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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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마음 한편이 싸한 울림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여러 번이었다. 어찌나 그들의 모습이 이제 앞으로 다가올, 앞이라고 해봐야 아직 몇십년은 더 남았지만 어쩌면 그 시간이 더 빨리 다가 올 것만 같아 우울해졌던 소설이었다.

지금은 자주 다닐 수 없는 나의 회사 경로가 되었지만 일주일에 한번은 꼭 가야했던 종로의 탑골 공원을 지날 때마다 보았던 나이드신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쓸쓸했었다. 젊은 나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날은 참 무료하던데, 오랜 시간을 저렇게 보내시다가 가야할 노인분들을 보니까 앞으로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서 더 쓸쓸했다고 할까. 비라도 오는 날은 탑골 공원이 더 적막해 보이기까지 했다. 주인을 잃어버린 가방처럼 덩그러니 도시 안에 버려진 것만 같았다. 그런 기분은 공원뿐이었을까.

 

실직을 하였거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도서관, 그곳에 만난 스고우치와 기리미네는 한때 뜨겁게 일했던 회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열심히 일하고 잔업을 하고, 상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회식자리에서 무리하며 놀고 쓰린 속을 달래며 집으로 갔다가 다시 정신없이 출근을 했던 지난날의 모습에 현재의 쓸쓸함을 달래다가 우연치 않게 그 둘은 회사를 다니는 놀이를 한번 해 보자고 한다. 정말로 회사를 다니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고 업무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미팅을 하고 출장도 가는 그런 회사 일을 하기 시작한 그들은 어느덧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일을 할 수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맘 아프게 다가온다. 점점 늘어나는 실직과 퇴직으로 사람들은 없는 병까지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이 어디 일본뿐이겠는가. 전 세계는 점점 올드화 되어 가고 있지 않는가. (얼마 전에 읽은 영월드 라이징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들의 놀이가 정말로 회사를 움직이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놀이에 동참하면서 자회사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스고우치의 아들 신페이는 젊은 시절 한방을 통해 멋지게 자신만의 회사를 차려 나가려고 한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그 회사라는 공간을 그렇게 다니고 싶어 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신페이는 전혀 알지 못한다.

무기력한 일상이었던 그들의 모습에 활력을 넣어주었던 ‘주식회사’놀이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소설의 구성상 조금 뻔 하게 보이긴 한다. 그렇다고 소설이 맥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클라이맥스로 흘러가는 동안의 소설의 구성은 읽는 동안 엔딩에서 주어질 감동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작가의 노련한 인물 구성도 참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덕목은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뜻하게 짜인 인물 구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감동의 잔상이 오래가면서 앞으로 나의 미래의 모습까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신페이의 패기가 이해가 되면서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이해가 되는 그런 따뜻한 소설이다. 그리고 매일 출근을 하면서 하루에 몇 번씩 사표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던 나를 위한 반성의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과 일과 사람 사이에서 겪게 되는 지루한 모습에 매번 오늘까지만 다니고 그만 둘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씩 외치며 책상 앞에 앉았던 나를 반성했다. 사람은 일을 할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느끼는 권태와 무료함, 지루함도 일을 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일 테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런 투정도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런 투정이 스트레스로 쌓여 위경련을 낳고 있기는 하지만. 스고우치가 회사에 대한 믿음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정말로 가슴이 울렸다. 나는 한번도 내가 다녔던 직장에 대한 어떤 프라이드도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스고우치같은 미래가 없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현재를 더 치열하게 즐겁게 일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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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 지구를 위협하는 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의 치명적 유혹
파울 트룸머 지음, 김세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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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큰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맛집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도 있고, 주변의 맛집을 취재하듯 다니는 맛집 블로거 후배도 있고 나 또한 매운 음식 한번으로 하루의 짜증을 확 풀어 낼 수 있을 때가 있으니 우리가 먹을 것에 대한 집착과 쾌락은 인생의 절반을 넘게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요즘 속이 안 좋아서 열흘 동안 단식을 하면서 먹는 것의 즐거움과 떨어져 있다 보니 그동안 생각했던 먹는 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누구나 먹더라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식이 주었던 바쁘니까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깨끗이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던 몸에 좋고 질 좋은 음식을 먹어야하며 잘 골라서 먹는 일도 우리 마음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또 한 번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현대인들의 빠른 일상에 맞춰 음식들도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많이 나오면서 이탈리아의 피자의 활약은 더 커진 것 같다. 화덕에 구워진 피자가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한 맛을 내는 피자를 먹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되었고, 간혹 외국 여행을 갔을 때 잘못 선택한 음식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우리집 앞에서도 먹을 수 있는 피자를 외국 나가서 먹을 때가 있었다. 이렇게 보편적인 음식이 된 이탈리아의 음식 피자가 세계를 어떻게 지배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사실상 피자가 세계를 지배하기위한 경로나 뭐, 그런 얘기들보다 우리에게 이 보편적인 음식이 얼마나 안 좋은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경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질 좋은 재료로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도 있지만 냉동식품이 당연히 좋지 않은 것들은 알고 있지만 그 실상을 더 잘 알고 나면 바쁠 때 빨리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선택했던 냉동피자들은 이제 저 멀리 밖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책은 피자를 이루는 것들을 우선 소재해 주었다. 반죽, 치즈, 소스, 육류, 양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얹어 만들어진 피자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게 되는 운송까지 소개한 글을 사실 그간의 음식들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어서인지 충격은 아니었지만 치즈부분에서 많이 우울해졌다.

