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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으로 ㅣ 베틀북 그림책 74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현좌 옮김 / 베틀북 / 2006년 1월
평점 :
우리집엔 앤서니 브라운 작품만 꽂혀 있는 책꽂이가 있다. 엄마도 아이들도 모두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간만 나오면 내용 같은 건 보지도 않고 바로 사들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태어나 걸어다니고 있을 때 이 작품을 썼건만 난 이제야 만나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그동안 앤서니 브라운의 많은 작품에 익숙해진 탓일까? 어딘지 모르게 주인공들의 모습이 촌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무심한 듯 코믹한 표정의 아빠와 예쁜 모습의 엄마와 호기심 투성이 윌리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우리도 심심할 때 거울 보는 장난을 참 많이도 했다. 토비의 거울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내 모습을 보여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과할 수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 곳에 들어가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하늘엔 태양 대신 오렌지가 떠 있고, 무지개가 담벼락에 걸려 있다. 개가 사람을 끌고 다니고, 사람들은 밤을 낮으로 바꿔가고, 고양이가 쥐에게 쫓긴다. 기차는 도시와 배를 실어 나르고, 동물원 포스터에선 동물들이 걸어 나온다.
사자에겐 쫓긴 토비가 돌아와 보니 거울이 기다리고 있군요. 안심한 토비가 거울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젠 제대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웃음 가득 머금은 얼굴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의 세계에서 벗어나, 혼자 상상의 날개를 실컷 펼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밥을 먹으러 가는 구성이 어딘지 모르게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비슷하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심심한 걸 싫어한다. 이 책을 읽어주며 토비처럼 재미있는 상상을 하다 보면 심심함이 다 날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