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옛날에 읽었나.. 아는 책들 몇 권은 책들이 절판이네요.
변신이야기.
변신이야기는 원제 메타몰포시스를 번역한 제목입니다. 변신이야기라고만 적혀있으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표지의 그림과는 별로 어울리지가 않지요. 물론 메타몰포시스라고 원제 그대로 적어두는 것도 좀 이상하게 보일 듯 싶습니다만. 이 책은 변신이야기라는 이름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 어떻게 보면 변신이야기, 라는 말이 어울릴 수도 있겠네요.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말 그대로 '변신'에 관련된 내용들이니 말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신이 인간에게 힘을 작용하여 다른 사물로 변화시키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칼리스토가 곰이 되었다던가, 케이론이 별자리가 되었다던가 등등 말이지요. 눈물을 흘리다가 그대로 석상으로 '변신' 한 니오베의 일화도 유명할 것입니다. 말장난같지만 원제 메타몰포시스 그대로, 메타포적인 의미의 변신까지 포함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전체적으로 신과 인간의 변신, 변형에 관련된 신화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어쨌든, 그 방대한 신화를 오비디우스가 정리한 것이 바로 이 변신이야기입니다. 제가 읽어본 것은 1권입니다만, 2권 말미에는 카이사르가 어떻게 신이 되는가, 에 대한 시도 적혀있다고 하니 한 번쯤 정독해볼만한 내용이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그리스 로마 원전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오비디우스 본인이 약간의 각색을 거친 부분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미솔로지.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토마스 불핀치의 이름을 뺀다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요. 물론 옆의 책은 품절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아니라 다른 책으로 (출판사가 정확히 기억이 안나서..) 토마스 불핀치가 지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습니다만, 어느 책이든 '꼭' 축약본이 아니라 완역이 된 책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올림푸스 가디언, 이라는 만화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정말 인기던데, 사실 그 만화를 가끔씩 보다보면 빙긋이 웃음지을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르고 다듬어야겠지만.. 실제로는 정말로 야하고, 정말로 비교훈적인 부분도 많기에 말이지요. 그러고보면 대부분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라고 되어있는 작품들은 실제로 그 원제는 토마스 불핀치, '신화의 시대' 로 알고 있습니다. 오른쪽의 미솔로지, 라는 책이 그 신화의 시대를 번역한 책인데, 보통은 그 중 적당히 추려내서 그리스 로마 신화, 라는 이름으로 출판하는 것이지요. 약간 늦은 편이지만,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인 신화의 시대가 제대로 번역된 것은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축하할만한 일입니다. 토마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눈여겨볼만한데, 책에서 언급되는 트로이의 마지막 영웅, 아이아네스의 '황금가지'는 이후 프레이저의 기념비적인 저서 '황금가지'에서 재변용됩니다.
북유럽 신화여행.
맨옆의 책은 아마도 절판이리라 짐작되고, 요즘은 오른쪽의 좀 더 내용적으로 충실한 북유럽 신화기가 출판된 터라, 굳이 권하자면 오른쪽의 안인회의 북유럽 신화, 를 권해야겠지만, 아직 오른쪽의 책은 읽어보지를 못했네요. 최근에 50퍼센트 할인행사로 정말 비싼 책을 싼 값에 살 수 있게 되기는 했는데, 돈 없는 저로서는, 하하, 계속 우선 순위가 밀리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맨 옆의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이라는 책은 창조신화에서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한 권으로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에 충실히 내용을 담고자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일화를 흥미 위주로 읽어나가고자 하는 분들께는 괜찮겠지만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지적 욕구를 채우고 싶다면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오른쪽의 책은 북유럽 신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웅' 들의 이야기도 충실히 넣은 듯 합니다. 니벨룽겐의 반지나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같은 희곡을 볼 때,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을 알고 있으면 문화 생활이 좀 더 즐겁겠지요.
페르시아 신화.
