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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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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년 전 이사를 하기위해 견적을 보러온 이삿짐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뭐하는 분이세요? 방 하나에 가득 담긴 책을 보면서 한 얘기였다. 이 책들 때문에 이삿짐 견적의 가격이 올랐고 이삿짐을 실은 차의 절반이 모두 책이라는 것을 알고 짐을 나르는 동안 아저씨들의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책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해 보겠다고. 하지만 그런 결심은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겠다고 하는 헛된 결심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이사 오기 전의 삼분의 일정도가 늘었다. 책장을 벗어난 책들이 너무 많고 책상과 침실, 거실에도 이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을 읽는 동안 나의 책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며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약 3만권의 책을 가진 그는 집안에는 당연히 책들이 넘쳐나고 지하까지 자리 잡은 장서들로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처럼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장서가들은 책들로 인한 웃지 못 할 일들을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목재로 지어진 일본의 집들은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2층의 집에서 구멍이 나 떨어진 얘기에 설마, 하겠지만 이삿짐 아저씨들이 이삿짐에서 가장 싫은 것이 등에 지고 나면 허리가 휜다는 아동전집이라는 얘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때문에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고, 책을 보관하기 위해 책 보관 창고를 빌리고 그 랜탈비가 수백이 들지만 그것조차 아깝지 않게 쓰고 있는 장서가들은 왜, 책을 그토록 모으며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을 아름답게 정리해 주위에 진열해놓고 늘 책등을 바라보며 그것들에 빙 둘러싸여 살고 싶다. 책 수천 권이 방 이곳저곳을 짓눌러 식구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사는 이에게 궁금의 꿈은, ‘책으로 둘러싸인 성과 같은 집’이 아닐까.” P120

 

저자 또한 이런 비슷한 환경을 꿈꾸며 집을 옮기고 진열을 해 놓지만 정리의 정도에서 벗어난 책들은 이미 책이 아닌 짐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그처럼 짐이 아닌 멋진 장식과 함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명함같이 살아가는 사람도 소개되었다. 가족이 함께 살지만 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3층짜리 집을 짓고 아래층은 부모님이, 2층부터 3층까지는 자신이 살고 거실을 복층으로 디자인해서 거실 전체를 책장으로 만든 그의 아이디어는 너무 멋져서 나도 한번 들려보고 싶은 집이다. 글로만 서술되어 있는 그의 집이 얼마나 근사할 것인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지만 찾아간다면 한동안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집일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도 그 많은 책들을 모두 읽었을까.

 

 

 

상당히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나도 이 책의 삼분의 이 정도를 다 읽었을까 나를 반문하며 책을 사들이는 나를 탓할 때가 많지만, 저자 또한 삼만 권의 책을 다 읽었을까. 어찌 보면 책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지적 허영심은 아닐까 한동안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독자가 아니라 책을 수집하는 수집가로 전략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반양장보다 꼽아 놓기 좋고 가지런해 보이는 양장본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책속의 어떤 이처럼 책을 사기위해 일부러 값싼 점심을 먹거나 사고 싶은 물건을 억누르며 참는 생활을 하지 않지만, 좀처럼 책을 사들이는 한도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 P170

 

 

 

이런 장인 정신이 생긴다면, 책 콜렉터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겠지만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참 많은 투자와 정성, 저장 공간 확보와 가족과의 다툼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장서가들은 이런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이제는 정말 처분을 해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헌책방 주인을 불러 눈을 꼭 감고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고 하며 책을 팔았지만, 결국 그는 그 돈으로 일부의 새로운 헌책을 또 들고 오지 않던가. 가족들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온 책을 밖에 두었다가 다시 들고 들어가는 치밀함도 장서가들의 괴롭지만, 즐거운 행복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유독 새 책이 아닌, 헌책을 더 많이 사오고 그 헌책들을 서로 공유하며 사고파는 일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본의 책문화가 조금 부러웠다. 너무 많은 책으로 인해 “1인 헌책방”을 열어 며칠 동안 장서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새 책이 아닌 그동안 구하지 못한 귀한 헌책들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겨워 보였다.

