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깨비와 오토 제국 웅진책마을 2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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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쓰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는 자동 혹은 오토라는 단어를 달고 있다. 편리하고 빠르고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줄 수 있는 오토 기능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 기술의 발달은 우리 인간들을 정말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스스로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게 저절로 되는 세상이 된다면 사람들은 더 좋아하게 될까?

이 책은 이소라 여사를 찾아나선 아기 도깨비 루루와 오치구 박사 일행이 오토 제국에서 겪는 이야기이다. 오토 제국에 대해 작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오토란 자동, 즉 저절로 굴러간다는 뜻이고, 제국이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하도록 강요하는 나라를 말한다. 따라서 오토 제국이란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모든 것이 저절로 굴러가는 나라라는 뜻이다.

오토 제국에 들어간 인간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빼앗긴 채 다시 만들어져 그 나라 대왕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 있다. 생각은 할 수 있는데, 그대로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도 없다. 왜냐하면 오토 제국의 신민처럼 번호로만 식별할 수 있는 로봇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토 제국은 영원한 낙원이 아니라 인간 파멸의 지름길이다. 생각한 대로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랑색이 많이 들어간 삽화나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기 도깨비 루루에게서 밝은 희망이 보인다. 우리 아이들은 희망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삶을 가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면 이미 작가의 소망은 이루어진 셈이다.

우리는 늘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생각 좀 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을 구속하고 남들과 다르면 안 된다고 무언의 강요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은 엄마인 내가 더 많은 반성을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자유로운 감정을 빼앗으면서 모든 게 엄마 마음대로 되길 바라는 또 하나의 오토 제국을 내가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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