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신간 평가단 도서부터..

 

인민의 탄생.

인민의 탄생이라는 책인데..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가 없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나는 흥미있는 책만 구입하니깐.. 이런 애물단지같은 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전에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같은 책도 처리하는데 정말 난감했지만 이번에는 더 곤혹을 겪는 기분이다. 이전에 리뷰를 쓸 때는 그래도 그나마 조금은 아는 부분이라서 조금 주절거릴수 있었는데 이 책에 관해서는 저자도 모르고 내용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의 앞부분만 읽은 것으로 봐서는 하버마스의 분석틀을 가져와서 제목 그대로 인민의 탄생에 관하여 역사적 연원부터 시작해서 읊고 있는 책 같은데 애초에 나는 하버마스의 이론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게 없다. 솔직히 말하면 아예 모르는 상태이다. 앞에서 모르는 내용을 강의하면 수업시간에 잠이 온다던가, 마찬가지로 이 책도 별로 나에게는 흥미를 주지 못해서 읽다가 그만두다가 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단점은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 설명하고.. 혹시나 독자들이 못따라올까봐 친절하게 설명해주려는 의도 같..다는 생각을 해보려고 하지만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똑같은 문단이 반복되면 기분이 참.. 내가 잘 몰라서 책이 재미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잘 쓰여진 책이 아닌지 구분이 안간다.

 

 

 

현대 유럽 철학의 흐름.

가진 적립금을 모아서 산 책인데 나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처럼 제법 두꺼운 부피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정말 얇은 책이다. 음.. 김훈의 '흑산' 보다 판형은 크지만 조금 덜하거나 비슷한 정도의 두께다. 사실 그래서 읽기 편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워낙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기에 제대로 책장을 넘겨보지도 못했다. 사실 나는 우울할때는 인문학 책을 읽기가 좀 힘들다. 하버마스에 대해서 워낙 모르니깐 이왕 알아보는거 다른 현대 철학자들도 알아봐야지 하는 기분에 구매를 했는데 잘 한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책 소개를 할 때 생각했던 것 처럼 제법 알차보이기는 하다.

나는 이런 책들 정말 좋아한다, 풋.

 

 

 

 

 

우주, 진화하는 미술관.

으아.. 이 책은 서점에서 조금씩 본 책인데, 표지에 사실 낚여서[..] 좀 읽어봤었다. 사실 표지만큼이나 화려한 그림은 뒤에 별로 없더라, 풋. 하지만 스케일도 크고 큼직큼직하며 자세한 그림들이 많이 실려있어서, 무엇보다도 총천연색의 알록달록한 분위기의 그림들이 많아서 읽기 편했다. 아무래도 우주에 관한 것은 글보다 그림이 훨씬 와닿기 쉽거든. 은하에 대해서 백날 글로 설명해보라, 제대로 알아듣겠는가. 바로 사진 한 장 찍어서 보여주면 오오, 알아듣겠지.

우리가 블랙홀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이유도 그게 안보이니깐 그런 거 아니겠어? 시각화시키기도 어렵고..

 

 

 

 

 

 

6월 항쟁.

이 책도 눈여겨 본 책인데, 끝까지는 못읽었고 삼분의 일 정도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이 말이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진짜, 말도 안된다.

 

(배경 설명을 조금 하자면, 박종철씨 고문 치사 사건에서 경찰이 고문한 것을 은폐하려고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라고 말한 거다. 읽으면서 정말 과거의 일인데도 저절로 분노하게 되더라..)

 

 

 

 

 

사실 소설을 읽고 싶은데 딱히 끌리는 소설이 없다.

그러니깐 묻노니, 달달하고 정말 예쁜 해피앤딩의 사랑이야기, 없는가?

기욤 뮈소의 책을 조금 읽어봤는데 나는 크게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달달하고 해피앤딩..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상실의 시대를 벌써 다섯 번 넘게 본 것 같다.

나는 딱 상실의 시대와 같은 허무함이 소스로 뿌려져 있는 그런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다.

해피앤딩이면 더 좋고..

그러고보니깐 죽은 왕녀의 파반느, 같은 소설이 맘에 든다.

 

이런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한다.

