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비밀 -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박유연 외 지음 / 카르페디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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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월급의 비밀>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받는 월급이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만하고 그에 따른 월급의 비밀을 알고 싶게 제목을 잘 따온 것 같다.

 

<어글리 베티> 시즌 1에서 베티는 우연치 않게 유명한 패션 잡지 회사의 비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하루가 편할 날 없이 사건 사고를 해결하면서 한 달을 보냈고 그렇게 원하던 뉴욕에서의 첫 월급을 받았다. 실망한 그녀의 표정이 지나가고 사장과 함께 얘기 할 어떤 순간 재치 있게 불만을 말한다.

“세금을 너무 많이 때셨어요. 너무했어요.”

뉴욕에 있는 그녀도, 직장을 어렵게 구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던 그녀라도 세금과는 무관 할 수 없는 것이다. 나 또한 월급 명세서에서 빠져 나가는 많은 세금들을 보면서 내가 낸 세금만큼 내가 보호 받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 때가 많고, 의료보험 역시 간혹 의료보험을 낸 금액보다 훨씬 못 미치는 의료 혜택에 불만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이 시사한 비밀을 더 알고 싶었던 것도 있다.

 

사실 나는 연봉을 올려 받아야 하는 직업군에 있어 본적이 별루 없어서 연봉을 올리는 것의 챕터에 대한 부분은 많은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우리가 받은 월급이 수입과 지출의 영향을 받아서 산정된다는 것에 좀 당황스러웠다. 미국 미용사가 우리나라 미용사보다 월급이 훨씬 더 많이 버는 이유에대해서는 납득이 갔지만, 우리의 지출이 결국 우리가 받는 월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크다고 한다. 사실 월급을 받으면서 혹은 지출을 하면서 이런 부분까지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에 더 자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통상적으로 적용이 되고 있는 월급이 업무 능력보다는 줄서는 능력에 더 많은 차이를 가져 온다는 챕터는 좀 화가 났다.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명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어디 그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그리스에는 청탁할 때만이 아니라 그 외의 어떤 권력에 상응하기 위해서는 웃돈이 필수라는데 할 말이 없다. 월급의 능력은 이런 줄서기 능력과 외모가 월급에 미치는 영향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의 능력에 따른 월급이 주어지는 것이고 그것에 맞는 자기 계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나우콤 대표이사 문용식님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회사의 복지가 회사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된다. 월급이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회사의 복지를 이용하면 만족도가 클 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사원의 능력은 향상될 것이지만, 아직 많은 회사들이 이런 복지를 갖춰 놓으면서 운영한다는 것은 아주 먼 시대의 이야기일까. 모 회사에서 행해지고 있는 년차마다 한 달씩 해외 배낭여행을 갖다 오도록 지원해 준다는 얘기는 정말로 솔깃할 수밖에 없다.

 

많은 월급의 문제점들이 있지만, 같은 시간에 같은 조건으로 일하면서 같은 직급의 직원 간에는 임금차를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치 기반위에 각종 차별적 요소를 임금에 반영하지 못 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잦춰 올바른 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후진적인 산업 구조 때문에 노동 생산성은 떨어지고, 서비스업만 늘어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임금이 하락 할 것이다. 서비스업의 낮은 임금의 생산성 때문에 평균적 임금이 계속 저하된다면 그 그룹에 속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 또한 임금이 낮아 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제시해 준다. 이렇게 계속 간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중간 이상 임금을 주는 양질의 일자리가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질 낮은 서비스업의 생산성만 올라간다면 더 많은 청년 실업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많은 중산층들이 파괴되고 하위권으로 흡수되면서 시작된 일자리의 불균형으로 상위와 하위의 월급 차이는 OECD 국가중 3번째로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나리가 되고 말았다.

이 월급의 양극화는 결국 소비와 교육의 양극화까지 오면서 더욱 악조건 속으로 건강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당장 월급을 받고 있는 우리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일자리에서 꿈을 이뤄나갈 아이들을 위한 투명한 월급의 모습은 우리들이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받는 월급에서 세금을 덜 내는 부분이라던가, 회사와 내가 조율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조율을 해서 많이 받아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지만, 읽고 나니 앞으로의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 대한 생각에 많이 우울해졌다.

