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선물
김소연 옮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우쓰미 류이치로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절판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은 <느티나무의 선물>이다. 이 한장의 그림만으로도 이 책이 만족스러웠다. 흑백이지만, 나무의 푸르름과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내 멋대로 색칠하고 상상한다. 머리 속에서 색연필로 색칠한 나무의 푸름과 햇살은 지면 저 너머까지 확장된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좋은 책이지만, 다른 책들에 치여 들춰보지 않고 쌓여 있었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들춰보다, <재회>라는 단편을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읽었을 때도 인상 깊었지만, 오늘 다시 읽으니 가슴이 찡하다. 도쿄에 사는 이와사키씨는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자신의 경력이 어느 정도 인정 받자 지방도시의 대형호텔에서 의뢰가 들어왔고, 그 의뢰건 때문에 그 지방에 머물려 신문을 보다가, 23년 전 이혼한 아내를 신문속에 실린 사진에서 발견한다. 젊은 시절 일찍 결혼한 그는 업무와 그에 접근하는 여자들때문에 성실한 결혼 생활을 유지 하지 못하자, 이에 화가 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젊은 혈기로 이혼을 한다. 이혼 후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고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그런 그가 업무차 들린 한 호텔에서 신문을 읽다 자신이 젊은 시절 결혼했던 여자와 성장한 딸이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기사를 읽게 된다. 그 딸은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아 화단에 주목받는 유망한 화가로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내 딸이 이 도시에 있다."

그는 도쿄로 돌아갈 비행 시간을 취소하고 딸의 전시회를 방문하기로 맘 먹고 화랑을 방문해 딸의 그림을 둘러본다. 그림을 보는 동안, 그의 전처가 그의 등뒤로 스쳐 지나간다(아마 그의 부인은 세월이 흘러 외모가 변했어도 그가 전남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란 생각이 든다).

그는 전시회를 둘러보고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 한점을 산다. 그러자 그의 딸이 자신의 그림을 사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긴장한 딸 앞에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전시회를 떠나는 그에게 아내와 딸은 그를 바라보며 인사를 하는데, 그는 화랑을 나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빰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이 장면을 보면 독자인 나 또한 가슴에 눈물이 흐른다. 자신이 딸에게 아버지란 말 한마디 못하고, 타인에 불과하다는 것때문에
)

화랑을 나와 길모퉁이를 돌다 다시 한번 돌아보는 순간 그는 자신의 아내를 발견한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그 또한 "저 편의 아내"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아마도 자신의 딸을 잘 키워 주었다는 감사의 인사였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객기로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철없던 맘이 나이 들어 자성의 고개숙임이므로.

나는 이혼에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자식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이가 안 좋은 부모를 두느니 차라리 한부모라도 자식의 버팀목이 되주는 게 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단편을 읽으면, 한 지인이 떠 오른다. 그녀는 이혼 가정이었는데, 결혼전 이혼한 부모님 사이를 오가다가 결혼했을 때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친모와 왕래하며 아이들에게도 두 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닌 한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인식시켰다. 아이들은 여전히 지금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엄마의 생부인줄 알고 있다. 14년 동안, 별탈 없이 살고 있다. 언젠가 한번 나는 그녀에게 친부 한번 만나 보라고 권유했다. 핏줄이 너 하나인데, 안스럽지 않냐고? 손주가 커가는 모습 보고 싶을 텐데... 한번만이라도 뵙는 게 어떠냐고 말이다. 시누이인 그녀는 나중에요, 애들 다 커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만나보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후 더 이상 말하지 않지만, 이 단편을 읽으면서 올케의 아버지가 나이가 들수록 딸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내 딸이 이 도시에 있다는 말이 가슴이 와 닿는 건 가까운 지인이 그런 상황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혼으로 생부와 타인의 삶을 사는 그녀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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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3-02-2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행복하다지만 그렇다고 이혼을 마냥 찬성하지도 않아요. 나중에 이룬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는 것도 있구요....
이 책 예전에도 포스팅 해 주신적 있으시죠. 그때는 맨 위의 그림에 대한 것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잘 지내시죠^^

기억의집 2013-02-25 23:52   좋아요 0 | URL
흐흐 희망님, 그럼요. 잘 지내죠. ㅋㅋ 희망님 올 이월은 못 만나고 어영부영이네요. 저 피부 레이저 했어요. 그래서 더 만나자는 말 못 했어요. 큭큭. 지난 수욜에 가서 했네요. 저 소원이 피부 레이저 한번 해 보는 건데 이번에 이벤트한다는 멜 받고 했어요~ 지금 얼굴이 딱지로 덮혀 있다는~ 나중에 딱지 떼어지면 울 한번 봐요. 근데 나 내일 이 얼굴로 엄마 차 태우고 시골로 내려간다는 거~ 삼월엔 날짜 잡을께요.

이혼 가족이 복잡하죠. 그래서 올케가 그렇게 독하게 아버지랑 끊더라구요. 첨 결혼 할 당시에는 뭘 천륜인데 그러나 싶었는데, 세월이 가니 울 올케가 잘한 결정 같아요. 덕분에 이집 저집 안 가고 편하긴 해요. 저희도 조카들한테 입 다물고 있구요~

2013-02-25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5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3-02-2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검색하니라 간만에 알라딘 들어와서
책은 안보고 여기 저기 서재 마실 다니고 있네요.^^
잘 지내시죠?

서재 이미지 사진 확대해서 보고
이 아침에 혼자 막 웃고 가네요.ㅋ
따듯한 봄이 시작되면 님의 얼굴은 더 화사해지겠군요?^^


기억의집 2013-03-01 21:13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반가워요. 왜 이리 뜸했어요. 아주 알라딘 떠난 줄 알았어요. 지난 번에 전화통화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알라딘에서 수다 떨고 싶어요~

저 대문이미지 친구의 카스에서 가져 온 것인데, 기발나죠. 벽에 갈라진 틈의 라인을 보고 누가 저런 생각이나 하겠어요. 발상과 적절한 배치가 끝내줘요. 부러워요. 저런 능력~

ㅋ~ 레이저는 더 있어야한다는데요. 저는 나이 드니 기미가 서서히 생기더라구요. 모르고 지나치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어느 순간 딱 눈에 꽂히기 시작하니 기미가 꼴베기 싫어졌어요. 계속 신경쓰이고...결과가 좋았으면 해요.


scott 2013-03-0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분의 열네살과 고독한 미식가를 읽었는데 그림이 사실적이여서 감동의 깊이가 배가 되는것 같아요.
삶의 이면을 차분하게 펼쳐나가서 만회 그이상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살더라도 행복할수 없다면 헤어질수 밖에 없겠죠.
기억의 집님의 사고는 열려 있으셔서 속이 후련해져요.

대문사진 클릭해서 보고 깜놀했어요.
스파이더맨 ㅎㅎ

기억의집 2013-03-01 21:1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작가의 느티나무의 선물과 개를 기른다는 것을 읽고 너무 괜찮아서 꾸준히 관심 있어하는 작가인데, 느티나무의 선물이 두고두고 기억이 남아요. 단편이 다 좋아요. 특히나 예전엔 스쳐지났던 재회라는 작품을 읽어보니 남다르네요. 제가 저 작품을 삼십대 후반에 읽었나 그래요. 그리고 나서 올해 사십 중반에 다시 읽었는데, 재회 읽으면서 나의 결혼생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 이혼, 불화 이런 결혼하고 겪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스쳐지나가더라구요. 특히나 재회는 울 올케 생각나서....지난 번에 읽었을때는 올케의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이 들수록 올케 아버님이 안스럽네요. 그분도 재혼하셨지만 자식이 없으시거든요. 딸이 올케 하나인데, 타인으로 사니 이래저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

사고가 열려 있기 보다 좀 괴팍하고 괴상하죠. 저는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하는데 좀 괴팍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ㅎ~
 

요즘 알라딘 마실뿐만 아니라 북스피어 홈피 마실도 안 다니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이 나왔다는 것을 그제 저녁 알라딘서재 화제의 신간을 흝어보다 알았다. 보자마자 주문하고 어제 저녁에 책 받고, 오늘 하루 청소하다, 애들 밥 차려주고 설거지 하다, 빨래 널고 개다 하면서 짬짬히 다 읽었다.

