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빠르게 변한다. 삶은 순간에 변한다. 저녁을 먹으러 자리에 앉는 순간, 내가 알던 삶이 끝난다. 자기 연민이라는 문제
직감했다.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우리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부모님의 죽음은 마음 깊은 곳을 뒤흔들고 뜻밖의 반응을 일으켜 아주 오래전에 묻어 놓은 줄 알았던 기억과 감정을 헤집어 내지요. 우리는 애도라고 하는 그불특정한 기간에, 바다 밑 잠수함 속에서 지내는지도 모릅니다. 심연의 고요 속에 머물며, 때론 가까이에서 때론 멀리서 회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뒤흔드는 폭뢰의 존재를 느끼면서 말이지요."
비애는 다르다. 비애는 거리가 없다. 비애는 파도처럼, 발작처럼 닥쳐오고 급작스러운 불안을 일으켜, 무릎에 힘을 빼고 눈앞을 보이지 않게 하며, 일상을 까맣게 지워버린다.
비애에 잠긴 사람한테는 억지로 다가가려고 하면 안 되고, 지나치게 감정적인사람은 아무리 가깝고 절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친구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알면 큰 위안이 되긴 하나, 망자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신경이 이미 위험한 상태일 것이므로,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할 만한 사람이나 상황으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 누구든 설령 ‘필요 없다‘라거나 ‘만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들었더라도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이런 시기에어떤 사람은 누가 곁에 있어 주면 위안을 받는 한편, 어떤 사람은 가장 가까운 친구라도 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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