그리고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별루 없다.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 통상적이지 않는 얘기들을 해주고는 있지만 좀 뭉뚱그려 얘기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속 시원하게 알고 싶은 부분을 긁어주는 부분은 많지 않다.

 

월급은 그 사람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 사람의 전부가 되고 하고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마땅히 열심히 일해 그에 따른 권리를 받아내는 행위이다. 그 행위가 좀 더 선진국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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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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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장소설속의 여자 주인공들은 왜들 이럴까. 몇 달전 읽은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선 삶이 참 모질다고 생각하게 했던 여자 주인공의 성장소설이었다. 물론 <트렁커>가 성장소설은 아니지만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오는 주인공의 성장과정은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과 비슷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삶의 귀퉁이에서 자라나는 어린 싹들의 모습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다치면 안 되니까, 아프면 안 되니까, 그들의 상처가 아주 오래도록 남아 지워지지 않으면 삶이 더 고달플 테니까.

 

하얗고 깨끗한 시트의 침대도 있는 서른이 넘은 여자 온두는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멀쩡하게 집이 있으면서도 잠은 집에서 잠들 수 없는 그녀는 치유 할 수 없는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처럼 집에서 잠들지 못하고 어둑해지면 공터에 세워둔 차의 트렁크에서 잠을 자고 책을 읽고 별을 보는 이름이 있다. 이름이 이름인 남자, 참 독특한 이름들을 가진 두 주인공들은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차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트렁커들이다.

 

언젠가 인간극장에서 가수 김장훈이 공황장애로 잠들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는데 참 지독한 병라는 것을 알았다. 잠들려고 해도 잠들 수 없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그 공허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병. 온두 역시 그런 공황장애를 가진 한 사람으로 트렁크를 찾아 잠을 자면서 자신이 공터의 주이이라고 말하는 름을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둘 사이가 엮일 것 같다는 조짐은 쉽게 감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름이 만들어 낸 ‘치킨차차차’라는 게임을 통해 듣는 온두와 름의 과거는 트렁크에서 잠자는 신기하고 별난 사람들의 얘기일 것 같다는 생각과 다르게 가슴의 답답한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부모가 자살하려고 아이까지 약을 먹이려고 했지만 부모는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어린 온두와 완벽한 남자만을 요구했던 군인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름의 과거를 듣는 게임이 지나갈 때마다 제발, 그들의 진실의 게임이 빨리 끝나길 원했다.

 

“밤이 빨리 왔으면…….공터로 가고 싶어. 게임에서 지고 싶어, 기억을 잃고 싶어.” P192

 

그들이 트렁크속에서 잠들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말해야 하는 게임의 역을 지날 때마다 름의 얼굴의 상처가 아물어지고 잘려진 손가락의 마디가 길어질 듯 했다. 하지만 온두는 기억 저편에 있는 자아를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녀에게 세명의 자아가 있다고 했던 피의 말처럼 그녀에게는 항아리속에 쌓아 둔 낡은 옷처럼 숨겨 놓은 자아가 여러명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의 진정한 자아를 꺼내는 일은 무거운 항아리 뚜껑을 여는것처럼 어려운 일이아닐까.

 

름의 얘기들에는 많이 속상하다. 피가 낭자한 영화를 열두편은 더 본 것 같은 기분이다. 그의 가족사의 얘기들에는 피말고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일까. 름의 이름만 들으면 손 마디마디에 고름이 가득 들어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더 힘들었을 것 같은 그들의 삶의 저편을 많이 위로해주고 싶었다.

 

서로를 보듬어 줄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의 엔딩에서 다행이라는 말이 떠 오른다. 온두는 름의 짧은 손 마디를 아파하며 사랑해줄 것 같고, 름은 온두의 항아리 뚜껑속을 다시는 들여보지 않도록 자아를 찾아줄 것 같다. 그렇게 서로를 치유해 나가며 그들의 트렁크속에 단꿈들이 가득 들어찰 것 같다.