 

5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아니였지만, 피비리내나는 사건의 추악한 본질보다 범죄적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해서 기분좋게 후다닥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만, 

 

5편의 단편들 잘 짜여진 미스터리 단편가운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성흔>은 읽는데 심적으로 걸리는 것이 많았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때문에. 어제 오늘 인터넷뉴스 메인화면에 뜬 사건사고중 부모에게 맞고 자다가 숨진 8살난 아이의 사건과 <성흔>의 시바노 가즈미와 겹쳐졌기 때문에 읽다가 책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생각, 심지어 낙태가 과연 비난 받을 만한 행동인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부모가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주눅이 들어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와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상황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그려졌고, 아이는 8년을 사는 동안 부모의 사랑스런 존재가 아닌 화풀이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분노와 허탈감이 들었다.

 

이제 겨우 8살인데, 그 아이가 지금까지 그 부모밑에서 살면서 얼마나 잦은 폭행과 눈치밥을 먹었을까, 8년을 살면서 추위와 배고픔과 폭행 그리고 학대가 그 아이의 삶 전체로 채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에 대한 연민으로 맘이 무거웠다. 그 아이는 하루동안 몇번이나 웃을 일이 있었을까. 부모가 자기를 언제 괴롭힐까 공포속에 살았을텐데. 차라리 그렇게 학대할 봐엔 낳지나 말지 이 험한 세상 그 어린것이 얼마나 잘 못 했다고 그 아일 그렇게 모질게 대했을까....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 주지 못할 봐엔 차라리 낳지나 말지, 왜 애는 낳아가지고 한 생명을 끝까지 고통스럽게 살다 보냈을까하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런 고통속에서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나는 그 아이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 줄게 없는 무능력자라는 자괴감같은 감정에 휩쓸이며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간만에 알라딘에 와서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친부와 계모를 원망하며, 아이를 저 지경에 놔둘 봐엔 왜 애시당초 낙태를 하지 않았을까. 생명존중이란 거창하고 숭고한 마음이 그 땐 들어 낙태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시기를 놓친 것일까....낳고 보면 어떻게 되겠지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낳은 것일까.

 

미혼 시절, 나는 낙태란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범죄적인 카테고리에 넣었었다. 힘든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란 살인이다라는 종교적 믿음을 그대로 받아들였었던 것이다. 낙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닉하게도 애를 낳고 애를 키우면서부터다. 내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고, 여러 유형의 부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방치되는 모습(녹색 어머니회 하면서 추운 겨울 등교길에 얇은 점퍼 하나 입혀 벌벌 떨면서 등교하는 아이을 지켜보면서)을 보면서, 한 때나마 강건하게 지켰던 내 신념의 끈이 끊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난 낙태찬성론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낙태를 찬성하는 나에게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살인동조자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살인동조자란 말이 불쾌감을 유발하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주변의 힘들게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낙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몇 년전에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그의 정의론을 읽고 뭐 이따위 정의가 있을 수 있지? 세상 참 자기식대로 합리화 쩌네하면서 이것도 정의론이라고 코웃음을 친 적이 있었는데(그래서 중고샵에 팔어먹은), 요즘 들어 그의 정의론에 입각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 센델의 말하고 싶은 정의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속으로 되내이며 뒤늦게 깨닫고 있다. 센델의 정의론에 빗대어 낙태를 말하자면,

 

우리 공동체에선 낙태 반대론자와 낙태 찬성론자가 있다. 두 입장의 차이가 너무 커서 사실 중도적 입장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아마 국가의 적극적인 복지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낙태찬성론자들의 입장은 다소 누그러질 것이다. 센델 정의론의 원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생명의 씨앗은 소중한 것이므로 인위적 낙태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권리가 있고 이 땅에서 부대끼며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수정된 이상 무조건 그게 초기 세포분열이라 할지라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이다. 그 생명이 미래에 부모에게 학대받고 온갖 고통을 다 당할지라도. 수정이야말로 인권의 제일 큰 가치 태어날 권리의 시작 단계인 것이다.

 

반면, 센델식 정의론에선 절대적인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정의론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에 얽혀 가변적이고 플레시블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제야 나는 그의 정의론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낙태찬성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태어나는 권리가 가장 기초적인 인권인것 만큼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행복해 질 권리 또한 가지고 있다고 보는, 정의론인 것이다. 부모가 아기를 맡아 키울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복지가 한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 주지 못할 것이라면, 아이에게 미래의 고통을 안겨 주느니 세포일 때 낙태는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낙태반대론자들의 사후피임약까지 반대하는 것은 솔직히 꼴통스러워 보인다).

 

그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무조건 낳아 길러야한다는 생명 기본권과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아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권리, 그 어느 인권이 우선적인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찬성론자들이 살인동조자란 비난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는 부모로부터 아이에게 닥쳐 올 불행을 최소 줄여보자는 의도니깐. 낙태찬성론자들이 낙태를 찬성하는다는 이유만으로 냉혈한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세상과 부딪혀보고 나니, 세상이 이론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약자인 아이가 저항 한번 못하고 부모의 학대와 방치와 같은 삶의 고통속에서 살면서 자존감 파괴와 인성 파괴 그리고 밑바닥 인생에서 쓰디 쓴 인생의 맛을 다 볼 봐엔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누군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게 사는데, 누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화풀이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세상 참 불공평한 거 아닌가. 아이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도 못하는데. 인생은 복불복?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우선시하고 부모가 아이를 책임지지 못할 봐엔 과감한 결론을 내려야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부모가 책임져 주지 않는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이 확고해지면 나같은 낙태찬성론자들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라져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연 국가가 아이들을 20살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국가의 복지가 아이들을 위해 완벽하게 갖춰진다 하더라도, 사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정을 대신할 수 있을런가 모르겠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성흔>에서 불만스러웠던 것이,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검은 메시아 대신 국가 시스템이 그들을 구원해 줄 수 없었던 것인지. 가즈미가 선택한 불행한 결말이 모호하지만(자세히는 쓰지 못하겠다. 읽을 분들을 위해서), 학대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절망을 글에서 보았다면 나의 오독일까. 그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기 보다 힘겨움이 느껴졌던 단편이었다. 읽는 나도 부모에게 맞아 죽은 8살 그 아이에 대한 가여움으로 만감이 교차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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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2-24 07:08   좋아요 0 | URL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은게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의 이 페이퍼 보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어요. 마침 저도 엊그제 아이들을 마구 때린 유치원 원장에 대한 뉴스를 들었거든요. 아니, 제가 들은건 아니고 그 뉴스를 듣고 흥분한 엄마로부터 들은거지만요. 기억의집님의 흥분이 그대로 전해져요. 저도 이 책을 읽어보겠어요. 불끈!!

기억의집 2013-02-25 10:26   좋아요 0 | URL
요즘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소설은 슬슬 지겨워져서..현대물 나왔길래 냉큼 읽었어요. 미미의 작품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이야기 하는거라~ 읽고나니 좀 어둡네요. 게다가 마지막 단편이 학대이야기라서....

예전엔 아동학대에 별반 관심 없었는데, 저런 사건 들릴 때마다 맘이 아프네요. 제가 뭐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아이들에게 너그러우면 좋을텐데. 저의 언니가 어린이집에서 일하는데, 저의 언니 말에 의하면 이쁘데요. 그래서 안아주면 원장이 하도 뭐라해서 안아주지도 못하고 집에 데려다줄 때 잠깐 안아 차까지 바래다준다 하더군요. 맘껏 표현을 저지 당하는 세상이니... 삭막해요. 애가 자꾸 안아달라고 한다고 못 하게한다 하더군요^^ 애들이 뭘 알겠어요. 근데 구박하는 인간들 뭐지 싶어요!

scott 2013-02-24 16:43   좋아요 0 | URL
미미여사의 단편이 번역되었네요.
학대,감금,폭행,,이런류 읽으면 맘이 넘 가라앉고 현실속 사건사고들과 겹쳐져서 세상이 왜이리 악한가 라며 마구 분노하게 되서 확 당기는 것 아니면 가급적 피하게 되요.