감정을 달래려 소설을 읽다 보면 다시금 감정에 젖어 허무한 나날을 보낸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책 후면에 보면

요제프 크네히트(유리알 유희의 주인공이다)의 유고, 라고 해서

마치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으로 헤르만 헤세가 글을 남긴게 있다.

앞의 시 넘기고 나면 뒤에 세 가지 이력서, 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내가 처음 읽은 그 순간에서부터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 부분이

그 세 가지 이력서, 라는 단편들 중 하나인 '인도의 이력' 이다.

대충 이야기를 설명하자면 인도의 어느 왕의 배다른 형제인 주인공이 어릴 때 쫓겨나서

목동 일을 하면서 살다가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애욕에 젖어 살게 되고

그 후에 아내가 시찰 나온 왕에게 끌려간, 혹은 자발적으로 따라간 후에

왕을 죽이고 병사들에게 쫓겨서 숲에 들어갔는데

그 숲에서 현자를 만난거야.

현자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는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기를 원했었는데

현자가 조용히 눈을 쳐다보더니 크게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미망이네, 미망이야'

 

처음 읽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무슨 뜻인지 안다.

 

그래서 힘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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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과학관이랑 대전 중앙 국립과학관에 다녀왔는데 과천과학관의 승리!

 

솔직히 과천 과학관이 더 좋은 듯.. (물론 비싸니깐 그렇다고 해도...)

 

입자물리와 천체물리는 얼핏 보면 별로 관계가 없는 것 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모든 질문은 하나로 귀결되니깐.. 왜 이 우주는 이런 모양인가??

 

 

 

 

이전에 신간 추천할때는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책이다. 사실 지나치게 된 이유는 표지가 별로 땡기지 않아서.. 풋. 그런데 서점에서 발견하고 몇 줄 읽어보았는데, 아니 이 책, 생각보다 괜찮았구나ㅠ

그래서 냅다 좀 읽어버렸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려면 사실 독자의 입자 물리에 대한 기본 상식도 좀 있기는 있어야 된다. 보손이 어떻고 페르미온이 어떻고.. 인터넷 검색만 하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표준입자모형이지만 굳이 검색할 이유가 없으니깐 검색안하게 된다. 그런 독자들을 감안했는지 이 책에는 표준입자모형에 대해서 부록을 뒤에 실어놓았다.

그러니깐 뒤의 부록부터 읽고 앞의 내용을 읽기.

 

사실 이 책은 별로 물리의 색깔이 짙은 책은 아니다.

수식도 거의 없고 그저 탐험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구.

 

 

 

이 책이나 저 책이나 이름이 거의 비슷하다. 뭐,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실험물리학의 최전선 CERN이 빠지면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가 없으니. 위 책이나 이 책이나 둘다 CERN이야기를 좀 담고 있는데, 위 책이 다른 천문대들도 돌아다닌다면 이 책은 그저 CERN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 책이랄까. 그러고보면 일반인들에게 LHC가 유명해진 계기가 있지. 최근에 뉴스에서 빛보다 더 빠른 아원자 입자인 뉴트리노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으니깐.. 그 뉴트리노의 속도가 빛보다 더 빠른 것 같다고 측정한 곳이 바로 이 CERN의 입자가속기 LHC이다. 올해 그 결과가 나온다던데..

 

나도 다 읽지는 못해서 말을 아끼겠지만 앞부분 데모크리토스에 관한 이야기는 좀 뺐으면.. 그 부분만 다 빼도 책 값이 1/10은 줄겠다...

물론 데모크리토스가 원자론자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 원자가 이 원자는 아닐텐데. 차례를 보면 또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여하튼 사진 자료가 많다는 것은 장점.

 

 

 

나는 수식 따위 두렵지 않다, 그딴 거 근성으로 읽어주겠다!

 

라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

친절하게 잘 이해못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한 페이지, 더 깊은 이해를 위한 독자들에게 (심화학습인가!!) 바치는 수식 가득한 한 페이지,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뒤에 자꾸만 어려운 수식이 나오는 것은 덤.

수식 하나를 실을때마다 판매량이 십분의 일 씩 줄거라고 하던데 판매량은 별로 두렵지 않은가봐요 서스킨드씨?

 

내용은 말 그대로 블랙홀 전쟁, 상대는 '그' 스티븐 호킹.

