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올 수 있는 전시회를 검색했더니 딸아이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앤디 워홀전잉카전 두 군데를 다 가고 싶어했다. 하나만 고르라고 하니 아들이 잉카전을 선택해서 결국 다수결로 잉카전 결정.  

파주에서 코키 폴을 만난 후 동생네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느긋하게 나와 남편을 회사 앞에서 만나(아이들을 위한 보너스) 일주일치 점심값을 한 끼에 다 쓰게 하고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다. 방학인데도 의외로 박물관이 한산했다.      


이번 전시회는 잉카 제국뿐 아니라 잉카 문명의 근간을 이룬 안데스 고대 문명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시물이 351점밖에 되지 않아(핵심 유물은 없는 듯)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로비를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보며 복습할 수도 없으니 기억력이 바닥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좋은 전시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시장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계단을 마추픽추 유적지로 프린팅을 해놓아서 마치 현장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문자가 없어서 정확한 기록이 없고,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지는 바람에 역사와 문화의 흔적마저 사라진 잉카.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안데스의 고대 문명과 잉카 문명까지 훑어보고 돌아온 아이들은 잉카와 페루에 대한 관심이 폭발해서 책도 뒤지고 영화(엘도라도, 쿠스코)도 찾아서 보는 열성을 보였다.   


안데스 고대인들의 우주는 비가 내리는 하늘, 일할 땅, 과일이 생기고 조상들이 묻혀 있는 지하 세계로 되어 있다고 믿었단다. 이런 세상을 동물들로 상징화했는데 하늘은 독수리 콘도르 같은 새로, 땅은 재규어 퓨마와 같은 펠리노로, 지하는 뱀과 거미로 상징화해서 나타냈다. 신격화된 이런 동물들은 인간의 모습과 합쳐져 신의 존재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그 모습이 제물용 칼이나 장신구, 양탄자 등에 남아 있다.  


해발 3700미터에 있는 삭사이우아만 유적 프린팅 앞에서. 나중에 너희들이 돈 벌어서 직접 안데스 산맥에 올라가 잉카 유적을 보고 오렴. 엄마 아빠도 데려가면 더 좋고...  


전시물 중에는 인간의 피를 신의 제물로 바치는 의식과 관련된 물건이라든지 장신구들이 가장 많았다. 인간 중심으로 살았던 동양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이들 기억 속에 가장 뚜렷하게 남은 것 중 하나는 미라였다. 어른, 아이, 개 등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너무 생생해서 겁없는 아들마저 무섭다고 멀찍이 도망가버리곤 했다. 

 
다녀와서 잉카나 마야 문명에 관한 책을 검색해 보니 아이들이 볼 만한 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책 몇 권은 읽어 봐야 오래 기억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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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1-3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나들이를 다녀가셨군요. 시간을 쪼개어 이곳저곳 바쁘셨겠어요.^^

소나무집 2010-02-03 18:28   좋아요 0 | URL
완도 생각하면 원주에서 서울은 한 시간 반이니까 코앞이더라구요.^^
오랜만에 서울 가서 친구도 만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꿈꾸는섬 2010-02-03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이 할인권을 나누어주셨었는데 받으셨나요?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싼 것 같던데요. 아이들이랑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도 하시고 옆지기님이랑 점심까지 하셨으니 아이들은 정말 좋았겠어요.

소나무집 2010-02-03 18:3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이 표 나눠준 건 몰랐네요.
입장료는 어른 만원, 아이들 8천원이었어요.
2년 만에 서울 간 것 같아요. 그래서 지하철 타면서도 촌티 팍팍 내면서 어리버리 헤매고 그랬답니다. 주말(금요일 밤에 와서 월요일 새벽에 올라가거든요)에만 보다가 평일에 남편 만나니까 너무 신나고 좋았어요. 비싼 점심까지 얻어 먹구요.^^

치유 2010-02-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계단 너무 환상적이에요.

소나무집 2010-02-04 18:02   좋아요 0 | URL
들어갈 때는 안 쳐다보아서 몰랐는데 나오면서 보니까 계단이 보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