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누군가가 고통의 문제에 답을 청해 올 때, 정답을 말해 준다고고통이 없어지진 않는다. 희한하게도 고통은 멋지게 설명될 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할 때 절감되는 것이다. 사랑이 고통을 분담해 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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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자신이 물속에서 살아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지쳐서 온몸이 놀싹(노곤)했다. 오랜만에 수면제 없이도 잠들게 되었다. 물질하는 동안에는 온갖 잡념이, 자신을 괴롭히던나쁜 생각이 다 지워졌다. 장사 욕심을 내려놓으니 그동안 자신을 해코지했던 사람들, 꿈속에서도 미워했던 이웃들이 다 용서되고 마음이 절로 편해졌다.

"물질하는 날에는 오늘은 뭘 잡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요. 세상에 그 어떤 직업이 매일매일 기대를 갖고 하루를 시작할수 있게 만들까 싶어요. 나갈 때마다 바다는 늘 상태가 다르고, 잡히는 물건도 다르지요. 늘 똑같은 날이 없는 해녀라는 직업이 나는정말 좋아요."

나이든 해녀 삼촌들은 자신의 직업을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고달픈 직업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젊은 해녀 김재연은 하루의 출발이 늘 설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쪽에방점을 찍느냐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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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 숨으로 인생을 헤쳐온 제주해녀가 전하는 나를 뛰어넘는 용기
서명숙 지음, 강길순 사진 / 북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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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해하는 자기에게 가게에놀러왔던 한 할머니가 누추하지만 자기네 집에서 자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고마워서 염치불구하고 선뜻 응했더니 할머니는 쌀가마니를 쟁여둔 방을 미안해하면서 내주신 뒤에 삶은 고구마를 내주고다음날에는 아침까지 차려주었다. 할머니가 차려준 아침상은 세상에서먹은 아침 중에 가장 맛난 성찬이었다. 그녀의 글은 이렇게 끝났다.
"길도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더 마음에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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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를 치우지 않는 건
그가 다시 돌아오리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그건 어느 한 사람만이 앉아주기를 원하는
빈 의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내가 아니라
물건이 더 아프게 그를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도 멈추어버린 사랑을
쉽게 추월할 수 없는지 모른다.



살 만해지면 너무 조금 남아 있는 것.

흔적

지울수록 더 또렷해지는 것.

착각

방 안이 자꾸만 어두워진다.
촉수가 더 높은 전구로 전등을 바꾼다.
방 안은 거짓말처럼 밝아진다.

위로

그는 내게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나도 무슨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지 벌써 알고 있다.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으면서 우리는 음모한다.
진실은 더 이상 돌아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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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철학 -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18가지 마음 수업
신승철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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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심리학자 대니얼 스턴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나서 2개월 정도까지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우주되기와 같은 합일의 순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이 지나면 타자와 내가 합일된 순간을 인생에서 경험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다시는 오지않을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합일을 갈구하고 염원합니다. 우주되기, 그것은 도달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과 합일을 향한 노란 손수건과도 같은 노스탤지어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는 《천개의 고원》에서 사랑에 대한 색다른 생각을 피력합니다. 사랑하면절로 합일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게 되면서
"사랑할수록 달라진다"는 겁니다. 사랑은 특이성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사랑을 통해서 색다른 생각과 유별난 행위양식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생각입니다. "사랑할수록 닮아간다"는생각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물론 "사랑할수록같아진다"는 동일성의 철학은 도달할 수 없는 우주되기의 지평이므로, 일단 이 논의에서는 배제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따르면, 우주되기는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도달하는 완성형으로서의 ‘이기(being)‘가 아니라, 이에 대한 색다른 경로를 개척하는 과정형으로서의 ‘되기(becoming)‘의 맥락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되기는 ‘사랑할수록 달라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오르키데 난초는 기존의 난초 영역에서 벗어나 말벌의 꽁무니를닮은 형태로 탈영토화 하고, 말벌 역시 기존의 말벌 생식의 영역으로부터 탈영토화 합니다. 둘은 일치와 합일을 미리 전제하지 않고 서로를 대면하면서 기존의 자신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는 무한한 탈주선을 개척합니다. 오르키데 난초와 말벌은 서로 사랑할수록 달라집니다. 두 생명은 도달할 수 없는 우주되기의 지평으로 무한한 여정을떠나갑니다.

‘되기‘는 ‘이기‘가 아닙니다. 되기에는 이기처럼 미리 전제된 합일이나 목표로서의 합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과정형이자진행형으로서의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합일의 지평, 우주되기는 유아기 아이, 동물, 야만인 등에 의해서만 표현되는 잠재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우주되기라는 잠재성을 가진 한 사람이 이를 드러내기 위해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잠재성으로서의 우주되기는 미세한 결과 무늬, 주름(press)으로 우리 삶에 아로새겨져있습니다. 우리 안에 잠재된 지절, 주름, 결을 펼치고 전개하고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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