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쉬는 주말엔 혼자서 자이언 국립공원을 코스별로 등산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회사에서 시킨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등산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관광객을 위한 한국어 가이드북을 만들겠다며 의지에 불타 있다. 산에 다녀올 때마다 사진을 몇 장씩 보내오는데 날씨에 따라 같은 장소의 모습도 색다르게 보인다.
공룡의 모습이 연상되는데 뭔가 이름이 있을 것 같은 바위다.
등산을 하던 중 미국의 상징 새인 캘리포니아 콘돌을 만났다며 흥분해서 메일을 보내왔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새가 아닌 모양이다. 콘돌은 날아다니는 짐승 중 가장 큰 녀석이란다.
자기 머리 위로 비행하는 녀석을 이렇게 사진 찍을 수 있었던 건 자기가 진짜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나. 비행하는 모습이 멋지긴 하네!
눈 온 날 풍경.
진한 부분은 암벽 위에 있던 눈이 녹아 흐르면서 그려놓은 그림이라고.
오, 멋져라. 사진을 보는 순간 내 서재 사진으로 결정했다. 꼭 추위에 떨고 있는 소나무 같다.
남편이 있는 자이언 국립공원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봉사 활동을 한다고 한다. 전에 소개했던 그 도서관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외래 식물을 자생 식물로 바꿔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들어왔고, 남편도 그 활동에 참여한 모양이다.
남편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그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미국인의 저력을 느꼈다나... 자원봉사자들은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젊은 남자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결혼은 했냐? 가족은 있냐? 뭐 그런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질문들을 하더란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할머니였는데 특히 33년째 활동중인 81살 할머니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한다. 오른쪽 끝 갈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남편이고, 그 뒤에 서 계신 검정색 옷의 할머니가 81살의 마거렛 할머니.
남편이 적어 보낸 메일의 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 본다.
미국의 힘이 개척정신(frontier spirit)과 자원봉사(Volunteer)에서 나온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감명 깊었다. 그들은 자기 차를 몰고 자기 시간을 쓰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공공의 복리를 위해 기꺼이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간식까지 다 조금씩 집에서 가져와서 쉬는시간에 함께 나누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