얼마 전에 간 오사카 전철에서 나는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지하철 풍경을 느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그중에 E-BooK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사카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은 지도를 보기위해 애쓰는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서 있는 중년의 많은 아저씨들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작은 문고판 책을 읽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가며 우리와 다른 풍경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었다. 책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경건하던지. 그렇다고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요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진열해 놓은 책이 많으면 뭐하나. 읽어야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니 당분간은 나 또한 읽기에 몰입해서 책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책을 보유하는 장서가가 아닌 한권의 책을 열 번씩 읽어 의미를 남기는 올바른 독서가가 되어야 할 텐데, 여전히 새 책 알림 메일을 꾸준하게 읽고 있어서 큰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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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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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러 한 달 동안 머물렀던 필리핀과 가족 여행으로 갔던 태국 말고는 일부러 찾아서 갔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여름휴가를 통해 다녔던 유럽도 모두 시기가 맞아 어쩔 수 없이 더운 여름이었을 뿐, 화려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열대지방은 없었다. 나는 그런 것보다 오히려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의 북유럽이 훨씬 가고 싶었고, 칼바람과 함께 오들거리며 밤이면 창궐하는 오로라의 현란한 축제를 보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겨울의 차디찬 바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더운 열기속의 화려한 꽃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 요시모토 바나나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녀가 태생적으로 섬나라의 사람이고, 당연히 바다를 많이 접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하와이는 더욱더 특별했을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그녀는 하와이의 예찬이 책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장까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꿈꾸는 하와이]를 통해 그녀의 하와이 사랑을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사실 이것이 하와이의 사랑이라기보다 그녀가 몇 년 동안 배웠다는 “훌라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훨씬 많은것 같다.

 

 

 

“훌라는 수화 같은 것이다. 머리 위에다 빙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다른 팔을 쭉 뻗는 것이 ‘바람’ 즉 카마카니의 손동작이다. 곡에 따라, 또 거기에 등장하는 바람의 모습에 따라 표현 방식이 미묘하게 다른데, 그날의 밤바람은 정말 부드럽고 천국 같았다.” P17~18

 

 

그녀가 말하는 훌라는 수화 같다고 한다. 사실 눈앞에서 훌라춤을 추는 사람을 본적이 없고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서만 보았기 때문에 그 춤의 화려한 매력을 느껴 본적이 없다. 여성의 상의가 너무 짧다는 것(사실 그걸 상의라고 해야 하는 걸지.) 더욱이 훌라춤을 춘 여자들이 모두다 글래머스해서 흔들었던 엉덩이가 너무 커서 육감적이라는 생각도, 매력적이라는 느낌도 없어서 그녀가 찬양하는 훌라의 그 느낌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표현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주 살짝 흔들며 넘겼던 그 손동작이 마치 언어를 표현하는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에 생각을 맞춘다면, 모든 춤들이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 고전 무용들도 손끝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움직임인지.

 

 

 

그녀는 훌라를 배우며 인생을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춤을 추었던 지인이 어느 날은 훌라가 아닌 다른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그녀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에 대해 간직하려 애쓰고 훌라를 배워도 늘지 않았던 자신의 춤을 한탄하며 그만두고 싶었던 때에 자신을 잡아주었던 선생님의 편지 한 장에 인생의 실패란 있을 수 있지만, 포기는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훌라를 통해 배워 나갔다.

그런 훌라를 출수 있게 했던 하와이는 그녀에게 또 다른 세계의 한곳 같다.

 

 

 

“ 정작 나는 아무 애도 쓰지 않았는데, 너그럽게 품어주는 듯 한 느낌. 하와이는 그런 섬이었다. 처음부터 친군하게 뭐든 다 보여 줄게, 하고 말하는 것처럼.” P123

 

 

그녀에게 다정하기만 한 하와이에 대한 이 무한한 애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분명 같은 공감이 불어 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녀는 왜 그토록 훌라춤에, 하와이에 매료 된 것인지 공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하이와를 취재하며 그녀는 소설을 썼고 그런 과정에서 겪었던 하와이와 훌라춤의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쓴 에세이라고 하지만 뭔가 초점이 없는 흐릿한 사진 한 장을 보는 느낌의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하와이를 여행하며 곳곳을 다녔던 여행기는 아니다. 하와이의 곳곳을 다녔을 그녀였지만 그곳의 매력을 표현하기에 너무 얄팍한 느낌의 표현들만 바다 수면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마치 반짝이는 햇살을 보이며 출렁이는 바다가 하와이의 섬을 감싸고 있다고만 말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냥, 그녀가 빠져든 훌라춤의 매력을 더 보여줬다면, 나는 어쩌면 칼바람이 부는 북유럽의 눈보라가 아닌 느리게 흐리며 수화를 하듯 손짓을 하는 훌라춤을 배우고 싶어 하와이로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일 년에 몇 번씩 해외여행을 나가는 것이냐고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나에게 여행의 속삭임을 잠재워준 낭만의 하와이 에세이를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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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현대편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을 만나다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
김진방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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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온 경제학 서적을 고전과 현대편으로 나눠진 이 책은 현대편을 다루고 있다. 흔히들 경제학이라고 하면 머리 아프고 많은 수식에 놀라서 이 정도까지 알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저서를 한권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 속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지만, 정리가 잘된 이 책 한권으로 많은 서적들을 접해 본 경험은 상당히 상식의 선이 상향가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닌 유력한 방법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접근해 보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게 편찬된 현대편은 총 5개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고전에서 이어진 현대편을 기초로 다지는 제 1부는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이룬 학자들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특징과 그 책을 읽기위한 이론과 사상 그리고 저자의 소개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첫 도입부가 무난하게 읽힌다면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이 그저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사실 처음 도입부까지 나는 상당히 힘들게 읽었기에 앞부분을 두 번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그리고 제 2부로 넘어 오면서 저자들의 흐름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2부와 3부를 딱히 두 부분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마도 비판으로만 끝나지 않는 비평이 필요했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비판만 있을 뿐 대안을 소개하며 고민하는 부분을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이 책의 3부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3부가 현대 주류 경제학을 밖에서 비판아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었다면 4부는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계 일반에서 그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인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P432) 4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자원의 고갈, 즉 희고 자원들의 한정적 고민은 뛰어 넘어야 하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 우리는 다양한 목적 혹은 욕구를 충족하는 데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에 경제학이 관심을 기울이던 시대는 갔고 연구 대상을 그것이 개인이건 사장이건 조직이건 제도이건 정보처리장치로 파악하여 그 장치의 작동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을 경제학의 중심 연구 주제로 삼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P433)"

