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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30년 직장 생활 고수가, 엄마였어. _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수다스럽게 웃으면 얘기하는 그녀를 본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기자가 아닌 작가도 아닌 그저 한 딸의 엄마인 그녀의 마음속을 함께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한 기분이 든다. 늦은 퇴근으로 집에 떡 실신으로 들어와 침대 모서리에서부터 쓸어져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열어 보지도 않았던 가방을 다시 끌며 출근하는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전해지는 응원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그녀는 세상 앞으로 나가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했었다. 이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도 공지영의 책과 다르지 않다. 이미 세상을 먼저 살아온 엄마가 딸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해주는 것, 그것이 자유직인 작가의 엄마가 아니라 상하 수직 관계에 30년 동안 갈고 닦아 온 엄마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엄마가 전해주는 노하우라기보다 앞서 살아온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그녀가 자신의 딸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에게 여왕이 아니라 여신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고, 진정한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이 간절한 마음이 책속에 잘 녹아 있다.
그녀는 딸이 블로그에서 자신을 이웃으로 받아주지 않고 거절해서 상처 받는 엄마였지만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통해 직장 내에서 꼭 지녀야 할 덕목들, 친구 관계, 부당한 업무를 계속 내리는 직장 상사를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 거절의 중요성,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또한 불평만 하는 일은 미래를 위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직장 상사의 잔소리를 대처하는 법도 알려준다. 그녀의 친절한 가르침 속에 직장 상사는 칭찬에 목말라 있다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아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나는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부끄러운 얘기를 잘 못한다. 재미있는 얘기는 잘하지만 부끄러운 얘기는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 부끄러운 얘기는 “부장님, 오늘 타이 색깔 너무 멋져요!”, “김대리 오늘 화장 너무 예쁘다.” “누구씨 어제 타준 커피 진짜 맛있더라. 등등 이런 빈말처럼 들리는 얘기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이런 얘기를 하면 내가 아부하는 것처럼 들리고, 남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같아 하지 않는 편이다. 사석에서 만나면 엄청 시끄러운 사람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입을 닫고 있는 참 과묵한 사람인데 그녀의 말들을 듣고 나니, 이런 빈말이 그렇게 아부와는 다르게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쩜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동료가 바른 립스틱 색이 예쁘기에, 정말로 예뻐서 어디 것이냐고 예쁘다, 얼굴이 하얀 사람이라서 더 잘 받는다는 말을 한마디 했더니 그녀가 브랜드를 보여주며 발색이 좋다고 설명을 해줬다. 손등에 테스터도 해보라고 해서 살짝 당황했었는데 몇 달 후 내가 예쁘다고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자기 것을 하나 사면서 내 것도 사왔다고 전해주었다. 물론 그녀가 남들에게 좀 친절한 사람이고 선물을 잘 해주는 사람이긴 하다. 그래도 나의 칭찬 아닌 말을 허투로 듣지 않고 좋아했던 그녀가 나를 챙겨준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 앞으로 상사에게도 칭찬을 해줘야 할까.
“ ‘상사들은 스테이크’란 말도 있다. 겉은 센 불에 구워져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연약하다는 거다. 겉모습은 무뚝뚝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정작 속은 연약해서 살짝만 건드려주면, 특히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해주는 칭찬을 해주면 아이스크림 마냥 녹아내린다. 그러니 어른들에게 화낼 일은 잠시 혀 깨물고 참아도 찬사를 건지고 싶은 충동은 절대 참지 말아야 한다.”P86
속이 느글거리고 손발이 다 없어질 것같이 오그라들어도 너무 자주 천박하게 하지 않는 정도에서는 충분한 칭찬을 해주라는 그녀의 말에, 아...내가 그동안 뭔가 풀리지 않았던 것은 이런 면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분명 내 삶의 기름칠정도는 해주지 않았을까.
그녀의 큰 가르침 속에 일부러 인맥을 만들지 말라는 말과 비난을 충고로 날 잘못을 지적하는 친구와 결별하라는 얘기에 밑줄을 몇 개 그었다. 간혹 회사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면 그 속에서 나의 잘못만 지적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늘 그 친구를 만나면 나의 잘못된 부분만 듣고 와서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 생각하게 될 때가 많았는데 결국 그녀와 결별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녀를 만나지 않으니 나는 지적과 질타를 하는 사람이 없어졌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만 남게 되었다. “당신의 잘못만 깨우는 사람들과는 결별하라”는 <<내성적인 당신의 강점에 주목하라>>라는 책에서도 말했다고 하듯, 잘못만 얘기하는 친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응원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마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다면 나는 나의 잘못만 지적하는 그녀와 좀 더 일찍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P 224
법정스님의 말처럼, 하루하루 나이 먹는 것에 한숨 쉬지 말고, 녹슬지 않게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하게 내일도 출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