두부를 좋아하는 나는 유전자변형 콩 사용 때문에 국산콩 두부를 조금 비싸게 사 먹고 있지만 먹을 때마다 이게 정말 국산콩일까 생각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일부러 국산콩으로 만들어진 국산콩 두부인데도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이게 믿을 수가 있을까 싶지만 두부 먹고 싶다고 진짜 국산콩을 사서 갈아서 두부를 만들어 먹는 일이 쉽지 않으니 그냥 믿으면서 먹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일부러 먹고 있는 이 국산콩, 유전자변형 콩을 결국 내가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유전자 변형한 콩은 가축의 사료로 쓰이고 그 콩이 들어간 가축은 우유를 만들어 내고 그 우유는 치즈로 변형이 된다. 결국 먹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고 한들, 좋은 우유로 만들었다고 한들, 좋은 사료를 주지 않는 소의 젖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커피의 정치학>을 읽을 때도 커피의 원두를 가지고 공정무역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횡포에 화가 났었는데 유기농 기업들을 압박하는 기업들도 모두 대기업들이고 결국 대기업들 때문에 소비자만 품질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유기농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그들의 확산으로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 잡기 위해 먹는 사람들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얘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위해서 저자가 말한 새로운 식습관을 위한 열가지 조언을 참고하며 살아야겠다.

 

<새로운 식습관을 위한 열가지 조언>

1.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라.

2. 육류 섭취를 줄여라.

3.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라.

4. 제철 식품을 구입하라.

5. 현지 식품을 구입하라.

6. 품질인증마크에 유의하라.

7.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8. 가끔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어라.

9. 당신의 돈이 하고 있는 일을 살펴라.

10.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끔씩은 색다른 것을 허락하라.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일수록 더 유혹하는 손길이 많을 때가 있다. 위의 10번은 그런 것을 가끔을 허락하기 위한 선물 같은 일이다. 때로는 일탈이 선물일 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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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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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서두를 읽고 놀란 적이 없다. 이토록 길게 작품에 대해 말하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가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론 모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자식으로 치겠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길고 긴 작품 해설을 읽고 시작한 <나사의 회전>은 처음 니콜 키드먼의 <디아더스>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령이 등장하는 집안이라, 그것도 현대가 아닌 시대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은 아니더라도 한적한 시골집에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찾아간 가정교사와 남매, 그를 보육하는 그로스 부인이라는 사람과 하녀들의 모습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서두에서 다뤄졌던 지루함이 사라졌다. 그런데 소설을 읽을수록 가정교사인 나의 얘기에 공감이 가지 않기 시작했다.

