조금만 더명랑한 사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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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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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日子也,而將軍自吹其疽,何爲"사람들이 말하기를 "아들이 졸병인데 장군이 몸소 아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주었소. 어째서 우는 것입니까?" 울 필요가 없는데 왜 우느냐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장군의 행동에 감격해 전쟁터에서 죽기 살기로싸우다가 죽을까 봐 운 것입니다. 사마천은 장군 오기의 훌륭한행동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지만, 이 이야기에는 남편을 잃고 자식까지 잃을까 걱정한 부인의 안타까운 처지가 행간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담에는 항상 스스로의 운명을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이 감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라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표현한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리 없다.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고,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카잔차키스는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고 한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세계가 지금 위기라고 여기는 것들은 평범한 삶이 해결해야할 것들이다. 작은 행동이 쌓여야 변화할 것들이다. 이제까지 국가가 하지 못한 것, 정치가 쫓아가지 못한 일을 더는 그들에게맡겨 놓을 수 없다. 매일 아침 대지에 발 딛는 것은 평범한 우리다. 권력 따위 지옥으로나 보내 버려! 의견이 다른 이들이 바로평범한 ‘나‘이고, 이웃이다. 당신의 춤판에 내가 먼저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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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정독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감명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독방에서 인류의 미래를 설계했다. 부수고 다시 짓는.
즐거운 상상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지침서였다.
-김대중, <21세기는 누구 것인가?>, <김대중 자서전 2》, 삼인, 2010《제3의 물결》은 김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이 나라에도 희망을 줄 책이었다. 특히 ‘아주 불행한 시기에,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였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러 사형수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다. 세계는 이미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김 대통령은 더 큰 꿈을꾼다. 한국을 지식과 정보의 강국으로 만들고 싶었던 오래된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한다. 세계에서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어 정보 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닦아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1998년 12월 21일에는 정보통신

문재인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걸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랜 변호사 생활로 드러낼 기회가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도스트옙스키의 《죄와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의 필독서 목록에서 언제나빠지지 않는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입장, 시대의 절망과희망을 일찍부터 간접 체험해 왔을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원칙이 그 안에서 자랐고, "사람이 먼저다"라는 좌우명 역시(대통령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삶이었음에도) 시공을 넘나드는 사람들과의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텄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떤 삶이든소중히 여기며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지도자의 모습은 아직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 여행을 떠나는 총리는 기차역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역장은 기쁘겠소라는 인사 한마디만을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열고 들어가더란다. (...) 그 중립국에서는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

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 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산문시 1> 부분, <신동엽 시전집》, 창비, 2013

안《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에필로그에서 알료샤가 소년들에게 남긴 믿음과 희망의 근거가 떠오른다. 알료샤는 "우리 마음속에 단 한 가지라도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우리의 구원을 도울 것이라 했다. "자기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선량하고 훌륭했는지만은 감히 마음속으로 비웃지 못할 것이라 일렀다.

導冻당신이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이유는 불행한 때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를 갖고 다니는 것과 같다.
-오르한 파묵, 《다른 색Öteki renkler》,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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