청코너, 아인슈타인과 맞짱뜨는 스티븐 호킹,

홍코너,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깡을 키워온 악바리 서스킨드.

                                       누가 이겼을까? 

 

 

 

내가 본 표지는 이렇게 생긴게 아니었는데... 여하튼 좀 가벼운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그러니깐 지적으로는 가벼운 이야기.. 물론 인간적으로는 절대 이 책도 가볍지 않다. 이 책은 팔로마 천문대에서 일하는 천문학자들을 다루고 있는 책인데 그들의 삶의 무게는 보는 우리마저도 그 무게에 짓눌리게 만든다. 그러나 결코 힘들어서 짓눌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우주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열망에 짓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깐 이런 풍경이다. 황량한 사막과 같은 곳에 당신은 당신의 망원경과 함께 서 있다. 한없이 외로운 당신은 검은 하늘에 푸르게 반짝이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실존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오레오 쿠키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지.

 

 

 

당장 제목이 기억은 안나는데 일본 사람이(일본 사람들이 이런거 잘한다) 각종 천체나 입자 물리학에 관한 용어를 집약해서 책을 낸 것도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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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1-16 00:35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을 읽을께요,,,일본사람이 쓴 책 기억나시면 올려주세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겠네요,,,미리 즐거운 한 주 보내시라 인사드립니다.^^

가연 2012-01-16 17:03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가던 서점에서는 있던데 여기 인터넷 서점에서는 품절이구먼요ㅎ 한 번 읽어보세요, 괜찮을 거에요. 언제나 그렇듯이 제 기준이라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ㅎㅎ 감사합니다. 나비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두 말할 필요 없는 권력자에 대한 우화다. 물론 엄석대 중심으로 읽으면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고, 한병태 입장에서 읽으면 '어떻게 소시민은 폭력에 굴종하게 되는가?' 라는 명제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한병태에 대한 엄석대의) 왕따, 그러니깐 집단따돌림의 수위가 실제 학교랑 비슷할.. 지도 모른다는 것은 덤. 혹은 실제 학교는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늘 소설보다 놀라운 법이라.. 이미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고, 대학 새내기때만 해도 괜스레 졸업했던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괜스레 수능컷[..]을 검색해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거의 중고등학교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터져서.. 참으로 오랜만에 본 학생들에 관한 기사가 게임셧다운제였고, 그 다음으로 오랜만에 본 학생들의 기사가 집단따돌림에 대한 기사였으니.. 가해자들은 충분한 벌을 받았는가?

 

 

 

내가 봤던 글은 이런 표지가 아니었는데, 찾다보니깐 이 책이 제일 위에 있길래.. 황석영이 쓴 '아우를 위하여' 는 위의 책과 함께 많이 읽히는 책 중 하나다. 또한 마찬가지로 교과서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책이라고 짐작된다. 이 책의 줄거리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아우에 대한 편지글 형식을 이루고 있으며, 화자는 그와 그의 급우들이 병아리 선생, 그러니깐 교생 선생이 오면서 겪는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결말을 맺는다. '한 겨울에 걸인이 한 명 얼어죽어도 그것은 우리 탓이어야만 한다.' 라고. 사실 정말 끄적거리고 싶은 것은 내가 고등학교때 겪은 일이다. '아우를 위하여' 에서는 병아리 선생이 자기들 마음대로 휘둘러지지 않아서 영래패거리들이 병아리 선생이 잠깐 뒤돌아 본 사이에 욕을 하고 안보는 곳에서 음란한 글이나 낙서를 끄적거리는 모습이 나온다. 내가 고등학교때, 기간제 교사로 어린 여선생이 온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그 여선생의 외모가 마음이 안들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래도 젊은 여선생이니깐.. 잘 따르는 척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장난을 치고, 그게 선을 넘더니 칠판에 필기하려고 여선생이 뒤로 돈 틈을 타서 반에서 껄렁했던 학생이 일어나서 이상한 몸짓을 해보였던 적이 있다. 여선생도 여선생 나름대로 아이들이 자신을 잘 안따르는 것을 이윽고 알게 되었으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고, 나중에 학교를 떠나면서 그 여선생이 남긴 이메일 주소에 나는 그저 메일을 한 통 쓸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왜 나는 그때 그 아이를 말리지 못했던가? 지금이라면 주저없이 막아설테지만 그때는 변명같지만 나도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서 우리는 졸업해버렸고 아직도 나는 여전히 후회하고 있다.

