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태안에 있는 친정에 다녀오면서 서산 마애삼존불(정식 명칭은 마애여래삼존상)을 보고 왔다.
결혼한 직후 한 번 가본 적이 있으니 15년 만에 간 셈이다.
서산 IC에서 5분 거리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진작에 다녀올 수 있었는데
늘 쌩하니 다녀오기 바빠 이제야 아이들에게 백제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국보 제 84호인 서산 마애삼존불은
1959년에야 학계에 알려져
백제의 미소로 공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권에
자세히 나와 있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마애불이란 절벽이나 거대한 바위에 새긴 부처님을 말한다.
인도의 석굴 사원에서 유래되어 중국을 거쳐 백제로 전해졌다.
예전에는 길가에 차를 세워두었는데 주차장도 생기고 주변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왼쪽 위에 허옇게 보이는 바위 부분에 마애삼존불이 조각되어 있다.
올라가는 길. 올 겨울 너무 놀아서 살이 찐 결과 요거 잠깐 올라가는 데도 숨이 껄떡껄떡...
마애삼존불 위로 처마 역할을 하는 바위가 있어서 비바람이 바로 들이치는 걸 방지해준다.
발견 당시 사진에는 축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벼랑에 부처님을 조각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우리는 저 축대 덕분에 바로 앞까지 가서 마애삼존불을 만나볼 수 있다.
불이문을 통과하면 환한 미소의 마애삼존불을 만날 수 있다.
해설을 부탁하면 관리소에서 나와 해설을 해주신다고 되어 있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그냥 왔더니 아쉬움이 남는다. 나중에 다시 가면 해설을 꼭 듣고 오리라...
앗, 15년 전에 갔을 때 있던 보호각이 없어졌다.
보호각이 없으니 삼존불을 시원하게 볼 수 있고 부처님의 미소도 더 환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보호각을 없애면서 부처님 목욕도 시킨 듯 무척 깔끔한 모습이었다.
아이들도 책에서 보던 것보다 작아서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가운데 여래상을 두고 왼쪽에 구슬을 쥔 봉주보살이, 오른쪽에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 고구려, 신라에서 볼 수 없는 양식이라고 한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게 만드는 얼굴이다.
인간미가 철철 넘쳐서 신의 얼굴 같지가 않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아기의 얼굴 같기도 하고 장난끼가 가득한 우리 아들의 얼굴 같기도 하다.
1400년이나 흘렀는데도 저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것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6~7세기 불상의 특징은 절대자의 친절성을 상징했다고 한다.
절대자를 편안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저런 부처님의 모습을 조성하게 된 듯.
하지만 7세기 이후에는 절대자의 근엄함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일명 백제의 미소... 입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살아 있는 얼굴을 보는 것 같다.
돌(화강암) 위에 어떻게 저토록 생생한 느낌의 얼굴을 표현할 수 있는 거지?
이런 부처님을 조성했던 백제의 예술인들은 백제 멸망 후
석가탑과 다보탑, 석굴암을 만든 통일신라 불교 미술의 주역이 되었을 것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미소의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니 과연... 수줍은 처녀의 모습이 보인다.
동남 30도, 동짓날 해뜨는 방향으로 부처님의 얼굴이 향하고 있는데
이는 경주 석굴암의 석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일치한단다.
마애삼존불 앞에서 바라본 용현계곡 주변의 모습이다.
녹음이 우거졌을 때 가서 보면 완전히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백제의 미소가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친정 다니는 길에 한 번 더 가봐야겠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의 매력을 잘 웃는 거라고 했는데 바로 저 부처님을 만든 백제인의 후손이어서가 아닐까?ㅎㅎ
내가 저런 미소를 지닌 백제인의 후손이라는 게 새삼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