 

1800년대의 시대가 그러했지만 스무살 젊디젊은 여자가 남의 집 가정교사로 들어간다면 그녀의 신분 또한 알만하고 그녀에게 젊은 시절을 꽃피워줄 꿈이라는 것이 없겠다는 것도 짐작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져야 할 대 저택의 두 남매를 어린 나이에 생기기 힘든 모성본능을 가지며 지켜내려고 하는 고군분투 역시 가련해 보인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액자 형태로 된 소설의 가장 중요한 얘기는 가정교사가 저택으로 들어가 유령을 만나고 두 아이들을 유령에게 떨어지게 하면서 지켜내려는 얘기가 핵심이다. 그녀가 화자가 되어 서술되는 얘기는 주관이 없는 것이 흠이면서 너무나 불안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확신이 너무 강하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녀는 남매인 두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녀는 그 아이들을 사랑스럽다는 표현보다는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두 아이를 오직 아름다움과 붙임성, 행복과 영리함만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고민이고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얘기가 빠져있는 곳에서 그녀가 가족을 만들어 가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층계참에서 보았던 희미한 물체를 그녀는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집에 오기 전에 있었던 퀸트와 제슬양에 대해 그로스 부인을 통해 듣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를 보게 되면서 그들을 혐오스럽고 사악하다고 표현한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유령이 사람들을 헤칠 것이고 그들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더 단단하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로스 부인에게 이런 말을 할 때 그로스 부인은 너무 쉽게 그녀의 얘기에 인정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 밖에 볼 수 없는 유령을 정말로 믿게 된다.

하지만 그 어는 쪽도 유령이 집에 있었고, 아이들을 사악하게 변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없다. 그녀만이 유령의 존재를 발설하며 괴로워한다. 그로스 부인은 유령의 존재는 보지 못했지만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빙의되어 발설하듯 말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완벽하게 그렇다고 진실이 아니다.

 

이렇게 소설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결론이 난무하다. 그녀는 왜 그토록 그곳에 집착을 하는 것일가. 유령의 존재가 무섭고 싫었다면 그녀 스스로가 집을 떠 났을텐데 그녀는 집에 남고 그로스 부인이 떠난다. 또한 왜 그녀에게만 유령이 보이는 것일까. 물론 그로스 부인은 소리는 들었다고 하지만. 정작 그 소리조차 아이들이 격양된 감정을 표현 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유령의 존재 때문에 괴로운 것은 오직 그녀뿐이다. 또한 퀸트와 제슬은 또 어떻게 유령으로 되었는지 사건의 전말이 모두 사라졌다. 오직 그녀의 시선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소설은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독자들의 상상속의 결말로 귀결될 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정말 특이한 매력은 다 읽고 나면 오싹해지는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말하는 그 유령의 존재를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순간 이런 호러물이 없다. 혐오스러운 모습이었다는 것에서 독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일 혐오스러운 모습을 떠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점점 유령에 집착하는 그녀의 모습의 변화 과정은 유령이 마치 그녀의 몸속으로 빙의 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때로는 차분하게 자신의 편지를 가져간 마일스를 타이르는 모습에서는 수사관이 된 듯하다.

그 부분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사의 회전>에서 내가 필사적으로 추구한 것은 행동이었으며, 행동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내 유령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과 내 이야기를 훌륭하게 제시하는 것, 즉 무서운 것에 대한 내 느낌과 내가 의도한 공포를 만들어 내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P16

 

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보았다. 나사의 회전이라는 제목도 다시 보았다. 나사의 구멍을 잘 키워 맞추기 위해 애를 쓰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 것 같은 표지의 사진에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그토록 자신의 교육방침을 아이들에게 교육시키고 싶던 것이 어쩌면 잘못된 구멍을 찾아 돌린 나사의 회전은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으스스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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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 다이어트 - Simple!Smart!Slim! 더 쉽고 더 강력한 S라인 기획서
도영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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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도 S라인으로

 