 

 

 

이 책도 위의 두 책들과 함께 종종 언급이 되는 책이다. 내용도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유명한 책이고, 아마 위의 두 권을 보고 이 책이 따라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그런데 보통 이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라면 직접적인 폭력보다도 더 무서운 집단의 힘..과 관계된 내용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맞는 말이다. 저자도 그렇게 의도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나는 무섭다,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물론 나는 집단의 광기에 대해서 항상 되새기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소설 첫머리에 폭력, 그리고 악으로 대변되는 '기표'와 그를 따르는 재수파가 정말 충분한 처벌을 받았는가, 에 솔직히 의문을 남기고 싶다. 그가 저지른 폭행과 도둑질, 심지어 윤간에 이르는 범죄들은 감옥에서 썩어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나, 싶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변하였다면 그 변하기 전에 저지른 죄의 대가를 웃으면서 받아들여야만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런식으로 해석하면 권력층으로 그려지는 선생과 형우는 도리어 일종의 초법적 제재를 가한 셈이다. 재수파 나부랭이들에게 윤간당한 여학생으로는 통쾌할 따름이겠지만, 아니 통쾌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녀를 해꼬지한 나쁜 놈들이 도리어 매스컴을 타고 영웅시되니 말이다.

 

 

 

사랑하는 나의 연사들. 이 것이 옆의 No Image로 뜨는 책의 제목이다. 사실 정말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이 책인데 너무 오래된 책이라 절판이 된 듯 하다. 일종의 연작소설인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정인호라는 학생의 권력 투쟁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학생인 이상 권력은 반장이 되는 것, 공부를 잘 하는 것, 싸움을 잘 하는 것. 특히나 반장이 되는 것이 일종의 권력의 상징인 모양이다. 저때는 그랬나요? 내가 학교를 다닐때에는 반장은.. 뭐, 물론 선생의 총애를 쫌 받을 수도 있었고, 받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여하튼 그렇다고 무슨 힘이 있지는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주먹질이 가장 큰 권력이었던 것 같다. 싸움 잘하는 거. 몰라, 특목고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학교는 평준화 지역이든 비평준화지역이든 사납고 싸움 잘하고 끼리끼리 잘 뭉치는 게[...] 최소한 따돌림은 안당하는 지름길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혹시나 이 글을 보는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에게 싸움을 잘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ㅠ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지만.. 아 슬프다. 이야기가 많이 샜는데 이전에 티비 프로그램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극진가라테를 익히는 고등학생을 인터뷰하는데, 아니 글쎄 그 고등학생이 한다는 이야기가, '싸움 잘하고 싶어서요' 일반인이라면 무도를 익혔을 경우 상해죄를 무도를 익히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배로 물게 되지만,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손 댈 방법이 없다. 소년원 2년이 최고 형벌이던가? 아니, 그 전에 너무 어릴때 무술같은거 심하게 익히면 뼈가 안자란다.

 

어, 그런데 권력 중 돈의 힘이 없네? 그렇다. 우리의 주인공 정인호는 가난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항상 절대 지면 안된다, 라는 사고를 강박적으로 주입했던 것이고.. 그래서 정인호는 가상의 토끼(아이들에게 줄 뇌물)와 비행기 조종사라고 주장하는 자신의 아버지(실제로는 거의 백수다)를 내세워 아이들에게 신망을 얻으려 하고, 반장선거에서 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말은 비참하였으니, 아이들은 실제로 토끼를 보지 못하여 불만에 가득 차 있다가 결국 쿠데타를 일으켜 정인호를 나락으로 빠뜨린다. 그리고 나중에 정인호가 자라서 자신의 딸을 키우게 되는데, 아니 이 딸래미도 자신이랑 비슷하게 반장 선거, 아니 권력욕을 보이는 거 있지.

