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하는 법이다..
아즈마 히로키에 대해서 끄적거리는 것은 뒤로 미루고 태풍도 오는데 이런 글이나 끄적거려야겠다. 들어가기 전에 몇 마디 범위와 정의에 대해서 밝혀두자면, 이 글에서 다루는 라이트 노벨은 일본의 서브컬쳐의 라이트 노벨만 한정한다. 국내의 시드노벨 등이 있고.. 어떤 책들이 나오고 있는지는 알지만 찾아서 읽은 책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안할 것이다.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말해서 라이트 노벨에 대한 정의는 사실 엄밀하지 못하다. 앞에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이 있으면 라이트 노벨인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글을 쓰면 라이트 노벨인가? 여하튼 뿅가죽는[..아마 서브컬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여자(남자라도 상관없지만)캐릭터가 나오면 (다시말해서 모에할 부분이 있다면 ; 물론 모에라는 말에 보충설명이 필요할 것이지만.. 참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라이트노벨인가? 아니면 위의 정의가 모두 해당되는 것인가? 세계관이 환상과 관련되어 애니메이션화, 또는 기타 미디어들로 발전이 쉽게 가능하다면 라이트 노벨인가? 처음부터 글로 쓰인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발전해서 글로 쓰인 것이라면 라이트 노벨인가? 나 또한 여러 라이트 노벨을 읽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라이트노벨인지, 그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위의 정의 중 글의 내용을 한정하자면 하나를 택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정의가 가장 만만할 듯 싶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나보다 라이트 노벨을 많이 읽고 이런 책들을 연구[..솔직히 많이 읽기는 했지만 나또한 편견이 좀 남아있어서 이런 류의 책을 연구까지 해야되는건가, 하는 의문을 스스로 느끼기도 한다.] 한 사람들은 물론 많을지도 모른다. 당장 검색해봐도 별 별 이론을 다 가져다와서 라이트 노벨을 분석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그 이론에는 지젝이나 라캉이 자주 오르내린다.. 이런 황당한.. 싶겠지만 지젝이 영화평론하는 것을 만화평론하는 것으로 바꾸면 뭐.. 안될 말은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나로서는 지젝의 이론을 잘 모르는터라 그냥 고개만 갸웃거리며 읽을 뿐이다.) 물론 내가 그런 본격적인 분석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맘에 안차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요런 서재활동은 안하는 모양이니.. 조금 끄적거려도 상관없겠지? 아마 최근 라이트 노벨들 보다는 좀 옛날.. 라이트 노벨위주로 적게 될 것이다.
하나만 더, 계속 사족을 달게 되는데.. 앞서 나 스스로도 편견이 좀 있다고 고백하기는 했지만, 막상 나에게 라이트 노벨과 일반적인 문학장르의 우위성을 물어온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라이트 노벨을 읽은 이상으로 고전..이라고 불리는 세계문학과 국내문학을 그럭저럭 읽은 편이다. 물론 고전을 주로 읽기 때문에 최근에 나온 소설들은 오히려 잘 안보는 편이지만 말이다. 라이트 노벨은 저급한가? 글쎄, 저급한 책들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현대문학들이나 라이트 노벨이나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점에서는 동일하고..(상실의 시대, 에 이 말이 나왔었지.) 그렇기에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점은 있다. 확실히 라이트 노벨이 통통 튀는 맛은 있지만.. 그야말로 현실하고는 거리가 먼 환상에 빠져 사는 듯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딱 하나만 더.. 물론 라이트노벨에 대해서 역사니 어쩌니 해서 체계적으로 쓰려고 한다면, 그 옛날의 슬레이어즈,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마법소녀 리나, 라고 한다면 좀 더 친숙할 것이다.) 그 슬레이어즈도 원래는 소설이었으니.. 여러분, 마법소녀 리나 다 아시죠? 그 이전의 라이트노벨..이라고 불릴만한 소설은 잘 기억이 안난다.. 있긴 있겠지? 크흠, 그러나 이 글에서 그 정도 엄밀하게 하고 싶지는 않고 (무엇보다도 내가 별로 그렇게 쓰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 순서는 내가 생각나는대로 할 것이다.. 랄까, 이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젠장,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내 손발이 다 오글거린다. 여하튼 각설하고, 왼쪽의 책은 늑대와 향신료, 라는 책이다. 왼쪽 표지의 여자 캐릭터가 보이는가? 왼쪽의 여자는 동물이다. 꼬리와 위의 귀를 본다면 동물이 서툴게 변신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과연 무슨 동물일까? ..제목이 늑대와 향신료니 늑대일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여우가 아니라는 점이 좀 의외일 것이다. 여기서 라이트 노벨의 특성이 있다면 바로 의외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부분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잡아 오, 이런 상상력도 있을 수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번째 특성을 잡아내자면 매력적인 캐릭터 구성이다. 