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글을 끄적거리려합니다.

사실 판타지 나부랭이, 라고 비난을 들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정말 멋진 작품들도 많으니깐...

어렸을때부터 읽어왔었던 판타지 소설들에 대해서 끄적거려보려고 해요.

물론 특히 기억에 남는 소설들...

대부분 개정판이 나왔지만 일부러 옛날 표지를 골랐답니다.

 


 

가즈 나이트.

아.. 정말 표지만 봐도 아련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네요. 저는 이 책을 처음으로 판타지의 길에 빠져들었습니다. 가즈 나이트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영어를 좀 배우고 나니깐. God's Knight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제목 그대로, 세계의 주신 밑에 7명의 기사들이 있는데, 그 기사들이 소위 말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며 모험을 겪는 내용이랍니다. 특히 이 판타지가 저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듯한 시점이었습니다. 이 가즈나이트의 저자의 지금 필력과 비교하자면, 그 당시 저자의 필력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감정이입하면서, 주인공이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울때는 저도 손을 꾹 쥐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 다시 읽어보라면 수많은 문제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왜 주인공은 무슨 일만 터지면 수도로 가는가,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러니깐, 중학생때 읽으면 딱 좋은 책.

 

 

 

드래곤 라자.

 앞의 가즈나이트를 중학생때 읽었다면, 고등학교때는 이 책을 읽어봄직합니다. 지금은 판타지 소설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버린, 네크로맨서 이영도의 작품인데요, 왜 네크로맨서라는 이름이 붙었는가 하면 이영도씨가 인터넷 연재를 할 때 밤늦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연재란에 깨어있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에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세상물정 알거 다아는 후치, 라는 소년입니다. 그를 중심으로 그 주위의 중늙은이이자 현자이며 궁수 칼, 뛰어난 전사인 샌슨, 마법사 아프나이델, 프리스트 제레인트와 엘프 이루릴, 나이트호크 네리아 등이 파티Party를 이루어 드래곤에게 사로잡힌 그들의 마을 사람들을 위한 몸값 마련에 나서지요. 정말 이상적인 파티입니다. 밤도둑, 엘프, 마법사..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려면 저 정도 파티는 되어야겠지요. 그리고 각 인물들은 독특한 개성을 품고 있습니다. 독설가인 칼과 그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수시로 멋진 말을 내뱉는 후치, 생각없지만 무술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샌슨 등..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위태위태한 책입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후치가 하는 수많은 치기어린 말들은 어느새 현학적인 말이 되어 소위 '잘난체' 하는 문학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고, 정말 조금만 덜 나아갔다면 주인공의 개성이 확 죽어버렸을 수도 있었지요. 그 미묘한 틈을 잘 포착한 소설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주인공 보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말미에 다른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은 소년에 불과한 후치입니다. 수백년을 살아온 대마법사도,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갈 드래곤도 결국 그 소년의 지혜를 빌렸지요. 현실이라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만, 뭐 어때요, 재미있으니깐 용서해줍시다.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이영도씨의 작품은 사실 어디 하나 버릴 작품이 없다는 게 중론이지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폴라리스 랩소디, 라는 작품은 버려도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폴라리스 랩소디에서는 이영도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인, 관념의 물화가 너무나 두드러지기에 읽기에 정말 어려운 소설이지요. 재미있으려고 읽는 판타지를 굳이 머리싸매며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머리싸맬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머리를 쓰게 만드는 책은 적절한 재미를 유발시키는데 충분한 도움이 됩니다. 이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연작은 그런 의미에서 재미와 주제 모두를 잘 잡은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의 내용은 네 종족인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이 그들의 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는데, 나가 종족의 정복 활동에 남은 세 종족이 연합해서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지요.

 나가는 그들의 태생적인 한계(나가는 일반적으로 뱀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지요,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을 거의 비슷하게 차용합니다.)로 인하여 너무 추운 북방에서는 살지 못하지만, 그들의 신을 어느 나가 여성에 유폐시킨 이후에는 북방한계선을 넘어서 계속 진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레콘(닭의 머리를 가진 물리적 힘이 매우 강한 종족)들은 애초에 국가를 잘 이루지 않지만 북방에 살고 있던 인간들로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었지요. 도깨비들은 그들의 성인 실재하는지조차도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는 '즈믄누리'에서 살고 있었고 말이지요. 하지만 신을 유폐시키고 균형을 깨고 정복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에,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경구대로 그들은 연합을 해서 나가를 상대합니다. 동시에 나가에 대한 극한의 증오심을 품고 있는 나가살육자, 케이건과 그의 동료들 레콘 티나한, 도깨비 비형은 유폐된 신을 구하기 위하여 다른 신들의 화신을 찾아나서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얽혀서 나가 일족에서 일종의 배신자가 된 륜 페이를 살해하기, 혹은 구하기 위해서 그의 누나인 사모 페이가 북방 한계선을 넘어서 들어오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무슨 서스펜스 추리영화를 광고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최종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피를 마시는 새가 시작합니다. 피를 마시는 새의 내용은 눈물을 마시는 새의 결말부분의 내용을 이미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책 전반에 걸쳐 흐르는 농담에 대해서는 조금 끄적거려야겠네요. 책에서는 고대로부터 이런 농담이 전해져내려온다고 하지요. 피, 눈물, 독, 물을 각각 마시는 형제 새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오래 살아가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이며, 가장 일찍 죽는 새는 눈물을 마시는 새라고 말이지요. 그 이유는 누구도 몸밖으로 흘리기 싫어하는 소중한 것인 피를 마시기 때문에 피를 마시는 새는 오래 살아가며, 누구나 몸밖으로 흘려 내보내는 나쁜 것인 눈물을 마시기에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일찍 죽는다고 말이지요. 각각의 이야기가 제목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보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라고 여겨집니다.