 

 

 

여러 경제학자들을 통해 그들이 내세운 이론과 사상을 접하면서 그동안 범접하지 못한 학문에 문을 살짝 열어 본 기분이다. 나름의 깊이 있는 학문에 새로운 얘기들로 사실 아직 뒤죽박죽인 상태이지만, 경제학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폭 넓게 이해 할 수 있는 아주 깔끔한 구성으로 편집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통해 현제의 경제를 비교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테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 실력의 깊이가 있지 않아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다. 다만, 어렵다고 생각됐던 부분을 스스로 조금은 이해의 폭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이 책이 주는 큰 미덕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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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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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그 긴박함에 가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서이다. 무엇보다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폭력이 싫다. 종이처럼 버려지고 함부로 죽게 되는 조연들의 상황도 싫고 빗발처럼 쏟아내는 총알들도 싫다. 간혹 그런 장르의 영화를 보게 되면 과하게 죽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 남아 불편한 며칠을 보내게 되어 더욱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런 영상이 주는 불편한 모습을 피해 갈 수 있으니 읽으면서 나름의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라는 익숙하지 않은 스웨덴의 소설가가 내 놓은 [악명 높은 연인]은 영화화 되었다면 분명 고개를 돌릴만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소설 속에서도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다.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가 내 놓은 이 소설은 작가가 머릿속에만 그려 놓았던 아주 평범한 소피 브링크만이라는 여자를 통해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욕망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파멸되는지 보여준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책을 받고 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걱정했지만 한번 잡으면 서너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이렇게 빨리 읽을 수 있다니.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히는 책을 또 얼마 만에 만나본것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작가가 어려운 말을 많이 쓰지 않고 상황 묘사도 심플하게 넘어가는 부분도 많아서 정말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어렵지 않게 소설을 읽을 수 있다. 간혹 이런 장르의 소설은 너무 많은 인물들 때문에 누가 누군지 앞을 다시 봐야 알 것 같은데 이 소설이 정말 인물을 잘 살려 놓은 것은 이름이다. 간혹 너무 긴 이름 때문에 이름을 익히느라 소설의 내용이 혼동될 때가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저자의 심플한 구성면은 좋다.

 

 

간호사 소피 브링크만이 병원에서 자신의 환자였던 핵토르를 만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가 퇴원후 다시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당연히 평범했던 주인공은 핵토르가 마피아의 보스였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많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미망인인 그녀에게 하나 남은 아들이 그들의 모함으로 사소를 당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소피는 평범한 간호사에서 마약, 살인, 폭력의 비정한 세계로 들어가 자신의 신념과 싸우게 된다. 권선징악이 그대로 들어나 있는 소설이다. 나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욕망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고 선한 사람은 비록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핵토르가 왜 소피에게 그런 연정을 품었던 것인지 사실 그 부분이 좀 와 닿지가 않는다. 그녀가 매우 예쁘거나 상냥하거나 친절한지에 대한 부분을 모르겠지만, 로맨스에 치우친 소설이 아닌 부분이 더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부분이 좋다. 끈적한 연민의 정 따위는 없고, 냉혹한 현실에서만 있는 살기어린 현재만 존재하는 것 같다.