적어도 외모면에서는 왼쪽의 여자캐릭터정도면 상당히 뛰어나니깐, 풋. 물론 실제 이야기를 읽으면 더 매력적일 것이다. 이 책은 향신료, 라는 이름이 광고하는대로 일종의 경제판타지이다. 배경은 중세시절이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아다니면서 장사하는 행상인 남자가 주인공이고, 저 그림의 여자 캐릭터가 여자주인공이다. 자신이 신으로 받들어지던 도시에서 떠나고 싶었던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의 힘을 빌어 겨우 도시를 떠나고, 원래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벌써 시간은 몇 백년이나 지난 뒤였고, 그녀의 고향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남자주인공은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남자주인공은 뼛속까지 상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고향을 찾는 도중에 틈틈히 장사판에 뛰어들게 되고, 오래 살아온 만큼 현명한 여자주인공은 그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조언을 한다. 때로는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꾸짖기도 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여행이 종막으로 다다르면서 그들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은 힘든 법. 바로 생각해봐도 알 수 있듯이, 수명의 차이가 있다. 과연 그를 그녀는 그대로 좋은 추억으로만 남도록 하기 위해서 떠나보낼 것인가,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잡을 것인가?
이 책은 상당한 수작이다. 경제부분이라는 기존의 라이트노벨에서는 아예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상당한 연구를 통해서 (이 책을 쓴 저자는 황금가지, 를 많이 참조한 듯 하다..) 제법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물론 그, 그녀가 이 책에서 쓰는 장사 트릭들이 바로 바로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끝까지 읽히는 것은 연애부분과 장사부분을 절묘하게 결합시켰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가장 강렬한 캐릭터, 수백년을 살아왔기에 연륜이 쌓여 주체적이고 상황을 언제든 조절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타는 나약한 면모가 있는 위의 여자주인공을 통해서 그 정점을 찍는다. 바로 이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이 캐릭터는 특별한 마법이나 창과 칼의 싸움을 통하지 않더라도(물론 아예 환상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중세, 가 배경인데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그리고 여주인공이 늑대로 변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와 더불어 청년층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낸다.
앞서 늑대와 향신료, 가 중세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 풀메탈 패닉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편의상 미래라고 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가상역사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책에는 위스퍼드, 라는 존재들이 나오는데, 이 위스퍼드들은 말 그대로 속삭임을 들은 자들이다. 속삭임이라니? 무슨 속삭임을 뜻하는가, 궁금할 것이다. 이 속삭임은 미래로부터의 지식에 대한 속삭임이다. 위스퍼드, 는 태어날 때부터 미래의 누군가로부터 현실 세계에는 있을 수 없는 지식들을 전해받는다. 그 결과로 이 세계에서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물체들, 물리학 법칙을 무시하는 무기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고보면 가장 빨리 발전하는 분야가 무기 분야이다. 최신식 무기를 만들면 다른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이 위스퍼드, 들을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한 조직이 있다. 이름하여 아말감이다. 이 아말감에 대항하여,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세계 평화를 지키려고 하는 조직이 있으니 바로 미스릴이다. 이 책은 저 미스릴의 중사 (용병조직이지만 군대계급이 있다.) 인 남주인공에서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한다. 바로 위의 책의 표지의 오른쪽의 남자이다. 여자주인공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왼쪽의 머리가 치렁치렁한 여자캐릭터겠지. 그런데 저 표지만 보고 짐작하기에는 무리일 내용이 있으니.. 사실 남녀 주인공은 삼각관계에 빠져있다. 물론 중반쯤 결판나지만.. 미스릴의 대령이 위스퍼드인데, 공교롭게도 여자다. 위스퍼드들은 보통 천재라 일찍 그 능력을 발휘하기에 대령의 나이도 위의 청춘남녀와 동일하다. 각자의 여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들이대며 남자주인공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어필한다. (뭐, 저기 저 파란 머리의 여자주인공은 사실.. 딱히 어필하는게 아닐 수도..)
