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외출을 할 때도 화장이 참 간단하다.

세수를 한 얼굴에 스킨 로션 정도를 바르고

그 위에 콤팩트를 몇 번 두드린 후 립스틱을 발라주면 끝이다.

화장하는 시간이 길어야  2~3분, 그것도 로션 마르는 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좀 길어진다.

 

머리도 적당한 웨이브가 있는, 

미용실 아줌마까지도 자연스럽게 파마한 줄 아는 곱슬머리라서

감고 물이 마르길 기다리면 된다.

집에서 드라이기나 매직기 같은 건 거의 써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뚝딱 화장을 끝낸 나에게 딸아이가 한마디했다.

"엄마, 화장 좀 성의껏 하세요." 

"엄마는 이 정도로도 충분해! 화장하는 데 시간 쓰는 거 너무 아까워."

이렇게 말했더니

"그래도 눈화장도 하고 눈썹도 그리면 더 예쁠 텐데. 왜 화장을 대충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어쩌구저쩌구 엄마의 화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몸과 마음이 장성해가는 이 딸 땜시 옷도 내 마음대로 못 입고

화장도 마음대로 못하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반면 우리 딸아이의 아침은 길다.

우리 딸이 나와는 전혀 안 닮았음을 아침마다 확인하곤 한다.

정성을 들여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앞머리랑 옆머리 매직기로 곱게 펴서 마술을 부리고...

 

아빠를 닮아 피부가 검은 게 늘 한이라고 푸념을 해대며

비비크림도 종종 바르고 나가는 것 같다.

처음 몇 번은 얘들은 그런 거 바르면 피부 상한다고 말했는데

이젠 알고도 모르는 척해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입술 색깔도 묘해서 "어우, 입술이 아주 이쁘네!"

한마디 하면 입술이 터서 립그로스를 발랐다는데

그 색깔이 아주 묘~하게 진하다.

자꾸 잔소리하면 듣기 싫어하고 다른 얘들도 다 그러고 다닌다는데

따따부따 하고 싶은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만다.

 

학교 끝나면 재깍 집으로 오는 아이이니 

어디 가서 다른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런 게 요즘 여중생들의 문화라고 하니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그리고 그리고 말이지

나 중학생 때하고는 비교할 생각도 말아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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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2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집 여중생도 그래요, 소나무집님.
화장품이 저보다 많더라구요. 종류도 가지가지 ㅎㅎ
화장대 앞에 있다가면 머리카락 처리는 제 차지구요. 그렇게 해줄 날도 얼마 안 남았지요.^^

소나무집 2012-10-24 09:29   좋아요 0 | URL
이 시기를 거쳐간 친구네 딸들 이야기를 들을 땐 우리 애는 안 그럴거야 했
던 마음이 어이가 없더라구요.^^

무스탕 2012-10-2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쪽 조카가 고2인데 여고엘 다녀요. 좋은거 하나는 아침에 화장 안해도 되는거래요 -_-;;

잘 지내고 계시죠? 저 지난 여름 휴가때 완도 수목원에 다녀왔어요. 신랑+애들 둘을 데리고 다니느라 맘껏 구경 못한게 억욱하지요. 수목원 나와서 구계등 몽돌해수욕장에 가서 잠깐! 구경만 하다 왔지요.
거기서 소나무집님 생각 많이 났어요 :)

소나무집 2012-10-24 09:31   좋아요 0 | URL
울 딸은 여고는 싫대요.^^
지금도 남녀공학인데 고등학교도 남녀공학으로 가고 싶대요.
원주에는 공학이 한 곳밖에 없는데...

하늘바람 2012-10-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쁘네요 상상만으로도요
그땐 삐친 머리 한가닥도 어찌 그리 신경이 쓰이는지
참 이쁜 나이예요

소나무집 2012-10-24 09:31   좋아요 0 | URL
옆에서 맨날 보고 있으면 별로 안 예뻐요.
매일 아침 작은 소동이 일어나거든요.ㅋㅋ

순오기 2012-11-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이 없으면 이런 풍경은 죽었나 깨어나도 볼 수 없으니
볼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세요~~~~ ^^
소식이 뜸해서 궁금하네요~~~ 아주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