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온다 - 서해 염전에서 나는 소금 어린이 갯살림 4
도토리 기획 엮음, 백남호 그림 / 보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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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여름 방학 때 염전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친정아버지께서 이 책에 나온 염전에 아는 분이 있다며 구경시켜 주겠다고 하셨다. 마침 조카 네 명도 와 있던 터라 아이들은 신나 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올라온 조카들은 생전 처음 보는 염전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해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햇빛에 검게 그을린 염부 할아버지의 친절한 설명은 이 책에 나온 그대로였다. 정말 덥고 힘드실 텐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할아버지의 설명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듣던 아이들. 미리 책을 보고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바닷물이 짠 줄은 알았지만 그 바닷물에서 새하얀 소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사실은 염전에 처음 가 본 나도 신기했다. 마침 소금꽃이 피어나고 있어서 더 실감이 났다.

소금 창고에 가득 쌓인 새하얀 소금 산 앞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제히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많은 소금을 본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만져 보고 먹어도 보면서 아이들은 바다에서 온 소금의 존재를 확인했다.

염전에 다녀온 후 이 책을 샀다. 우리 딸아이는 무척 반가워하며 아는 척을 했다. 직접 가서 본 염전을 그림책에서 보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말 꼼꼼하게 소금이 오는 과정을 그리고 이야기에 담아냈다. 소금이랑 소금 창고랑 그 주변 풍경이 정말 똑같다. 염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얼굴이 할아버지에서 아주 젊은 삼촌으로 바뀐 것만 빼고.

소금밭을 소개해주는 여자 아이가 그때 뛰어놀던 우리 아이들 같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 동네에 정말 이렇게 삼촌이나 아빠를 부르며 달려와 줄 아이들이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소금은 화학 소금일 가능성 백 퍼센트란다. 그리고 좋은 소금은 뒷맛이 쓰지 않고 달다고 한다. 늘 먹는 소금 이야기를 이 책을 읽으며 해준다면 바다에 갈 때마다 아이들은 소금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번쯤 아이들을 데리고 염전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충남 태안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염전 방문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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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기다렸어요
헬렌 런 지음, 안나 피그나타로 그림, 서희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유치원생은 물론 초등 학교 1,2학년 때까지도 아이들은 엄마가 없으면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며칠 전만 해도 일곱 살 우리 아들은 5분 만에 슈퍼에 다녀왔건만 엄마가 너무 늦게 왔다며 투덜댔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안 잡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불확실한 시간 동안 온갖 불안한 생각을 하다 보면 5분도 아주 길게 느껴지는 게 아이들이니까.

주인공 아이도 수업이 끝나고 엄마를 기다린다. 그런데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슬그머니 다가와 다리를 끌어당긴 게 있었다. 바로 걱정이다. '엄마에게 나쁜 일이 생긴 걸까?' 라는 생각이 들자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난다. 선생님한테 가서 전화를 해보지만 엄마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걱정은 점점 더 어깨를 짓누르고 새로운 걱정거리들은 불쑥 고개를 내민다. 결국에는 엄마가 나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뚱뚱한 걱정, 삐쩍 마른 걱정, 조그만 걱정, 키가 큰 걱정, 불안까지 온갖 걱정들이 아이를 에워싸고 괴롭힌다. 아이는 용기를 내어 걱정을 향해 모두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걱정을 무시한 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마침내 나타난 엄마의 자동차. 엄마 품에 안기자 걱정들은 훨훨 날아가 버린다.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며 환하게 웃는다.

걱정에 대한 표현이 아주 재미있다. 때론 유령처럼 때론 우스꽝스런 피에로처럼 때론 귀가 달린 달님처럼 하나하나 재미있는 그림으로 표현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가 큰소리친 후 졸고 있는 걱정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불안한 마음과 엄마를 만났을 때 안심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조금 늦는 것뿐이야. 재미있는 놀이를 하거나 책을 보면서 기다릴 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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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 > [퍼온글] 의자, 이정록

의자

                   이 정 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
의자 몇개 내 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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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파티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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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인 딸아이가 자꾸 <잠옷 파티>를 사 달라고 졸랐다. 아마 도서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5학년 이상이라 표시되어 있어 2학년짜리에겐 무리겠지 싶어 계속 미루다 결국 사주고 말았다. 책이 도착한 날 아이는 몇 번을 연속해서 보았다.

아이가 잠든 틈을 이용해 책을 들여다보던 나는 금방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바로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친구들끼리 클럽을 만들고 단짝이 되고 싶지만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 또래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 때문에 나마저 가슴을 졸이곤 했다.