여기서 라이트 노벨의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일상과 비일상의 만남이다. 이 특징은 특히나 일본 서브컬쳐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것으로, 대략 이런 경과를 밟는다. 일상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비일상의 침범을 통해서 그 일상이 부서지게 되고, 억지로 비일상에 끌려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일상을 잊지 않기에 어떻게든 다시금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 책도 비슷한 경과를 밟는다. 훨씬 극적으로. 위의 여자주인공은 평범한 아이였지만 (물론 예쁘긴 하다) 위스퍼드, 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말감에게 노려지게 되고, 그녀를 지키러 남자주인공이 파견된 것이다. 남자주인공은 원래 전쟁터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상의 평온함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되는데.. 비일상은 그들을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녀와 함께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로 돌아가게 된다.
위의 소설이 비일상과 일상을 구분지어 둘 사이의 대립을 이야기했다면, 이 토라도라는 그야말로 학원청춘물, 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학원물이란 간단히 말해서 학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왼쪽의 여자아이가 주인공인데 (역시 예쁘다. 안예쁘면 이야기가 안된다. 주로 라이트 노벨을 많이 보는 독자가 남성이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저 여자아이의 손을 보라. 손에 꼬마호랑이를 올려놓고 있지 않은가? 바로 저 꼬마호랑이가 여자주인공의 별명이다. 그 별명은 여자주인공의 흉폭함[..]과 그에 대비되는 귀여움, 그리고 이름때문이다. 이름에 호랑이가 들어가서.. 여하튼, 여자주인공이 있다면 남자주인공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남자주인공은 눈매가 아주 사나워 양아치로 많이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저 여주인공보다 훨씬 건실하고 착한 학생이다. 사실 남자주인공도 그렇고 여자주인공도 그렇고 서로 다르게 좋아하는 이성이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용기가 없어서 그 이성들에게 다가가지를 못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서로 동맹을 맺었다. 서로 서로 상대방의 연애가 잘 되도록 노력해주는 그런 동맹말이다. 하지만 일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가지는 않았다. 잘 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둘 다 자신의 마음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몇 번의 오해와 몇 번의 이해 끝에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저 여주인공의 성격을 말해보라면, 츤데레,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음.. 츤데레, 라는 말은 새침부끄, 라는 말로 바꿔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새침부끄, 라는 말은 이상하게 어색하다. 쓰는 나도 어색하다. 그러니깐 이런 식이다. '따, 딱히 네가 좋아서 이런 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붉히면 츤데레 완성, 이랄까. 그런데 이런 성격은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하는테 큰 도움을 준다. 그냥 평범한 학교 연애 이야기라면 사실 기복이 좀 없을 것이다. 이런 츤데레 캐릭이 있기에 이런 저런 소소한 사건이 생기고 이윽고 독자가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 녀석들! 뻔히 서로 좋아하는 거 알면서! 라고.
사실 이 책은 부기팝 시리즈, 라는 큰 시리즈의 일부분이다. 보다시피 부기팝 XX라고 붙어있지 않은가. 일종의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취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라이트 노벨의 특징이다. 똑같은 주인공이지만 상황은 달라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부기팝, 은 전면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세계의 적, 이라고 부를만한 존재가 있을 때 등장하는데, 이 세계의 적, 이라는 녀석은 세계를 물리적인 의미로 파괴한다거나 하는 녀석은 아니고 세계의 변화를 막는 그런 존재이다. 인간의 발전을 막아버린다거나, 혹은 너무 인간의 발전을 촉진한다거나 등 그런 존재들이 모두 가능성 있다. 이들을 막기 위해서 부기팝이 등장한다. 하지만 매번 이런 세계의 적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합성인간, 과 선천적 능력자, 에 대한 이야기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 능력자들은 특이한 능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공간의 틈새를 벌린다든지, 약점이 보인다든지 말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이 왼쪽의 저 기묘한 옷을 입은 부기팝이 아니고 왠 여고생인데, 여고생치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가죽옷을 입고 다니며 무술도 잘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특이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보면 부기팝도 싸우고 여주인공도 싸우는 그런 소설같지만.. 그리고 다양한 능력자들이 나오니 그냥 능력을 겨루어 싸우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능력자들에 다양한 감정을 녹여내어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점을 준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 잘 알 수 없음, 이라는 부분일 것이다. 시리즈 전체에 나오는 부기팝, 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소설 전체를 통틀어도 제대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능력자들은? 그들이 모인 조직은 무엇을 목표로? 다 잘 알 수 없다. 말하자면 떡밥을 열심히 던져놓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떡밥은 평범한 능력물이나 배틀물이 아니게 만들긴 하나 이런 점들이 해결이 안된다면 강한 반발을 사게 될 것이리라.
