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사





동생은 결혼을 하면서 엄마 집에서 같이 살았다. 그 전에 나는 그 집을 떠났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동생은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살기 힘들다고 했다. 엄마도 나에게 동생과 함께 살기 힘들다고 전화를 하셨다. 그때 나는 둘 중 한 사람이 나가서 살면 어떠냐고 했고 그중 가장 결단력이 있던 엄마가 이마트 쇼핑백 3개에 옷가지와 필요한 화장품, 신발, 가방만 넣어 자신의 명의로 있는 집을 나오셨다. 가전들을 사지 않아도 되는 오피스텔에 달랑 3개의 짐을 풀며 엄마는 홀가분하다고 하셨다. 근데, 왜 동생네 집 근처에서 얻으셨는지.




어찌되었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날, 건너편 이마트에서 필요한 밥솥부터 그릇, 숟가락, 젓가락, 칼, 도마, 휴지, 수건 등등 사서 아무것도 없었던 오피스텔을 채워 넣었다. 엄마는 물건을 늘리지 않고 살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엄마의 오만이었다.




다리가 아프다며 1층으로 집을 얻으신 엄마의 오피스텔은 매일 물건들이 채워져 나갔고 그렇게 한 살림이 차려졌다. 그런 살림이 때로는 집을 나갔고 때로는 무더기로 어디서 얻어온 것들로 차려졌다. 2년이 넘어 위층에서 수도가 터져 1층으로 흘러 대참사가 일어났다. 집을 말리고 다시 도배 하면서 살기로 한 집은 일 년도 안가 자신이 머금었던 습기를 뿜어내어 온 집안을 곰팡이 천국으로 만들었다. 오피스텔 주인과 얘기하여 비어 있는 2층으로 옮기기로 얘기를 하고 집 상태로 보러 갔다. 1층보다 조금 좁았지만 집기류도 대부분 새것들이라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엄마는 깨끗하게 발라져 있는 도배부터 마음에 든다며 당장 집을 바꾸겠다고 하셨고 계약서는 다시 쓰기로 하고 우선 짐부터 옮기기로 했다.




같은 동의 2층이라서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사는 착각이었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엘베 없는 오피스텔의 계단을 20번쯤 오르락내리락 할 때쯤 이사가 끝이 났다. 큰 집기류는 없어 살살 옮기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엄마의 짐은 화수분처럼 계속 나왔다. 이마트 장바구니 달랑 3개로 이사를 왔지만 3년동안 엄마의 짐은 코스트코 장바구니로 스무 번을 왕복을 해야 끝이 났다. 다리가 안 좋은 엄마는 짐을 정리하라고 하고 내가 짐을 옮겼는데 집에 돌아와 다음날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불이 나는 발바닥을 만지며 나의 방을 보는데, 앞으로 있을 우리 집 이사는 또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걱정이 됐다. 미니멀은 내 생에 없을 것 같지만, 맥시멀만은 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요즘 마음이 혼탁하여 동화책을 읽고 있다. 읽으며 키득거리고 있다. 누군가를 저주했던 마음도 키득거리며 사라질 때도 있다. 이렇게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을 죽이며 분노를 조금 미니멀 한 가슴을 만들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작고 멋진 세상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6
귀스타브 아카크포 지음, 이주희 옮김, 오동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작은 수첩, 내 일기장.
마침내 이 일기장의 이름이 생각났다.
레베네! ‘잘 보살펴라.‘라는 뜻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넌 최고의 고양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0
후지노 메구미 지음, 아이노야 유키 그림, 김지연 옮김 / 책속물고기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매일 글쓰기 [정화수는 필요 없다]



치사하지 않게 살기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된다. 회원모에게 갑질을 당해보고 나니 나는 혹여 갑에 놓인 상황에서 이렇게 비열하게 행동한 적은 없었나 생각하게 된다. 갑과 을의 관계는 결국 다 돈과 관련이 있으니, 나는 갑의 영역에 많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물건을 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갑의 영역이었지만) 금수저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고 그래선지 나는 을의 입장에만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어떤 부분 갑의 영역에서는 그 여자같이 경박스러운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 잠을 자다가 분해서 벌떡 일어나 발바닥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깊은 빡침으로 쌍욕을 십분간 하다가 잠을 자야 하는 일들을 나도 누군가에게 했을지 모른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들었던 대사에 그런 말이 있었다. 나는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왜, 모두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나의 화난 감정을 상대방에게 쏟아 놓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화난 감정을 다스리고 싶은데 나이 먹을수록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이 상황을 다 듣더니 적당한 응수를 해줬다. 이럴 때는 상스러운 욕을 같이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세상 끝 나락에서 일자무식으로 태어나 오로지 쌍욕 말고는 할줄 아는 말이 없는 사람으로 잠시 빙의 할 때 같이 응수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분노를 못 참으며 바르르 떨고 있을 때 동생이 말했다. 언니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해. 마음을 다스려봐.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가슴이 답답하면 그렇게 한강을 뛰던데 (서울에 살았을 때도 나는 한강을 아침에 뛰어 본적이 없다) 그것도 아닌 물 떠 놓고 마음 다스리는 기도라니. AI가 판치는 세상에 이 신박한 무속 신앙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쩌다 걸린 김광석의 1987년 동영상을 유투브로 보면서 가사를 노트에 적어 보았다. 어린 김광석의 목소리도 좋았고 저질 화질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김광석이 또 얼마나 보고 싶어지던지. 그런 마음으로 가사를 보고 같이 노래도 불러보니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정화수는 필요 없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나의 힐링이고 위로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려 본다.