 

 

 

룬의 아이들.

한때 전민희 작가를 매우 좋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있고.. 판타지에 예전만큼 깊게 빠져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렸을때는 나름 순수했었기에 (엣헴) 전민희 작가의 책들을 읽으면서 이 뒤가 어떻게 될까 심각한 고민을 했었던 적이 많았지요. 사실 그녀의 초기작이자, 사람들에게 본인의 이름을 각인 시킨 작품은 '세월의 돌' 인데, 아무래도 저에게 더 깊게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옆의 '룬의 아이들'이라서 룬의 아이들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룬의 아이들은 현재 '윈터러' 편과 '데모닉' 편으로 이루어져 발간되어있는 중입니다. 룬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주인공은 '아이' 이고, 각각의 편에서 그 주인공인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룬의 아이들 기획은 그 예전 소프트맥스(창세기전으로 유명한 그 소프트맥스)가 한참 포리프(브라우저 기반으로 게임이나 채팅을 즐길 수 있었던)를 서비스 중일때 설정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상황이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소프트맥스와 연합해서 게임과 책으로 동시에 나올 예정의 기획이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게임은 기본 기획과는 좀 많이 지연도 되고.. 좀 다르게 '테일즈 위버' 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중이지만(저도 한때 이 테일즈 위버를 열심히 한 적이 있었지요) 소설은 세월의 돌 이후, 태양의 탑이라는 작품이 불의의 사건으로 출판이 중지된 후 오래 지나지 않아서 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발간된 것은 룬의 아이들 윈터러로, 윈터러, 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처럼 겨울을 닮은 아이 '보리스'의 이야기였습니다. 가문이 그의 삼촌의 손에 의해 멸문당하고,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함께 삼촌의 손에서 살아남았던 형도 떠나버리게 되며, 그나마 만났던 조력자처럼 보였던 백작도 그에게 도리어 조력이 아닌 세상의 엄혹함만을 가르쳐주며 이용하려듭니다. 세상 밑까지 떨어져버린 보리스는 구사일생으로 진정한 조력자를 만나게 되지만, 언제나 그의 삶은 보리스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좋았던 것에서부터 시작한 적이 없었'던 일들로만 가득차게 됩니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난 뒤에도 보리스는 여전히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고작 15살에 불과한 주인공이 너무 어른스럽게 말을 하는 것 같다, 라고 말이지요. 사실 보리스의 대사들, 예를 들자면 '날 죽이고 그 시체를 가져'와 같은 말을 지금 15살인 중2학생이 말한다면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들겠지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성장기로만 판단하자면 읽다 보시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하네요.

윈터러가 어두침침한 이야기라면 데모닉은 표지에서부터 의미하듯 상대적으로 밝은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태생부터가 고귀한 공작가의 아들인 '조슈아' 가 주인공인데, 다른 룬의 아이들이 그렇듯 조슈아도 어딘가 결함 혹은 축복을 안고 있지요. 2부의 부제 데모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슈아는 악마적인Demonic 천재입니다. 완전기억능력을 가지고, 어떤 것이든 다 이해하고, 모든 면에서 재능을 가진, 그리고 강령술을 할 수 있는 그런 천재말이지요. 그러나 천재는 항상 광기에 맞닿아있듯, 조슈아도 광기와 천재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지금껏 그의 가문의 다른 데모닉들은 대부분 그 광기때문에 제대로 살아남지를 못했었는데, 과연 그는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태양의 탑.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작품입니다. 결국 표지와 출판사를 바꾸어 이렇게 출간 중에 있는 작품인데, 예전 내용까지에도 아직 이르지 못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은 따라잡았는지 모르겠네요. 많은 전민희 작가의 팬들이 어서 출간되기를 기대하는 작품입니다. 전민희 작가의 이름을 알리게 된 '세월의 돌'의 이전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민희 작가는 세월의 돌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을 구상하고 있었고, 이 책은 그 연작의 일부분인데, 지금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와서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을 제법 발견할 수 있습니다. 뒤에 '룬의 아이들'의 배경이 되는 '학원' 생활이라던가, 룬의 아이들의 이름이나 캐릭터성이 (물론 동명이인이지만) 살짝 보여지는 부분도 있으며, 전작 세월의 돌이 밝고 경쾌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면 점차 음침한 내용이 주가 되는 그런 경계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하네요.