앞서 게임을 원작으로 한 소설도 있다고 말한 적 있다. 바로 이 슈타인즈 게이트, 라는 소설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원래 게임으로 발매된 이 책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소설까지 나왔다. 각종 드라마 시디도 발매되었고 말이지.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왼쪽 표지에서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남자주인공이고.. 여자 주인공은 두 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왼쪽의 사람이기는 한데.. 딱 보면 알듯, 여자주인공은 매우 똑부러지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츠, 츤데레이기도 하고. 남자주인공은 이야기 시작부분에 저 여자주인공이 칼에 찔린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남자주인공이 과거로 문자를(일본에서는 메일이라고 하는 것 같다.) 보내는 기계를 만든 상태였고,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문자로 썼다가 졸지에 과거로 날려보내고 만다. 그렇다면 과거로 문자가 날아갔다면 그로 인하여 시간선에 변동이 생기지 않겠는가? 바로 여기서 이 책의 전반적인 주제가 풀려나간다. 우리는 얼마만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가,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등의 주제말이다.
여기서 특이하게 볼만한 부분은 캐릭터성이다. 남자주인공, 그러니까 위의 흰 가운 입은 남자, 의 모습을 보면 딱 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흰 가운이라니.. 말해두겠는데 무슨 연구소 직원은 아니다. (물론 자신이 멋대로 연구소를 만들긴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냥 대학생.. 이지만 평범하지는 않다. 그렇다, 중2병[..]에 걸린 대학생이다. 자신을 늘 광기의 과학자로 지칭하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슈타인즈 게이트, 를 읊는다. 엘, 프사이, 콩그루, 라는 정체불명의 주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중2병 대학생은 시간을 다루며 수많은 고생을 하고, 두 여자주인공이 상처입고 죽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아야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성장해나간다. 그런데 이런 중2병의 캐릭터는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 사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워낙 인터넷이 넓으니..) 유저들은 이 캐릭터를 보면서 처음에는 싫어했다가 (일종의 동족혐오.. 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음.. 사실 인터넷 유저 중에 중2병이 정확히 얼마나 될 지 잘 몰라서 이런 이야기가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주인공이 흔치 않다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변태라던가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은 제법 많지만 말이다
쓰는 내내 스스로도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이전의 판타지 시리즈 다음에 이어지는 글이라고 해두자..
좀 더 쓸까, 하다가 나 스스로 좀 지치는 감이 있어서.. 이렇게만 끄적거려본다. 물론 핫하기로서는.. 어마금(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내여귀(내 여자친구가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혹은 나친적(나는 친구가 적다) 정도도 언급해주면 나쁘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최근 작품은 별로 포함시키고 싶지 않았고.. 아, 물론 슈타인즈 게이트, 는 최근작품이다, 슬슬 내가 힘들다.. 하지만 여러분, 설령 지하철에서 옆의 왠 학생이 안경에 여드름이 덕지덕지 나고, 뚱뚱하기까지 하고 거기에 이런 재기발랄한 표지를 가진 책들을 읽고 있더라도 이런 오타쿠, 기분나빠 하고 자리를 피하지 마시고.. 의외로 똑똑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랄까, 그렇다, 결론은 겉보기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뭐, 근데 사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음.. 예를 들어서 구조주의를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구조주의 사조를 좋아한다고 하자. (사실 내가 좋아한다.) 그렇다면 레비 스트로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를 따라가면서 공부를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는 주변사람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들을 할 것이다. 아니면 하루키를 생각해본다거나.. 마찬가지 의미에서 저 구조주의를 라이트노벨로 바꾸고, 그 뒤에 다 다른 책들을 넣어본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이게 중요하다.) 이런 책들을 읽는다고 뭐라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끄적거리는 것은 내가 이상하게도 쓰고나니깐 심리적 저항을 느껴서 그렇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면 이런 글을 덧붙일 필요가 없었겠지.. 젠장 이 저항은.. 뭐지??.. 뭔가 더럽혀진 기분이다..