영상속 자막의 1997년이 아닌 1987년의 영상이라고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24-08-1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노와 스트레스가 꽉 차서 저의 지친 마음을 달래는 정화수는 책이에요. 그렇지만 너무 힘든 날은 책을 아예 보지 않고 일찍 자요. 자고 나면 어제의 힘든 기억이 어느 정도 잊히거든요.

며칠 전에 우주의 기원을 주제로 한 책을 읽다가 문득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가 생각났어요. 그 노래를 몇 번 반복해서 들으면서 책 서평을 썼어요.

오후즈음 2024-08-26 21:30   좋아요 0 | URL
너무 힘든 날에는 저는 책이 눈에 안 들어 오더라고요. 읽는 것은 힘들어요. ㅜㅜ

사이러스님이 쓰신 김광석 얘기를 보고 저도 여러 동영상을 찾아 봤습니다. 많이 그립네요.
 

어째든, 매일 쓰기 [벌써 내일부터 출근_ 휴가 끝]




4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결심했다. 거실과 안방에 꽉 차 있는 책들을 정리하겠다고. 15개 칸이 있는 책장 3개중 하나는 꼭 버리고 다음 집으로 이사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해에는 많이 읽고 정리해서 약 200권정도 정리 했는데, 가지고 있는 책이 워낙 많으니 정리해도 티가 안 났다. 7년 동안 연락을 안했던 남자 사람 친구가 연락이 왔기에 버릴 책 200권의 사진을 보이며 가져가라고 했더니 다음날 차를 가지고 와 쓸어갔다. 200권의 책을 정리하며 마음 한편에 이제 나도 미니멀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인가 생각했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다가오는 11월에는 이곳에서도 이사를 가야 하는데,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많은 책을 가져가야 하는 것일까. 책을 정리하겠다면서 작년과 올해도 150권 정도의 책을 구매했다. 그중 30권 정도만 읽고 팔았다. 눈앞에 놓인 책들을 다 읽고 리뷰를 올리고 알라딘에 팔고 싶은데, 그건 이루지 못할 꿈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로 읽는 책마다 리뷰를 쓸 수 없다. 삶이 마음 먹은 대로만 됐다면 나는 백억대 부자가 됐겠지.


하루에 독서 30분, 운동 30분, 글쓰기 30분이 이토록 지키지 어려운 일이라니. 뭘 하겠다는 의지가 이토록 없다니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이건 또 그냥 나의 내적 분열만 있을 뿐, 변화가 없다. 우리 루키처럼 귀여운것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집에 텔레비전이 없으니 올림픽 소식을 찾아 봐야 알 수 있다. 그걸 인터넷으로 찾다보면 이런 저런 기사에 걸려 나도 모르게 멀리 인터넷 기사에 떠 밀려가 있어서 본래의 목적을 잃고 다른 헛짓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기억나는 단어들 검색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추억에 빠져 오래전 상처들이 되살아오는 지랄 맞은 기억에 삶을 비관하게 된다. 이런 루트를 하루에 서너 번 하고 나면 하루가 저물고 그렇게 책을 읽는 시간은 없어져서 피곤한 정신으로 잠을 자고 있다. 이런 날들이 휴가를 지배했다.



휴가 때 읽겠다고 쌓아 둔 책들은 있던 자리에 다시 들어갔다. 며칠 전 책을 많이 읽어도 인성이 성숙되지 못하는 현실을 슬퍼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읽으면서 부족한 인성을 좀 채워야겠지. 그런 마음으로 모아 놓은 휴가철 책 탑들은 쓸모없는 힘만 들었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 놓은 집이 시원한데도 마음속 어딘가 많이 불편한 날들이라서 ( 그 얘기는 앞 포스팅에 쓰여 있다) 눈에 글자들이 안 들어 왔다. 그렇게 일주일의 휴가가 사라졌다. 젠장. 내일부터 출근이라니. 내일부터는 이런 불평을 하지 않고 달려보자







2박 3일로 다녀온 속초의 저녁 모습은 아름다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24-08-05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이든 휴가든 그때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생각해 놓고선 정작 읽은 건 많이 없어요.. 다른 책을 읽든가 책 안 읽고 딴짓을 해요.. ㅎㅎㅎ 주말이나 휴일 마지막 날이 돼서야 처음부터 읽기로 했던 책이 이제 눈에 들어와요... ^^;;

오후즈음 2024-08-11 19:29   좋아요 0 | URL
몇년째 휴가때 혹은 긴 연휴에 읽을 책을 탑으로 쌓아 놓았는데 단 한번도 클리어 한적이 없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