이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등등 외면에 관련된 속담이 많다. 우리가 마음속의 진실을 얘기하지만, 그 진실과 함께 포장되어진 것도 중요하다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탤런트도 마찬가지다. 예쁘지만 연기를 잘하면 더 칭송받는다. 요즘은 예쁘고 공부도 잘하면 엄친아, 엄친딸로 불리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외형을 가꾸는 일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관리하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여기저기 자신의 몸을 관리하기 위해 헬스를 하고 수영을 하고 운동을 하여 보기 좋은 몸으로 만드는 다이어트는 이제 여자의 전유물처럼 들리지 않는다. 얼마전 대박 터트리고 군 입대한 현빈도 드라마를 찍기 전에 얼마나 살을 빼고 나왔던지 깜짝 놀랐었다. 작품 들어간다고 하면 남자 배우들도 이제 몸부터 만들고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사람의 모습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머리를 터지게 고민하고 작성하게 되는 기획서들도 사람의 에스라인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기획서의 다이어트라는 말이 사실 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눈에 잘 띄고 정렬이 잘 되어 있는 기획서는 자신의 생각을 100% 더 잘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중구난방으로 작성하거나 나름 깔끔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기획서들을 좀더 확실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방식을 사람들이 살을 빼는 다이어트와 함께 비교해서 서술한 것이 저자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기획으로 보인다. 무거운 몸을 살을 빼기위해 계획을 하고 실천하는 방법들을 고르고 어떤 운동이 좋을지 정보를 수집하고, 살을 다 빼고 다시 살이 찌지 않게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하면서 건강을 삶을 살 수 있도록 계획하여 실천하듯이 기획서도 이와 같은 방법들로 효과적인 기획서 작성법은 사회 초년생이 아니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을 정말 잘 쓰는 사람은 긴 글을 짧게 요약하고, 짧은 글을 긴 장문으로 다시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획서도 머릿속에서 저기 안드로메다로 떠다니는 생각들을 모두 옮길 수는 없기 때문에 핵심적인 것들을 추려 요약의 달인이 되길 말한다.

 

“요즈음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산다. 아니 정보의 쓰나미라고 해야 맞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골치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핵심적인 것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른바 요약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핵심 요약을 거치지 않은 내용들은 컴퓨터 휴지통에 들어가야 할 쓰레기다.” P 135

 

핵심 있는 기획서를 작성하되 요약을 잘해서 체계화된 요약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초급, 중급, 상급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3단계중 상급은 내용을 체계화하여 내용을 완전히 정리하고 양적, 질적 요약. 상당한 내용 가공 및 객관화를 하여 저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작정한 기획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받은 보험 증서들에 들어 있는 내용들을 보면서 솔직히 이게 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풀이해 온 프린트 물을 받아들고 답답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상액과 내게 지급될 금액 산정들이 일괄적이지 않게 만들어진 내용을 보고는 자세히 읽어보지 못하겠으니 나중에 다시 하겠다는 말만하고는 그 보험을 들지 않았던 적이 있다. 고객의 눈에 맞춰 작성한 계약서라든지 약정들이 눈에 보여 진다고 서로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키워드를 제대로 작성을 하고 만들어진 기획서는 어쩌면 날씬한 기획서가 아닌 시간을 벌어주는 기획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서도 하나의 글쓰기 장르다. 소설은 사건 전개, 구성으로 되어 있고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을 맞아 끝이 난다. 설명문과 논설문들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주장하는 것이다. 기획서 또한 이런 구성을 택한다. 우리가 말을 꺼낼 때 서론이 너무 길면 실증을 내며 얘기를 듣고 싶지 않듯이 적당한 타이밍을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기획서 또한 적당한 서론을 만들어줘야 한다. 눈에 띄는 제목을 달아줘야 하는 것이고 도입부에 흥미를 끌 내용을 서술하며 아주 얄팍한 기획서 한 장에 모든 내용을 담아내는 것, 참 말은 쉬운데 이런 모든 과정을 다 담아 낸다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요약 하는 법, 키워드를 찾아내는 법, 그리고 일정한 틀을 사용해 깔끔하게 다듬어 놓고 일정한 폰트를 사용하게 시각적인 효과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따라하면 근사한 기획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획서라는 것이 복사기에 문서를 넣으면 금방 복사가 되는 것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모두 기획서 작성을 어렵게 느낀다. 다이어트 또한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또는 어떤 첨단 기계에 들어갔다 나오면 완벽한 S라인 몸매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렵지만 노력해야 한다.”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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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인정하는 여자들의 비밀 - 스마트한 여자들은 절대 놓치지 않는 애티튜드 46
유인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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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에 자기 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았다. 두어 번 읽고 나서 뭐 이렇게 다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걸까 생각했다. 제목만 다를 뿐 모두 한결 같이 실천을 중요시하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들을 하는 것 같았다. 다 아는 뻔한 얘기들을 하는 걸까 생각했다. 누군 이런 실천의 방법을 모르나, 마음처럼 몸이 잘 안 따라주는 것이지 싶었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 읽는 자기 계발서들을 요즘 열권이 넘게 읽고 나니 20대에 생각했던 나의 게으르고 자만했던 마음에 반성을 일으키고 있다.