크흠, 장난은 이쯤하고.. 사실 저항이 좀 있는데 나중에 설명하고, 풋,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다. 중고등학생때 판타지 소설을 안읽어본 사람은.. 아니, 적어도 이야기 한 번 안들어본 학생은 드물 것 같다. (물론 현재 20대에서 30대 초중반에 한정한 이야기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대학 도서관에서 책 대출 목록 1위를 묵향, 이 오랫동안 차지 하고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중고등학생때 읽은 학생들이 그 기억을 쫓아 계속 대출하고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들어와서 새삼스럽게 판타지에 빠지는 학생은 적지 않을까? 아무래도 판타지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을 생각하자면 말이다. 그렇다면 왜 판타지 소설을 읽는가?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반영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현실이 반영된다면 그건 판타지 소설이 아닐 것이다. 중고등학생의 현실은 사실 그리 좋은 현실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아예 현실에서 유리된 상상력의 세계를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판타지 소설 내에는 공부하라고 호통치는 선생도 없고, (그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아무리 '찌질'해보여도 엄청난 재능이 잠재되어있으며, 마법공부따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하게 되는 그런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처음부터 '졸라짱센' 주인공이라면 더욱더 상관없다. 물론 모든 소설이 저런 식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판타지 소설이 중고등학생이, 심지어 성인까지도 공감하고 마치 등장인물인 것 처럼 사고하게 만드는 요소를 하나는 꼭꼭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하였든 주입해놓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특히나 그런 요소에의 공감은 각 등장인물의 개성이 다양하고 특이하면 특이할 수록 잘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현대 소설에서도 통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다만 판타지 소설은 그런 작업에서 현대 소설에 비해서 훨씬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쉽다. 그렇기에 판타지 소설이 한창 인기일 때 수많은 사이트에서 수많은 소설들이 중고등학생의 손에 의하여 쓰여졌다가 사라졌다가 했던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삶을 적어도 환상 소설 속에서는 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중고등학생들이 바보도 아니고, 언제까지 '졸라짱센' 판타지 소설의 뒤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야 묵향, 의 주인공 묵향이[..] 손에서 강기를 펼치며 다 때려잡으면 열광하겠지만 몇 십권이 지나도 똑같이 때려잡는 일만 한다면 애정이 떨어질 것이다. 비뢰도? 이제 좀 완결났으면 좋겠다, 고 생각이 들 것이다. 천겁혈신은 명탐정 코난의 검은 조직의 보스인가? 물론 판타지 소설 중에서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을 잘 만들어 놓은 소설들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의 두 소설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 에서는 아무래도 점수를 많이 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 다양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을 만들어놓게 되면 이야기들은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공감은 될지라도 각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에게 모두 동등하게 지면을 할애하다보니 스토리라인이 점차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스토리라인이 길어지게 된다면 아무래도 상상력으로 그 세계를 그려내기가 어려워진다. 이럴때 각 등장인물의 개성이 다양하고, 게다가 일러스트까지 실려서 더욱 상상하기 쉽게 만들고, 스토리라인을 좀 약화시킨(모든 라이트 노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 노벨이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제 공은 라이트 노벨로 넘어간다. 이런 라이트 노벨은 속된말로 캐릭터 빨로 승부를 보게 되고, 그렇기에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사력을 다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캐릭터에 스토리라인이 약화되었다면 우리는 어떤 류의 소설을 가장 쉽게 쓸 수 있을까? 그렇다. 연애물이다. 한 명의 주인공에 다양한 속성을 가진 여주인공 여럿. 