 

문득 ‘치킨차차차’라는 진실게임을 나도 해야 할 것 같다. 매일 지긋지긋하게 말하는 불평과 불만, 질투, 짜증이 아닌 사랑과 위로, 행복을 얘기하며 나를 위로하고, 그리움이 아닌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해져야 할 것 같은 그 게임을 시작해야겠다. 어쩜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게임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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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 - 나우누리에서 아프리카TV까지 나우콤과 문용식 이야기
문용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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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희경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거짓말>이라는 드라마 때문이었다. 잘 몰랐던 그녀의 작품에 열광했지만 주변에는 그녀의 작품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노희경의 얘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친구가 알려준 곳이 천리안이라는 곳이었다. 나를 PC통신에 처음 접하게 했던 곳이었다. 그당시의 신세계는 지금의 신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아날로그적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90년대 초 PC통신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귀에 익은 <천리안>, <하이텔>,<나우누리>등은 이제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추억의 전유물이 되었다. 요즘은 채팅이라고 하면 뭔가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지만 pc통신의 채팅은 향수가 있었다고 할까.

 

인터넷의 보급으로 나 또한 천리안에서 넷츠고로 이후 한메일 아이디로 갈아타며 시대의 흐름을 함께 했다고 할까. 그런 IT의 변화의 소동돌이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함을 자랑하는 기업 나우누리가 있었다. 사실 나우누리의 존재의 유뮤에 궁금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IT 시장의 급변화를 알 수 있었다.

 

책속에서도 나오는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는 말은 들으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말이지만 현실의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실리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생각이 더 들때가 많다. 나의 꾸준함이 얼마큼이나 가야 재주를 부릴 수 있을까. 뭐 그런 회의적인 반응 정도.

 

나우누리에서 아프리카 TV까지 IT문화와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나간 나우콤 대표이사 문용식님의 얘기는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스팩다클한 인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역경의 세기가 더 강력하다. 책을 읽으면서 재주와 같다는 꾸준함을 어떻게 계속 유지해야 할것인가가 나의 궁금증이었건만 그런 것은 벌써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한 남자의 성공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 어떤 소설보다 드라마틱하고 우연으로 이뤄지는 개연성은 혀를 내두른다. 얼마 전 읽은 박칼린 에세이에서 느꼈던 범상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범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꼭 그를 구해줄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과 같다.

 

“현재가 없는데 어떻게 미래가 있을 수 있냐? 어떤 미래? 나는 현재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미래도 없기 때문에 빚이 되든 어쨌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서 그럴듯한 미래가 언제 오냐?” P121

 

항상 말하는 현재의 중요성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니까 지금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구절인 것 같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의 생각도 참 마음에 든다. 기업은 오너의 것이 아니고 주주와 임직원의 이해가 고루 맞아야 하고, 기업의 활동이 당연히 사회와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그 순리적인 얘기에 공감하지만 이런 모토를 가진 기업을 만난다는 것은 가뭄의 콩 나듯 한일 아닐까.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좋은 사람이라는 그 얘기에 충분한 공감을 한다면 이 책에 대한 미덕을 모두 가져간 것 같다. 사원을 위한 복지를 개선하는 부분을 보니까 참 좋은 상사이다. 그와 같은 상사라면 나는 말단 사원으로 다시 들어가 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모 기업에서 잔업 업무가 많고 쉬지도 못하고 일을 강요 속에서 일을 했던 한 청년이 병가 휴직을 낸후 다시 복직하고 나서 며칠만에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얼마나 회사가 지옥 같았으면 그랬을까. 죽는 것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을 그 청년을 생각하면 좋을 회사,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회사야말로 이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런면에서 회사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어 사원의 흥미를 북돋아주는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옛 말에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이든 한우물을 하는 꾸준함을 가진다면 뭔들 못할까 싶다. 아무런 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조차가 재능이라고 말하는 그의 응원에 한껏 파이팅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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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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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 거여. 그러니까 네가 슬플 때에는 반드시 네 곁에 있을게.” P19

 

