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내다보니 또 비가 내린다. 정말 지겹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 오후 출발하는 비행기 타고 제주 시댁에 가야 하는데 말이다. 이러다 두 달 전부터 예매해둔 비행기가 취소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이다.

요즘 정말 비가 싫다. 아니 밉다. 연이어 서해안을 휩쓴 태풍에 친정집 농사가 반은 망가졌다. 주말마다 일이 겹쳐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잠깐 다녀왔다. 집 주변을 둘러싼 숲의 소나무는 수십 그루가 아직 넘어진 채 그대로였고, 고추나무는 벌써 누렇게 죽어가고, 콩은 영글 새가 없어 그냥 쭉정이로 말라가고 있었다. 마당가에 대추나무 감나무도 휑~하기만 했다.

올해 칠십으로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친정아버지는 평생 이런 태풍은 처음이라 하셨다. 늘 낙천적인 덕에 "가을에 추수할 게 없으니 한가해서 좋다."고 하셨지만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셨을까 싶다. 봄 내내 여름 내내 들인 정성을 단 며칠새 다 잃으셨으니...  

사위와 소주 한 잔 하면서 "사는 게 다 그렇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하며 허허 웃으셨지만 더 허옇게 변한 머리에 검게 탄 얼굴이 도드라져 마음이 아팠다.  

비야, 이제 제발 그만 와라~ 나 오늘 시댁에 꼭 가야 하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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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9-26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가을하늘은 맑았죠?
아이들이 참 좋아했을듯. 저에겐 오늘 딱 하루 남은 연휴. 아쉬워요^*^

소나무집 2010-09-30 23:52   좋아요 0 | URL
늘 제주에 가면 비가 오곤 했는데 이번에 쾌청이었어요.

꿈꾸는섬 2010-09-2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쇠셨어요?
제주도 잘 다녀오셨나 모르겠네요. 추석전날 중부지방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고 들었어요.

소나무집 2010-09-30 23:53   좋아요 0 | URL
신기하게도 비 많이 올 때 원주를 떠났는데 하늘 높이 올라가자마자 바로 햇볕은 쨍쨍이더라구요.

순오기 2010-09-2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태풍이 친정 농사를 망쳐 놓았군요.ㅜㅜ
친정 부모님 땀흘린 수고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ㅜㅜ

소나무집 2010-09-30 23:54   좋아요 0 | URL
네, 부모님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파요.

2010-09-30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9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10-09-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님께서 시댁 잘 다녀오신 덕분에 우리가 오늘 낮에 고등어 잘구워먹었어요..^^&

친정아버님의 너털 웃음이 가슴 찡합니다.
그노고를 알아주는 따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실거에요.

소나무집 2010-09-30 23:54   좋아요 0 | URL
저도 늘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