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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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바로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책이다. '망태 할아버지 온다'는 말은 나도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무던히도 들었고, 또 내가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협박용으로 많이 날렸던 말이다.

아이들이 서너 살 되면서부터 써먹기 시작한 '망태 할아버지'는 아들이 일곱 살인 작년까지도 효력을 발휘했다. 우리 아들은 망태 할아버지를 정말 무서워했다. 그 덕에 나는 더 신이 나서 망태 할아버지를 팔아먹곤 했다. 늦게까지 안 잘  때랑 밥 잘 안 먹을 때 제일 많이 들먹거렸던 것 같다.

이 그림책을 본 순간 나는 비로소 아이의 마음을 생각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아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고 하면 방문을 잠갔다며 무시하려고 했던 아들, 하지만 나는 연기처럼 몸을 바꾼 후에 방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벽까지 두드려가며 망태 할아버지 흉내를 내곤 했다. 그러면 조용해졌던 아이.

이 책을 보던 아들이 "진짜 망태 할아버지는 없는 거죠?"라고 묻는다. 아들 녀석이 망태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으리라고는 생각 않했는데... 내가 너무 많이 써 먹었나 보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새장 속에 갇히기도 하고, 올빼미가 되기도 하고, 입을 꿰맬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써먹을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림이 약간 공포스럽게 느껴져 아이들에게 무섭냐고 물으니 재미있기만 하댄다. 이미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망태 할아버지가 아니라 엄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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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11개월 동안 뭐 하세요? 미래그림책 69
마이크 라이스 지음, 김영선 옮김, 마이클 G. 몽고메리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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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2월만 되면 마음이 설레는 까닭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우리집 아이들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요. 선물과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젠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도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만큼 커버린 아이들.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믿음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 년 내내 산타 할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궁금한가 봅니다. 12월에야 당연히 선물 돌리느라 바쁘실 테고 나머지 열한 달 동안은 대체 무슨 일을 하실까요?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있잖아요, 산타 마을에서는>이 주로 산타 마을에서 벌어지는 12달 동안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세상 속으로 들어와 평범하게 사는 멋진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느긋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그림도 정말 마음에 드네요.

12월 한 달 동안 열심히 일을 한 산타는 나머지 11달 동안은 실컷 쉰답니다. 참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새해가 되면 누구나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듯 산타 할아버지도 계획을 세우시는군요. 그런데 그 계획이 다이어트라면 믿으시겠어요? 못 믿겠죠? 날씬한 산타 할아버지가 왠말이냐는 항의가 많았나 봐요. 결국 며칠 안 가 그 계획을 취소했다는 걸 보면요.

2월에는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할리우드로 가서 즐겼고요, 3월에는 아무도 못 알아보게 변장을 하고 거리로 나섰지만 아이들이 금세 산타를 알아보았대요. 신사복에 지팡이를 든 멋진 노신사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어떻게 눈치를 챈 건지 저도 궁금하네요. 5월에는 일본에 가서 스모 경기를 했대요. 바로 옆에 있는 우리 나라로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6월에는 루돌프랑 여름 사슴 달리기 대회에 참가해서 1등을 했대요. 역시 루돌프의 실력은 알아줘야겠어요. 9월에는 산타 할아버지도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대요. 무슨 수업을 듣는지 궁금하죠? 사슴을 닮은 선생님이 무지 깐깐해 보이는 거 있죠! 산타 할아버지도 공부 열심히 안 하면 혼날 것 같은데요.

10월에는 부활절 토끼로 변장한 채 할로윈 축제를 즐기고요, 11월에는 힘든 12월을 위해 밤낮으로 쿨쿨 잠만 잔대요. 아, 지금쯤은 선물 준비하느라 산타 할아버지가 무지 바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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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2007-12-1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내용을 다 밝히시면...???
 
어처구니 이야기 - 2005년 제11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28
박연철 글.그림 / 비룡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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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우리 아들 녀석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 '어처구니없'을 때가 많다. '어처구니없다'는 말은 이처럼 나도 종종 쓴다. 보통은 일이 너무 뜻밖이라 기가 막힌다는 뜻으로 쓰인다. 사람들 입에 수시로 오르내리는 '어처구니없다'에 이렇게 재미있는 어원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어처구니의 어원에는 세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네이버 지식 검색을 하니 첫째는 맷돌의 손잡이, 둘째는 기와 지붕에 있는 동물 모양의 구조물 또는 상상의 동물, 셋째는 농기구에서 기원한다고 되어 있다. 이 그림 동화는 그 중에 두번째 어원을 가지고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냈다.

궁궐 추녀 끝자락에 흙으로 만들어 올린 조각물을 어처구니라고 한다. 못된 귀신으로부터 궁궐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올린 어처구니는 3개에서 11개까지 올리고 원래 이름은 잡상이다. 서민들 집에 기와 지붕 올리는 것에만 익숙한 기와장이들이 궁궐을 지을 때 어처구니들을 깜박 잊고 안 올린 데서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기와장이의 입장에서는 사소한 실수일지 모르나 왕의 입장에서 보면 궁궐의 위엄과 건물 안전에 관한 커다란 실수이기에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된 어처구니들 이야기 때문에 궁궐에 가게 되면 지붕 한 번 쳐다볼 일이 더 생겼다.

이구룡, 저팔계, 손행자, 사화상, 대당사부는  하늘 나라 말썽꾸러기 오형제 어처구니. 하도 말썽을 피워서 임금은 궁리 끝에 사방팔방 쏘아다니며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손이라는 못된 귀신을 잡아오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처구니들은 손에게 혼쭐만 났고, 책 좋아하는 대당사부가 열심히 책을 읽은 덕분에 한 가지 꾀를 생각해낸다.

