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방학을 한 우리 아이들은 오갈 만한 친구도 없다 보니 방학 내내 방굴러데시를 하고 있는지라 코키 폴 만나러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코키 폴이 그림책 작가이다 보니 유아들만 참여하는 행사가 될 것 같아 갈까말까 망설이자 우리 아이들 단호하게 가야 한다더군요. "엄마, 코키 폴이 우리나라에 맨날 오는 것도 아닌데 평생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라면서 말이죠.
그래서 26일 아침 원주에서 7시에 출발하는 고속 버스를 타고 신사동에 있는 비룡소 본사로 가니... 가장 멀리서 온 우리 가족이 일등이었습니다. 여기서 비룡소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파주 출판 단지에 있는 비룡소 북 아울렛 까멜레옹으로 갔지요. 파주는 그 전에도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는지라 익숙한 풍경이 반가웠어요.
비룡소 북 아울렛 까멜레옹이 있는 건물. 여기서는 아주 깨끗한 반품 도서를 50%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어요. 저도 몇 권 사왔는데 그냥 새책이랑 똑같았어요.
1층에 들어서니 작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나의 명원 화실>표지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구요.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2층 복도 서가에는 코키 폴의 책으로 가득~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 정말 재미있어요.
코키 폴을 기다리며 <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을 보고 있는 아이들. 아들이 쓰고 있는 마법사 모자는 비룡소에서 하나씩 나누어 주었어요.
드디어 코키 폴 아저씨가 오셨군요. 역시나 자신의 책으로 장식된 책장으로 눈이 제일 먼저 가네요. 흐뭇한 표정입니다.
행사장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3층 사무실로 가는 중. 빨간 목도리가 눈에 띄네요. 빨강색에서 자유로움과 장난끼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비룡소 직원이 코키 폴 아저씨를 소개해 주셨어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젊어 보이고(실제 59세랍니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바로 그림 그리기 시연에 들어갔는데요, 그야말로 일필휘지 뚝딱이었습니다. 마녀 위니 한 장 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정확하게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1~2분 정도.
그림을 그리다가 위니의 양말이 무슨 색깔이냐고 묻더니 발을 탁자 위로 올려서 보여주는 거 있죠. 바로 요게 위니의 양말이라면서. 정말 위니만큼이나 귀엽고 유쾌한 아저씨였어요.
초록 눈과 빨간 코가 매력인 위니의 절친 윌버도 그려주셨는데 가까이 있을 때 자세히 보니 코키 폴 아저씨의 눈도 초록색인 거 있죠. 아무래도 작가의 눈을 본떠서 윌버의 눈을 그린 듯.
위니의 다양한 표정 그리기를 한 후엔 아이들을 불러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 캐릭터를 이용한 초상화를 그려주었어요. 다섯 살쯤 된 여자 아이에게도 그려 주었는데 안 예뻐 보였는지 안 받는다고 해서 웃음 바다가 되기도...
책을 설명해주는 시간이었어요. 코키 폴은 자신의 책 중 <마녀 위니와 아기 용>을 가장 좋아한대요. 세상에서 공룡을 가장 멋지게 그리는 사람이 자신이라며 한참 자랑을 하더군요.
<마녀 위니의 생일 파티>라는 책 속엔 이렇게 긴 케익 그림이 들어 있어요. 영국에서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파티를 하는데 회사에서 똑같이 생긴 케익을 만들어 왔대요. 그때 거대한 케익을 트럭에 실어 오느라 애를 먹었다는데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재미있는 거 있죠.
작가에게 잘문하는 시간. 우리 아들이 위니의 코를 왜 항상 빨갛게 그리느냐고 물었더니 위니가 사는 곳이 워낙 춥다 보니 항상 감기에 걸려 있어서 코가 빨간 거라고 했구요.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 아프리카에서 할머니랑 살았는데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분이어서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했어요.
마녀 위니 캐릭터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영감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몰랐대요. 그림과 글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두느냐는 질문에 영화랑 비교하면서 글작가가 글을 써 주면 그림 작가는 한두 줄의 글을 보면서 상상해서 그림을 그려내는 거래요. 그림책에서는 역시 그림이 좋아야 눈이 가지요. 마녀 위니도 영화로 나오면 해리포터 못지않게 인기를 끌 것 같은데 계획이 없으신지...
마녀 위니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뽑힌 그림들인데 미리 보내 달라고 해서 행사장 벽에 예쁘게 장식해 놓았더라구요. 열 명의 그림 중에서 1,2,3등을 코키 폴이 직접 뽑았어요. 그림을 뽑아 달라고 하자 사람들 앞에서 뽑지 못하겠노라고 한참 너스레를 떨더니 나름 진지하게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셨어요. 그 모습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우리 딸의 그림을 2등으로 뽑아 주셨어요. 1등은 유아가 그린 그림으로 뽑으셨구요.
딸아이를 불러내어 직접 책선물도 주고 사진 찍으라면서 여러 번 포즈를 바꿔가며 배려를 해주시더군요.
원래 행사에는 작가 싸인 계획은 없었는데 코키 폴이 해주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작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답니다. 1등으로 줄을 서 있는 우리 딸.
열심히 싸인을 하고 계신 코키 폴. 오른손잡이 입장에서 왼손으로 쓱싹쓱싹 그림을 그리는 걸 보니 엄청 신기했어요.
우리 딸이 받은 싸인. 상으로 받은 책이라서 특별히 CONGRATULATIONS 라고 써주었어요.
아들이 받은 싸인. 이 책은 까멜레옹에서 50% 할인해서 구입했어요. 일일이 아이들에게 위니와 윌버 중 선택하라고 해서 그림을 그려주다 보니 싸인해주는 시간이 한 시간도 넘게 걸렸지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손도 아프고 힘도 들었을 텐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더라구요. 그림도 아이들도 무척 사랑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딸이 탐낸 코키 폴의 문구 상자예요. 낡고 해진 문구 상자였지만 오랫동안 작가와 함께 하면서 위니를 창조해낸 주인공들 아닐까 싶어요.
싸인하는 동안 코키 폴 가까이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물론 통역을 통해서요. 가까이 있을 때 찍은 위니 양말을 신은 코키 폴의 발이에요. 저도 갑자기 저 양말이 너무 신고 싶어지네요. 어디 파는 데 없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싸인만 받고 밥 먹으러 갔는데 싸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들과 사진 한 장 더 찍었어요. 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원주에서부터 올라간 보람이 느껴지네요.
우리 딸은 코키 폴이랑 악수를 세 번이나 했다며 뿌듯해했구요, 아들도 코키 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을 만나서 악수를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즐거워했어요. 일기 쓰기 무지하게 싫어하는 아들이 이틀에 걸쳐 코키 폴 일기를 썼을 정도랍니다.
코키 폴 아저씨, 만나서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