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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 역사가 잊은 외로운 지도꾼 ㅣ 아이세움 역사 인물 17
서경석 지음, 박지윤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2월
평점 :
김정호라는 인물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죽~ 들어왔기 때문에 은연중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깨달았다. 단지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고, 그외에 김정호와 관련해서 알고 있던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과정은 그동안 알고 있던 것 대부분이 사실이 아님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김정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가운데 몇 가지가 평생 전국을 답사하한 후에 대동여지도를 만들었고, 백두산을 일곱 차례나 올랐고, 대동여지도를 본 대원군이 국가 기밀 누설로 옥사시켰다는 이야기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란다. 김정호는 전국을 답사한 적도 없고 백두산은 단 한번도 오른 적이 없으며 옥사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도 사실로 믿고 지나쳤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니... 충격이다.
김정호의 옥사설을 퍼뜨린 것은 일본이다. 어리석은 조선이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옥사시켰는데 일본은 그 가치를 알아보았으니 바보 같은 조선이 아닌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결국 일본이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기 의해 퍼뜨린 헛소문이라는 얘기!!!
김정호에 대해 이렇게 잘못 알려진 이유는 그에 대한 기록이 아주 적기 때문이다. 청구도나 대동여지도 같은 지도를 만들어 우리 지리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데도 역사 기록은 아주 빈약하단다. 언제 어디서 태어난 어떤 집안의 인물인지 후손은 누구인지, 심지어는 어떻게 지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판각 기술은 어떻게 배웠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김정호에 대해서는 최한기가 쓴 <청구도> 제문, 신헌이 쓴 <동여도> 서문, 유재건의 <이향견문록>,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속에 기록이 남아 있지만 김정호가 전국을 답사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한다. "여러 지도를 대조하고 여러 지지를 참고해 완벽한 지도를 만들고자 했다."는 신헌의 기록만 있을 뿐이다. 결국 김정호는 답사를 하지 않고 다른 지도를 참고하면서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것.
이 책은 김정호의 일대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어 술술 읽힌다. 평안도 출생이었던 김정호가 지도에 관심을 갖고 한양으로 와서 판각 기술과 천문학, 수학을 공부하며 지도의 대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드러나 있다. 김정호의 스승은 당시 최고의 실학자 최한기였는데 당시로서는 가장 상세한 지도였던 <청구도>의 제문을 써주어 귀한 기록을 남겼다.
"내 친구 김정호는 소년 시절부터 지도와 지리학에 깊이 뜻을 두고 오랫동안 자료를 찾아서 지도 만드는 모든 방법의 장단을 자세히 살피며, 한가한 때면 토론하고 연구하여 ......"
하지만 당시 지도는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값이 비싸서 제대로 된 지도 하나 가격이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호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싼값에 구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싶어했다. 바로 이런 마음에서 대중적인 대동여지도가 나온 것. 하지만 정확하고 자세했던 덕분에 대동여지도가 일제 때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목적으로 쓰인 일은 가슴이 아프다.
많은 아이들이 읽고 김정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글씨도 크고 이야기가 쉽기 때문에 4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