하지만 얌체 손행자의 실수로 손을 잡는 데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손은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한 번씩 나타난다고 한다. 그후 임금에게 잡힌 어처구니들은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라는 엄명을 받고 궁궐 지붕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하, 손 없는 날 이사한다는 말뜻을 이제야 알겠다. 지금까지 우리 생활 속에 살아 있는 손이란 녀석이 어처구니들도 당해낼 수 없는 못된 귀신이었다니. 그동안은 별로 신경 안 썼던 '손 없는 날' 앞으로는 좀 따져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한 번 읽고는 단번에 빠져들었을 정도로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림도 독특하다. 첫 그림책을 낸 작가답지 않게 완벽하다. 단어의 어원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가 누군지 무척 궁금하다.

아이들을 더 즐겁게 만든 작가 소개 -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내가 왕으로 있는 킹스턴이라는 조그만 별이 있어요. 그 별에는 수다 떠는 걸 아주 좋아하는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살고 있지요. 어느 날 그 개똥지빠귀가 내게 와서 그러는 거예요. "정말 재미난 얘기가 하나 있는데 들어 보지 않을래?" 이 이야기는 그 개똥지빠귀가 들려준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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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그림 형제 동화 일러스트 명작만화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그림 형제 지음, 세카 만화 구성, 박창호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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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만화책은 거의 안 읽는 편이다. 같은 내용의 책이 글책과 만화 두 종류로 나와 있다면 당연히 글책을 고른다. 이 책도 딸아이가 재미있으니 읽어보라는 말을 며칠째 한 후에야 책장을 넘겨보았다. 더구나 누구나 아는 명작이니 별 재미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손이 더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운 아기 오리>의 그림을 보는 순간 이건 만화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미운 아기 오리> 이야기를 읽어보았지만 이런 그림은 처음 보았다. "이렇게 덩치 크고 못 생긴 녀석이 나올 줄이야!"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엄마 오리의 표정과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외로워하는 미운 아기 오리의 표정이 정말 생생하다. 그린 이가 궁금한데 이름 외엔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다이제스트 판 명작 동화를 수도 없이 보아 왔을 것이다. 인어공주나 신데렐라나 특별히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 비슷한 그림에 내용도 거기서 거기인 책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안 읽히면 안 될 것 같아 전집으로 들여놓기 일쑤인 게 바로 이 명작 시리즈물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명작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림이 다르고 내용이 다르다. 출판사에서 표지에 '명작 만화'라는 단어를 왜 써놓았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만화와는 차원이 다른 그림책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의 동화 열 편이 담겨 있다. 그림 작가도 모두 달라 그림을 보는 맛도 다르다. 책 한 권 값에 열 권을 읽는 기분이 든다.

글도 다르다. 말풍선에 가볍고 짧은 대화 몇 번 나누면서 페이지를 채운 그런 만화투의 글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형식을 빌려 그림을 축소시켜 놓고 그에 맞게 글을 썼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말풍선이 아닌 서술형 글이 차지하고 있다.

작품마다 <함께 생각해 보아요!> 코너가 있어 아이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코너를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토론과 글쓰기 교육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레멘 음악대>의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들어 있다.

주인들은 늙고 쓸모가 없어졌다며 동물들을 버렸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인들이나 몸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된 장애인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언제나 다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건 결코 유아 대상의 질문이 아니다. 그래서 난 만화만 읽으려고 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만화를 읽으려는 아이들의 마음과 명작을 읽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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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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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아빠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우리 아이들은 존이 한없이 부럽단다. 존처럼 악어를 만나고 사자를 만나고 파도를 만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걸어서 학교까지 갈 수 있다고 할 정도이다. 벌써 늘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코스로 학교에 가는 일이 지루해진 아이들. 학교에 간들 별나게 신통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니 선생님 눈길에서 벗어난 등교길에 하루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생애 최고의 날로 기억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뭔가 재미있는 일만 생긴다면 지각을 해서 선생님한테 벌서는 것쯤은 참아낼 수 있는 게 바로 아이들이로구나 싶다. 시간 맞춰서 곧장 학교로 가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과 학교 가는 길에 재미있는 일이 생기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이렇게 차이가 있다.

만약에 진짜 악어나 사자가 나타난다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더니 매일같이 길들여서 나중에는 학교 갈 때마다 타고 가겠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내가 바란 대답은 119나 경찰서에 신고한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준비한 답은 얼마나 어른답고 교과서적인가! 반면에 우리 아이들은 아직 아이들이구나 싶었다. 악어나 사자가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놀고 즐길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 시기가 길었으면 좋겠다.

매일같이 지각을 하는 존에게 어떤 벌을 주겠느냐고 물었더니 큰 아이는 그냥 믿는 척하면서 벌은 주지 않는다고 대답을 했다. 이미 선생님의 벌은 쓰다는 것을 경험한 큰 아이는 같은 학생 입장의존에게 벌을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작은 아이는 아침에 아이의 집 앞에서 만나 함께 학교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곧장 학교로 갈 수 있지 않겠냐면서.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고 함께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우리의 학교. 아이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선생님이 늘어가다 보면 존의 선생님처럼 털북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혀 천정에 매달려 있어도 아무도 구해 주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다. 

권위 의식이 가득한 선생님과 어른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치는 부모들에게 경고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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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콩알 2007-11-1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고 함께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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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이 그렇게 따라주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할텐데요. ㅜ.ㅜ

추천 꾹 누르고 싶은데 전 알라디너가 아니라서요.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가끔씩 들르겠습니다.



소나무집 2007-11-30 00: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세상에 다 좋은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