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철학 -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18가지 마음 수업
신승철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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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심리학자 대니얼 스턴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나서 2개월 정도까지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우주되기와 같은 합일의 순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이 지나면 타자와 내가 합일된 순간을 인생에서 경험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다시는 오지않을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합일을 갈구하고 염원합니다. 우주되기, 그것은 도달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과 합일을 향한 노란 손수건과도 같은 노스탤지어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는 《천개의 고원》에서 사랑에 대한 색다른 생각을 피력합니다. 사랑하면절로 합일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게 되면서
"사랑할수록 달라진다"는 겁니다. 사랑은 특이성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사랑을 통해서 색다른 생각과 유별난 행위양식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생각입니다. "사랑할수록 닮아간다"는생각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물론 "사랑할수록같아진다"는 동일성의 철학은 도달할 수 없는 우주되기의 지평이므로, 일단 이 논의에서는 배제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따르면, 우주되기는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도달하는 완성형으로서의 ‘이기(being)‘가 아니라, 이에 대한 색다른 경로를 개척하는 과정형으로서의 ‘되기(becoming)‘의 맥락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되기는 ‘사랑할수록 달라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오르키데 난초는 기존의 난초 영역에서 벗어나 말벌의 꽁무니를닮은 형태로 탈영토화 하고, 말벌 역시 기존의 말벌 생식의 영역으로부터 탈영토화 합니다. 둘은 일치와 합일을 미리 전제하지 않고 서로를 대면하면서 기존의 자신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는 무한한 탈주선을 개척합니다. 오르키데 난초와 말벌은 서로 사랑할수록 달라집니다. 두 생명은 도달할 수 없는 우주되기의 지평으로 무한한 여정을떠나갑니다.

‘되기‘는 ‘이기‘가 아닙니다. 되기에는 이기처럼 미리 전제된 합일이나 목표로서의 합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과정형이자진행형으로서의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합일의 지평, 우주되기는 유아기 아이, 동물, 야만인 등에 의해서만 표현되는 잠재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우주되기라는 잠재성을 가진 한 사람이 이를 드러내기 위해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잠재성으로서의 우주되기는 미세한 결과 무늬, 주름(press)으로 우리 삶에 아로새겨져있습니다. 우리 안에 잠재된 지절, 주름, 결을 펼치고 전개하고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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