 

 

 

퇴마록.

어렸을 때 정말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했었던 작품이 바로 이 '퇴마록' 입니다. 단순한 공포이야기는 제가 어렸을때도 정말 많이 나왔었지요. 지금도 기억나는 책이 '쉿'인데, (아마 셀로판지로 그림을 보면 귀신이 보이고 하는 류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걸 가지고 있는 여자애한테서 빌려가면서 읽다가 다보면 재빨리 돌려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차마 살 수는 없었던 것이, 너무 무서워서 였지요. 그런데 그런 류의 책을 넘어서, 이제 귀신을 퇴치하는 작품이 나왔을때, 저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도 느꼈습니다. 맨날 도망가고 저주받아 죽는 사람들이 이제 반격을 시도하다니, 정도의 느낌이었달까요. 하지만 이 책의 국내편이나 세계편 정도까지는 귀신에 대해 맞서 싸우는 퇴마사들의 노력이 주가 되었다면, 혼세편 이후에는 이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라는 것이 중심 주제가 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 퇴마사라는 직업도 실제로 있기는 있다죠. 그리고 소설의 중심되는 인물인 박신부의 엑소시즘의례도 실제로 카톨릭에서 장엄구마식이라는 이름으로 있는 의례이기도 합니다. 다만 소설과는 좀 많이 동떨어져있다는게 흠아닌 흠이 되겠지요. 지금은 개정판이 나오고 있는 중인데, 원작의 팬들을 고려하여 거의 그대로 내용을 진행하기로 작가가 마음을 먹었나봅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에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 깨끗한 표지로 다시 출간되는 것이 기분 좋네요.

 

 

 

 

 

 

 

p. s.  헉헉.. 여기까지... 

         저는 시간이 좀 생겨서..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요. 

         아직 소개 못한 다른 판타지들은 다음 이 시간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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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많이 마셔서 아직도 눈이 초롱하네요, 쳇.

책 이야기나 좀 끄적거려야겠네요.

 

 

사실은.. 완역된 로마제국 쇠망사를 사고 싶었지만 6권에 12만원을 넘는 가격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주춤거릴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았는데, 기번의 책의 편집본이라는게 상당히 걸려서 안보던 책이었지만 자그만치 50퍼센트 할인이란다. 오십퍼센트 할인이라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는데... 요기 알라딘에서 그런 할인을 하는거 있지, 도저히 안살수가 없어서 그냥 사버렸다네... 내 눈이 잘못된 줄 알았지. 진짜 반값에 이런 책을 구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 값 다주고 사기에는 약간 아쉬운 책이긴 하다. 이런.. 역자분들과 출판사분들께는 죄송하네요. 언제까지 반값할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마제국 쇠망사의 맛을 보고 싶은 분은 이 책을 구매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점에서 살짝 들쳐본 책인데 생각보다 매우 괜찮은 책 같다. 마치.. 영화를 한 편 보는 기분이랄까. 드라마 ROME과 함께 시청한다면 매우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뭐, 드라마 로마는 사실 옥타비아누스 쪽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증이 제법 잘 된 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아마 로마에 대한 이해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대인기를 끌었지만,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은 엄밀성이 좀 부족할 때가 있다. 그건 시오노 나나미 본인의 개인적 취향과도 관련이 있고.. 물론 입문서로는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로마인들에 대해서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흥미를 가졌었으니깐.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 더 궁금함들을 해소하고 싶다면 이런 책들도 괜찮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특히나 이 책은 로마의 역사가 아닌, 로마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물리에 대해서 아는 척 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반 정도만 기억하고 있어도 석세스! 저자가 상당히 글을 쉽게 쓰는 편이다. 수식도 별로 없고.. 특히 그림이랑 도표가 많아서 눈에 잘 들어온단것이 좋은 점. 물론 한 권으로 충분할리가 없다.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면 깊이가 있어서... 이 책이랑 최근에 나온 '블랙홀 전쟁' 이라는 책을 엮어 읽으면 제법 괜찮은 효과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물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수식도 뭐고 다 머리아프고 싫다 그러면 이 책과 저 책은 모두 안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앨러건트 유니버스 이런 책을 읽는 것 보다는 이 책을 대충 읽는게 좀 더 머릿속에 남는게 많을 것 같다. (물론 이건 전적인 내 생각이다.. 아닐 수 있다. 게다가 다루는 분야도 좀 다르고 말이다)