 

그런데 여기서 지켜보아야 할 점은 저렇게 권력욕을 가지고 있는 정인호가 나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담임은 가난뱅이인 주인공을 별로 좋게 보지 않으며(주인공의 시점으로 쓰여지기에 어쩌면 편견일 수 있겠지만) 반 급우 중 하나인 식당집 아들래미와 뒷거래가 있었고(엄밀히 말하면 아들래미보다는 식당 주인과 커넥션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 결과 정인호를 다시금 좌절시킨다. 아무리 잘해도 성공할 수 없는 이 더러운 세상! 인맥과 돈이 정녕 짱인것인가?

 

결국 주인공은 방관자로 남게 된다. 그래, 세상은 이렇게 날뛰어봤자 되는 놈들만 되는 거야, 라는 냉소주의와 소시민적인 생각을 가지고 말이지. 그러나 그 소시민적 생각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일단 나는 살아야지, 라는 저 말이 정말로 '살고 싶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런 소시민적 무사안일주의를 조세희는 일갈한다. '여러분은 비겁자의 자식이다!' 최근 있었던 강연에서 한 이야기이다. 물론 나는 그 강연을 듣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찾아 읽었을 뿐이지만. 난쏘공은 그런 냉소에 찬 이들을 일깨우기 위해서 아직도 쇄를 거듭해 발행되고 있다. 나온지 정말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지금 여기' 에서 읽히고 있는 이 책의 힘이란. 처음 이 책을 내가 접했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고,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이거 은근히 야한데? 정도 였다, 젠장. 그렇다. 이 책은 은근히 야했다. 빨간 커튼이 처진 호텔로 데려간다거나 손을 뻗어 여학생의 가슴을 만진다거나 바스락거리는 원피스를 벗고 안아준다거나 등등..(어떻게 이런 것들은 토시 하나 안틀리고 다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넘어서고 나중에 다시 읽은 이 책은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두 개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소설의 마무리에서 결국 난장이네 삼형제 중 큰 형 영수는 은강그룹의 총수를 죽이려다가 총수의 동생을 죽인다. '짧은 시간의 즉사였기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했'을 만큼 편안한 죽음을 선사한 영수는 '우발적 살의로 결행한 것이 아니라' 결국 사형장으로 끌려나가고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살인은 어느 때든 잘못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수가 형장으로 끌려나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덧붙일 말이 없으리라. 그러나 이런 개인적 영역의 살인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면, 그런 죄는 어떻게 물어야 할 것인가? 영수의 총수의 동생에 대한 살인이 그 살인 행위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개인적 차원의 살인이라면, 영수가 이윽고 형장에서 당하는 죽음은 제도와 기업 그리고 사회 환경이 몰아넣은 사회적 영역의 살인일 것이다. 사실 위의 에피소드에서 사회와 개인은 깊게 얽매여있어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사회적 영역의 살인이 영수에게만 일어난 것도 아닐터이고, 이윽고 생활비가 부족하여 거리로 쫓겨나 죽는 경우도 예로 들 수 있으리라. 여기서 우리는 '아우를 위하여' 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게 된다. '거리의 걸인이 얼어죽더라도 그것은 우리 탓이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 살인죄를 단일한 대상에 묻기는 어렵다. 어쩌면 우리들 자신도 사회적 살인에 방조자로서 가담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묻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죄를 씻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 죄의 사함은 우리가 '잊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살아가기도 바쁜 우리인데 그런게 가능할까? 조세희는 최근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 냉소는 버리라고, 그저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p. s. 글 쓰고 있는 동안 위로가 되어준 버스커 버스커의 동경소녀에 심심한 감사를..

p. s. 2. 몇 권 더 있겠지만 너무 졸려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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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07-27 23:00   좋아요 0 | URL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소설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영화를 보기는 했어요 '우상의 눈물'도 제목은 아는데, 읽지는 않은 것 같군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읽어봤습니다(지금은 난쟁이가 맞죠 하지만 예전에 나왔고 그때는 이 말을 썼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게 낫겠죠) 오래전이라 생각나지 않지만... 이 책이 그랬던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런데 가연 님 아주 일찍 이 책을 알았군요 저는 중, 고등학교 다닐 때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때 책을 읽었다면 비어있던 마음을 채울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지금 책을 읽어도 이것은 달라지지 않는군요 어쩌면 마음에 조금 빈 곳이 있는 게 나을지도... 그러고 보니 꽉 찬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군요