이 정도면 충분히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위에서 언급한 경우에는 토라도라, 가 가장 무난한 예일 것이다. (아니면 여러 속성을 한 여주인공에 다 몰아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위의 늑대의 향신료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결국 더욱더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이다. (위의 슈타인즈 게이트, 는 특이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그리고 그것은 라이트 노벨의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런 발전이 계속 되는 한 (물론 라이트 노벨 작가들이 의도해서 이런 발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계속 공은 라이트노벨로 넘어간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은 점처 더 많이 라이트 노벨을 읽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서브컬쳐, 라고 불리던 것이 조금은 양지로 올라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여기서 한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라이트 노벨이 판매수가 높기는 하지만, 막상 그 근원지[..] 일본에서도 괜히 서브컬쳐(아래에 있는 문화)가 아니다. 그리고 서브컬쳐에는 본질적으로 일본의 문화, 라는 인식이 깊게 남아있기 때문에.. 양지에 올라올 수는 있을 지 몰라도 국내에서 본격화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괜히 남에게 피해를, 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인 것은 아니다.. 캐릭터들의 옷을 입고 그 캐릭터인 것 처럼 흉내를 내는 코스튬 플레이[..]의 경우 그 플레이어들의 의식은.. 일부는 가관인 경우도 있다. 광복절날 일본색이 짙은 캐릭터의 옷을 입고 흉내를 낸다던지.. 더 쓰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판타지 소설에서 라이트 노벨의 이행을 당연한 것 처럼 써놓기는 했는데..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런 라이트 노벨이 침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 다음에는 판형을 줄이고 일러스트 예쁘게 해서 간달프를 미소년으로 나오게 한다거나[..] 특이한 개성을 가진 마이야가 나온다거나 뭐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별로 그런 소식은 안들린다. (음.. 해리포터 시리즈나 타라 덩컨 시리즈를 그런 식으로 보아도 될까? 하지만 청소년용으로 보기에는.. 음, 청소년용이구나)그렇기에 나로서는 서브컬쳐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점차 국내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에 저런 이행에 대한 생각을 끼워맞춘것이다, 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굳이 북미와 우리의 의식이 다르니까, 등등의 이유는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는 상상력의 동물이다. 특히 몰개성한 고교시절을 보내면서, 머리는 바리깡으로 깎이더라도 머릿속은 상상력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욕구를 절대 지우지 못할 것이다. 상상력은 능동적인 것이고, 능동적인 생각을 통해서 우리에게 쾌감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식은 만화보다는 글을 통해서 그려낼 수 있는 글을 더 선호할 것이다. 그렇기에 판타지 소설이 한 풀 꺾인 이때, 서브컬쳐는 특히나 유행을 타고 조금씩 청소년들을 잠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옳을까? 라이트 노벨이 저급한 매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잘 모르겠다. 그러나 특히나 환상에 휩쓸리기 쉬운 중고등학생들이 이런 책들을 읽으며 현실에 유리되는 것이 옳을까? 앞서 썩 좋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소설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썩 좋은 현실이 아니라고 해서 그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런 비판도 없이 낄낄거리며 읽는 것이 옳을까? 쉬자고 읽는 책인데 무슨 비판..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더 그들의 무의식에 침투하기 쉬운 것이 아닐까? 나 또한 판타지 소설도 읽고 라이트 노벨도 많이 읽었지만, 그리고 재미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있지, 라고 놀라기도 하지만.. 아마 이것이 심리적 저항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19금 먹인다거나 판매금지한다거나 이런 수단 말고 국내 문학의 저변을 넓힌다거나 뭐 이런 것들 있지 않겠는가. 뛰어난 작가들의 웹연재도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고. 그런게 힘들다면 라이트 노벨을 어떻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런 연구라도 필요하려나? '라이트' 노벨이라고 고개를 돌려버린다면 참 쉽겠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간단한 책 페이퍼 몇 권 쓰고 로마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 물론 언제 쓸 지 모른다. (사실 로마의 때밀이에 대한[..] 괜찮은 만화를 알고 있다. 소개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앞서 쓴 촘스키 언어학에 대한 글이 쫌 정성을 기울여 쓴 글이라.. 그런데 내가 봐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큼큼.. 그런 건 이해해주시라, 어쨌든 그래서 좀 쉬는 글로 대강대강 짧게 쓰려고 했는데, 풋, 이번에는 대강대강 긴 글이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다 읽어준 분이 있..긴 하겠죠? 어쨌든 긴글 읽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그냥 막나가는 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