생명의 기본권과 최소한에 인권 조차 보호 못받는다면 국자적 시스템 만날 구축해도 소용없을것 같아요.

미미여사는 점점 우익의 이익을 대변하는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3-02-25 10:30   좋아요 0 | URL
저는 과학책을 읽으면서 환경의 영향이라기보다는 학습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아마 포악하고 난폭한 부모로부터 학습 받은 거겠죠. 불우한 환경이라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깐. 참, 안스럽고 안타까워요. 피하고 싶은데 로앤오더도 다시 보는 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 글 쓰면서 어느 인권이 우선하는지 그리고 선택해야하는지 생각 좀 했네요. 과연 미래에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어도 생명권이 우선인지 아니면 성장하면서 누려야할 행복추구권이 먼저인지. 이러한 선택권도 자유사회에서나 가능하겠죠.

이 책은 우익스럽지 않은데, 생각보다 어두워요^^

희망으로 2013-02-25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낙태는 찬성이예요. 그렇다고 우리가 생명을 경시한다고는 생각지않아요.
아이들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부모가 아닌 사회에서도 보장해 주지 않는 시스템인데 학대나 방치되는 아이들의 통계조차 잡히지 않았잖아요.

기억의집 2013-02-26 00:01   좋아요 0 | URL
오늘 오마이 뉴스에서 원초적 상처라는 책 리뷰가 있어 읽었는데,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들 낳아서 입양보내라고 썼는데, 그런 분들이 그 책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리뷰 읽어보니 아이는 자신이 친모를 안다네요. 그래서 자기가 입양 간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입양아들이 비행청소년으로 자라는 확률이 많은데 원초적 상처를 갖고 있어서 그런데요. 안스럽죠. 전 입양 반대해요. 입양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학대 받는 경우가 사랑 받는 경우보다 더 많다 하더라구요. 휴. 이런 저런 글 읽으면 더 심란한 것 같아요. 희망님~ 그쵸 저는 재래시장이 근처여서 방치되어 자라는 애들이 어떤지 더 잘 알거든요. 불쌍해 죽겠어요.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보면....
 
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도둑들>에서 전지현이 김혜수에게 던진 멘트인 어마어마한 쌍년이란 말을 듣고 어, 저말 어디 써 먹을 데 없나하고  기억창고 속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 작가가 창출해낸 독특한 캐릭터들로 넘쳐난  <알렉스>읽고 아, 이 작가라면 믿을만 하다라는 생각으로 그의 등단작품인 이 작품을 재.밌.게(이게 소설이니깐 재밌지, 정말 현실이라면 끔찍한) 읽었는데,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한 멘트를 드디어 비틀어 써 먹을 수 있기 되었다. 

 

한 여자의 인생을 아작 낸 어마어마한 쌍놈 하나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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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2-0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전 [도둑들]을 안봐서 ㅎㅎ. 근데 [알렉스]를 가지고 있어요. 슈퍼바이백 기간이 6일 남았다는데 에이 넘길테면 넘겨라 읽고 싶을 때 읽을란다, 이러고 무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독특한 캐릭터들로 넘쳐나는 소설이로군요. 지금 읽는 책 다 읽으면 다음엔 알렉스 읽어야겠어요.

기억의집 2013-02-05 20:23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도둑들 한번 보세요. 그 영화에서 전지현 무진장 매력적으로 나오더라구요. 김혜수가 죽더라는~

알렉스와 이 소설의 특징은 둘 다 어두워요. 정말 어두워서 읽는 내내 불안감이 미치도록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선 영화기법인 검게 사라지는 페이드아웃 같은 느낌이 나는 소설이에요. 유럽미스터리는 그닥 읽지 않았는데, 이 미스터리 읽고 좀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읽고~ 알렉스는 팔기 전에 읽어보세요. 굉장히 잔인하게 독특해요.

icaru 2013-02-0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어마어마한, 주먹을 부르는 놈. 하나 나오나 봐욤 ㅋ

기억의집 2013-02-05 21:59   좋아요 0 | URL
어마어마한 정도가 아니예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는..... 때려도 때려도 속이 시원찮을 놈입니다. 맥 라이언의 프렌치 키스가 연상되는, 그 영환 귀엽기라도 하죠.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쌍놈이었어요^^

아영엄마 2013-02-0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한 인간의 삶을 이렇게도 망가트릴 수 있나 싶더군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기억의집 2013-02-05 23:2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는 여주인공이 사이코패스인줄 알았다가..완전 반전~ 스토리텔링이기상천외하지만 이 작가의 문장 무척이나 어둡죠. 읽는 재미가 없었다면, 중간에 그만두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끌리긴 했어요. 심연의 어둠속에서 나온 느낌이었어요. 휴~

scott 2013-02-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렇게 간략한 리뷰에 급 반전으로 마무리
프랑스판 로맨스 서스펜스 인가봐요.^.^

기억의집 2013-02-19 22:11   좋아요 0 | URL
스컷님, 답글이 너무 늦었죠. 제가 좀 일이 있어서...애아빠 회사에서 감사 나왔는데 좀 걸리는 게 있어 설날 전후로 월급통장 거래 내역서 기억해 내느냐 힘들었어요. 하핫, 쓸땐 확실했는데 몇년 지나니 전혀 기억 안 나던데요^^

전~혀 로맨스는 아니예요.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작가의 역량이 굉장해요. 나이 들어 작가로 데뷔했는데, 프랑스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나?하고 놀랄 정도예요. 이 작가의 이야기가 까맣게 어둡긴 한데, 전체적인 구성이나 기법은 입을 못 다뭅니다. 미스터리의 소설계의 대어를 낚은 느낌일 거예요. 문제는 어두워요. 그것도 너무~

2013-02-0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도둑들에 그런 명구가 있는 줄 몰랐네요. 그런 재밌는 표현은 주목을 해 줬어야 하는데~ 하긴 워낙 영화가 언어의 향연이긴 했어요.^^ / 그나저나 이 책, (어마어마한 쌍놈도 나온다지만,) 책 자체도 어마어마.. 왠지 두렵군요. 읽기가..-0-

기억의집 2013-02-19 22:14   좋아요 0 | URL
어마어마한 쌍년~ 전지현이 중얼거리며 말하는데 저는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전지현 매력 있어요~ 너무 자연스럽던데요^^

저는 좀 미드도 범죄물을 주로 봐서 그런지 이런 성향의 글이 끌리는데, 섬님의 취향은 아닐 것 같아요. 흐흐. 아, 정말 저는 이상심리 같아요. 왜 이런 범죄성향의 글이 끌리는지. 요즘은 로앤오더 1시즌부터 다시 보고 있다니깐요. 아, 정말 저는 왜 이러는지~

2013-02-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기억님.. / 제가 기억님 취향을 쫓아갈 시간이 없다는 게 한스러울 뿐입니당~

기억의집 2013-02-20 09:03   좋아요 0 | URL
지인에게 알렉스 소개했다가 언니, 그런 책은 내 스탈 아니야란 소리 들었어요. 다 똑같은 책을 좋아하면 사는 게 재미없잖아요. 저는 이런 블로그의 장점은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또 취향이 다른 서재인들도 만날 수 있어 좋더라구요~
 

재작년 이맘때 쯤, 책에 전혀 ~ 눈꼽만큼도 관심 없는 아들이 나에게 물어 볼 게 있다고 하더니, 뜬끔없이 이 세상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작가가 누구냐? 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머리 굴릴 것 없이 그 질문 받자 마자 딱 떠오른 인물이 바로 스티븐 킹이어서, 아마 스티븐 킹일걸, 책 출간하자 마자 베스트셀러고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 되었으니깐 근데, 왜?라고 물으니, 그냥 이라는 말로 은근슬쩍 입을 닫아 버리길래, 더 이상 캐 묻지 않았었다.