 

 

간혹 지금의 이 평범한 일상이 뭔가 스릴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환경에 놓이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3부까지 이어 진다고 하는데 첫 번째부터 아들이 불구가 될지 모르는 상황까지 가는 시련을 맞이한 소피가 어떤 세계에서 또 활약할지 궁금하긴 하다. 다만 소피가 행복해지는 모습으로 가기까지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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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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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내가 하는 여행에 대한 자세는 어떤 것인가 생각해본 것은 이번 터키여행을 다녀 온 이후였다.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여행 작가마냥 다니는 것을 보면서 무거운 카메라를 가져가서 찍다가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 뭔가 담아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에 남을 만한 사색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여행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게는 다섯 단계의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은 여행하면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자들이다. 그들은 본래의 여행의 대상이며 흡사 장님과 같다. 다음 등급은 실제로 세상을 구경하는 자들이다. 세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관찰한 결과로 무언가를 체험하는 다들이다. 네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체험한 것을 체득해서 몸에 지니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능력을 지닌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관찰한 것을 모두 체험하고 체득한 뒤 집에 돌아온 즉시, 또한 체험하고 체득한 것을 행동이나 일에서 반드시 실천해 나간다." P14

 

 

 

나는 어떤 분류의 여행자인가 생각해 보지만 역시 마지막 최고의 능력을 지닌 여행자는 아직 멀었다.

헤세의 24세부터 50세까지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그는 마지막 최고의 능력자였던 부분이 농후하다. 여행을 하면서 늘 고민했고 방황했고, 쓸쓸했지만 그의 독특한 문학관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어 나갔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인, 그의 어머니는 스위스인이었고, 어머니 국적을 아버지가 취득하면서 헤세가 살았던 지역은 대부분 스위스였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자연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도 자연처럼 작위적인 것이 없이 살아가고자 했지만,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독일인이었으며 그의 나라가 행한 전쟁에 대한 반감의 글을 투고해 독일 국민에게 반감을 샀고 그것 때문에 독일 저널리즘에서도 배척당했다. 그 시절의 그의 여행기는 매우 쓸쓸했다.

 

 

 

젊은 시절은 얼마 안 되는 돈을 갖고 짐도 없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세서 만난 사람과의 교류로 가슴 뜨거운 날들을 보냈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의 기록들을 늘 생기가 넘쳤다.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와인 한잔을 나누며 얘기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여행이 꼭 그에게 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도에서의 여행기나 말레시아등 아시아를 여행했던 부분들은 사실, 그가 여행 내내 말했던 이질감을 버리는 여행을 강조하더니 아시아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토착민으로부터 혹은 인간적으로 진지하게, 정말 마지못해 등을 돌리게 되었다니.

 

 

 

“그렇다고 해서 나는 토착민을 부당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강물에 빠져 나갈 곳이 없어 깨끗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그들로서는 부엌의 쓰레기나 변소의 오물이 집 주위에 늘려 있는 것과 무자비한 태양이 진창을 그토록 빨리 발효시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다.” P220

 

 

 

하지만 긴 여행을 통해 헤세는 토착민들의 삶, 즉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는 독일인이지만 독일에서 그의 책이 출판되지 못했고 한동안 그의 모든 것들이 거부되었었다. 그것을 견디면서 그는 달라졌을 것이다.

 

 

 

“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인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 하는 데에 있다. ” P36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부분일 것이다. 헤세의 이탈리아 여행과 보덴 호 산책,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테신 지역의 소풍,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느낌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한 당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그의 여행에 대한 의견보다는 사실 나는 그가 뮌헨으로 가려다 머뭇거리고, 결국엔 뮌헨에 가서 그가 흘렸던 그 웃음의 기록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다.

 

 

 

“ 나는 종일 눈을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거나 또는 장중한 고목 밑을 거닐며 시든 잎, 우리의 어린 형제들이 바람에 무척 재미있게 흩날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때로 그것을 바라보며 웃음 짓기도 했다. 나도 그랬듯이 잎이 오늘은 뮌헨으로, 내일은 취리히로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며. 고통을 피하려는 충동에서, 죽음을 잠시 미루려는 충동에서 무언가를 찾아서 말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저항하는 걸까? 나는 울적해졌다. 그것이 삶의 유희니까, 하며 나는 웃었다.” P468

 

 

 

 

그가 오랫동안 귀향을 지연시키며 고민했었던 날들을 떠 올려보면 그는 오랫동안 길 위에서 방황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그가 다녔던 많은 나라들이 결코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부분은 이런 그의 고민의 깊이가 너무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웠기 때문에 그의 여행이 관찰자만으로 그친 여행이 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그의 여행을 통해,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나는 기록만을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인지. 반성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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