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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칭찬 통장 ㅣ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7
김성범 지음, 이수영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6월
평점 :
딸아이의 경우는 뭐든 알아서 잘하는 편이라 상도 종종 받아온다. 하지만 아들은 학교에서 수시로 상을 받아오는 누나를 늘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기만 한다. 한 번쯤 아들 녀석도 상을 받아왔으면 싶지만 3학년이 된 여직껏 상다운 상을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늘 뒤처지고 느릿느릿한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일어난다.
특히나 엄마들 앞에서까지 대놓고 편을 가르던 2학년 때 담임은 나를 자꾸만 뻔뻔하게 만들었다. 아이들보다 엄마의 발길과 손길을 더 좋아했던 그 선생님에게 내 아이가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도 발 벗고 나서서 아들의 숙제를 보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하기 싫은 건 맞아가면서도 안 하는 고집불통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상은 관두고 담임은 "문제가 많아서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평을 생활통지표에 써 보내서 정말로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 평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긴 했지만 3학년이 된 아들을 보면서도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우리 선생님은 정말 좋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매일같이 현관문을 열면서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 2학년 때까지는 엄마가 물어봐야 마지못해서 이야기를 꺼내던 아이였다. 아이의 학교 생활을 갑자기 즐겁게 만든 건 뭘까?
알고 보니 담임 선생님은 '칭찬쟁이'였다. 한두 달 사이에 아이가 뭐 얼마나 변했을까?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분이었다. 시끄럽게 했다고 혼내기 전에 왜 그랬는지 묻고 훌륭한 개그맨이 될 소질이 있다며 칭찬 먼저 해주는 선생님... 엄마의 손길보다 서투른 아이들의 솜씨를 더 훌륭하게 생각하는 그런 분이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던 아들이 솜씨자랑에 제 그림이 붙었다며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요즘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도 아들은 알아서 일기를 쓴다. 방학식하던 날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준 일기상 덕분이다. 학교에서 주는 상은 아니었지만 아들은 선생님이 준 그 상을 받고 정말 뿌듯해했다. 엄마의 도움 없이 쓴 일기였기에 더 기뻐했던 건 아닌지...
요즘 학교엔 숙제를 도와주고 상을 받고 싶어하는 수많은 동현이와 예솔이 엄마가 있다. 그런 엄마들은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상을 받은 적도 없고 누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이 책을 쓴 작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여기엔 나도 포함되어 있다. 나 또한 아이가 상을 받아오면 아이보다 더 기뻐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상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가려낼 줄 모르는 선생님, 그리고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