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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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한두 권의 책쯤은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는 편입니다. 이 책은 네살바기 아들이 보자마자 덥석 집어든 책이었지요. 첫장을 넘기면 깜깜한 밤하늘에 새하얀 달, 새하얀 눈가루, 눈으로 뒤덮인 지붕과 나무들, 그리고 눈 쌓인 길만 보입니다. 정말 추워 보입니다.

그렇게 추운 날 황소 아저씨 혼자 외양간에 잠들어 있네요. 그때 먹이를 찾아나선 생쥐 한마리가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고 달려가다 그만 황소 아저씨에게 들켜버렸지요. 생쥐가 오들오들 떨며 동생들 먹이를 구하러 온 사연을 말하자 황소 아저씨는 선뜻 맛있는 찌꺼기 실컷 가져가라고 합니다.

매일 황소 아저씨 구유에서 먹이를 가져 나른 덕분에 동생들도 다 자라 함께 먹이를 구하러 옵니다. 황소 아저씨는 그 추운 겨울 밤을 혼자서 외롭게 보내다가 귀여운 생쥐 형제들이랑 가족이 되었답니다. 그리고는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함께 살았대요.

첫장에선 눈 때문에 새하얗던 배경이 점점 어두운 청색을 띠다가 마지막 장에서 다시 하얀 빛깔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처음 만났던 차가운 느낌이 아닙니다. 밝은 빛깔의 황소 아저씨 몸 여기저기 붙어 잠들어 있는 생쥐 형제들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진 황소 아저씨 덕분에 생쥐 형제들은 먹이 걱정 안 해도 되고, 황소 아저씨는 가족이 생겨 심심치 않게 겨울을 보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요.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며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나누는 마음을 배울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 서점에서 만난 정승각 선생님의 따뜻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생쥐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황소 아저씨만큼이나 넉넉하고 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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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68
케빈 헹크스 글.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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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다니는 딸아이가 방학 과제마다 '별님반 선생님이 최고야'라고 써넣는 걸 보고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 책의 재미는 감탄사 우와!에 있지요. 우와!가 나올 때마다 딸아이는 엄마보다 더 큰 소리로 우와!를 외칩니다.

릴리는 학교를 좋아하지요. 왜냐하면 담임인 슬링어 선생님이 아주 멋쟁이이고, 아이들과도 친구처럼 행동하시거든요. 그런데 일이 났네요. 글쎄 릴리가 선생님을 '커다랗고 뚱뚱하고 비겁한 도둑 선생님'이라고 하네요. 수업 시간에 할머니께서 사주신 보랏빛 손가방을 자랑하려다 그만 선생님께 압수당했거든요.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돌려받은 보랏빛 손가방을 열어본 릴리는 갑자기 울음이 터지려고 했어요. 그 속엔 빼앗긴 물건들과 선생님의 사랑이 가득 담긴 쪽지랑 맛있는 과자까지 들어 있었거든요. 집에 와서 혼자 실컷 반성하고 그린 그림 속의 슬링어 선생님은 '친절하고 훌륭하고 멋진 분'으로 바뀌지요.

다음날 만난 선생님과 릴리는 다시 감탄사 우와!를 연발하는 멋진 사이가 된답니다.

내년이면 학교에 가는 딸아이가 슬링어 선생님처럼 사랑이 가득한 분을 선생님으로 만나 '우와, 나는 학교가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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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6
옐라 마리 지음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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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차에서 내린 아이는 얼른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오늘은 여기서 놀고 싶다고 합니다. 놀이터를 왔다갔다 하던 아이는 엄마에게 책 좀 가지고 나오라고 합니다. 엄마가 가지고 나온 몇 권의 책 중에 아이는 '나무'를 집어듭니다.

