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모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한민족 운운하면 '옛날 사람' 취급을 당할 수도 있겠으나, 동양의 섬과 같은 이 작은 나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커다란 성과를 이룰 때마다 같은 한민족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 뿌듯한 감동도 함께 느끼는 것이다. BTS의 버터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9주간 1위를 달리며 올해 최장 1위 기록을 세웠을 때도, LG화학의 배터리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때도, 국내 조선업이 전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달성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도...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과 민간기업의 탁월한 능력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극우 세력과 맥을 같이 하는 일부 친일 세력의 준동을 목격할 때마다 저들은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의 소유자인가 내심 궁금해지는 것이다. 어제는 MBC의 PD수첩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부당거래 - 국정원과 日 극우'라는 제목의 금회 방영분에서 국가정보원과 일본 극우단체의 은밀한 거래 정황을 단독 공개했던 것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최고 정보기관이자 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정원은 일본의 식민지 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며 이에 동조하는 몇몇 인사들 역시 제국주의 일본의 신민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방송에 따르면 이명박 시절의 국정원은 일본의 혐한단체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극비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 역시 국정원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게다가 독도나 위안부 관련 인사가 일본을 방문할 시 일본 공안에게 그 정보를 알렸고 일본 공안은 그들의 극우 세력인 혐한단체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니 국정원은 과연 일본의 기관인지 대한민국의 기관인지...

 

일본의 신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몇몇 인사들의 인터뷰도 실렸는데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과연 일본이 제공하는 돈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일본의 신민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다가오는 일요일은 제76주년 광복절. 태극기를 흔들며 제 나라의 대통령만 욕을 할 게 아니라 일본의 혐한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대한민국의 몇몇 일본 신민을 욕하고 비난하는 게 광복절을 기념하는 취지에도 맞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길 아닌가. 왜 허구한 날 성조기와 관련도 없는 이스라엘 국기가 난무하는가. 하느님도 까불면 죽는다고 하는 놈들이 왜 일본의 총리에게는 까불면 죽는다는 말을 못 하나. 참으로 딱한 작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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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참 다행이야!'라고 생각되는 몇몇 순간들을 우연처럼 만나게 된다. 삶에서 그런 우연마저 없다면 인생은 참으로 감당하기 벅찬 어떤 것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가뭄의 단비처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깜짝 선물처럼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그런 우연들은 예고도 없이 찾아오곤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순간에 조금쯤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하느님의 응원이 우리에게 배달된 것처럼...

 

어제는 잔여백신 예약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안고 방문했던 병원. 접종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나는 이렇다 할 느낌도 없이 얼떨떨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왔다. 미리 준비해둔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고, 나른해진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 비발디의 사계를 들었다. 왠지 모르게 머릿속이 텅 빈 느낌도 들고, 깊은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낮은 음의 메아리가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듯도 했다. 한두 시간 까무룩 잠이 들었었나 보다. 특별하지 않은 저녁을 먹었고, 몸에는 별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었지만 접종 후에 들었던 멍한 느낌 탓인지 좀체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선거도 치르기 전에 대통령은 이미 떼어 놓은 당상인 것처럼 거만하게 굴던 윤 전 검찰총장의 기세가 크게 꺾인 듯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 그의 지지율은 한낱 허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게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됐다"라고 말했던 바와 같이 일본 극우적 사고방식이 그의 정체성일지도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재목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그나마 선거가 한참 남은 지금 시점에서 밝혀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최 전 감사원장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고, 매주 월요일 아침의 전체 조회 시간에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으며, 국기 게양식이나 하강식을 알리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부동자세로 서서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해야만 했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 내에서의 자유인 동시에 그들이 말하는 공정은 자신들이 출제한 시험 문제를 얼마나 잘 맞히는가에 대한 잣대인 셈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가 국가 시스템이나 시험 문제는 잘 만들 테니 너희들은 관심 끊고 하던 일이나 해라, 하는 게 그들의 생각인 것이다. 그것이 곧 자유요, 공정이다.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것. 최 전 감사원장의 며느리들이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면서도 누구 한 사람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는 게 공정이자 자유인 셈이다.