 

 

 

뜬금없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냐면.. 그냥 최근에 또 읽고 있는 책이라서 그냥 넣어봤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정말 사랑한다. 지금도 하는 TV 프로그램중 신비한 티비 써XX이즈~라는 게 있는데, 그 때 그 프로그램에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이 이 책을 들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중학교때.. 그 후에 또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때... 그 후에 또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 교양강좌때..... 오우...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고 어쩌면 나를 이렇게 반항적인 성격을 가지게[...] 만든 것은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때는,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제인 갤러허를 좋아했지만, 대학교에서는 주인공 여동생인 피비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교양강좌의 주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서 영어로 써오는 것이었는데, 이 책을 고르고 한참을 피비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피비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피비가 얼마나 귀여운가.. 주인공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리라 결심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정말 옛날 책인데 그냥 심심해서 읽은 책이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나는 감동도 받지 않았고.. 약간 지겹기까지 했지만... 사실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셰의 반복이다. (라고 지금은 말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꽤 신선했으리라) 물론 내 생각이다. 하지만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라는 말은 마음에 와닿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읽으면, 가장 마지막에 테레사와 토마스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토마스는 테레사가 시골의 이 농부 저 농부와 함께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짓는데, 저 제목은 꼭 그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서는 결국 토마스와 테레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얻고 그 후에 죽게 되지만(사랑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다) 서로의 마지막 댄스 상대는 서로였으니깐, 행복하게 죽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러고보면 아침에 도를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던가, 아침에 사랑을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은가?

 

 

 

사실 저 띠지가 맘에 안들어서.. 저자의 사진이 붙어있는 띠지가 이상하게 넘겨볼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어서[...나만 그런 거겠지] 출간 당시에는 안읽어보다가 한 두달 뒤에 읽어보았었는데, 역시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진리인 것 처럼 책도 표지에 낚이면 안된다, 라는 생각을 다시금 가지게 만들었다. 괜찮은 책이다. 사실 리뷰도 한 번 쓸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리뷰쓰기에는 또 다른 분들이 많은 글들을 남겨서 굳이 더 보탤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서 그냥 놓아두었던 책이다. 트랜드를 잘 잡은 책이다. 인문+문학+감성. 하지만 맘에 안드는 점이 있다면, '인문'은 빼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냥 문학 강독집이라고 하는게 더 옳은 제목이었을 것 같지 않았나??? 그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에는 거의 문학 작품 위주로 이야기가 나오거든. 문학에다가 인문이라는 향신료를 뿌리려고 하지만 감성이라는 향신료를 매우 많이 뿌려서 인문 맛은 별로 안난다.

 

 

 

 이 책, 읽을 만한 책이다. 사실 고전이라고 이름 붙은 책들은 왠만하면 별로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뒤에는 유미주의의 극한 어쩌고 하고 광고글이 적혀있지만... 그런 것은 모두 무시해도 좋다. 다만 이 어구만은 기억하길.. '진실로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 행동만으로 보답을 받기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깐 선한 행위자체가 일종의 목적이 되는 거다. 이 어구를 이 좁은 문의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편지로 적어보낸다. 그리고 그 것을 읽고 한참 멍하니 서있었었다. 조선 시대 정도전은 자신의 저서에서 왜 선한 사람이 보답을 못받는가? 에 대해서 한참 생각을 하다가 이런 대답을 내놓았었다. '선한사람은 어떻게든지 하늘에서라도 보답을 받고, 나쁜 사람은 어떤식으로든 불이익을 당한다' 라고 말이지. 정도전의 천리는 나쁜 사람은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천라지망이었다. 왜, 하늘의 그물은 성기나 악인은 절대 못 빠져나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솔직히 내가 믿고 싶은 것은 후자이지만 옳다고 여기는 것은 전자다. 선이 그 목적이 되어야지, 보답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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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엔, 최근 2주가량은 책을 거의 못읽었지만..

못읽은건지 안읽은건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다른 드라마들이나 애니를 보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ㅎㅎ

그것도 그렇고 너무 추워서 그렇다.

자고 일어나면 코에서 자꾸 피가 난다.. 이런...

그 먼 옛날 고등학교때 공부할때도 코피한번 나본적 없거늘...

추워서 코의 실핏줄이 터지는 건 너무 웃기지 않은가.

나는 최근에 정말 읽기라는 작업이 능동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드라마는 그냥 누워서 베개를 높인 후 시청하면 되거든.

머리를 텅 비울 수 있는데 책은 그렇게 잘 안된다.

외부가 추우면 영향을 받게 되는 거 있지.

그렇다고 카페에서 책 읽기에는 커피값이 너무 많이 들고..

최근 미드중에 빅뱅이론을 제대로 보고 있는데 미친듯 웃고 있다.

아, 난 이런 양키 센스가 좋은가 보다.