간혹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되돌려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간혹 할때가 있다. 그때마다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떠 올려보면 절대로 고등학교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침 7시 20분까지 등교해서 저녁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일상이, 매달 치러지는 모의고사 때문에, 하루에 50개씩 외워야 했던 영어 단어가 지겨워서가 아니다. 어떤 위로가 필요했던 그때 모두가 위로를 필요로 했던 그 나이가 너무 고독했고 외로웠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견뎌진다는 것을 몰랐던 그때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보다 학부모들이 더 극성맞은 유명한 학군에서 공부를 했던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널널하게 공부해도 성적 잘 나왔던 중학교를 다니다가 조금은 공부를 해 볼까해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그 아이들의 실력에 놀랐고, 마음 하나 둘 곳 없었던 아이들의 닫힌 소통에 마음이 갑갑했었다. 그래도 나 같이 아웃사이더로 떠돌던 아이가 있는지라 함께 마음이 맞아서 일요일에도 학교에서 만나 공부도 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얘기도 나눴던 한 친구와 사이에서 나는 늘 방황을 했었다. 사실은 나도 어떤 무리에서 그들과 함께 치열하게 공부하고 싶었던 욕구도 있고 주류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 그런 마음으로 멀어졌던 친구와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이 틀려지고 그 친구의 자퇴 소식을 몇 달이 지난 후에 알고 나서 많이 후회했었다. 일부러 멀리했었던 그 친구의 전화와 편지의 답장을 매번 숨기려했던 그때의 열일곱살이 안쓰럽다.

 

열일곱 살. 고등학교를 처음 갔던 그날들을 잊지 못하는 것은 서울 어디 변두리의 학교에서 공부좀 했다고 자부했던 어떤 아이는 그들의 틈에서 많이 기죽어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 다름을 깨달았던 그때 나에게 태수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생활은 어땠을까.

 

열일곱 살 연우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소설은 잊고 있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 돌아가고 싶지만은 않던 그 아픈 시간들을 연우와, 채영이, 태수, 마리가 다시 들어가게 만들었다.

 

“언젠가 엄마는 전생에 가장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그 빚을 갚기위해 부부로 만난다는 말이 있더라고 했다. 결혼이 빚 갚은 일이라니, 더구나 사람 사는 게 기억나지도 않는 빚을 갚는 청승맞은 일이라니, 전생 따위는 더욱더 안 믿게 됐다나. 하지만 만약에 전생이라는게 있다면 나는 그곳에서 한번쯤 태수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 P100

 

그런 전생때문이었을까. 연우가 전학을 오면서 함께 미국 유학길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태수를 만났던 것. 그리고 연우가 궁금해 하던 여자아이가 채영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연우와 연결시켜주었던 것, 그리고 연우와 채영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달렸던 것 모두 그런 전생 때문이었을까.

 

대부분의 소설 속 화자의 소년, 소녀들은 철을 너무 일찍 들어버리는 것 같다. 연우 또한 그렇다. 이혼을 하고 옷 칼럼리스트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졌고 연하 애인이 있고 때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엄마가 있는 연우는 철이 일찍 들어버린 열일곱 살의 소년이다. 역시 태수 또한 그렇다. 미국 유학시절 어떤 사건인지 말해주지는 않지만. (나중에 마리를 통해 알게 되지만) 친구를 위한 의리를 지키며 깊은 속을 내비치지 않는 아이였고, 등굣길에 담배를 피우며 다니는 채영은 은행장인 아버지와 의료종사자인 어머니가 있지만 가족을 위해 가정의 불화도 참으며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그들은 간혹 퍼즐을 맞추며 자신들의 삶의 조각을 계속해서 찾아가나고 있다.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함께 야자를 빼먹고 G 그리핀의 음악을 들으면서 함께한다. 때로는 맞지 않는 오해의 조각 때문에 틀어지기도 하고 맞는 자리이지만 어색한 조각으로 남아 빛이 나지 않는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간혹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롤모델을 찾아 그 사람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라톤 경주 속 있는 페이스메이커의 풍선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원하던 삶의 속도가 맞는 것인지 잘 맞춰 찾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지만 인생은 늘 그렇게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연우 역시 그렇다. 완주가 아닌 하프로 완주를 하는 것 또한 아직 긴 시간을 더 많이 달려가기 위한 속고 완급조절이 아닐까. 채영이와 그렇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가까워지는 그들의 모습이 참 정겨웠던 것은 그들이 열일곱 살이기 때문은 아니다.