페르시아나 이란 관련 신화에 관련된 서적은 주로 이렇게 출판사들이 묶어낸 책에 의존하게 됩니다.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었던 일종의 고급정보였지요, 하하. 왼쪽의 책은 세계의 탄생에서부터 영웅들의 이야기까지 제법 균형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창조 신화는 예언자 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에 좀 빚지고 있습니다만 그 이후로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며 창조해내는 이야기들에는 조로아스터교의 색깔이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스 로마신화나 위의 북유럽 신화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창조신화에서만 신들의 힘이 작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인간들이 선과 악의 이야기들을 엮어나간다는 점이겠지요. 물론 근원적인 힘으로서의 선신과 악신의 대립은 늘 내재되어있으며, 그 때문에 인간들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느끼며 신에게 귀의하게 됩니다만, 그 운명안에서 몸부림치는 서사시의 비장함은 어느 신화도 따라오지 못하리라 짐작됩니다. 끝이 빤히 보이는데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그 운명이라는 놈은.. 물론 이런 운명론적 사고관은 요즘이라면 배격되겠지만 그때는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생각들이겠지요.
칼레발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왼쪽의 책은 정말 가치가 높은 책이긴 하지만 동시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저만 지루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너무 파괴적이고 강렬한 사건들에 익숙해진걸까요, 하하. 핀란드 신화를 다룬 칼레발라는 다른 신화들처럼 창조신화에서부터 시작합니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른 신화들이 그 내부에 일종의 열풍과 같은 순수하고도 파괴적인 어떤 힘이 느껴진다면, (특히나 근처의 북유럽 신화를 보면 훨씬 차이점이 두드러지겠지요) 이 칼레발라의 주인공들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치 음유시인의 이미지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겠지요. 왜 이것이 특이한가, 라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파괴 후에 창조는 거의 모든 신화에서 두드러지게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핀란드의 서사시 칼레발라는 그런 전체적인 사건들보다도 조그만 사건들의 반복을 더 많이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신화들에 비하여 생활상을 더 잘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겠네요. 음, 몇 년 전의 연구로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신화들이 좀 더 체계화되어 북유럽 신화나 이런 칼레발라로 변형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그 이후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인도신화.
사실 제일 왼쪽의 책은 제가 읽었던 책도 아니고(읽었던 책은 출판사에서 정리한 표지 정보조차도 안뜨는 매우 옛날의 책..) 대부분의 오래된 책이 그렇듯 절판이지만, 생각해보면 인도의 신화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인도신화만 다룬 책들을 읽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여겨집니다. 누구나 베다교의 세 주신, 시바, 브라흐마, 비슈누를 알지만 이 신들과 리시들간의 알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비슈누가 아바타로 현신하는 것은 잘 알지만 아바타가 각각 무엇을 했는지는 또 알쏭달쏭하리라 여겨집니다. 불교의 붓다가 비슈누의 아바타였다는 사실은 알지만 왜 붓다가 비슈누의 아바타였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는 대부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왼쪽의 책과 같은 부류는 그런 체계를 잡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오른쪽의 마하바라타는 인도 신화를 이야기할때 정말 수없이 언급되는 책인데, 이왕 체계를 잡으려고 할때, 함께 읽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중국신화전설.
누군가 중국 신화에 대한 책을 물어온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할 것입니다. 1권은 신화를 다루고, 2권은 전설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권만 읽어도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이 책을 읽다보시면 좀 딱딱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반고가 천지를 가르고, 복희와 여와가 인간을 창조하고, 축융과 공공이 싸우는 내용들이 책 전반적으로 펼쳐져있습니다. 뭐, 사실 요즘 중국은 요순시대마저도 정식 역사로 넣으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긴 합니다만, (은나라까지는 갑골문이 출토되었기에 일단 정식 역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정식 역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신화로서 중국인들의 의식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매우 큰 의의를 가지리라고 봅니다.
세계 신화 사전.
보통 이런류의 책들은 창조신화를 서술하고, 그 후에 그리스 로마의 신들을 언급하고, 북유럽 신화를 언급하고, 메소포타미아의 신화를 언급하고, 이집트 신화를 언급하고, 인도의 신화를 언급한 후에 중국을 언급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중국의 신화를 언급하고 난 뒤에는 보통은 인디언 신화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종종 동아시아 신화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왼쪽의 책은 지금은 절판이고 다루고 있는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에 관한 이야기만을 거의 다루고 있어서 사실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갓 신화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을 끊임없이 독려하는 수준에서는 괜찮으리라 봅니다. 이 책 말고도 다른 책들이 몇 권 있고 대부분 비슷비슷하다고 여겨지기에 무엇을 딱히 추천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이런 책들은 위의 어마어마한 리스트들을 다 읽기 버거울 때 읽는 책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읽어왔던 것들을 마치 서랍 정리하듯이 묶어나갈때 읽는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테고 말입니다. 사실 시간이 많다면 위의 책들을 하나씩 다 읽어가면 좋겠지만.. 다 읽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이런 책들로 채워나가는 것도 좋지요. 지적 호기심이 더 깊은 내용을 읽도록 이끈다면 훨씬 쉽게 신화들을 접할 수 있을테고 말입니다.