가장 좋아하는 미드는 닥터 하우스.. 전 시즌을 다 본 팬 중의 팬이다.

하우스 이야기로만 하루를 꼬박 이야기할 수 있다.

 

그나저나 조금 머리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여기가다 끄적거려놓아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이 책 읽다가 저 책 생각나고 그러는 것 같아.

 

 

 

어머니.

다시 읽고 있는 책인데..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게 안나간다. 사실 머리속에서 너무 다른 생각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책에 집중이 잘 안되고 있는 편이니깐. 줄거리를 조금 끄적거리면, 망나니와 결혼한 한 여인의 이야기에다가 자식 농사를 힘들게 짓고 있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섞으면 이 책이 된다. 사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아들의 이론, 그러니깐 사회주의 이론에 동화되게 될지라도 아들이 힘든 일에 연루되지 않기를 기대하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아들 파벨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고 말하기에는.. 아니, 아니구나. 적어도 아들이 술마시고 행패부리며 살지는 않으니 잘 지은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위대함은 그런 것에 있지 않다. 책이 설령 아들의 '어머니'에서 아들의 '동지'가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어하더라도, 그런 것보다도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들이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어머니의 사랑..일 것이다. 그러니깐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부모님께 전화해서 당장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세요.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주의 등에 대해서는 나 말고도 이야기할 사람들이 많을 테니 패스.

 

 

 

왜 분노하지 않는가.

솔직히 대실망인 책이다. 아무래도 신간평가단 리뷰에서는 이렇게 불평부분을 많이 안끄적거릴 것 같으니 미리 여기다가 불만과 불평을 잔뜩 이야기하겠다. 생각같아서는 2점 주고 싶지만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으니 3점 줘야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48프로젝트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1948년 인권선언으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2048년까지 인권을 증진시키겠다가 그 목표인 운동이란다. 그리고 그 웹사이트를 공개했는데 2048.버클리법대.. 대충 이런 도메인이었는데 당장 기억이 안난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게, 그 웹사이트를 일종의 공론장 비슷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책이 나온지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니 예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것 처럼 써놓고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그러니깐, 빈페이지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버클리법대의 학사운영페이지로 이동하거나. 물론 웹페이지가 접속안된다고 이 책의 진정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웹에서 자신의 의견을 열심히 개진하고 글로 써서 올려라 등을 계속 진짜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책 한 페이지에 2048프로젝트라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아는가? 심심해서 한번 세어보았는데 앞부분에서는 평균 3번을 언급하는 것 있지. 그래서 읽다가 화가 나서 무슨 2048 프로젝트 홍보하려고 책 쓴건가? 라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좀 더 보다가.. 네, 정말 홍보하려고 글을 썼더군요, 쳇. 게다가 제목도 맘에 안든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고 저런 제목을 택한 건 아니겠지? 원제는 'You can make global rights a reality' 초등학생도 저 문장을 해석할 때 분노라는 단어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몰라, 솔직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나마 의의가 있을 수 있다면.. 교수가 쓴 책이라고 했을 때 상당히 쉬운 글로 쓰여졌다는 것, 그래서 인권에 대해서 정말 쉽게 접근해서 한번 쯤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아니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깊이가 없다, 라는 뜻도 되겠다, 오우.

 

 

 

집단 기억의 파괴.

이 책은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고, 신문을 읽다가 책 광고가 제법 흥미로워서 여기다가 살짝 담아둔다. 음.. 이 책의 제목으로만 추측하자면.. 반달리즘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문화재를 훼손하는 반달리즘 말고, 정말 원래 의미로의 반달리즘, 그러니깐 게르만 민족의 한 분파인 반달족들이 로마에 쳐들어가서 문화재들을 열심히 때려부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도 있다. 사실 반달족이 로마를 부순 것 보다, 르네상스의 이탈리아의 고위 귀족이 문화재를 훼손한 것이 더 많다고 말야. 반달족은 단순히 재물만 열심히 빼돌렸다던가. 또 다른 이야기로 숭례문 방화사건도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지. 우리나라 사람이 책을 썼다면 분명 숭례문 방화사건도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서점에 가서 언제 한번 살펴보아야겠다.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이 책은 개인적으로 매우매우매우 강추하는 책이다. 저자가 정말 전문적으로 중국사를 연구하기도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책의 서술방식이 정말 멋지다. 기억의 궁전은 사실 기억법 이름인데, 머릿속 궁전에다가 자료를 정렬하는 그런 기억술이다. 엄밀한 방법은 지금은 다큐멘터리나 기억술책을 참고하면 되겠지만.. 이 책이 나왔던 1999년도에는 별로 그런 기억술책이 많이 없었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기억술이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기억의 궁전을 안쓴다.) 어쨌든,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마테오 리치가 쓴 '기법' 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기억술 이야기를 하다가, 그 기억술을 이용하여 그의 삶을 추적해나간다. 흠, 갑자기 이 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 '기억의 궁전' 이라는 기억법이 사실 훈족의 약탈에 대비하여 수도사들이 그들의 자료를 기억하는데 쓰였던 기억법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훈족은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의 원인이 되는 무서운 사람들이기도 했고 말이지. 위의 집단 기억의 파괴, 라는 책과 함께 묶어서 읽어보면, 물론 기억의 궁전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관련은 없지만, 집단 기억의 파괴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라는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여담인데,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술이 소설 속에서 쓰이는 장면이 있는가, 라는 게 궁금한 사람은 '한니발 1, 2'(양들의 침묵 속편)를 읽어볼 수도 있겠다. 물론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잔인하다.