희선

가연 2013-07-31 18:05   좋아요 0 | URL
빨리 읽으면 좋은 점들이 조금은 있어요, 풋, 예전에 읽었던 감정과 지금 읽었던 감정을 다시금 비교할수가 있어서
 

 

 

 

가연님하의 선택이라고 해봤자 제목 짓기기 힘들어서.. 아무 말이나 가져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뭔가 체계적인 이름이 있으면 앞으로 페이퍼 끄적거릴 때 훨씬 마음에 들텐데.. 그런게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별 별 이상한 이름들을 다 끄적이게 될 것만 같다.

 

그러고보니 꼭 가연's choice라고 하니깐 댓글에 임요환! 이라고 달릴 것 같지만..

 

죄송해요, 전 남자에요...

뭐, 내가 서재 활동이 활발했다면, 그리고 저 농담을 이해할 분이 있다면, 의 가정이겠지만...

 

또 제멋대로 책들을 나열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배고프다는 것을 느낀 적을 꼽아보라면, 무라키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으면서, 라고 말하겠다. 수필 중에 즐겨 찾는 근처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식당에서는 고로케를 주력으로 판매한단다. 그런데 그 고로케의 맛에 대한, 그러니깐 고로케의 외양에서부터 시작해서 (고로케의 황금빛 튀김옷부터) 그 향미는 어떻고 (코로 느껴지는 어쩌고~) 한 입 베어물었을때 그 식감은 어땠으며 이윽고 목으로 넘어가는 감촉까지 (술이냐!) 게다가 고로케 뿐만 아니라 가끔 재료가 떨어져서 주인이 자신이 먹는 것 처럼 된장국 이런 것으로 대접한다는데 그게 또 별미라던가. 고로케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저 수필을 읽는데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이 책 '부드러운 양상추' 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 절륜한 음식 묘사솜씨에 비하면 뭐랄까 약간 방향이 다른 편이다. 그녀의 일상과 소개하는 음식은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입맛을 다실 수 있다거나 하는 기회는 사실 적을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별로 입맛을 다시지 못했으니깐. 혹은 내가 너무 요리왕 비룡식의 아니, 한 입 베어물었더니 (이때 좋을 호(好)가 배경을 수놓으며 징소리가 들린다, 띵호야!) 천국이 보이네 등과 같은 묘사에 익숙해져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하지만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푸드 에세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요리로 비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로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맛있고 뒷맛도 끝까지 남는 그런 튀김 요리를 먹는 것 같다면 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샐러드에 그저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린 뒤, (사실 그냥 간장을 뿌린 뒤) 그 식감을 맛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뒷맛은 개운하고 더 땡기지 않는다.

이로서 좋다.

 

 

 

우리 나라 작가가 쓴 푸드 에세이, 아니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보면 이 책이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였던가? 우스꽝스러운 그림과 함께 하는 이 에세이는 성석제의 필력에 더해져 맛깔나는 음식 이야기를 전해준다.. 고 쓰고 싶은데 한 편으로는 꼭 만화 식객을 글로 옮겼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해서 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뭐, 사실 성석제의 창의력은 대장이라고 생각한다. 단편 중에 웃음소리와 비명소리만으로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조금, 그러니깐 쪼끔 많이 감탄했다. 그런데 에세이라는 것이 대단히 뛰어난 창의성이 필요한 거라고는 나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러니깐 아무래도 이 장르에서는 그의 장기가 잘 드러나보이지는 않는다. 아 물론 필력은 좋으니깐 읽기야 좋지만, 이런 류의 에세이는 위의 일상에서나 마트에서나 음식을 구입하는(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위의 '부드러운 양상추'와는 달라서 이왕 우리 나라 방방 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할거라면 아무래도 소개를 하고 그 음식의 연원을 따져서 주루루루루룩 이야기를 늘어놓는게 좋을테니깐.. 그런 의미에서 음식 이야기는 황구라 황석영이 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어쨌든 하나는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은 절대로 조미료 안써요', 조미료 쓴다고 주장하는 맛집이 어디있겠는가!