 

속으론 저 놈의 자식이 왜 그런 걸 물었을까?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아이의 졸업식에 가서야 아주 간단히 풀렸다. 졸업식이 진행되고 마지막 교장선생님이 아이들 한명 한명 호명하며 졸업장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아이들 이름이 호명 되면 그 아이의 장래 희망이 교장선생님 뒤에 설치된 하얀 스크린 뒤로 뜨게끔 되어 있었는데(요즘은 졸업인구가 적다보니 졸업식 때 이렇게 일일히 아이들 모두에게 이벤트처럼 졸업장 수여를 해 주더군요^^), 우리 아들이 교장선생님에게 졸업장을 받는 순간 하얀 스크린에는 장래 희망이 스티븐 킹같은 소설가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아, 저래서 돈 많이 버는 작가가 누군지 물은 거였구나........ 하얀 스크린에 뜬 아이의 장래 희망이 스티븐 킹같은 소설가라는 글을 본 순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 보라고 한다면, 황당했다. 더 나아가 애아빠한테 너무나도 미안했다. 애아빠는 우리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데, 아들의 장래 희망이 소설가라니 ~헐르르르르, 그 많은 직업들중에서 하필 소설가라니 이게 말이 돼(속으론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를 외치며), 말도 안돼.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고 사 들인 게 탈이였어. 책 읽은 엄마의 아들 장래 희망이 기껏 소설가라니. 소설가라니... 재능도 없는 놈이!

 

뭐 일단 졸업장을 받고 식장에서 내려오는 아들을 보며 웃으며, 겉으론 민준아~ 너 소설가 되려면 책 많이 읽어야해(속으론 너 소설가만 되기만 해봐. (주먹을 불끈 쥐며) 너 죽어!), 스티븐 킹은 진짜 운이 좋은 거야. 그런 사람이 전 세계에 몇명이나 되겠니?. 킹같은 작가 없어. 대부분의 작가들은 돈 못 잘 못 벌어! 라고 말했고, 지금은 스티븐 킹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허세였는지 더 이상 작가가 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말끝마다 대다수 작가의 돈벌이가 얼마나 형편 없는지 세뇌시킨 결과이긴 하지만 말이다.

 

휴, 어째튼 초등학교 졸업식 때 아들의 장래 희망이 소설가였다는 아는 그 순간, 그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실망도 실망이지만, 걱정이 앞섰다. 경제적으로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 큰 젊은 놈이 글 쓴다고 자기 방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시간만 갈아 먹는 그 꼴을 연상하니 두려웠다. 그 두려움의 두께가 너무 커서 아이에게 그 나이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력과 재능이 있는지조차 확인하는 것을 거부했다. 아이에게 재능이 발견되면, 그 두려움의 두께라는 게 사실 달걀막처럼 얇은 막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만에 하나 재능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 또한 두려웠다. 아들에게 독자로 남는 것이, 독자를 넘어 읽지 않은 책들로 둘러쌓여  책수집가로 남아 있는한이 있더라도 작가로서의 삶을 반대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경제적 궁핍이기 때문이고, 작가적 재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수십년 간 독자로 살고 있는 내 경험상, 작가적 재능의 유형은 스펙트럼처럼 넓어 딱히 작가로, 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는 유형은 이거다라고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장도 아름답고 이야기구조도 탄탄한 재능을 가졌다 한들, 성공으로 이어지라는 보장은 없다. 스티븐 킹이나 마쓰모토 세이초처럼 문장은 별 볼일 없어도 이야기 구조 자체가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탄탄해서 일반 대중의 호응도가 높아 뛰어난 작가라는 소릴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나보코프처럼 문장이 아름다워 평론가들과 대중의 지지를 세월이 흘러도 받는 작가도 있고, 스타인 벡처럼 당대의 사회적 모순을 강렬하게 묘사하거나, 미스터리나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계열로 독자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작가가 있을 수 있기에, 이런 유형의 글을 써야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메뉴얼이라는 건 있을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작가적 재능은 무의미한 게 아닌가 싶어, 아이의 작가적 재능을 알아보는 것에 대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작가적 재능을 가지고 있고 밤낮으로 미친듯이 글쓰기에 매달린다 해도 꿈만 쫒는 작가라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50%이다. 평생 글만으로 먹고 살기보다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쉬울 지도 모를 일이다. 재능과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라는 것을, 현실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일찍 알려주고 싶다.

 

내 남동생은 고등학생 시절, 기타에 미쳐 밤낮으로 연습 했다. 밥 먹고 똥(>.<) 누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기타에 미쳐 퉁퉁거렸다. 열정은 노력을 동반한다는 것을 동생을 통해 처음 알았다. 동생이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에 대해 우리 집 가족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동생의 기타에 대한 열정과 밤낮으로 쳐 대는 노력하는 모습때문이라도 성공하길 바랬을 정도로. 엄마는 동생이 대학교를 때려치고 레코딩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도 군말없이 곗돈이란 곗돈은 다 긁어모아 자금을 댔었다.

 

그런 동생이 결국 꿈을 져 버리고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열정보다 목구멍이 포도청쪽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은 비록 직장인 밴드부에서 기타를 치며 배고픈 기타리스트보다 배부른 회사원이 되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도 간직하며 아마츄어로서 활동하는 모습이 가장으로서 책임감 있어 보인다.

 

속물이라 칭해도 할 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출판문화가 비틀비틀거리는 시대이기에, 미래의 궁핍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아들의 장래 희망을 선뜻 들어주기에는 두려움의 두께가 너무 크다. 아들에게 꿈을 쫒기 보다 독자로 살아 남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주의자 희망이며, 우리 시대에 독자로 살아 남는 것만 해도 수렁에서 열심히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을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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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3-02-05 14:13   좋아요 0 | URL
한국보다 전업 작가의 토양이 잘 구축된 듯한 일본도 소설 한 권만 쓰면 전업작가로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온다 리쿠가 내한했을 때 했던 말 생각나요. 그녀 또한 회사를 6년 동안 다녔고, 회사를 다니면서 글쓰기를 병행하다가, 몇 권쯤 책을 내고 나서 기반이 되어서야 전업으로 나섰다고요. 다른 작가도 아니고 온다 리쿠가 전업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서 다작을 하게 되는 면이 있다는 말을 웃으면서 했을 때,,,, 앞을 빌어 어마어마한 작가, 온다 리쿠가 먹고 살기 위해 다작을!!!! 이라니 살짝~ 놀라워했던 기억.

이 페이퍼도 완전 기억님 스타일로다가,,,, 직구! 예요~ ㅎㅎㅎ

급 생각이 많아집니다...

기억의집 2013-02-05 20:33   좋아요 0 | URL
크~ 이 페이퍼 비밀로 처리해 놓고 다 갔다고 생각했는데, 공개로 되어있었나봐요. 다 완성이 안 되서~ 이 글 작성 하다가 애아빠한테 은행에서 제 거래내역서 다 뽑아오라 해서 은행 여러군데 돌아다녔거든요. 애아빠 업무가 대출쪽이라 요즘 감사기간인데, 혹 뇌물 받았을까봐 제 거래내역서도 다 뽑아오라 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오후엔 빡세게 은행 돌아다녔네요. 낼도 가야하는데..흑흑.

