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 한 달 무렵에 아이들에게 <곰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를 보여주며 역사일기를 한 번 써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아들은 Oh, No No~ 딸은 Yes~를 하며 노트를 한 권 사 오라고 했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며.
그래서 천원짜리 스케치북에 20일 동안 쓴 일기를 마감일에 간신히 보냈는데 우수상으로 뽑혀서 시상식(7월 24일)에 오라는 연락이 왔다. 사계절 가면 단체상으로 뽑힌 알라딘 식구 희망찬샘 님도 만나게 생겼다.^^
딸아이는 한두 편 써보더니 재미있다며 신이 나서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썼다. 역사 속 주인공이 되어 신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일기를 쓰려고 하니 간단한 몇 가지 상식만으로 어렵다 싶었는지 신석기와 관련된 책을 모두 책상에 쌓아놓고 참고하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코앞에 닥친 중간고사 공부는 안 하고 역사책만 붙들고 있어서 내 구박도 많이 받았는데 상까지 받게 되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나는 일기를 완성하고 마무리하던 날에야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나름 센스 있게 써서 자꾸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우리집에 하루하루 하늘바람의 역사 일기를 기다리며 애독한 독자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쓰는 건 죽기보다 싫지만 누나가 쓴 건 킥킥대며, 잘못된 점 지적에 부연 설명까지 해대던 우리 아들. 그러다 누나에게 맞기도 많이 했다.
스케치북이 너무 크다며 삼분의 일을 잘라내고 일기장으로 만들었다. 스케치북 그림이 표지 제목을 쓰기에 너무 지저분해서 누런 서류 봉투를 뒤집어서 재활용했더니 그럴싸하다.(요거 하나만 내 아이디어!)
주인공의 이름이 호랑이 씨족 소녀 하늘바람이다. 알라딘 서재 하늘바람 님하고 이름이 같다. 복을 불러온 이름인 것 같아서 하늘바람 님께도 감사~
나름 가계도까지 만들었다. 사람들 이름이 모두 정겹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딸아이 이름까지 등장한다. 글씨가 대충대충이다. 좀더 잘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집안 내부 모습도 암사동에서 보고 온 움집 내부 모습과 비슷~ 역사 일기 쓰는 것 보니까 새삼 현장 체험이 중요한 걸 알겠더라. 책으로 보는 것보다 구체적인 상상을 해볼 수 있어서.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온 날은 신석기 아이들의 운동회하는 모습을 쓰기도 했다.
스케치북 잘라낸 부분이 아깝다며 이렇게 아이디어 창고도 만들었다.
신석기 시대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불편해서 나중에는 이렇게 변할 것이다~ 뭐 이런 얘기.
그래서 호랑이 씨족 소녀 하늘바람의 일기가 완성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