 

 

 

아직 저녁을 안먹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쩌다보니 스스로 고문아닌 고문을 자청하게 되었다. 왜 음식 책들만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는거지? 어쨌든 음식관련 도서의 최고봉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식객을 들겠다. 만화라서 더 마음에 들.. 지도 모르겠지만, 에이잇, 원래 내용은 전달되는게 중요한거다. 식객은 사실 인터넷에 연재될때부터 상당한 팬이었고 영화도 봤었는데(영화는 좀...)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주관적으로 끄적거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옻순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자라나는 옻순을 따다가 참기름에 섞어서 입에 살짝 넣을때 나도 같이 침을 삼켰다. 사실 후반에 가면 진수와 성찬 두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게 되었지만.. 정말 징글징글하게 결혼 안하더라, 그쵸?

 

 

 

 

 

이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책! 심야식당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사실 드라마 심야식당을 먼저 접해서 보아왔는데, 정말.. 보고 감동과 배고픔의 도가니에 빠져서 참 곤란해했던 적이 있다. 감동적인데 배가 고프다니.. 얼핏 보면 양가적인 감정같은데 참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면 드라마판의 인물들은 정말 인물들의 개성이 딱 맞는 배역이 정해진 것 같다. 맨날 밤에 문을 여는 식당의 주인 '마스터' (코바야시 카오루)에서부터 식당 한 구석에 틀어박혀서 콩을 이상한 모양으로 늘어놓는다던가 하면서 '인생 얕보지 말라구!' 라고 툭 던지는 '카타기리' (오다기리 죠) 까지. 어쩌다보니 책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었지만.. 뭐, 그래도 좋다. 아, 저 카타기리는 만화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저나 저 마스터는 너무 음식을 잘 만든다. 재료만 있다면 샥스핀도 만들겠는데. 저런 마스터가 하는 식당이 있다면 살찔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아무래도 매일 밤마다 들르지 않을까, 나는 술은 안마시니깐 그저 사이다로 대신 건배하면서. 개인적으로 심야식당 드라마와 만화 통틀어 가장 맛있게 보였던 음식은 가츠동, 그러니깐 돈까스 덮밥. 저 에피소드를 보고 그 다음날 바로 뛰어가서 한X 도시락의 돈까스 덮밥을 주문했다는 것은 비밀, 그런데 젠장, 의외로 맛있잖아! 라는 건 더 비밀.

 

아,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 책의 저자 아베 야로는 43세에 이 심야식당 에피소드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데뷔했다. 그 전까지는 무슨 대리점에서 일하면서 부정기적으로 만화를 그렸다는데, 그 만화들이 모조리 퇴짜맞다가, 요리만화같은게 땜빵용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심야식당.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화다.

 

 

 

아무래도 음식 이야기들을 적어놓으니 다른 책을 더 쓰지를 못하겠다.

그러니까 언젠가 이 시간에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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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으아.. 약간 뻘줌하네요, 풋. 저는 하루 이틀 더 걸릴 줄 알고..

아래에 책들을 대충 끄적거렸는데.. 오늘 포스팅을 또하려니깐...

이건 잡담인데..

임재범의 고해 Live영상을 듣는데 와.. 정말 대단하더군요.

솔직히 박완규가 부른 고해는 약간.. 제 취향은 아니었답니다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입니다. 더 말을 붙이기조차 어색할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라서 더 이야기할만한 것이 없겠습니다만.. 고전이란 사실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책이지만 정작 그 내용은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인 책을 가리키지요. 저 또한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고, 그저 2차 저작으로 인용된 부분들만을 읽어보았습니다만, 그렇게 짧게 인용된 부분만으로도 저자의 통찰력이 잘 드러나보였습니다. 단순히 환경 오염에 관한 생각이 아니라 환경 오염에서 보여주는 과학의 발전에 대한 인간의 믿음에 대한 통찰은 아무나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지요. 그러고보면 누구나 새해가 시작되면서 한 가지씩 올해는 무엇을 해야겠다, 라고 다짐을 가져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개인적 차원 뿐만이 아니라 국가적, 아니 전세계적 차원에서 새해에 대한 어떤 다짐이 있을 수 있다면, 감히 제언하건데 이 책과 더불어 환경 오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떠할까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그는 종교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는 종교는 일종의 기생 밈이며, 종교는 그 신자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를 바탕으로 딛고 일어서 크기를 불려간다고 주장하며, 더 나아가서 일종의 바이러스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말을 하지요.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거의) 무신론자에 가까운 저조차 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킨스의 논의가 아예 무의미하냐면 그것은 또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의 말대로 착한 사람은 어차피 착한 일을 하겠지만, 착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에는 거의 종교가 관여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여기 도킨스의 주장을 인문학적으로 지원사격해주는 저서가 있습니다. 이전에 발간되었던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책인데, 이번에 새롭게 개정되어서 나온 듯 합니다. 그래도 신은 없다, 라고 제목을 붙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요?