작가 인세비가 10%라고 하니깐 탑 아닌 이상에는 일본조차도 작가들이 겸업을 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외국에서 책 출간되어도 계약금 얼마 안 받는다 하더군요. 하루키도 우리나라에서만 계약금 많이 받는다 하던데요. 뭐 핀천처럼 책 두권에 십만원하는 작가라면 모를까, 그쵸?~

icaru 2013-02-05 14:21   좋아요 0 | URL
민준인 유머러스해서 그런 거라고 봐요~ ㅋㅋㅋ

이건 다른 이야기...
제가 이영자신동엽컬투가 나오는 안녕하세요~를 뒤늦게 지난 방송까지 찾아서 애청하고 있는데,,일전에 들었던 사연하나가 생각나요.
40대 후반의 가장이 자기 자식 땜에 손편지를 정갈하게 써서 방송에 사연을 보내 출연하게 되었더라고요.
아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때,,, 6년 내내 아침에 일어나지를 않아서, 학교에 매일 지각을 한대요. 못 일어나는게 아니라 안 일어나는 거였거든요. 밤에 생각할 게 너무 많아서, 그리고 학교에 갈 당위를 찾지 못해서,,
왜 생각났냐면, 지금 스무살이라는 그 아들의 꿈이 작가라고 했거든요. ㅎ
작가가 되려면, 시간 관념부터 잘 챙겨야 할 거라고 옆에 있음 말해 주고 싶었어요.
나한테 자식이라는 게 생긴 다음부터는 그런 프로 하나를 봐도 그냥 저런 사람도 있는거지... 라고 허투루 봐 지지가 않아요. 세상 모든 일이 인과 관계가 있는거라면, 저 친구는 무엇이 계기가 되었을까? 우리아이는... 꿈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만,,,
좋은 일에 행복하게 푹 빠져 사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지만... (쩜쩜쩜)
아유 주제를 벗어나 주절주절 나불나불... ㅠㅠ

기억의집 2013-02-05 20:43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유명 작가들이 의외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더라구요.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보면 아침에 일어나 저녁까지 글을 쓴다고 하고 하루키도 그렇고. 저는 한순간 글이 떠오르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재능과 성실성 그리고 책임감 등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성공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유명 일본번역 작가들이나 김석희씨도 엉덩이가 무거워야 번역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거 보면, 시간 개념이 확실해야 하나봐요. 물론 대중의 기호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하고.

저도 어딘가에 미친다면 기타에 미쳐 하루종일 밤낮으로 매달리면 밀어줄꺼에요, 하지만 울 아들은 입으로만 허세로 작가가 되고 싶은 거라.... 죽어! 소리가 나온다는. 제 남동생이 고등학교 때 밤낮으로 기타만 쳤어요. 정말 막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먹고 똥(-.~) 누는 시간을 제와하고는 왠종일 기타연습만 했거든요. 심지어 미국유학(레코딩)까지 갔다왔어요. ㅠㅠ 근데 프로가 안 되더라구요. 그렇게 미친 듯이 연습하고 미쳐 날뛰어도. 뛰는 놈이 더 많아서. 지금은 회사 다니면서 직장인 밴드에서 기타치는데,,,,, 차라리 배고픈 기타리스트보다 배부른 회사원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핫~

감은빛 2013-02-05 14:33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 님께서 그렇게 말리고픈 소설가를 꿈꿨던 녀석, 여기도 있어요. ^^
젊은 놈이 혼자 자취방에 처박혀 며칠동안 집밖 외출도 안하고,
글쓰고, 책 읽고, 필사하며 시간을 보냈죠.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전 여전히 꿈을 꾼답니다.
요즘은 조기 은퇴해서 조용한 작업실에 홀로 처박히는 것이 꿈입니다.

기억의집 2013-02-05 20:55   좋아요 0 | URL
하핫, 저도 한때 글 좀 끄적였어요. 아마 여기 독서가들 중에 미래의 직업이 소설가였고 글도 좀 끄적였을 분이 대부분일 거예요.^^ 그래서 더 말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미래의 길이 휜히 보여서. 여기 길은 너무 좁아서 몇 사람 걷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아니깐. 재능도 재능이지만 왠만한 회사원보다 더 성실하고 책임감이 부과되는 직업이니깐요. 감은빛님 저는 한국소설이 싫은 게 어쭙잖은 재능으로 소설가를 꿈꾸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배설적인 글들을 내 뱉아서 싫어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탄탄하고 대담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꿈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흐흐, 제가 이카루님 댓글에도 썼듯이, 벤 헬렌를 꿈꿨던 제 남동생도 지금은 직장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약하고 있어요. 저 간혹 남동생네 부탁 있어 가면, 비싼 기타 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거 보고 욕하잖아요. 새끼~ 애들 학원비도 빠듯한데 백만원 넘는 기타 사서 걸어 둔다고. 하핫. 세계적인 기타리스트가 되진 못해도 제 남동생은 평생 아마츄어 기타리스트로 남을 것 같아요. 여전히 헤비메탈 시디나 음원 구입하더라구요. 꿈을 못 이뤄도 간직하고 있는 게 어딘가 싶어요~

저도 딱 한달만 혼자 있고 싶어요. 감은빛님, 애들 크면 더 신경써야해요. 지금은 육체가 힘들죠. 애들 머리 크면 육체는 편해도 정신적으로 피 말려요~

scott 2013-02-05 21:52   좋아요 0 | URL
ㅎㅎ기억의 집님 아들 넘 귀여워요.
아직 어리잖아요. 좀 지나면 다른꿈을 갖고 맹렬히 몰입할지 모르잖아요.
한국은 독자층도 출판계도 무척 좁고 거의 창작보다 번역판이 넘쳐나죠.
이왕 글로 먹고 살려면 영미권에 태어나야한다고해요.
그쪽 출판계 구조가 탄탄하고 마케팅으로 화끈하게 밀어주고 편집장이 대단히 권한 있고 한번 편집하면 20-30년은 쭈욱 한우물만 파고 허접한 원고를 매끈하게 편집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기억의 집님의 화끈한 포스팅 역쉬 최곱니다.

기억의집 2013-02-05 22:06   좋아요 0 | URL
그래서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자는 신의 영역이라고 했나봐요. 미국이나 영국은 출판문화가 우리하고 완전 틀리죠. 작가도 작가지만 편집자가 작가의 글을 말 그대로 편집을 매끈하고 세련되게, 정말 돈되는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상당한 가 봐요. 울 나라 작가들이 고학력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에 반해 미영작가는 완전 능력제~

우리 나라는 확실히 번역물이.... 반디앤루니스 자주 가는데, 번역물만 쫘르르륵 전시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놀라울만큼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없어서. 저는 제가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인간이 아니라서 우리 나라 소설 작가들의 작품들 도저히 못 읽겠더라구요. 이야기는 뒤로 처지고 글은 감정의 배설물 찌거기같아서... 뛰어난 한국 작가 없을까요?

희망으로 2013-02-05 22:39   좋아요 0 | URL
속물이 되고 싶진 않지만 그건 이상일 뿐이고 경제적인게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좋아도 꾸준히 하기 힘든 세상이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은 하지만 실은 이러이러한 것이 힘들다고 단점만 강조하는 뻔히 속이 보이는 말들을 할 수 밖에 없잖아요. 돈없고 빽없는 저같은 부모들은 아무래도 경제적 독립을 제대로 하길 바라구요. 그래서 내 자식 일이면 참 어려워요.
독자가 맘은 편하죠~ 작가는 피를 말린다잖아요.^^

기억의집 2013-02-05 23: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가 가진 것이라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비쳐주는 햇빛빽밖에 없어서 니 꿈을 펼쳐라란 말은 입 밖에도 못 내겠어요. 흑흑.

그 날 잘 다녀왔수~

다크아이즈 2013-02-06 10:18   좋아요 0 | URL
우리집에도 있어요. 소설가 꿈꾸던 아그. 근데 지금도 그 꿈 놓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읽고 쓰는 건 예전처럼 안 하네요. 초등, 중학교 땐 소설도 곧잘 써서 보여주더만 지금은 게임 삼매경으로 도태한 아들...
기억님처럼 저도 밥 빌어 먹을까 말리곤 한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말리기 유효하긴 한데 안 말려도 지 풀에 지쳐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3-02-19 22:23   좋아요 0 | URL
아~ 팜님, 죄송해요. 덧글에 대한 답글이 너무 늦었죠. 제가 설 전후로 애아빠 감사건으로 월급통장 오년전 것부터 기억해 내느냐 거기 매달리다 보니 제 서재에 신경 못 썼어요. 서재친구들에게 우리설 인사도 못하고...