데이지는 특별한 아이다. 아니 데이지는 결코 특별한 아이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언니 릴리가 있다는 사실을 빼면 말이다. 다섯 명의 여자 아이들끼리 모여서 클럽을 만들고 생일마다 돌아가며 잠옷 파티를 하기로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에이미, 먹는 걸 좋아하는 벨라, 단짝이 되고 싶은 에밀리,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클로에까지 잠옷 파티를 하면서 데이지의 마음속엔 걱정이 쌓인다. 릴리 언니에게만 관심을 갖는 엄마가 잠옷 파티를 허락해 주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덩치도 훨씬 큰 언니 릴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먹는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항상 엄마의 손을 빌려야 한다. 그래서 늘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언니가 밉다. 하지만 데이지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언니의 침대 속으로 들어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언니가 해주는 말은 오로지 하나다. "어어어." 여기서 자매간의 사랑이 느껴져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이런 데이지의 고민을 눈치챈 데이지의 엄마는 잠옷 파티를 허락한다. 하지만 이번엔 친구들이 장애아 언니를 놀릴까 봐 걱정이다. 다행히 클로에를 뺀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언니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다. 너무 불쌍하게 쳐다보거나 놀리지도 않는다. 그냥 장애가  있어 좀 특별한 정도로만 인식하는 그 아이들을 보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클로에가 릴리 언니의 비명 소리를 듣고 오줌을 싸는 바람에 클럽에서 빠지게 되자 데이지와 에밀리는 단짝이 된다.

우리 딸아이가 푹 빠져 있을 만한 이야기이다. 여자 아이들간의 심리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친구간의 우정,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감추고 싶은 것, 나누는 이야기 등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권장 연령이 5학년 이상이라고 했지만 아이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2학년부터 읽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9월에 생일이 지나간 딸아이는 지금부터 난리다. 내년 생일엔 자기도 잠옷 파티를 하고 싶다고. 벌써 친구들하고 약속을 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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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바로,,찜이에요,,
얼마전부터 잠옷파티한다구 난린대....이걸 읽구나면,,,더하구 싶어지겠지요..
그래도,,,사주긴해야할꺼 같애요...

씩씩하니 2006-10-3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사가지고 간 날,,울 유진이.책 상위에...학교도서실에서 빌려온 이 책이 올려져 있었답니다,,
아..이 절묘한 타이밍을 으짠대여???

소나무집 2006-10-3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하지만 유진이가 자기 책이 생겼다며 더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모두 함께 지은 우리집
김진수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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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친정집을 지을 때 보니까 콘크리트로 단독 주택 짓는 데 3개월쯤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느림씨네 집은 땅을 고르는 데 3년 걸리고, 흙벽돌을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는군요. 얼마나 천천히 지은 집인지 상상이 갑니다. 서울을 떠날 때 엄마 등에 업혀 있던 아이가 집 다 지은 날 줄넘기 놀이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세월이 느껴집니다.

마음속에 그려놓았던 집을 짓고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느림씨는 하나하나 실천해 갑니다. 구경 나와서 참견하던 동네 아저씨들이랑 서울에서 놀러 왔던 아빠 친구들, 심지어는 학교 선생님이랑 언니 오빠들까지 도와줍니다. 집터를 닦는 과정, 기둥을 세우고 들보랑 서까래를 얹는 모습 등 쉽게 볼 수 없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일하다 힘들면 새참 먹으며 시간 보내고, 비가 오면 몇날 며칠이고 기다립니다. 엄마 아빠는 비오는 하늘을 원망스레 올려다보는데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흙벽돌을 쌓고 전기선이랑 보일러도 놓았어요. 모두 가족들이 하는 일이라 삐뚤빼뚤 서툴지만 정성만은 듬뿍 담았지요. 드디어 도배를 하고 문짝을 달고 나니 짜잔 집이 완성되었어요.

집들이 하는 날 동네 아저씨들이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걱정했더니 아주 튼튼하고 훌륭한 집을 지었네 그려." "정성을 모으면 뭣이든 쓸모 있어지는 법이지. 암!"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많은 이들의 정성이 들어간 집이라서 얼마간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집을 짓는 과정 내내 그림 속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림 속에 말풍선을 읽어보면 집짓는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요. 우리 아이들은 이 말풍선 읽는 재미에 책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니까요.

일 년 내내 지은 집이니 사계절 풍경이 수채화 그림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제비가 날아다니고 주변 논밭엔 작물이 자라고 있고, 노을진 저녁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첫눈이 내리는 밤풍경 속에 덩그마니 놓인 새 집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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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더군요^^

소나무집 2007-05-0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