 

 

플라톤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해보라면 아틀란티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는 '향연'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플라톤은 여러 저서들을 많이 남겼지요. 이 고르기아스도 그런 저서들 중 하나입니다. 플라톤의 저술 방식을 보면 상당히 특이한데, 마치 한편의 연극 대본을 보듯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사실 이는 '대화' 편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전집으로 묶여있는 책들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이런 식의 저술이 결코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어려운 개념을 설명할때는 마치 그 인물의 육성을 듣듯이 이런 식으로 저술되어있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지요. 다른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방식을 가만히 보면 그리스 철학의 자명한 공리에서, 자명하지 않은 정리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보이지요. 한편으로는 통쾌한 느낌마저 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정곡을 찌르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르크스라는 이름은 한때 꺼내기 조심스러웠던 때가 있었더랬지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르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사회의 일각에서는 마르크스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은 꺼리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의 어느 일부분에서는 마르크스가 뭐하던 사람이더라? 라는 호기심어린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구요. 사실 이런 태도들은 마르크스에 대한 막연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마르크스가 제시한 개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어떤 의미에서 유효한가를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중간 중간에 함께 삽입된(표지에도 삽입된) 코믹스러운 그림이 더 이해를 돕지요.

 

 

 

 

 

아마도 이 책은 저자 리처드 윌킨스가 그동안 내놓은 책들의 내용과 궤를 같이 하리라 여겨집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평등해야 건강하다고 말이지요. 혹은 이렇게 줄일 수도 있겠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라고 말입니다. 의료민영화 등과 같은 이야기가 돌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은 한 번 되짚어 볼만한 책으로 여겨집니다. 사실 '다윈의 대답' 시리즈 전 권은 모두 한 번쯤 읽어볼만한 주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진화이론을 바탕으로 선사시대에서부터 인간이 어떻게 발전해왔나를 고찰해보는 시리즈이지요. 그 많은 시리즈 중에서 왜 이 책을 골랐냐면, 시리즈 중 어느 책을 추천해도 괜찮았으리라고 여겨집니다만 그래도 요즘은 우리 나라의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책을 통해서 건강이 단순히 위생이나 면역 상태와 같은 물리적 요소에만 영향 받는 다는 것이 아니라 평등과 같은 사회적인 요소에도 충분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환기시킬 필요성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빈자도, 부자도, 모두 말입니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 라는 책은 솔직히 정말 주저하다가 추천하는 중.. 아무래도 다시 서점에 가서 내용을 확인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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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2 22:42   좋아요 0 | URL
후아, 저는 박완규의 고해도 괜찮았었는데 역시 임재범의 노래는 임재범이 최고예요.
저는 노래방에서 너를 위해를 불러봤는데 도저히 하이라이트 부분이 안올라가서
두키를 낮췃는데도... 쩝

오 저도 침묵의 봄이라는 책에 관심이 조금 가는걸요.
개인적으로 인문관련은 전혀전혀전혀 읽지않는데... 말입니다 ㅜ,ㅜ

가연 2012-01-02 23:45   좋아요 0 | URL
ㅋㅋ임재범은 대단한 사람같아요.. 너를 위해는 저도 자주 부르는 편인데, 저같은 경우에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자꾸 진성으로 올려서ㅠ 진성과 가성을 섞은 그 목소리를 따라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렇다고 쌩가성으로 하니깐 이건 뭐.. 귀곡성도 아니구ㅋㅋㅋ
책이야 뭐, 보고 싶을 때 읽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천천히 읽어도 나쁘지 않지요... 제가 소이진님 나이때에는 수많은 판타지와 무협을 섭렵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