제가 요즘 아들에게 강압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느껴요. 뭐랄까요, 저는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중압감은 안 주었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중계동 학원가서 영어와 수학 학원 알아보고 등록하고 왔을 정도예요. 아들애한테 우스개소리로 아이는 스무살까지는 점쟁이도 점 안 봐준다더라, 자식은 스무살까지 부모 사주에 살아서...너도 스무살까진 내가 편하게 해주겠지만 스무살 넘어서 알아서 해라, 이렇게 말하지만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이 될 수 있도록 뒷받쳐 주고 싶어요. 소설가론 경제적 자립은 어림없는 소리라서.... 엄마가 되보니깐 경제적 자립이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구요. 하물며 열혈 독자인 저도 말리는 입장이니....^^

2013-02-09 22:46   좋아요 0 | URL
아들 귀여워요.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저는 이번에 제주 갔다가 김영갑의 인생과 글에 큰 인상을 받았는데, 너무 외롭고 처절하고 슬픈 삶이어요. 그냥 적당히 돈도 있고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고 지인도 있는 삶이 좋아요. 위대한 작품 못 남겨도. (개인적 취향이겠죠. 절대적인 순위는 매길 수 없는 게 각각의 삶이니..) / 윗분의 댓글 말씀대로, 독자가 맘 편하고 좋아요. / 재능있는 작가, 하면 김애란이 좀 떠올라요. <비행운>의 첫번째 단편(만 읽었는데) -놀랐어요. 취향의 문제가 개입하겠지만, 잘 썼다고 생각했어요. 글구 요번에 제주에서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앞의 두 편 읽었는데, 상당히 잘 썼더군요.

기억의집 2013-02-19 22:33   좋아요 0 | URL
저도 아들놈~이 독서를 즐기는 입장으로 살았으면 해요. 괜시리 뜬구름 잡지 말고~ 전취향이 크리미널 쪽이라 우리 나라 작가하곤 잘 안 맞더라구요. 흐흐

몇 년전에 지인이 김영갑갤러리 가서 사다 준 사진모음집 가지고 있는데, 안스럽죠. 저는 혼자여도 전혀 심심하지 않거든요. 책 읽고 음악 듣고 저 혼자 너무 잘 놀아서 김영갑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몸이 굳어가면서도 사진 찍는 것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 생각으로 김영갑의 인생을 위로하네요. 저는 나이 들면 외로울 것 같아요. 그나마 제가 이렇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니 덜 외롭지 않을까 싶어요.
 
내동생이 어디가서 맞고 들어온거 같다. 알라딘 파이팅!

 

 

 

 

 

 

 

 

 

 

 

 

 

 

 

 

 

읽을 책이 많아 지르고 싶은 책의 욕망 꾹꾹 누르며 책주문 하지 않았는데, 간만에 알라딘 대문앞에 정정당당하게 내건 도서정가제 반대합니다란 문구를 응원해주기 위해 주문했다. 친하게 지내는 블러거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동안 주문하지 않고 멀뚱히 바라만 보고 버티던 몇권의 책들과 더불어~~

 

출판사에서 알라딘에 책을 주지 않든 말든, 늦게 받아도 상관 없다. 어차피 책이 쌓여 있는 집이니깐... 오기로라도 알라딘에 주문할 거다.

 

알라딘이 자신의 회사 이익을 위해 내건 문구이건  나발이건 간에, 알라딘이란 회사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 하나 피력 했다고 출판사들이 책을 주지 않겠다고 단체로 똘마니같은 행패를 부리는 짓거리에 더 열 받고 있다.  알라딘이란 온라인서점은 자신의 회사 이익을 위해 저런 문구 하나 못 거나. 출판사들도, 동네서점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도서 정가제 로비하는데, 알라딘이라고 자신의 회사 이익을 위해 도서정가제 반대 운동 하지 않을 합당한 이유라도 있나. 알라딘이 앉아서 당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지금 합심해서 알라딘에 책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출판사들의 행패가 조폭하고 다를 게 뭐 있나. 알라딘이 다른 온라인서점하고 합심해서 도서정가제 반대 운동이라도 펼쳤다면,  출판사들의 행패가 이해가 되는데, 이건 뭐 있는 것들이 더 무섭다고 아주 지랄쇼를 하는구나.

 

개인적으로 삼십년 이상 서점에 들락거리며 책 산 사람으로서, 동네 서점의 한계는 삼십년 이상 존재했다. 일단 책이 다양하지 않는다는 것.  중고등학교시절부터 다녔던 동네서점에는 수 십년동안 베스트셀러와 참고서만 반반 자리하고 있었다. 원하는 책이라고 하나 사 읽으려면 서점에 주문해서 삼사일 기다려 받았고, 그나마 교보같은 대형서점이 생기고 나서 급한 책들은 시내 나가서 구입했었다. 동네 서점이 자신들의 자구책을 위해 한 것이 뭐 있나 묻고 싶다. 수십년 동안 가봐도 변하지 않는 채 그대로인데.

 

동네 서점의 몰락은 온라인 서점이 생기기 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온라인 서점이 생기기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벌써 서점의 상권이 건물 지하로 옮겨지지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시작된 시기와 맞물려서. 인터넷은 동네 서점이 지하로, 그리고 인터넷과 등장한 온라인 서점은 동네 서점을 잡아 먹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한동안은 온라인 서점이 동네 서점을 잡아 먹는 괴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우리 동네 서점 한 곳의 장사 수법과 운영 상태를 보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근래 들었다.  그 동네 서점 역시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제법 장사가 잘 된다. 왜냐하면 이 서점은 신간은 10% 참고서는 20~25% 할인을 해 주기 때문에. 다른 동네 서점에 절대 말하지 말라면서. 언제나 가보면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나 중고등학생들. 모자가 운영하는데, 아이들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주변 학교 학생들의 참고서 상권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게다가 참고서 할인소문이 나서 나 또한 왠간해선 참고서만은 그 서점에서 해결한다. 나 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아줌마들은 거진 다 그 곳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참고서 장사가 잘 되니깐 신간도 한두권이라도 제법 갖춰 놓고 있고, 참고서 사면서 신간 들춰보다가 신간도 사 올때도 있다. 문제는 신간이나 다른 도서들을 사람들이 안 사 먼지가 쌓여 있는 게 문제지만. 여튼, 다른 동네 서점이 할인은 설레 설레 흔드는데, 이 동네서점은 무슨 수로 할인이 가능할까? 사실 다른 동네 서점들도 할인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할인불가를 외친 것은 아닐까.

 

솔까말~ 요즘 책 읽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나,  치매 예방을 위해 온라인 고스톱은 열심히 권장돼도 나이 들어 독서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이 나라 국민 정서인데. 너는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좋겠다~라는 비아냥 소리 듣기 싫어 어느 순간 책 읽는다는 소리 안 하게 되고 책은 유아나 초등학생 전유물로 인식된 지가 한참이다. 그나마 요즘 애들, 책 보다 게임 좋아하는 애들이 더 많은데 뭘. 독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동네 서점이 문제가 아니고 책 자체가 몰락해 가는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철저히 시행되는 일본출판계와 서점이 불황에 허우적 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단순히 도서정가제의 찬반이 출판사를, 동네 서점을 살릴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동네 서점 뿐만 아니라 책의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며 불게 물드는 노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라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옛날 방식 그대로 유지한(책 도매상이든 동네 서점이든)들 그게 얼마나 먹히겠는가. 출판사의 유통구조도 변해야 하고, 동네 서점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하고(동네 서점도 할인에 대한 적극적인 방법 모색같은),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찾고 변해야 하는 마당에 달랑 내 놓은 도서 정가제가, 출판사를, 동네 서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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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3-01-25 11:30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 장점은 색깔이 확실해서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사람들은 그렇죠 항상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상처받지 않기위해 웅크러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 이게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럽죠! 어쨋든 이렇게 많은 책들을 사시면 상당히 타격이 있으실 듯합니다.