 

 

 

요재지이

 예전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다가(이 표지는 아니었다) 정말 흥미롭게 집중했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 포송령은 이를테면, 관리 시험에 낙방을 많이 한 선비였는데, 이 책 한방으로 인생을 역전한 케이스란다. 뭐, 그당시 중국이 얼마나 막장이었는가, 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정말 특이한 이야기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최근 책들 중에 무라키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과 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훨씬 더 자극적이고, 훨씬 더 기이하다. 어느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는데,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읽어볼만도 하다, 라고. 나는 소설을 쓰지는 않지만, 특이한 이야기들에 매혹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지. 아, 주의사항이 있다. 여성 권리의 신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읽지 않기를 권한다. 그 옛날 중국이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어이 춥다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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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날씨가 추워서 그대로 얼어죽는줄 알았습니다.

여담을 조금 끄적거리자면, 오늘 서점서 김영하가 쓴 이상문학상 작품을 봤는데
읽는 내내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풋.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유쾌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텐데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씁쓸함이 없었더라면 아마 상을 타지 못했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이상문학상의 표지가 정말 많이 변했네요.

바로 1년 전만 해도 늘 보던 표지아니었던가요, 저는 오늘 책 표지를 보고

헐, 이것이 이상문학상 표지인가?? 다른 책 집어든 거 아닌가, 생각했었답니다.

 

그나저나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특히 물리학자들은 좀 특이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에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공유하는, 아니 과학자 집단에서 대개 공유하는 특질이 있다면 바로 '대칭'에 대한 비이성적일정도의 집착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과학에 발가락을 살짝 담근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사람 몸만 해도 왼쪽이 떨리면 오른쪽도 그런 증상이 보이지 않는지 살펴보아야만 하고, 화학적인 구조물을 발견하면 그 구조물의 거울이성질체가 없는지도 알아낼 수 있으며, 물리학에서는 늘 중력과 수직항력이 정 반대 방향에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리가 정지해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런 대칭에 대한 믿음은, 좀 더 일반화하여 이야기하자면 '짝' 에 대한 믿음은 이윽고 양자역학과 입자 물리에 이르러 초대칭이론을 낳습니다. 그 이론을 통하면 그동안 입자물리에 있어서 표준모형이 가졌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고 이윽고 우리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쓰여진 책으로 보이며, 물론 군데 군데 나오는 수식과 그림들은 어쩌면 이해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칭이 가지는 완전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그 단편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다한 셈이겠지요.

 

 

 

