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밖에 나갔던 남편이 못 보던 자전거를 빌려 타고 들어왔다. 이름하야 mb가 저탄소 녹색 성장 어쩌구 하면서 국민들 앞에서 타라며 시승식을 했던 바로 그 전기 자전거였다. 행정 업무용으로까지 채택된 자전거라지만 도로 사정 무지 안 좋은 우리 동네에서는 창고에서 주무셔야 할 듯.
그래도 처음 보는 물건이라고 온 식구가 공원에 나가서 한 번씩 돌아가면서 타봤다.

딸아이의 자전거랑 비교하니 우선 길이가 길다. 페달이 아닌 원동기를 조절해서 달려갈 때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는데, 딸아이는 자전거 경주에 나가면 무조건 일등하겠다며 좋아했다.

중간에 달려 있는 저 네모난 박스의 정체는 배터리인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페달로 가거나 끌고 갈 때는 무거워서 낑낑 소리가 나왔다. 배터리 무게만 20킬로그램이 넘는다고 하니 밥 굶은 사람은 끌고도 못 가겠다.
전기로 충전해서 쓰는 배터리는 영구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 닳으면 교체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보통 자전거 한 대 값이라구... mb는 공기 오염이 없고 연료비가 싸다면서 이걸 타라고 권했다는데 배터리 한개 값이 얼마인지는 알고나 한 소린지... 그리고 말이지 전기 충전할 때 쓰는 에너지는 에너지 아니고 뭐라나...
나 같은 사람은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자전거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는구만.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이나 타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얘긴데... 글쎄, 돈 있는 그네들이 얼마나 자전거 타고 다니며 저탄소 녹색 성장에 기여할지 알 수가 없군. 진심으로 자전거를 좋아해서 자전거 타고 봉하마을을 누볐던 어른이 생각나네.
오른쪽 핸들은 시동 거는 역할. 안쪽으로 살짝 돌려주면 페달을 안 밟아도 소리없이 죽~ 미끄러져 나가서 처음에 깜짝 놀랐다. 운전하는 중에도 적당하게 계속 안쪽으로 돌려주는 기술이 필요할 듯.
페달을 안 밟아도 되니 언덕을 올라갈 때나 먼 거리를 여행할 때는 힘이 안 들어서 좋겠지만 운동은 하나도 안 될 듯. 동네에서 가족끼리 자전거 타는 재미를 즐기는 우리 가족에겐 또 안 맞는 물건이로고...
946,000원짜리 전기 자전거를 타본 후 우리 가족이 내린 결론. 15만원짜리 자전거도 잃어버릴까 봐 12층까지 끌고 와서 현관 앞에 매달아놓는데 저거 잃어버리면 한 재산 날라간다. 우린 에너지 하나도 안 들이고 운동도 할 수 있는 15만원짜리 삼천리 자전거 타자! 아그들아, 그게 바로 저탄소 녹색 성장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