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아벨
알레산드라 로베르티 그림, 세르지오 라일라 글, 김완균 옮김 / 효리원 / 2004년 1월
절판


"이 숲의 주인은 너야. 게다가 넌 힘이 세. 하지만 첫날 숲 밖에서 널 처음 본 순간 난 매우 기뻤어. 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거든."
아벨은 정성을 다해 늑대를 간호했어요.
그런데도 늑대는 아벨을 잡아먹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어요. -27쪽

얼마 후, 아벨은 늑대의 앞발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었어요. 늑대는 떨리는 마음으로 앞발을 살펴보았지요. 다행히 앞발은 여전히 튼튼했고, 발톱 역시 변합 없이 날카로웠어요. 늑대는 아벨을 바라보았어요.
"어?"
그 순간 늑대는 자신의 마음 속에 아벨을 잡아먹겠다는 생각이 사리졌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아벨은 더 이상 자신의 숲을 쳐들어온 침입자가 아니었어요. 아벨과 늑대는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답니다.-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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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으로 베틀북 그림책 74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현좌 옮김 / 베틀북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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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앤서니 브라운 작품만 꽂혀 있는 책꽂이가 있다. 엄마도 아이들도 모두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간만 나오면 내용 같은 건 보지도 않고 바로 사들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태어나 걸어다니고 있을 때 이 작품을 썼건만 난 이제야 만나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그동안 앤서니 브라운의 많은 작품에 익숙해진 탓일까? 어딘지 모르게 주인공들의 모습이 촌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무심한 듯 코믹한 표정의 아빠와 예쁜 모습의 엄마와 호기심 투성이 윌리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우리도 심심할 때 거울 보는 장난을 참 많이도 했다. 토비의 거울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내 모습을 보여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과할 수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 곳에 들어가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하늘엔 태양 대신 오렌지가 떠 있고, 무지개가 담벼락에 걸려 있다. 개가 사람을 끌고 다니고, 사람들은 밤을 낮으로 바꿔가고, 고양이가 쥐에게 쫓긴다. 기차는 도시와 배를 실어 나르고, 동물원 포스터에선 동물들이 걸어 나온다.

사자에겐 쫓긴 토비가 돌아와 보니 거울이 기다리고 있군요. 안심한 토비가 거울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젠 제대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웃음 가득 머금은 얼굴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의 세계에서 벗어나, 혼자 상상의 날개를 실컷 펼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밥을 먹으러 가는 구성이 어딘지 모르게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비슷하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심심한 걸 싫어한다. 이 책을 읽어주며 토비처럼 재미있는 상상을 하다 보면 심심함이 다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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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참외를 찾는 아이들
이동렬 지음, 이서지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6월
절판


개똥 참외 이야기는 어른들의 아련한 추억 속에나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꼬맹이 개똥 참외 이야기처럼, 그 시절 아이들이 즐겨 왔던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세시 풍속 문화로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책머리에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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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 우리 문화 그림책 4
배현주 지음 / 사계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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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엄한 시어머니(내 할머니) 밑에서 고된 시집살이를 하셨던 우리 엄마. 단돈 천원도 할머니의 허락이 있어야 쓸 수 있었던 우리 엄마. 그런 엄마께서 어떻게 돈을 마련하셨는지 동생과 나에게 설빔으로 똑같은 한복을 마련해 주셨다. 동네에서 그렇게 예쁜 설빔을 입은 아이들은 우리 자매밖에 없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한복이 바로 그때 내가 입었던 한복과 거의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너무도 고운 다홍빛 치마와 색깔이 정말 예쁜 색동 저고리. 작년에 딸아이에게 입힐 한복을 고르던 기억이 난다. 색동도 어딘가 물 빠져 보이는 색들뿐이고, 치마도 이렇게 고운 빛깔은 찾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런 한복을 입으면 촌스러워 보일까? 그래도 그림책 속의 한복은 정말 예쁘다.

한복을 제대로 입는 법에서부터 꼭 갖추어야 할 소품까지 꼼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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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1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한복 참예쁘던데
 
아기도깨비와 오토 제국 웅진책마을 2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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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쓰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는 자동 혹은 오토라는 단어를 달고 있다. 편리하고 빠르고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줄 수 있는 오토 기능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 기술의 발달은 우리 인간들을 정말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스스로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게 저절로 되는 세상이 된다면 사람들은 더 좋아하게 될까?

이 책은 이소라 여사를 찾아나선 아기 도깨비 루루와 오치구 박사 일행이 오토 제국에서 겪는 이야기이다. 오토 제국에 대해 작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오토란 자동, 즉 저절로 굴러간다는 뜻이고, 제국이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하도록 강요하는 나라를 말한다. 따라서 오토 제국이란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모든 것이 저절로 굴러가는 나라라는 뜻이다.

오토 제국에 들어간 인간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빼앗긴 채 다시 만들어져 그 나라 대왕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 있다. 생각은 할 수 있는데, 그대로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도 없다. 왜냐하면 오토 제국의 신민처럼 번호로만 식별할 수 있는 로봇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토 제국은 영원한 낙원이 아니라 인간 파멸의 지름길이다. 생각한 대로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랑색이 많이 들어간 삽화나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기 도깨비 루루에게서 밝은 희망이 보인다. 우리 아이들은 희망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삶을 가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면 이미 작가의 소망은 이루어진 셈이다.

우리는 늘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생각 좀 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을 구속하고 남들과 다르면 안 된다고 무언의 강요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은 엄마인 내가 더 많은 반성을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자유로운 감정을 빼앗으면서 모든 게 엄마 마음대로 되길 바라는 또 하나의 오토 제국을 내가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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