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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
김재홍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11월
평점 :
이젠 봄이다. 겨울 내내 우중충한 무채색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초록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겨울을 보내며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던 것 같다. 시원한 숲속 그림의 초록색 표지부터가 눈길을 잡아 끈다. 첫장을 펼치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내가 자란 시골 마을 풍경 한 자락을 보는 것 같다.
서울서 내려온 샘이는 냇가에서 노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마당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가 그쳐도 오시지 않는 엄마 아빠를 마중 나가던 샘이가 새소리를 듣고 숲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넘어지기도 하면서 새를 찾아다니다 만난 동네 아이들과 하하 호호 웃는 친구가 된다.
친정에 가면 일부러 내가 다녔던 초등 학교 근처에 가보기도 한다. 예쁘게 꾸며놓은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다르지만 어쩐지 썰렁하다.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면내에 초등 학교가 여섯 개였는데 지금은 다 폐교되고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그나마 한 해 입학하는 아이들도 몇 명 안 되고. 그만큼 지금 우리의 시골엔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이 없으니 냇가에서 웃통 벗고 멱을 감거나 물고기 잡는 모습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옛 시골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던 이런 풍경은 식물원이나 동물원에서 만나는 것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잊고 싶지 않지만 잊혀져 가는 것들을 예쁜 그림책으로 만들어주신 김재홍 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을 읽는 재미 외에도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다. 숲속 여기저기 숨어 있는 동물과 곤충들을 찾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곤 한다.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라서 여자 아이들도 좋아하고,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에 남자 아이들도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 손 잡고 숲속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과천 현대 미술관에 가면 김재홍 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 번 들러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