 

 

“살아남는다는 것, 아직 잘 모르겠다. 심각하게 생각해본 일도 없다. 하지만 달리기를 할 때마다 몸에 대해 느끼게 된다. 이기적이고 변덕스럽지만 반성과 결심도 잘하는 몸. 약해져 있다가도 원하는게 생기면 힘을 낼 줄도 안다. 스스로 불완전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포기도 잘하지만 결국은 나를 따라준다. 몸이야말로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에. ” P269

 

소년이 자라고 있다. 아픔을 간직한 채. 전생에 한번쯤 봤을 것이라는 태수가 전생의 빚을 갚은 것인지 알수 없게. 그들의 청춘과 닮아있는 음악 G 그리핀은 태수와 처음을 연결해주었고 헤어진 채영을 다시 만나게 해줬다. 삶은 이렇게 둥글게 또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연우와 태수, 그리고 채영이의 성장 소설을 통해 이미 그 시간을 지나온 나는 그들의 안쓰러움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아프겠구나, 힘들겠구나. 하지만 시간이라는 무거운 이름은 너희를 지금의 시간을 추억하게 만들텐데. 우리도 지나서 지금에야 알았으니 걱정말라고 달래주고 싶다.

 

96년 처음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읽고 있을 때 선배가 읽고 있던 책을 보며 얘기했다. 그 작가 까졌어. 책을 다 읽고 나서 까졌다는 그 의미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었을 때 나는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진정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가 내 놓는 소설은 모두 소장해서 읽어야 했었는데 참 오랜만에 만난 은희경의 소설은 역시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는 절대로 나이 들면 안된다는 그 말을 잘 간직하고 사는 것일까. 젊은 감성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또 다른 시작이 궁금해진다.

 

 

“첫눈 오는 날, 나와 같은 보는 아이를 만난다면 나도 꼭 그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너에게 갈게. 네가 오지 않겠다면.” P460

 

늦은밤, 첫사랑 때문에 울고 있었던 그때 나도 이런 말을 해줄걸 그랬다. 네가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갈게. 기다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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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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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반짝 빛나는> 소설을 읽고서는 가오리를 좋아하게 됐었는데 그 이후에는 그만큼 매력적인 문장과 소재를 만나본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가오리의 소설 속에 찍혀있는 그 한 장의 사진은 가오리를 너무 매혹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충분하지만 발표되는 소설을 읽다보면 그녀의 그 매력은 거품이었던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 소설들이 대부분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단순화 시키고 감정선들도 많이 단순한 것 같다. 특히 가오리의 소설들은 더욱 그렇고 이번에 발표한 이 책 또한 가볍게 읽히면서 가볍게 잊히는 책이 되었다, 나에게는.

 

결혼 삼년차인 루리코와 사토시는 사랑과 결혼이 주는 유통기간을 다한 듯 현실에는 충실하고자 하지만 마음은 늘 먼 곳을 보고 있는 부부가 되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죽여 버리겠다는 섬뜩한 말을 하는 루리코였지만 정작 본인은 점점 말라가는 부부의 정을 지키기 위해 외도를 하게 된다. 여느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루리코와 사토시의 스키 여행이지만 루리코의 연인도 스키장에 따라와 방을 잡고 루리코와 정을 통하고 사토시 역시 학창시절 좋아했었던 동창을 만나 그곳에서 관계를 맺는다. 루리코는 사토시와의 결혼을 유지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고 사토시 역시 루리코를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일들을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서로가 불륜속에 있음에도 결혼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들의 심리를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런 관계만이 사랑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일까 의문이 된다. 물론 그것 또한 그 부부가 사는 법이긴 하겠지만.

 

 

언젠가 나는 지인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세상에 운명적인 사랑은 있는 것 같다. 어떤 소설과 영화에서 보는 운명적으로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헤어졌더라 하더라도 헤어진 연인을 그리며 평생을 외롭게 살아가거나 둘이 함께 죽는 운명적인 사랑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운명적인 사랑은 나에게는 빗겨 갈 것 같다. 그렇다 한들 사랑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드는 생각은 꼭 이런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목마름보다 삶의 고단함이 더 현실이기 때문이고 정열적인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이 사랑이 아니지 않기 때문에 부럽거나 꼭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이다.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런 본질적인 질문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책임에도 나는 전혀 그녀가 풀어내는 얘기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그녀의 감성에 좀 지쳤다고 할까. 나이 먹는 나의 감성이 낡아가는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뭔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참 오랜만에 만났다. 미안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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