지난번에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를 추천한 페이퍼가 있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책과 마찬가지로 천병희선생의 번역본인데, 개인적으로 천병희 선생의 번역을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고, 책을 조금 넘겨보았을때 문장이 대부분 매끄러워보였기에 이렇게 여기에 추천해봅니다. 갈리아 원정기는 카이사르가 말 그대로 갈리아 지역을 정복한 후에 그 전쟁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카이사르가 이 책을 쓰고 나서 로마에서는 이 책을 읽고 감탄이 그칠 날이 없었다던가요. 천병희 선생의 노고가 담긴 이 책에서는 그 당시 로마인들에게 사랑받았던 카이사르의 아름다운 문체를 느낄 수 있으리라고 기대됩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갈리아 전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은 대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에 기반하고 있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카이사르 사랑은 잘 알려져 있지요)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안그래도 주관적인 '원정기' 를 한 번더 필터를 거쳐서 쓰여진 책이 '로마인 이야기'일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원전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사실 이 책을 처음 보면서 떠올린 것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였습니다. 제작년에 6권 완간으로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그 책은 많은 명사들이 읽으면서 영감을 떠올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나 잘 알려진 애독자로는 윈스턴 처칠을 들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다 읽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의 글은 유려하고 잘 읽힙니다만,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분량은 결국 우리를 질리게 만들지요. 저와 같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무한히 퍼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학문에 열중하다보면, 또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놀다보면(사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결국에는 다 읽지 못하고 앞부분만 읽다가 놓아두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우리를 타겟으로 수많은 축약본들이 출판되어나왔습니다만, 아무래도 수많은 내용을 한 권에 집약해서 쓰이다보니 문장도 어색하고 앞 뒤가 엇나가보이는 경우도 종종 보이게 되지요. 그런데 이 책은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오랜 로마의 역사를 큰 틀에 맞춰서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에드워드 기번의 6권짜리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는 것이겠지만,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면 난무하는 축약본들말고 이 책을 읽는게 옳은 선택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오늘 서점 나들이에서 건진 수확이라면 이 책 '찰스와 엠마'를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전혀 알려지지도 않은 저자였고, 역자도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린아이들의 책같은 표지를 한 장 넘기자 놀랍게도 저는 이 책의 내용에 빠져들아갔었지요. 여기서 찰스는 '찰스 다윈'이며 엠마는 '엠마 웨지우드' 그러니깐 찰스 다윈의 아내입니다. 그러고보면 지금껏 나온 다윈 평전은 하나같이 두꺼운 두께(기본이 1000페이지)를 자랑했으며, 다윈의 생활에 대해서 정말 편집증과도 같은 집착으로 하나하나 다 주워모았지만 정작 찰스의 사랑에 대해서는 딱딱한 문장들로 지나가버리고 맙니다. '결혼을 하면 좋은 점' 과 '결혼을 하면 나쁜 점'을 꼼꼼히 따졌던 찰스 다윈의 성격 그대로 말입니다. 아, 어쩌면 좋은 평전이라는 것은 그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성격마저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읽은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무어의 다윈 평전은 정말로 대단한 책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살짝 삐딱하게 찰스 다윈의 삶을 바라봅니다. 특히나 그동안 학자들이 등한시했던 부분인 사랑, 에 대해서 말입니다. 무신론자인 다윈과 종교를 신실히 믿던 엠마. 그런 그들이 내린 결론은 '결혼, 결혼, 결혼, 그리고 증명은 종료되었다.'

 

 

 

사실 이 책은 제 개인적인 흥미로 담아두는 책입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괜히 무언가 집적된 것 처럼 보이는 책들이 좋더군요. 이 책은 표지에서 광고하고 있는 그대로 동서양의 40권이나 되는 책들을 모두 묶어서 내용의 엑기스를 뽑아낸 책이라 보여집니다. 잠깐만 살펴보아도 목록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방법서설, 고백론,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이름 그 자체로 유명한 책들에서부터(이름은 유명하지만 직접 읽기에는 왠지 힘든 책들) 과학자들이 쓴 부분과 전체와 같은 책들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도 매우 다양합니다. 제목에 식사, 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그야말로 왕의 식사가 되겠지요. 체할 것에 대비해 포도주까지 함께 곁들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포도주는 우리가 직접 준비해야 할 듯 합니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우리는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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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2-04 02:11   좋아요 0 | URL
갈리아 원정기라. 이미 가진 책이 있어서 주저하고 있는 책입니다. 아마도 조만간 내전기도 번역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연 2012-02-04 21:25   좋아요 0 | URL
아.. 이전에 다른 분이 번역하셨던 것 같던데. 그 판본을 가지고 계시나보군요. 그러게요, 이전에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살펴보면서 인터뷰같은 걸 본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그때 인터뷰에서 내전기도 작업에 들어갈거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네요.

bawbee 2012-02-09 18:23   좋아요 0 | URL
<찰스와 엠마> 땡스투^^

가연 2012-02-11 2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워낙 인기가 좋길래 한 번 살짝 쳐다보았는데, 확실히 처음 프롤로그부분에서는 나를 압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가스통 바슐라르를 추모하며' 라니. 와우. 이런 류의 책은 사실 소위 말하는 '아는 만큼 보이는 책' 이다. 이런 말을 끄적거리는게 좀 웃기긴 하지만.. 어느 독서에서든 배경 지식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뽑아낼 수 있고, 혹은 뽑아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지적 역량을 무한히 펼쳐서 비교를 하든지 대조를 하든지 어떤 방법으로든 유희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의 놀람이 중반부 이후에서는 점차 당황스러움으로 바뀌는 것 있지. 중간 중간에 논리적 비약이 엿보이고 (심지어 문맥상으로도 오류가 있는 부분이 있다.) 과학적 지식에 대해서는 엄밀하지 않은 티가 난다. 저자 미셸 투르니에는 원래 철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왜 이 책이 인문 서가에 꽂혀있지 않고 소설 서가에 꽂쳐 있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 이 책의 내용이 어떤 건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구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을 범주로 묶어서 낸 책, 이라고. 이 문장 또한 엄밀하지는 않지만 일부의 진실을 품고 있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불의 정신분석.

