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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그림 형제 동화 ㅣ 일러스트 명작만화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그림 형제 지음, 세카 만화 구성, 박창호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난 만화책은 거의 안 읽는 편이다. 같은 내용의 책이 글책과 만화 두 종류로 나와 있다면 당연히 글책을 고른다. 이 책도 딸아이가 재미있으니 읽어보라는 말을 며칠째 한 후에야 책장을 넘겨보았다. 더구나 누구나 아는 명작이니 별 재미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손이 더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운 아기 오리>의 그림을 보는 순간 이건 만화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미운 아기 오리> 이야기를 읽어보았지만 이런 그림은 처음 보았다. "이렇게 덩치 크고 못 생긴 녀석이 나올 줄이야!"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엄마 오리의 표정과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외로워하는 미운 아기 오리의 표정이 정말 생생하다. 그린 이가 궁금한데 이름 외엔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다이제스트 판 명작 동화를 수도 없이 보아 왔을 것이다. 인어공주나 신데렐라나 특별히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 비슷한 그림에 내용도 거기서 거기인 책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안 읽히면 안 될 것 같아 전집으로 들여놓기 일쑤인 게 바로 이 명작 시리즈물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명작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림이 다르고 내용이 다르다. 출판사에서 표지에 '명작 만화'라는 단어를 왜 써놓았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만화와는 차원이 다른 그림책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의 동화 열 편이 담겨 있다. 그림 작가도 모두 달라 그림을 보는 맛도 다르다. 책 한 권 값에 열 권을 읽는 기분이 든다.
글도 다르다. 말풍선에 가볍고 짧은 대화 몇 번 나누면서 페이지를 채운 그런 만화투의 글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형식을 빌려 그림을 축소시켜 놓고 그에 맞게 글을 썼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말풍선이 아닌 서술형 글이 차지하고 있다.
작품마다 <함께 생각해 보아요!> 코너가 있어 아이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코너를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토론과 글쓰기 교육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레멘 음악대>의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들어 있다.
주인들은 늙고 쓸모가 없어졌다며 동물들을 버렸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인들이나 몸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된 장애인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언제나 다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건 결코 유아 대상의 질문이 아니다. 그래서 난 만화만 읽으려고 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만화를 읽으려는 아이들의 마음과 명작을 읽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