언젠가 회사에서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얘기를 들었는지 한 후배가 찾아와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문의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자기 계발서를 읽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시큰둥한 나의 20대의 얼굴을 하고 “다 똑같은 얘기들을 하고 비슷하지 않나여?”라고 돌아섰다. 그녀의 뒷모습이 어찌나 예전의 나와 같은지 참 안타까웠다.

사실 요즘 많이 읽고 있는 뒷북 자기 계발서 서너 권 읽을 때는 나도 그녀의 뒷모습과 똑같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의 세부적인 계획이 세워진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나 또한 다 똑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던 책들을 주기적으로 읽을수록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기자 출신의 유인경의 얘기에는 더 적극적인 공감을 가졌다. 기자 출신이니 글발이아 말을 할 수 없다. 이 책이 다른 여타 자기 계발서들과 다른 것은 풍부한 예들이다. 이십년이 넘는 기자 생활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많은 예들에 적극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동안 읽었던 자기 계발서들의 다소 지루하고 고루한 얘기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와 참고서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직장 생활에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더욱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으면서 좀더 일찍 읽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이라고 눈물을 흘렸던 그 순간, 그때 나에게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는 일종의 수평을 유지하는 법을 알고 싶었었다. 그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말들로 마음을 다스리고 나의 모습을 가다듬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회사에 여자에게만 있다는 유리천장, 그 뜻을 알고 나서 오래전 나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여자에게만 존재하는 그 유리천장이 21세기라고 존재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여전히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유인경은 그 유리천장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에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는 것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내라는 말이었다. 사실 말이 쉽지, 기자 양반 너무 글이라고 쉽게 쓰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가도 나 스스로도 쉽게 그렇지. 나와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 인정해야지....라고 생각이 바뀌고 말았다.

언젠가 내가 가르쳤던 한 학생은 가족이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 학생은 부처님 오신 날을 돌덩이가 태어난 날이라고 말을 했다. 너무 놀라서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아버지가 부처를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고 불교에 대한 나쁜 말들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학생에게 그런 얘기를 해 줬다. 서로 믿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너의 믿음이 진실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믿음에도 존중해주고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가 아니겠느냐 말했지만 중3녀석에게는 귀에도 들어오지 않을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한 무리 속에서 하나의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그 속에는 꼭 원치 않는 타입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얘기에 적절한 예를 들어준 소펜하우어의 얘기에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떤 야비한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고민하지 마라. 단지 아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라. 이상한 광물 표본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 광물학자의 태도를 닮아야 한다.”P74

 

그리고 유명한 작사가인 양인자 선생님은 주변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이 자신의 믿음과 인성을 실험하기 위해 부처님이 다른 얼굴로 나타나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심술을 부리고 욕을 해서 속이 뒤집어질 때마다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신경질을 내는 게 아니라 “어머, 부처님! 또 절 찾아 오셨군요. 나무관세음보살”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P74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한 직장의 선배가 내게 했던 말과 비슷하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고 같은 파트에 있는 직장 여자 상사가 너무도 이기적이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를 해줬더니 그녀 또한 그런 말을 했었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해라는 말에는 당사자가 아니라 말은 쉽지 했지만 어느덧 나는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그녀가 행하는 그 순간은 버럭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지만 그것으로 나의 소중한 하루를 망치며 울분을 참지 못하는 그런 일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유인경 기자가 말하는 주제들은 꼭 여자이기 때문에 참고해야 할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제들이다. 직장 상사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 자신의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돌려 말 할 줄 모르고 직선적으로 말 하지 않고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말하는 법,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때 상대방을 더 존중하며 말하는 법,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나를 사랑하며 가꿔 가는 법, 쉽게 험담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모습을 지켜나는 법등 모두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에서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얘기하는 유인경 기자의 얘기에 읽는 동안 하루가 즐거웠다. 그녀의 얘기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며 아직 나의 사회생활은 괴로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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