세계의 유사신화.
개인적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여기지만 품절된 듯 하네요. 여러 문화권의 신화들을 창조, 홍수, 타락 등과 같은 범주로 묶어서 각 신화에서 공통된 원형을 뽑아냅니다. 이 책의 강점은 단순히 범주로 묶었다는 점에만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여러 학자들, 그러니깐 조지프 캠벨이나 로버트 그레이브스와 같은 학자들의 주장을 가져옵니다. 융의 이론이나 프로이트의 이론을 쓰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조금 과한 부분이 있으니, 과학 부분에까지 확장시켜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인디언의 신화 중 남조류가 태초에 물을 뒤덮었다는 부분을 가리켜 현대 과학의 진화론을 떠올려보라, 라고 제안하는 부분은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조금' 정도로 그칠 수 있는 것은 '제안' 정도에 논의를 그치기때문이지요. 또한 자신의 의견에 아집을 가지지 않는 저자의 서술 태도도 한 몫하고 말입니다.
상징의 비밀.
당신이 만약에 상징에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서, 상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으리라 여깁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넘기는 수많은 객체들에게서 그 의미를 뽑아내는 이 책은 사뭇 경건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책 내용에서는 사실 저자의 숨결을 거의 느낄 수 없고, 딱딱하게 사전 형식으로 쓰여져있지만, 도리어 그것이 객관성을 보태주는 느낌을 줍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타로카드의 상징도 싣고 있지요. 또한 상징에 관한 책들이 가장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도판을 많이 추가하여, 최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 책은 그 덕목에 매우 부합하는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징의 모든 것.
위 책을 조금 더 발전시킨게 동일한 저자가 지은 바로 이 책, 상징의 모든 것, 입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위의 상징의 비밀, 정도만 읽어도 괜찮으리라고 생각하고, 겹치는 상징의 의미가 제법 있기에 굳이 이 책을 별도로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만, 이 책은 그 범위가 좀 더 넓은 범위에 걸쳐져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고 여겨집니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도판들이 책을 수놓고 있어서 상징에 대한 이해를 넓혀줍니다.
세계 문화 상징 사전.
개인적으로 매우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번에 배송받은 책이기도 하구요. 물론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도판들이 모조리 흑백이라는 점이겠지만.. 뭐, 94년도에 출간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판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도리어 대단하다고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사전이고, 표제어는 영어 알파벳으로 달려있기에, 정말 사전처럼 활용해도 좋을 것이나, 꼭 그렇게 쓰지 않고 그저 앞에서부터 읽어나가도 괜찮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읽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책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물론 내용이 위의 상징의 비밀, 등과 같은 책들에 비해서 좀 사무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참아야겠지요. 이런 상징에 관련된 책을 조금씩 들여다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지요. 예를 들어서 성당에 세워진 성모마리아상이 왜 아몬드 모양의 광원에 둘러싸여서 있는지, 왜 제단은 4개의 발을 가지는지, 7개의 단을 가지는지 등과 같은 의문에 답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 등과 같은 서구의 상징에만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상징의 의미가 기록될 수 있도록 저자가 힘쓴 모습이 책에서 잘 드러나지요. 그러나 이것은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듯이 완전한 상징 사전은 존재하지 못한다고. 우리들의 의식이 발전해나가면 해나갈수록 다양한 의미와 상징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p. s. 몇 가지 다루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조지프 캠벨의 저서들이겠지만..
아직 제가 접해보지 못했네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대해서는 번역된 길가메시 서사시를 보는 것도 좋을 듯 하고, 캠벨의 저서는.. 다양하게 나와있으니 찾아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황금가지, 도 추천할만한 책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인류학책에 더 가까운 책이기도 하고, 솔직히 약간, 아니 상당히 지루할 수도 있으니 (저만 그럴지도요) 여기서는 제외하겠습니다.
또한 쓰면서 저를 위로해준 크리솃 미셸의 What you do에 심심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