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에서 일어났다. 티비를 잘 안 보지만 주말 집에 있는 시간에는 내내 티비를 켜놓고 뉴스를 시청했다. 강진과 대형 쓰나미는 일본을 순식간에 소리 없는 전쟁터로 만들어버렸고, 이웃 나라에 사는 나마저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쓰나미가 덮치고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어 사라지던 마을, 학교에서 공부하던 아이들, 일터에 있던 직장인들, 어떤 집에는 낮잠을 자던 아기도 있었을 것이고, 식탁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던 노부부도 있었을 것이고, 예쁘게 단장을 하고 외출하려고 집을 나서던 아줌마도 있었을 것이고...
일상으로 평온하던 그네들이 모두 사라졌다. 자연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했다. 그리고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력한가도 절감하는 나날이다. 더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일본 지진을 지켜보면서 아들은 3일 내내 지진에 관한 일기만 썼다. 깊이는 없지만 글 한 줄 쓰는 것도 버거워하는 아들인지라... 기특하다.
"일본 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주기가 100~200년 정도 사이에 일어나는 그 지진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번 지진 때문에 동해안 쪽에 에너지가 축적돼서 리히터 규모 7 정도의 강진이 일어나면 2시간 만에 (물론 일본 쪽의 동해안) 우리나라를 덮칠 수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수심이 깊어서 700킬로 정도의 속도가 유지되며 온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는 몇 명이 죽었는지, 몇 명이 실종되었는지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여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까지 났다.
우리나라에는 전문가들이 말한 일 같은 것이 되도록 없었으면 좋겠다."(2011년 3월 12일 아들의 일기)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는 지진과 화산에 관한 책도 몇 권 빌려와서는 누나 침대 밑에 기어들어가서 읽었다. 나도 함께 두어 권 읽다 보니 세상에 아무리 조그만 자연 현상도 우연히 일어나는 건 없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