기억의집 2013-01-25 20:34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이 들수록 솔직하게 제 의견을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젊을 시절부터 시원한 성격이었으면 더 좋았뻔 했는데, 나이가 드니 물불 안 가리는 성격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 이게 좋은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이 저보고 남성화 되는 것 같대요. 하핫.

타격 크죠. 얼마나 열 받았으면 제가 저렇게 주문을 왕창 했겠어요. 요즘은 식비도 엄첨 아끼며 살았거든요. 근데 한순간에 열 받아서 십만원이 넘는 금액을..저 책들 말고도 전자책도 주문했거든요.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이에요. 바보처럼 일시불로 긁었는데, 꽈당~

비로그인 2013-01-25 12:20   좋아요 0 | URL
직거래를 안 한다는 것입니다. 알라딘은 도매상을 통해서 얼마든지 책을 구입할 수 있어요. 중간 마진 때문에 출판사에서 직접 낮은 공급가로 받았는데, 출판사들이 그걸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분 글도 한번 읽어보세요^^
http://blog.aladin.co.kr/m/hbooks/6109058
http://blog.aladin.co.kr/m/hbooks/6109364

기억의집 2013-01-25 20:31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찾아 들어가보니 제가 알고 있는 분이네요, 하지만 저는 그 분 글 안 읽고 싶습니다..
9338043님은 댓글은 찾아 읽었습니다. 공감도 많이 가고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 시작이 소득불균형이 원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사실 우리나라 임금 너무 짭니다.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지요. 제 주변 엄마들 아니 친언니만 봐도 우리나라 소득이 얼마나 인색하지 잘 알거든요. 출판노동자분들의 열악한 환경과 임금에 대해 쓰셨던데, 출판사들의 임금착취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요. 이런 말 하면 우습지만, 저소득 문제는 출판계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 됩니다. 저의 언니는 1급보육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정말 말 못할 정도로 적은 금액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진짜 작아서 여기다 못 적겠습니다. 1급 보육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그런 대우의 임금을 받는다면 다른 분들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소득 문제가 바로 잡히면 도서정가제같은 문제는 좀 쉽게 풀리지 않을까요. 손에 쥐고 있는 파이의 크기 문제니깐요. 우리가 이렇게 서로 옹호하고 반대하는 것도 파이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 아닐까 싶네요.

프레이야 2013-01-25 15:41   좋아요 0 | URL
길치모녀 도쿄헤매기ᆢ안그래도 눈독 들이고 있는 책인데 쏙 담아갑니다. 땡스투유^^ 저도 어제 한보따리 주문했어요. ㅎㅎ

기억의집 2013-01-25 20:1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제가 읽고 그 책 보내드릴께요. 책 사지 마세요^^ 제가 보내드릴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프레이야 2013-01-25 20:46   좋아요 0 | URL
아흑^^ 알라딘우정법 상, 이럴 땐 고맙게 덥석 받아야 되는 거 맞죠?!! ㅎㅎ
고마워요, 기억님^^

기억의집 2013-01-25 21:34   좋아요 0 | URL
그럼요~ 프레이야님 주소 알려주세요. 주말에 후딱 읽고 보내드릴께요~ 알라딘우정법상^^ 최근에 알라딘 기네스에 들어갔더니 제가 알라딘 댓글을 많이 써서 기네스에 올랐더라구요. 699개~ 하나 더 채워서 700댓글 만들 걸,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2013-01-26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3-01-25 16: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통크게 주문하셨네요!! 대박 멋지십니다!!
저는 어제 알라딘에 겨우 1권 주문해줬습니다. 얼른 읽어치우고 또 주문해야겠어요 알라딘에! ㅋㅋㅋ 그치요? 요즘 사람들 참 책 안읽어요 ㅠㅠ 제 주변에도 책 읽는 사람 눈 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없다는 ㅠㅠ 책 읽는게 무슨 죄도 아닌데 ㅋㅋ 독서도 눈치보며 해야할때가 생기더라구요;; ㅋ 책 읽는 사람들이라도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해줘야 지네들도 살텐데 ㅠㅠ 저런식의 대처는 정말 코웃음이 절로 나와요 ㅠㅠ

기억의집 2013-01-25 20:35   좋아요 0 | URL
다음달 카드값 생각하면 휴~ 큰일났어요. 다음달엔 명절도 있는데, 가계부 완전 빵구날 것 같아요. 아니 빵구예요. 제가 왜 이랬을까요==;;

요즘 사람들 진짜 책 안 읽어요. 책읽는 사람을 무슨 외계인취급한다니깐요. 책 읽을 시간에 일해서 돈 벌란 소리도 들어봤어요(울 남편이 이런 말 한 게 아니고요. 울 남편은 절대 나가서 일하란 말 안 해요. 나가서 일하겠다고 하면 애들이나 잘 보라 해줘요. 정말 고마운 남편이죠). 그러니 책 읽고 리뷰쓴다는 이야길 어디가서 하겠어요. 절대 못 하죠. 책이 안 읽히는 시대잖아요. 책보다 재미난 게 많은데, 그 시간에 애들은 게임을 하거나 어른들은 내딸 서영이 보고 있겠죠. 내딸 서영이가 시청률 40%가 넘어요. 사실 40%면 이천만이 넘게 본다는 말이거든요. 이게 말이 되요. 세이초는 1억부 팔린 것도 많이 팔리는 거라 하는데. 저의 친정모나 시모 형제자매들도(저의 언니빼고) 일년에 책 한권 읽으면 많이 읽는 거에요. 아니 십년에 책 한권도 안 읽어요, 가만 옆에서 평균 내보면. 하물여 어른들도 책 안 읽는데 애들이라고 읽겠아요. 제가 애들한테 간혹 물어봐요. 하루가 빨리 가냐고 그러면 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는 거예요. 저 어릴 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 갔거든요. 요즘 애들은 손위에 놀잇감이 있는데, 책하고 친해지긴 힘들죠. 책을 안 읽는 시대인데, 도서 정가제 다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게다가 우린 사실 신간이나 사들이지 구간은 의미가 없잖아요~

희망으로 2013-01-25 22:37   좋아요 0 | URL
사실 알라딘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책 읽는 사람들은 살 거고, 안 읽는 사람이야 살 필요도 없는 거구요. 전 이제 책은 안 사려구요. 날 풀리면 열심히 구청가서 빌려보려구요. 아~ 껌정 님 책만.^^

기억의집 2013-01-28 19:2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고민인 게 과연 내가 책값이 오르면 책을 지금처럼 구입할 수 있을까 하는거에요! 정말 미치겠어요. 도서정가제가 누굴 위한 것인지 상생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만 손해 보는 거 아닌가 싶어요. 희망님 2월초에 볼까요? 어쩔까요?