아이는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나무가 너무 추워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거든요. 그래서 다람쥐랑 씨앗도 잠만 자요. 어,그런데 다람쥐가 눈을 떴네요. 이젠 봄이 올 것 같아요. 보세요, 나뭇잎이 나고 새싹이 돋았지요. 나뭇잎이 많이 나니까 까치가 찾아와 둥지를 만들어요. 엄마 까치랑 아빠 까치예요. 이제 곧 알을 낳을 거예요. 드디어 아기새가 태어났어요. 아빠 까치는 벌레를 잡아 와요. 다람쥐가 까치네 집으로 놀러가요. 민들레꽃도 피었어요. 나무에 열매가 열렸지요? 아하, 이제 보니 다람쥐가 좋아하는 도토리 나무였군요. 가을이 왔어요. 나뭇잎이 온통 빨갛게 변했어요.

'엄마, 우리 동네 나무랑 똑같아요. 정말 예쁘다. 엄마, 난 봄만 좋은 줄 알았는데 가을도 좋다. 나뭇잎이 예쁘게 변하니까.'

바람이 많이 부나 봐요.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요. 까치네 가족도 날아가구요. 다람쥐도 굴을 파요. 다람쥐야, 서둘러. 눈이 올 거라구. 씨앗들도 모두 땅속에서 따뜻한 봄을 기다려요. 그동안 나무 덕분에 잘 살았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나무는 정말 춥겠다. 겨울잠도 못 자고.

이야기가 없는 책은 읽을 게 없다구요? 천만에 말씀이지요. 아이는 책을 펼쳐 들 때마다 이야기를 바꿔 나갑니다. 어떤 때는 나무가, 어떤 때는 다람쥐가, 어떤 때는 까치가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이라곤 나무 한 그루와 그 주변 환경뿐이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여주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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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 불어요 동요 그림책 1
윤석중 외 작사, 홍난파 외 작곡, 최미숙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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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아이가 이 책을 선뜻 집어든 건 순전히 예쁜 그림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냉이꽃, 민들레, 장구채, 유채꽃, 나팔꽃, 과꽃 등 시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꽃과 나비, 잠자리, 새, 강아지랑 소, 그리고 정말 예쁜 풍경이 가득한 책이었으니까요.

저는 지독한 음치라서 아이들에게 정말 자신있는 노래 외에는 직접 불러주지 않지요. 그런데 이 책을 넘기는 순간 저도 모르게 흥얼흥얼거리다 결국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답니다. 봄맞이 가자, 민들레, 잠자리, 방울꽃, 나팔 불어요, 산딸기, 과꽃, 목장의 노래, 고기잡이, 달맞이 가자, 다람쥐 등 옛 추억이 저절로 생각나게 만드는 노래들이 들어 있네요. 어떤 노래는 고무줄 놀이 하면서, 어떤 노래는 소풍 가면서, 어떤 노래는 선생님이랑 꽃밭 가꾸기를 하면서 부르던 추억이 생각나게 합니다.

아이들이 깜짝 놀랍니다. 엄마가 이렇게 많은 노래를 불러주기는 처음이거든요. 그리고는 어느새 엄마 노래를 조심조심 따라합니다. 몇 번 불러주니 엄마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르는 딸이 한없이 예쁘더라구요. 잠자기 전에 읽으려고 들고 왔던 이 책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잠을 잊은 밤이 되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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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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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용감하게 살아준 그 여자가 고맙습니다. 부천 성고문 피해자로 세상을 정말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인공, 권인숙. 그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겨웠을 법도 한데 늘 새로운 선택에 주저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여자. 같은 80년대에 학교를 다니고, 그 시대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며 살았던 사람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여성학임을 깨닫고 유학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그녀. 본인 스스로는 약간은 하찮게 얘기하는 영화 보기, 소설책 읽기,텔레비전 보기.사실 그런 것들을 광적으로 즐기는 그녀의 일상이 모두 여성학 공부를 위한 텍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늘 아이들과 밀착된 생활을 해야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제게 딸아이를 키우면서 늘 거리 두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저의 육아를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여자로, 아니 훌륭한 여성학자로 우리 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세상의 약자,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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