 

어떤 결과가 도출되기 전에 실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막상 일이 진행된 후에 돌이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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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올림픽 열기는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느낌이다. 나만 하더라도 우연히 켠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으면 잠시 눈길을 주기는 하지만 오늘 어떤 경기가 있는지 일부러 찾아보거나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경기의 결과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관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관중도 없이 선수들 위주로 펼쳐지는 경기를 그저 멀뚱히 쳐다본다는 게 왠지 지루하고 긴장감도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식은 탓인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참가 선수들의 초반 성적도 그닥 신통치는 않은 듯하다.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태권도 선수들도 줄줄이 탈락하고 축구도 약체로 평가되던 뉴질랜드에게 패하는가 하면 사격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물론 몸으로 뛰는 선수들이야 어느 누가 지고 싶겠냐마는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인데 코로나 감염병 확산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찜통더위는 나날이 그 위세를 더해가고,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줄줄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단 하나 열기가 식지 않는 건 대선 출마자들의 공방뿐인 듯하다. 그럼에도 뚜렷이 감지되는 변화는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란 직업은 본디 남을 의심하고 넘겨짚기를 주특기로 하는 직업인데 그런 자가 대통령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설사 대통령이 된들 공작정치밖에 더 할 게 무엇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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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기온은 종일 뜨겁다 못해 금방이라도 바삭바삭한 숯가루가 메마른 대기 속으로 퍼져 나갈 듯한 폭염. 전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더위가 이제는 무서운 수준을 넘어 두려운 단계로 진화한 느낌이다. 한껏 높아진 습도에 기온까지 오르니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를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최고조로 올려놓고 있는 상황이니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기뻐할 일은 도통 찾을 길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건 방역 지침을 어기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이 아닐까.

 

지난 3일 있었던 민주노총의 대규모 전국 노동자대회를 비롯하여 지방의 어느 도시에서 개최된 ‘내일은 미스터 트롯 TOP6’ 콘서트, 그리고 원로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 공연 등 이런 시국에 집회나 공연을 주최하는 자들도, 여기에 동조하여 좋다고 참가하는 관객도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없는 사람들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걱정이야 안중에도 없고 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그들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해야 옳지 않을까. 참가자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말이다. 이런 몰지각한 행위는 비단 집회나 공연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 야구 선수들의 외부인 접촉으로 인한 확진자 속출로 프로야구 리그가 중단되었고, 방송가에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방송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극우 성향의 전 모 목사 역시 대면 예배를 강행한다고 하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아닌가.

 

사적 모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2차로 들른 노래방에서 도우미까지 불러 질펀하게 놀다가 확진자가 된 사람도 있고, 야영을 핑계로 야외에서 술파티를 벌이다가 확진된 사람들도 있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술이 존재했다. 이슬람 국가들처럼 음주 자체를 막을 수도 없고...

 

고3인 아들은 21일에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고 한다.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접종은 처음인지라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코로나 시국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종종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타인에 대한 혐오가 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규칙에서 훌훌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나로 인해 여러 명의 주변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 그것이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숨죽인 채 견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방역지침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누군가를 향해 때로는 비난의 말을 내뱉기도 하고, 자제를 요청하는 것 역시 우리의 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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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8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3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7-1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드님이 고3이군요~ 파이팅입니다!!

꼼쥐 2021-07-23 20:3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3 학생들은 8월까지 2차 접종을 마칠 계획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내년에 대학생이 되면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끈 힘이 날 때가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우연히 알게 된 어느 한 사람의 안부 전화로 인해 어둡고 우울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불현듯 밝아진 듯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다른 누군가의 세상을 밝히는 전등 스위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걸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둠에 갇힌 주변의 한 사람을 위해 소소한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과한 관심은 불필요한 오지랖이 될 수도 있지만...

 

엊그제 한동안 잊고 지내던 지인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 년 전 세종시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숙소 근처의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두어 번씩 얼굴을 보곤 했었는데, 이사를 한 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려운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연배로 치면 20여 세 위인 그분은 몸도 마음도 항상 젊게 사는지라 만나서 대화를 할 때면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까닭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면 자판기 커피를 앞에 놓고 책과 인생에 대해 두서없는 대화를 이어가곤 했었다. 두어 달 전 이곳에 사는 친구분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갔더니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그러나 마냥 건강한 줄로만 알았던 그분도 이런저런 병으로 인해 여러 종류의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털어놓았을 때 나는 얼마나 놀랐던가. 자신의 사정을 밝히시던 그분은 문득 나의 안부를 물었었다. 나 역시 이따금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하자 깊은 숨을 내뱉으며 크게 걱정을 하셨었다.

 

그때의 일이 내내 가슴에 남으셨었나 보다. 나의 건강이 걱정되어 안부 전화를 한 것이라며 그 이후 차도가 없는지 진지하게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에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자 한숨을 쉬며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내가 도리어 미안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아픔에 비추어 타인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아픔이 커질수록 타인으로의 관심을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죽음이 가까울수록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소소한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한껏 습도만 높아진 날씨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힘겹기만 하다. 내일 모레가 초복, 해가 갈수록 무더위를 견디는 일이 종종 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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