비로그인 2013-01-25 23:28   좋아요 0 | URL
댓글 읽고 감동했습니다. 고맙습니다~~~
(9338043에서 이름 바꿨습니다. 이메일 아이디인데 그대로 닉네임이 되어서^^;;;)
종사자다 보니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글 쓰다 보면 자꾸 신세 한탄으로 흐르더군요ㅠㅠ
출판계에 대해서는 참 애증이 공존하는지라... 책 좋아한다고 출판 일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냥 독자로 남으시라고ㅠㅠ

기억의집 2013-01-28 19:29   좋아요 0 | URL
예전에 울 아들이 초등 졸업식때 스티븐 킹이라는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쓴 것을 봤어요. 큰 애가 졸업식 전에 저한테 소설가중에서 누구 돈을 가장 많이 버냐고 해서 아마 스티브 킹이라고 했더니 그 말을 염두해 두고 스티븐 킹같은 소설가라고 했던 가 봐요. 제가 그 거 보고 가슴 철렁했잖아요. 졸업식장에서 나오는 울 아들보고 웃으면서 스티븐 킹같은 소설가 되려면 너 책 많이 읽어야 해,하고 말했지만 속으론 주먹을 쥐며 너 소설가 되기만 해봐 죽어~ 이랬다니깐요. 그리고 나서 스티브 킹이 운이 좋은 거다, 소설가가 얼마나 돈 못 버는 직업인 줄 아느냐고 세뇌 시켜네요^^ 하하. 독자가 최고죠~

BRINY 2013-01-26 20:21   좋아요 0 | URL
카드 명세서 보면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이 몇개나 찍혀있는지^^;; 만화도 사기 때문에 신간이 나올때마다, 모아서 산다고 하는데도 또 2만원 채워서 지르게 되네요.

기억의집 2013-01-28 19:25   좋아요 0 | URL
전 예전하고 달리 오만원은 못 채우고 이만원 삼만원 선에서 책을 구입하게 되더라구요. 요츠바랑 나올 때가 된 거 같은데, 또 질러야하더라구요.. 흑흑.

라로 2013-01-27 01:44   좋아요 0 | URL
의리의 기억의집님 다운 글이에요!!!ㅎㅎㅎㅎ
저는 길치모녀 동경 헤매기는 출판되자마자 샀어요. 기대가 컸던지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만족해요.
그런데 주문하신 책 중에 [쇼에게 세상을 묻다]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그렇잖아도 지금 장바구니에 담은 책을 주문할까 2월이 되면 할까 고민중인데,,,아흑

기억의집 2013-01-28 19:32   좋아요 0 | URL
길치모녀헤메기 저도 주말에 읽었는데, 생각보다 작가님 너무 딸에게 쩔쩔매서 읽는 데 좀 그랬어요. 불편하다고 해야하나. 저는 작가님이 싱글맘이고 해서 딸 정아가 엄마한테 무진장 감사할 줄 알았거든요. 그 책 읽으면서. 왠지 작가님이 불쌍해 지더라는.

쇼에게 세상을 묻다, 상당히 괜찮아요. 첫 몇 장 읽었는데, 오홋 그 때나 지금이나 어찌 이리 똑같을 수가,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

scott 2013-01-27 15:38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명쾌한글 속이 다후련해요.
며칠전 읽자마자 댓글올렸는데 계속 오류만 나서 겨우 추천만 하고 다시 돌아왔어요.^.^

기억의집 2013-01-28 19:3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저도 컴 망가져서 오늘 오후에 수리하러 갔다 와서 지금 덧글에 대한 답글 쓰고 있어요. 토욜에 갑자기 컴이 안 켜지는 거에요. 전날까지만 해도 잘 되었는 컴이. 8년째 쓰는 것이라서 이제 슬슬 갈아타야할까봐요. 도서정가제, 짜증나요. 유럽은 어떤지 알려주세요^^

icaru 2013-01-29 17:08   좋아요 0 | URL
우연한 산보,, 가 딱 눈에 들어왔어요~ 저 정도 두께면, 제게 읽었다는 성취감을 선사해 줄 것 같아서리~ ㅋㅋ
기억님의 필살기 시원시원함이 다분한 이 페이퍼.
댓글도 재밌어요. 특히 스티븐킹 에피소드 ㅠㅠ)재밌다면서 눈물이 나는 것은...
도서 정가제... 단순치가 않은 문제예요.. 독자 입장에서는 정가제 시행이 반가울 리 없지만, 이것으로 밥을 먹는 관계자의 입장에서는 정가제가 맞고요. 그렇지만, 알라딘 서점과 달린 중고 서점이 마치 제 피붙이가 하는 서점 같기만 하고 그래서, 수혈이 있는 건 또 두고 보기가...ㅠㅠ 이러구러하야 맘이 참 좋진 않다는
아...기억님 말씀에는 동의해요! 흔히들 동네서점 시장이 죽어가는 원인이 온라인서점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그렇다는 논지에는 반대요..

기억의집 2013-01-30 11:22   좋아요 0 | URL
이카루님 우연한 산보에 대한 카톡 보냈고~
킹의 에피소드는 정말 쓸쓸하죠. 저도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서 속으로 주먹쥐며 너 죽어 했을 땐 정말 나도 이중성 쩐다, 이랬어요. 흑흑.

도서정가제, 시행되겠지만, 진짜 저 제도 시행되면 책 더 안 사볼 것 같아요. 지난 번 도서정가제 실행되고 나서 주변에 책 사는 더 없어졌는데, 아마 이번엔 더 하겠지요. 저같은 열혈 독서수집가도 이젠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이번 도서정가제는 상생이란 말하지만 결국 소비자만 봉이라는 거! 열 받아요^^

아영엄마 2013-01-30 12:54   좋아요 0 | URL
눈 수술한 후로 컴과 더 멀어진 생활을 하며 지내다 보니 서재며 블로그도 가끔 들어와 보게 되네요. 딸내미가 <레미제라블> 읽고 싶다고 해서 셋트로 주문해 놓고는 중고책 살펴서 제가 읽고 싶은 책 담고는 갈등하다 결국 다음 달에나 구입하자 싶어 미뤘어요.

기억님은, 다른 분들의 표현처럼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시원시원하게 밝히시는 분이라 제가 참 좋아한다니까요~. ^^*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동네 서점이 살아나기나 할지 의문이지요. 책값은 마냥 오르기만 하는 마당에... 신간은 책값 부담때문에 점점 중고책쪽만 살피는 요즘입니다. -.-

- 오늘 드디어 둘째도 개학해서 학교 갔답니다.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막내 겨우 달래 보내놓고 모처럼 집안 청소 좀 했네요. 간만에 온전히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참 좋습니다~.
<백마 탄 왕자는...>이 관심이 가는데 책 읽어보시고 다음에 만났을 때 감상평 들려주세요~. 아영이도 읽으면 좋을만 하면 저에게 파셔도 좋습니다! ^^

기억의집 2013-01-30 13:11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저는 우리나라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아마존, 독일 미국을 둘러봤는데 소득 대비 저희가 젤 비싸요. 일본이 도서정가제라 그렇지 책값은 소득에 비하면 그 정도면 괜찮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림책의 경우 1500엔인 경우가 있는데, 일본의 경우 최저임금이 우리보다 배 인것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싼 거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일본의 경우 도서정가제라도 싸게 사서 읽을 수 있는 문고판이라도 있죠. 저흰 책값만 올려놓고 소비자 주머니만 뒤지자 아닌가요? 정말 상생이라 말하지만, 돈 내는 소비자 입장에선 저는 상생이란 말이 우스워요. 열 받고요. 그나마 책값이 너무 올라 책 저도 못 사고 있거든요. 정말 한달에 칠만원 정도. 어떨 땐 그정도도 주문 못 넣어요. 애들 참고서 사는 달엔.

저도요. 오늘은 엄마도 약속 있다 나가시고 애들도 없고 하니 좋네요. 이따 작은애 학원만 왔다갔다 할 것만 있어요. 이것도 은근 귀찮긴 한데....해야지요.

전 알라딘 중고샵도 신간중고는 비싸서 그냥 신책 사서 읽고 팔아요. 마일리지 따지고 나면 차라리 신간책 사는 게 남더라구요. 페이백일 경우는 아주 밑지는 것도 아니라서요. 레미제라블, 전자책으로 살까 하는데, 프라하의 묘지는 전자책으로 나왔더라구요. 열린책들 가만보면 괜찮은 출판사 같아요. 소비자의 취향을 재빨리 간파하는 출판사 같아요. 레미제라블도 전자책으로 사 볼까 궁리중이고요.
참 다음주 월수 어떠세요? 유부님은 월수 둘 중 하나 좋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