방금 언급한 책이 아는 만큼 보이는 책이라면, 과연 얼마나 알아야 책의 내용을 골수까지 뽑아먹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다는 것의 정의 자체도 확립되어져있지 않고, 내 멋대로 안다, 라는 말을 독서를 많이 해서 지식이 많다, 라고 규정한다고 할 지라도 출판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수많은 저작물들이 쏟아져나오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수많은 책을 다 읽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 물론 나는 안다는 것의 정의를 저렇게 내리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예를 들어서. 그러나 어쨌든 아는 만큼 볼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일부 찾아보는게 좋지 않을까. 책에서 '가스통 바슐라르'를 추모한다고 써져있으면 적어도 가스통 바슐라르가 누구인지 정도는 훑어보는게 좋지 않겠나. 그래서 이 책을 여기다가 묶어놓는다. 여기서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가스통 바슐라르는 원래 과학자였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겪으면서 철학에 뛰어들게 된 학자다. 상대성 이론을 겪으면서 과학자에서 철학자로 바뀌었다는 말이 좀 역설적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만큼이나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겠지. 그 후에 엠페도클레스의 사원소설에서 착안하여 불, 물, 공기, 흙에 관한 상징과 이미지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접목시켜서 책을 썼으며 이 책은 그 책들의 첫 번째이다.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 얇기 때문에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여기서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신을 자처한 사나이, 그리고 끝내 화산에 뛰어들어 광기로 얼룩진 삶을 마감한 엠페도클레스의 철학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혹은 샤르트르의 '상상력' 그리고 '상상계'를 읽으며 빅토르 위고와 로르샤흐 테스트의 사이에서 이미지와 상징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킨 가스통 바슐라르의 제자 질베르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읽어도 좋겠다. 물론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은 어렵다. 매우 어렵다.

 

 

 

사르트르와 카뮈.

 샤르트르는 흔히들 많이 알고 있는 실존주의에 관한 철학자이지만 실제로 그는 이미지는 의식이다, 라는 문장으로 결론내리는 상상력 연구에도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사실 그의 상상력, 그리고 상상계에 바슐라르나 뒤랑과 같은 사람들이 조금은 빚지고 있다고 말해도 완전히 그른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철학은 그리 쉽지 않고 맛으로 따지자면 숭고함을 뺀 쓴 사탕에 다름 없겠지. 이때 우리는 한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는데, 이는 미셸 투르니에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에서 쓴 방법 그대로 일종의 범주를 만들어 대립시키거나 비교시키는 것이다. 그가 머리말에서 이렇게 비교시키는 방법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았다, 라고 언급하지만 사실 이런 방법은 그리 새롭지는 않다. 이전에 자크 데리다도 대립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데리다의 철학을 끌어와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내 지식이 얕으니 만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만 걸고 넘어지면 미셸 투르니에는 말과 소를 대비시켰지만 범주의 힘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확장시켜서 샤르트르와 그의 친구였었던 카뮈를 비교시킬수 있겠다. 그런 결과로 아마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샤르트르와 하이데거와 같은 쌍으로도 충분히 한 쌍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책이 어려워질테니 그나마 만만해보이는, 아니 친숙한 카뮈를 골라잡았다. 아, 물론 카뮈의 철학적 깊이가 얕다는 것이 아니다. 하이데거는 사실 이름만 들어도 뭔가 속에서 올라오지 않는가?

 

 

 

천국에서 지옥까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샤르트르에게는 카뮈보다 더 친근하고 깊이 있는 관계였었던 사람이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여자다. 계약 결혼으로 워낙 유명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앗, 그러면 샤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묶어서 책을 쓴다면? 하는 생각으로 나온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심지어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이니 적절히 찐득찐...큼큼 여하튼 내밀한 관계까지 보여주니깐 독자들의 (특히 나같은) 몰입도를 올려줄 수도 있겠고 말이지. 그러고보면 이 책은 2006년도에 이미 발간된 책이다. 위의 샤르트르와 카뮈가 2011년도에 나온 것을 생각해본다면 말이지.. 역시 남자와 여자 관계로 묶어서 적당히 철학이라는 조미료를 뿌리면 멋진 요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절대 샤르트르의 수많은 연인[...]들과 그들과의 일에 대한 고백[..]을 찾아본다고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젠장. 빨리 여자친구를 만들든지 해야지. 없는 솔로는 서러워서 살겠나. 헉 글내용이 산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 이 책은 나중에 천천히 읽어볼 생각으로 묶어둔 것이니...

 

 

 

아.. 춥다... 그래서 솔로는 웁니다... 그런데 솔로보다 더 싫은 것은 이제 다시 바빠진다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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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2-06 10:00   좋아요 0 | URL
다시 왜 바빠져요???응??

저는 가스통 바슐라르를 많이 좋아해요,,,쥘베르 뒤랑이 바슐라르의 제자였군요!!오호~~

가연 2012-02-06 18:22   좋아요 0 | URL
ㅎㅎ 일을 다시 시작해야되니깐..

네, 질베르 뒤랑이 제자라더군요.. 바슐라르의 철학세계는 정말 아름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