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 지구를 위협하는 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의 치명적 유혹
파울 트룸머 지음, 김세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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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먹을 것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큰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맛집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도 있고, 주변의 맛집을 취재하듯 다니는 맛집 블로거 후배도 있고 나 또한 매운 음식 한번으로 하루의 짜증을 확 풀어 낼 수 있을 때가 있으니 우리가 먹을 것에 대한 집착과 쾌락은 인생의 절반을 넘게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요즘 속이 안 좋아서 열흘 동안 단식을 하면서 먹는 것의 즐거움과 떨어져 있다 보니 그동안 생각했던 먹는 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누구나 먹더라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식이 주었던 바쁘니까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깨끗이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던 몸에 좋고 질 좋은 음식을 먹어야하며 잘 골라서 먹는 일도 우리 마음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또 한 번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현대인들의 빠른 일상에 맞춰 음식들도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많이 나오면서 이탈리아의 피자의 활약은 더 커진 것 같다. 화덕에 구워진 피자가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한 맛을 내는 피자를 먹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되었고, 간혹 외국 여행을 갔을 때 잘못 선택한 음식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우리집 앞에서도 먹을 수 있는 피자를 외국 나가서 먹을 때가 있었다. 이렇게 보편적인 음식이 된 이탈리아의 음식 피자가 세계를 어떻게 지배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사실상 피자가 세계를 지배하기위한 경로나 뭐, 그런 얘기들보다 우리에게 이 보편적인 음식이 얼마나 안 좋은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경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질 좋은 재료로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도 있지만 냉동식품이 당연히 좋지 않은 것들은 알고 있지만 그 실상을 더 잘 알고 나면 바쁠 때 빨리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선택했던 냉동피자들은 이제 저 멀리 밖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책은 피자를 이루는 것들을 우선 소재해 주었다. 반죽, 치즈, 소스, 육류, 양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얹어 만들어진 피자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게 되는 운송까지 소개한 글을 사실 그간의 음식들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어서인지 충격은 아니었지만 치즈부분에서 많이 우울해졌다.

두부를 좋아하는 나는 유전자변형 콩 사용 때문에 국산콩 두부를 조금 비싸게 사 먹고 있지만 먹을 때마다 이게 정말 국산콩일까 생각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일부러 국산콩으로 만들어진 국산콩 두부인데도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이게 믿을 수가 있을까 싶지만 두부 먹고 싶다고 진짜 국산콩을 사서 갈아서 두부를 만들어 먹는 일이 쉽지 않으니 그냥 믿으면서 먹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일부러 먹고 있는 이 국산콩, 유전자변형 콩을 결국 내가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유전자 변형한 콩은 가축의 사료로 쓰이고 그 콩이 들어간 가축은 우유를 만들어 내고 그 우유는 치즈로 변형이 된다. 결국 먹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고 한들, 좋은 우유로 만들었다고 한들, 좋은 사료를 주지 않는 소의 젖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커피의 정치학>을 읽을 때도 커피의 원두를 가지고 공정무역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횡포에 화가 났었는데 유기농 기업들을 압박하는 기업들도 모두 대기업들이고 결국 대기업들 때문에 소비자만 품질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유기농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그들의 확산으로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 잡기 위해 먹는 사람들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얘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위해서 저자가 말한 새로운 식습관을 위한 열가지 조언을 참고하며 살아야겠다.

 

<새로운 식습관을 위한 열가지 조언>

1.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라.

2. 육류 섭취를 줄여라.

3.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라.

4. 제철 식품을 구입하라.

5. 현지 식품을 구입하라.

6. 품질인증마크에 유의하라.

7.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8. 가끔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어라.

9. 당신의 돈이 하고 있는 일을 살펴라.

10.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끔씩은 색다른 것을 허락하라.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일수록 더 유혹하는 손길이 많을 때가 있다. 위의 10번은 그런 것을 가끔을 허락하기 위한 선물 같은 일이다. 때로는 일탈이 선물일 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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